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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추석(秋夕)과 오본(盆)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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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휘영청 달 밝은 밤 시름도 하도 할 사......"/ "촉촉히 젖어 있는 지붕과 기와, 이곳저곳 비추는 서러운 달빛....."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만남과 헤어짐...... 달은 우리에게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안기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중에서 미당 서정주님의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라는 시(詩)에 묘사되어 있는 달빛이 너무나 눈부시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어지겠구나."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밤은 더 밝아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종일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 수풀의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 거렸네.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 거렸네."

추석은 고대로부터 달에 대한 신앙에 뿌리를 두고 내려왔다. 우리의 추석을 한가위,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날마다 세상을 밝혀주는 태양은 당연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의 만월(滿月)은 참으로 귀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 만월중에서도 가장 큰 만월이 되는 추석(음력 8월 15일)을 고유 명절로 여기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햇곡식과 풍성한 과일을 먹고, 객지에 나간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송편을 만들며, 차례와 성묘를 하는 전통적인 풍습은 우리네 삶을 넉넉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일본의 '오본'은 종교 행사로 출발


일본도 우리의 추석과 유사한 오본(お盆)이 있다. 일종의 종교적인 행사로서 선조에게 제물을 올리고 묘지를 참배한다. 사망 후 처음으로 맞는 오본을 초본(初盆)이라고 하여 특별한 행사를 하기도 한다. 가족 모두가 망자에게 제를 올리는 것이다. 이 오본(お盆)이 옛날에는 음력 7월 15일이었으나, 요즈음은 양력 8월 15일로 하고 있다.

오본(お盆)을 일반적으로는 불교 행사로 인식하고 있지만, 불교의 교의(敎義: 종교의 본 뜻)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일본 재래의 신도적 행사에 불교행사인 우란본(盂蘭盆)이 합해져서 오늘의 형태가 되었다. 우란본(盂蘭盆)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신도적 행사보다는 불교적인 색체가 더 강하다. 우란본(盂蘭盆)은 안거(安居: 승려가 밖에 나가지 않고 한 방에 모여서 수행하는 일)가 끝나는 음력 7월 보름날에 여러 가지의 음식을 만들어 분(盆)에 담아 조상의 영전이나 부처에게 공양을 하는 것이다. 우란본(盂蘭盆)은 본디 석가의 제자인 목련의 어머니가 죄를 지어 아귀도(餓鬼道:음식을 보면 불로 변하여 늘 굶주리고 매를 맞는다는 아귀들이 모여 사는 세계)에 떨어져 있을 때,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목련이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큰 잔치를 벌였던 것이었다. 이 잔치를 모방하여 조상의 성불(成佛)을 기원한 것이 오본(お盆)의 효시다. 우란본(盂蘭盆)은 범어(梵語: Sanskrit어)인 '우란바나(烏藍婆拏, 烏藍婆那)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오본(お盆)에는 몇 가지 행사가 있다. 첫날(13일)의 행사가 '무카에 비(迎火)'다. 이는 저녁에 하는 행사로서 집 앞에 껍질을 벗긴 삼나무 가지로 모닥불을 피워놓고, 조상의 영혼이 길을 잃지 않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쇼로다나(精靈棚)'라는 행사는 제물을 차린 선반을 불단 앞에 올려놓는 것을 말한다. '다나교(棚經)'라는 행사는 승려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경(經)을 외는 것이다. 승려가 절을 떠나 집을 도는 이유는 조상의 영혼이 집에 돌아와 있기 때문이란다.


오본(15일)의 다음날인 16일 밤에 사찰의 경내에 남녀노소가 모여서 춤을 추는 것을 '본 오도리(盆踊り)'라고 한다. 이것은 지옥에서의 고통에서 벗어난 망자들이 즐겁게 흥을내는 상황을 연출해서 추는 춤이다. 이 춤은 오본 축제의 클라이막스에 해당된다. 최근 들어서는 사찰의 경내에 국한하지 않고 종교성을 띠지 않는 행사로서 진행되기도 한다. 역 앞의 광장이나 노상에서 지역민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형태로도 열린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 '본 오도리'와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시기를 다소 조절하는 경우도 있고, 신흥 주택지에서는 귀향하는 사람이 많아서 행사가 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종교성을 피하기 위해 축제의 이름도 '본 오도리'라고 부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도 이러한 행사가 점점 쇠퇴되고 있다고 한다. 야마다 아키라(山田章,  54세)씨는 "조상에게 제를 올린다든지, '마중의 불'을 피우는 행사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단지 객지에 나간 가족들이 모두 모여 성묘를 하는 것은 계속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고 했다.

민족의 대이동....안(安)·근(近)·단(短)


우리의 추석에 일어나는'민족의 대이동'이 일본의 오본(お盆)때도 일어난다. 양력 8월 15일을 전 후해 일본 열도가 들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를 하는 것만 아니라, 국민적 휴가 기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휴가를 '오본 야스미(お盆休み)'라고 한다. 신칸센은 물론 공항, 항구가 대 혼잡을 이룬다. 고속도로는 정체가 이어지고, 관광지나 리조트 타운은 대만원이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인하여 공항마다 북새통이다.


그런데, 이러한 황금연휴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은 물론 자가 운전자의 장거리 여행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국내여행자가 늘어난 것은 당연하고,
그 중에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근거리 여행자가 급증했다. 이를 일본의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은 "안(安)·근(近)·단(短) 지향 뚜렷하다"고 보도 했다. '싸게·가깝게·짧게' 휴가를 보낸다는 새로운 풍토가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JTB여행사에 의하면 오본(お盆)을 포함한 여름휴가 기간 동안 해외로 여행을 떠난 사람은 전년도 보다 17만 명이 줄은 225만 정도라고 했다. 고속도로를 이용한 귀성차량도 5년 만에 감소했다고 한다. 오본 기간을 포함한 8월 7일-8월 17일 사이에 전국 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약 16만대가 감소한 456만대로서, 전년 대비 3.4%가 감소했다는 발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추석은 요란스러운 휴가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고유의 명절이다. 조용하고 간소하게 보내는 것이 좋을 듯싶다. 개인적인 계획에 의해 여행을 간다고 할지라도, 멀리 해외로 떠나는 여행보다는 안(安)·근(近)·단(短)을 지향하는 여행도 고려해 볼만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입력 : 200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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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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