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개월 반 만에 고양이를 되찾은 牧園千代子씨(사진: 서일본신문)
일본의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Kafka on the Shore)'에는 사람과 고양이의 대화가 맛깔스럽게 쓰여 있다.
"미미라고 불러주세요. <라보엠>의 '미미'입니다. 노래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내 이름은 미미>라고 하는 노래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고양이와 이야기를 나눠보았지만, 자동차의 종류를 알고 있거나 오페라를 듣는 고양이는 처음이다. ‘나카 상’은 감탄하면서 요령 있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 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고양이의 인생이 그렇게 목가적(牧歌的)인 것은 아닙니다. 고양이는 무력하고 상처입기 쉬운 약한 동물입니다. 거북처럼 등딱지도 없고, 새처럼 날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두더지처럼 땅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카멜레온처럼 피부색을 변하게 할 수도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고양이가 날마다 핍박당하다가 허무하게 이 세상을 떠나가는지 사람들은 모릅니다."
고양이 '미미'의 넋두리처럼 필자가 자주 가는 후쿠오카(福岡)현은 년 간 1만 마리를 상회하는 고양이를 도살처분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최다 기록이라고 한다. 후쿠오카(福岡)가 고양이 살육의 일본 챔피언인 것이다. 후쿠오카(福岡)현은 이러한 이미지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지만, 도살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고민한 끝에 기발한 묘책을 냈다. 후쿠오카(福岡)시와 수의사(獸醫師)협회가 공동으로 고양이의 체내에 마이크로 칩을 내장시키는 것을 고안한 것이다.
마이크로 칩 장착으로 고양이를 찾아내
그런데, 반신반의 하던 아이디어가 효과를 보게 되었다. 후쿠오카(福岡) 시내에서 길을 잃은 고양이가 체내에 내장된 마이크로 칩 덕택에 주인을 찾게 된 것이다. 이 운동을 펼친 후 최초의 일로써 화제가 되어 서일본신문도 크게 보도(12.1)했다.
'두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고양이는 어느 날 밤 집을 나간 후 그대로 행방불명되었다. '두이'의 주인은 후쿠오카(福岡)시 서구에 사는 '마키조노 치요코(牧園千代子, 52세, 여)'씨다. 마키조노(牧園)씨 일가족 4명은 '두이'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며, 정보제공을 요구하는 광고지를 돌렸으나 허사였다. 가족들은 모두 허탈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혹시 잡혀 먹히지 않았을까?‘
"예전에는 고양이를 잡아서 샤미센(三味線)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요즈음은 주로 플라스틱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계에는 극히 일부이나 아직도 고양이를 먹는 사람도 있답니다. 하지만 고맙게도 일본에는 사람이 고양이를 잡아먹는 관습은 없습니다."
소설속의 이야기는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길 잃은 '두이'의 소식이 동물병원으로부터 전해왔다. 3개월 반 만의 일이다. 집으로부터 약 3km 떨어진 곳에서 고양이를 주어다 기르던 한 남성이 ‘두이’의 불임수술을 하기 위해 동물 병원을 찾았었다. 병원에서는 마이크로 칩에 내장된 등록번호를 확인하고서 원래의 주인을 찾아 주었던 것이다.
수술비용도 만만치 않아
고양이 용 마이크로 칩은 직경 2mm, 길이 13mm,의 원통형으로 개별번호가 기록된 소형집적회로(IC)가 내장된다.
하지만, 이러한 칩 장착이 쉬운 일 만은 아니라고 한다. 불임·거세수술과 세트로 하는 칩 장착 수술이 2만 엔(3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후쿠오카(福岡)시와 수의사(獸醫師)협회는 칩 장착 수술비 중 7,500엔을 보조하는 방안을 시행하였으나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2006년과 2007년의 수술 시행은 년 간 목표인 200마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손해보험회사가 동물용 보험에 가입한 고양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칩 장착은 일본 전국적으로도 10% 미만에 불과했다.
후쿠오카(福岡) 동물관리센터에는 년 간 약 2,700마리의 고양이가 반입된다. 광견병 예방법으로 등록이 의무화된 개(犬)에 비해 고양이는 사육 숫자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란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보건소에서 페트(pet, 애완견)를 처분한데 대한 보복이었습니다.”
일본의 전 후생성 차관 집을 습격하여 3명을 살상(殺傷)한 ‘고이즈미 다케시(小泉毅, 46세)’ 용의자의 말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사건이 발발하자 일본열도는 발칵 뒤집혔다. "후생노동성을 겨냥한 테러다." "여러 명의 범인이 후생노동성에 한(恨)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올 것이 왔다"고 긴장했던 국민들은 범행 3일 후 제3의 테러를 포기하고 자수한 범인의 살해동기를 듣고 망연자실했다.
‘애완견의 죽음이 그토록 응어리졌을까?’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11월 24일자 사설에 “이러한 이유로 사람의 생명을 빼앗았다는 말인가. 분노와 함께 믿기 어려운 마음 지울 수가 없다”고 썼다.
이 사건은 고독한 프리터(Free+Arbeit+er)가 일으킨 황당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의 고
독(孤獨)이 어릴 적 상처를 온 몸에 전이(轉移)시켜 살인을 저지른 듯싶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살인은 커다란 죄악(罪惡)이다. 그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행복한 '두이'
고양이 ‘두이’를 찾은 '마키조노 치요코(牧園千代子)'씨 가족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온 집안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서일본신문은 '이 가족들로부터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꼈다'면서 인터뷰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마이크로 칩이 정말 유용했습니다.....온 집안에 활기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너무나 행복합니다."
돌아온 ‘두이’가 라보엠의 ‘미미’처럼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내 이름은 미미입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미미라고 부릅니다만
진짜 이름은 루치아에요.
나는 집안과 밖에서
명주나 주단에 수를 놓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행복한 삶입니다............
봄이 올 때면
햇빛이 맨 먼저 나를 비춥니다.
4월이 내게 먼저 첫 입맞춤을 합니다.......>(푸치니의 라보엠 '내 이름은 미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