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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불타는 포장마차(屋台)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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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의 중심지인 텐진의 포장마차

일본의 밤 문화 중 서민적인 것을 꼽는다면 이자카야(居酒屋)와 포장마차(屋台)에서 즐기는 일이다. 특히 포장마차(屋台)는 저녁식사나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한 잔 더 꺾는 낭만이 서린 곳이다. 포장마차는 일본어로 야타이(屋台)라고 하는데 이동식 간이 가게를 말한다. 세계 각지에 여러 가지 형태의 포장마차가 있으나 일본의 야타이(屋台)는 나름대로 서민문화로써 자리하고 있으며, 지역별로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일본 규슈의 후쿠오카(福岡)의 경우 나카스(中洲) · 텐진(天神) · 나가하마(中浜) 지구 등 '포장마차거리'라고 지칭할 정도로 포장마차가 집단을 이루고 있다. 낮 동안 자취를 감췄던 포장마차는 어둠이 깔리는 초저녁이면 어김없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날씨가 따뜻한 규슈는 상설 포장마차가 계절에 관계없이 장기간 영업이 가능한 환경인 이유로 후쿠오카 식 포장마차의 문화를 정착시켜 왔다. 후쿠오카의 포장마차는 대체로 이동식이 아니고 고정 장소에서 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전기는 포장마차를 영업하는 장소에 전용 전원을 설치하고, 수도는 가까운 빌딩과 계약을 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가스는 자기 부담으로 프로판 가스를 쓰고 있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비치한 포장마차도 많고, 휴대 전화로 사전에 예약을 받기도 한다.
필자는 업무상 후쿠오카(福岡)를 자주가지만, 일행이 있을 경우 후쿠오카의 친구들에게 잘 알리지 않는다. 서로 시간을 빼앗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일행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필자가 후쿠오카에 왔다는 사실이 지인들에게 알려진다. 얼마 전에도 필자의 방일(訪日) 사실이 탄로(?)되어 호텔 로비에서 진을 치고 있던 사람들과 마주쳤다. 오츠보 시케타카(大坪重隆 ․ 69) 씨를 비롯한 두 사람의 이노우에(井上) 씨, 이노우에 히로유키(井上博之 ․ 74) 씨와 이노우에 타카미(井上剛實 ․ 65) 씨였다. 그 중 나이가 아래인 이노우에 타카미(井上剛實) 씨는 거의 10년 만에 만났다. 그는 세계적인 광고회사인 덴츠(電通)의 서울 지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원래의 모습이 변하지 않는지 필자는 그를 한 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즐거운 만남, 실버들의 활보

자칭 어르신인 이노우에 히로유키 씨그들은 필자를 택시에 태워서 후쿠오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텐진(天神)으로 안내했다. 필자의 오랜 친구인 와타나베 아키라(渡邊章 ․ 63) 씨의 친척집 소안(笑庵)이라는 이자카야(居酒屋)였다. 생두부, 야채 등 신선한 안주와 사케(酒)가 나왔다. 필자나 상대방 모두 2차에서 만난 지라 대체로 얼굴이 붉었다. 이들은 한국을 사랑하는 모임인 <나들이 클럽> 멤버들이어서 한국말을 비교적 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우리가 주고받는 대화는 한국말과 일본말이 뒤섞인 비빔밥이었다.
나이가 많은 이노우에 히로유키(井上博之)씨는 한국말로 스스로 '어르신'이라고 해서 좌중을 웃겼다.
"내가 어르신입니다."
필자는 '스스로 높임말을 쓰면 안 된다'고 정정을 하면서 웃었다. 그 후 이노우에(井上) 씨의 호칭이 자연스럽게 '어르신'으로 바뀌었다.
대화는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 올림픽에서 약진하는 한국 선수들의 쾌거가 이슈였다. 이들은 한국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부러워하면서 일본의 젊은이들을 걱정했다. 체력은 국력이라고 했던가. 금메달이 하나도 없는 일본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스포츠를 육성하는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필자는 화제를 바꿔서 최근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문제를 꺼냈다.
"실패(失敗)는 성공(成功)의 어머니(母)입니다. 요즈음의 도요타의 시련은 '더 큰 성공을 위해서 내공을 쌓게 될 것'입니다. 도요타 문제는 나고야(名古屋) 친구들에게 물어 보세요. 자- 술이나 마십시다. 건배-"
낙천적인 후쿠오카 사람들의 기질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급적 도요타 문제를 거론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와타나베 아키라(渡邊章) 씨가 선물을 한보따리 안고 나타났다. 그는 <나들이 클럽>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이자카야(居酒屋) 사장이 합류했다. '다나카 세이코(田中誠剛 ․ 68)' 사장은 나이와 관계없이 세상을 젊게 사는 사람 같았다. 활기 넘치는 목소리가 지붕을 뚫을 정도였으며 사람들과의 대화를 주도했다. 이 집은 특히 술의 종류가 많고 안주도 다양했다. 다나카(田中) 씨는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장소를 옮기자고 했다. 막걸리를 마시러 가자는 것이다. 자신이 보기에는 그 집의 막걸리 맛이 너무나 좋아서 한국사람 입장에서 품평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 막걸리는 재일교포 할머니가 직접 제조하는 한국 막걸리라고 했다. 우리 그룹은 어느덧 6명으로 불었다. 나이가 지긋한 실버 멤버들인지라 필자는 젊은이로 통했다. 나이로 치면 제법 무거운 나이들인데 발걸음만큼은 봄바람처럼 가벼웠다. 온화한 날씨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밤 공기를 안으며 텐진(天神) 거리를 활보했다.

포장마차(屋台)의 열정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다나카 세이코(田中誠剛) 씨는 지팡이를 짚고 텐진(天神) 골목길을 몇 바퀴 돌아서 단골집인 듯한 포장마차 하나를 찾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앉을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줄을 서서 기다릴 여유가 없어서 어르신(?) 이노우에(井上) 씨의 단골 포장마차로 가기로 했다. 대신 이노우에(井上) 씨가 막걸리 한 병을 샀다. 우리의 막걸리보다 병이 더 크기는 했지만 막걸리 한 병이 3000엔(39,000원)이나 했다. 필자는 한국 막걸리가 그토록 인기 있다는 사실은 기뻤으나 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으로 말렸다. 하지만 분위기 상으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다른 포장마차도 상황은 비슷했다. 출퇴근 시간 붐비는 지하철을 타듯 우리는 좁은 포장마치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필자 일행의 좌우로 3명 씩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약간 취기가 오른 젊은 이노우에(井上) 씨가 왼쪽 사람들에게 막걸리를 권했고, 매사에 열정이 넘치는 오츠보(大坪) 씨가 오른쪽 사람들에게 막걸리를 권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막걸리의 맛이 서울과는 달리 밋밋했으나 인기가 있었다.
막걸리가 돌면서 자신들의 근무처, 고향, 학교의 이름들이 줄줄이 새어 나왔다. 결국 출신대학으로 대화가 좁혀져 메이지(明治) 대학과 게이오(慶應) 대학으로 압축되었다. 필자를 중심으로 왼쪽 편은 메이지 대학의 교가를, 오른 편은 게이오 대학의 응원구호와 교가를 외쳤다.

게이오 대학의 구호를 외치는 와타나베(좌) 씨와 오츠보 씨

"아- 아- 우리의 메이지, 메이지, 메이지"
"보라
바람으로 나부끼는 우리 깃발을.....
아- 아- 우리의 기주쿠(義塾) 게이오, 게이오, 게이오"

나이, 직업불문하고 이들의 열정은 포장마차를 불태우고(燃える)도 남았다. 새벽 한 시가 다되어 필자가 먼저 일어섰다. 다음 일정이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해한 그들은 비로소 필자를 놓아 주었다.
"모두들 밤을 지새울 것인가" 택시를 기다리면서 포장마차를 바라보자 작은 공간 속의 열정은 더욱 가열(加熱)되고 있었다.
후쿠오카의 분위기와 인심은 언제나 이처럼 독특하다.

오츠보(우) 씨와 옆자리의 손님들

열정은 마음먹기

도쿄에서 살고 있는 '도미타 가츠나리(富田一成 ․ 56) 씨는 필자의 이야기를 듣고 "도쿄는 포장마차 문화가 존재하지도 않지만, 적막하고 쓸쓸한 도쿄의 밤에 비해 후쿠오카의 밤은 항상 활기와 열정이 넘친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후쿠오카의 서정(抒情)이며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이란다. 그래서 일까? 업무에 시달리고 시간에 쫓기는 도쿄 ․ 오사카 등 대도시보다는 항상 넉넉한 후쿠오카가 일본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열정의 도시, 불타는 포장마차를 뒤로하고 돌아와 조엘 오스틴(Joel Osteen)의 <긍정의 힘>에 실려 있는 '열정(熱情)'에 대한 한 구절을 떠올려 보았다.

"대단한 일이 일어나야만 삶의 열정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환경이나 완벽한 직장, 완벽한 가정에서 살고 있지 않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매일을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70세가 넘었거나 70 이 가까운 이들의 열정은 바로 그들의 '마음먹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들의 열정이 오래도록 식지 않기를 진정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입력 : 201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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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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