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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태모(胎毛) 붓(筆)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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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탄줘잉(김명은 역)이 쓴 책「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중 12 번째 할 일에 <추억이 담긴 물건 간직하기>가 있다....가난한 아버지는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송(宋)나라 때부터 내려온 '애장품 1호'인 '파이프'를 팔았다....... ‘밥을 구걸하더라도 파이프를 절대로 팔지 않겠다’던 아버지였다..........아버지의 여든 번째 생일날, 아들은 그 파이프를 다시 사서 아버지께 선물했다.

<15년 동안 이 파이프를 찾아 다녔습니다.>

<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파이프를 꼭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눈을 꼭 감았다. 아버지의 눈 꼬리에 걸려있던 눈물이 주름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눈물은 마치 아버지가 보내온 고난의 세월처럼 하염없이 이어졌다.>

<누구에게나 '추억의 물건'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물건은 지난 삶의 뚜렷한 증거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보물'이 되는 물건은 시간이 지나도 버리지 못합니다. 물건을 보면 추억이 되살아나고, 그 추억이 현재를 밝게 비춥니다. 추억이 담긴 물건 하나쯤을 소중히 간직해 보세요.>

 사람마다 추억의 물건이 있지만,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그만큼 가치가 있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지니는 사람이 그 가치를 모른다면 한낱 소모품에 불과하다. 아버지와 아들은 파이프의 가치를 인정했고, 그 가치를 부자간의 사랑으로 승화시켰다.

일생에 한 번 뿐인 붓

필자는 출장 중에 일본 친구인 나카무라(中村)대학 와타나베 아키라(渡邊 章, 61세)씨의 집에 갔다. 일본사람들은 좀처럼 집으로 손님을 데려가지 않지만, 와타나베(渡邊)씨는 그렇지 않다.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자연스럽게 맥주 파티가 벌어졌다. 10분 쯤 후에 방송사 출신인 오츠보 시게타카(大坪重隆, 66세)씨가 합류했다. 그들의 대화 중심은 우리 드라마 ‘허준’이었다. 그들은 약초를 찾아 첩첩산중을 헤매는 허준의 정신을 높이 샀다. 허준 드라마를 뜨문뜨문 가뭄에 콩 나듯이 보았던 필자는 이들과의 대화에서 밀려났다. 참새 방아간 이랄까? 한국 드라마의 마니아인 와타나베(渡邊)씨의 부인은 '스승이 자기의 아들이 아닌 허준에게 의술을 전수해주는 부분이 너무나 훌륭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던 중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로 흘렀다. 와타나베(渡邊)씨는 손자들을 위해서 '추억의 물건'을 만들었다면서 태모(胎毛) 붓(筆)을 들고 나왔다.

"아니, 어린아이의 뱃속 머리로 붓을 만들다니요?"
 
필자는 태모(胎毛)로 만들었다는 신비스러운 붓을 만지면서 물었다. 붓은 솜털처럼 부드러웠다.
"아기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5개월 무렵부터 머리털이 난다고 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 그 머리카락을 잘라 붓을 만듭니다. 한 번도 자르지 않은 부드럽고 고운 머리털.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귀중한 선물입니다."

와타나베(渡邊)씨는 태모(胎毛) 붓(筆)은 아이의 '추억의 물건'이자 소중한 선물이라고 했다. 어머니와 아이를 연결하는 귀중한 사랑의 증거라고도 했다. 어머니의 정이 담뿍 담긴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생후 6개월-1년 반의 머리카락으로 만들어

세계 모든 나라가 보석, 사진 등으로 아기들의 추억거리를 보관하거나 장식을 하지만, 머리카락으로 붓을 만든다는 것은 다분히 동양적인 '추억의 물건' 만들기다. 아무튼, 아기의 최초의 머리카락이라고 하는 것은 어딘가 신비스럽고, 특별하다고 생각된다. 일생에 한 번 밖에 만들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특별한 것이다. 약 300년 전 중국으로부터 일본에 전해졌다는 태모 붓은 생후 6개월에서 1년 반 사이 아기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만든다고 했다. 일본에는 이러한 붓을 만들어 주는 업체가 100여 개나 있다. 한 개당 값은 1만 엔(10만원)에서 부터 2만 엔(20만원), 3만 엔(30만원) 등 종류에 따라 값이 다르다. 하지만, 고급스럽게 만드는 호화 태모 붓은 제작비가 5만 엔(50만원)- 7만 엔(70만원)이나 든다고 했다.

제작 기간은 1-2개월 소요되는데, 머리카락의 양(量)은 어른의 새끼손가락 두께는 되어야 한다. 그러나, 머리카락의 양이 많을수록 제작이 용이하다고 했다. 머리카락의 길이는 5-6cm쯤 이면 된다. 일본의 한 제작업체 직원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태모 필을 제작 의뢰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고 했다.

일본인들은 자녀나 손자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태모 붓을 통해서 건강한 발육과 성장을 기원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대학 입학이나 성인의 날, 또는 아이의 결혼식 날에 살그머니 전해주는 선물로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얼마나 신비스러운 선물인가.
그리고 이 태모 붓이 서도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대체로 기념품으로 보관한다고 했다.

만드는 사람도 정성을 다해야

에도시대부터 5대째 태모 붓을 만들고 있는 나라시(奈良市) ‘주산도우(壽山堂)’의 사장인 오타(大田)씨는 "어머니의 태내에서부터 자란 아기의 머리털은 끝이 가늘고 뾰쪽합니다. 한번 가위를 대면 끝이 뾰쪽한 머리카락은 두 번 다시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태모 붓의 의미는 일생일대 한 번밖에 만들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는 또, "저희 가게에서는 연간 400-500개의 태모 붓을 제작합니다. 일본 전체적으로 100개의 제작사가 있는데, 일본 인구 중 몇 퍼센트(%)가  태모 붓(筆)을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만들지는 않습니다. 특별히 추억거리를 만들려고 하는 관심이 있는 사람만 제작을 의뢰합니다"고 했다.
오타(大田)씨는 "제작사의 입장에서도 아기의 훌륭한 성장을 기원하는 뜻에서 일필일필(一筆一筆) 정성을 다해서 정중하게 만든다"면서 붓대에 이름과 생년월일을 조각한다고 했다.
오타(大田)씨는 "모든 일에 정성이 있어야 하지만, 태모 붓을 제작하는데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정성스러움이 중요하다"고 재삼 강조했다. 여기에도 장인(匠人) 정신이 깃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추억은 항상 살아있으며, 언젠가는 빛이 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면서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언젠가는 살아 빛나는 정말로 좋은 추억을..........

입력 : 200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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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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