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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타임 리프(Time Leap)의 여인들-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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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단순히 놀러가는 것만이 아니다. 여행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르겠지만, 여행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행을 떠날 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커다란 보따리를 챙기기도 하고, 기대와 설렘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끝도 없는 설렘으로 잠을 이룰 수 없는 긴긴밤.... 하늘로 훨훨 날아가고 싶었다."


지난 주 일본에서 아줌마 다섯 명이 이러한 설렘을 가득 안고 서울에 왔다. 요즈음 유행어로 “엄마가 뿔났을까?” 그녀들은 불현듯 ‘깜짝 여행’을 왔다. 필자의 오랜 친구 '이노우에 신시(井上伸史)'씨의 부인인 '이노우에 유코(井上裕子, 57세)'씨를 비롯하여, 임업을 하는 '사토우 노리코(佐藤法子, 61세)'씨와 '사호 쇼우코(佐保章子, 60세)'씨, 표고버섯 농장을 경영하는 소노타 가츠코(園田和子, 52세)씨, 주류업을 하는 '가와노 미유키(川野 幸, 47세)'씨 등 다섯 명의 아줌마들이 휴가(?)를 왔던 것이다.

이들은 모두 규슈의 오이타(大分) 현에서 살고 있다. 오이타(大分)는 산림자원이 풍부하고 온천이 많은 곳이다. 대표적인 온천은 벳푸(別府)와 유후인(湯布院)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을 꼽는다면, 단연 벳푸(別府) 온천이다. 그리고, 문명의 흔적들을 찾는다면 오이타(大分)의 우스키(臼杵) 지역이다. 우스키(臼杵)에는 10-13세기에 만들어진 불상들이 많이 남아 있으며, 오래된 사원과 전통가옥도 잘 보존되어 있다.

'바람을 달리는 푸룬(prune) 클럽' -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실험실에서 우연히 시간을 넘나드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영화 · 드라마 · 만화 · 애니메이션 등 일본에서 인기를 누린 '츠츠이 야스타카(筒井康隆)의 SF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마음만 먹으면 시간을 넘나들며, 무슨 일이나 해낼 수 있는 타임 리프(Time Leap)-'
생각만 해도 심장이 쿵쿵거릴 일이다. 오이타(大分)의 여인들은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해외여행에서 짜릿한 타임 리프(Time Leap)를 경험했단다. 여행을 통해서 그녀들만의 또 다른 세계를 스스로 개척한 것이다.

이노우에(井上) 부인은 그녀들이 '푸룬 클럽' 멤버라고 소개했다. 총 10명의 회원 중 한국에는 다섯 명만 왔다고 했다. 필자는 클럽의 이름이 우리말의 ‘푸른’으로 알아듣고 잠시 흥분했다. 그러나, 우리말의 ‘푸른’이 아니라 서양 자두 ‘푸룬(prune)'이었다. 규슈의 오이타 현은 산이 많아 임업이나 과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은, 유럽 여행에서 드넓은 서양 자두(prune) 농장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그녀들은 보라색의 자두 향기에 취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라벤더(Lavender)' 향(香)에 취해 타임 리프(Time Leap)를 한 소녀처럼 우연이었다.>
 그녀들은 나무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흔들어 자두를 따기도 했다. 중년이후 처음으로 경험한 즐거움- 그것은 바로 '타임 리프(Time Leap)'였다. 이를 계기로 그녀들의 모임의 이름은 '푸룬 클럽'으로 명명하게 되었다.


한류의 현주소


이들과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한국 드라마로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욘사마(배용준)’였다. 특히 '이노우에' 부인과 '소노다' 부인의 경우는 ‘태왕사신기’에 대한 평가를 정확하게 내렸다.
“태왕사신기가 재미는 있었으나, 내용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러면서도 드라마에 나오는 광개토대왕에 대한 것과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 등 사신(四神)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필자는 땀을 흘리면서 답을 해야 했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 드라마를 단순한 오락적인 측면에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과 배경에 대해 꼼꼼히 짚으면서 본다는 것을 재삼 인지하게 되었다.


한국 드라마의 열혈 팬인 이노우에(井上) 부인은 "모 방송국에서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이 열연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드라마의 주제와 송승헌의 역할에 대해서 물었다. 이들의 정보는 우리 보다 더 빠르고 많다. 이들의 여행 일정도 한류 중심이었다.
첫째 날은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 되었던 대조영, 태조 왕건, 대왕세종, 일지매 등의 드라마 세트장을 답사했다.둘째 날은 전통혼례 체험과 사물놀이 공연, 무량수전을 관람하고, 오후에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보고 한류스타 류시원 생가를 방문했다. 하지만, 안동 하회마을의 ‘전통 탈’ 이야기 보다는 '배우 류시원의 생가를 방문했다'는 이야기가 더욱 떠들썩했다. 참으로 못 말리는 아줌마들이다.그리고, 마지막 날 '경주타워'를 답사하고 신라밀레니엄파크에서 '화랑의 도' 공연과 함께 전통공예체험을 한 후 서울에 올라왔다.

미지의 이웃, 마음으로 다가서야


‘산하(山河)의 풍경이 규수와 흡사했습니다. 그리고, 노랗게 물든 벼논의 황금물결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비빔밥, 김치, 불고기 등 한국음식이 너무나 맛있었습니다.’
‘수저로 밥을 먹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시골집들의 지붕이 너무 낮은 듯 했습니다. 그리고, 지붕의 곡선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한강이 이토록 크고 넓은지 미처 몰랐습니다.’
‘반일감정이 높다고 해서 걱정을 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들의 답변은 너무나 평범하고 첫 방문자다운 기초적인 답변이었다. 아무튼, 이들에게 한국은 미지의 세계가 분명했다.


일본의 유명작가 '츠치 히토나리(辻 仁成)'는 2005년. 공지영씨와 같은 제목의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내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한일 우정의 해를 비웃기라도 하듯 양국을 오가는 배에 불어오는 바람은 순풍만이 아니었다. 두 나라 사이에 가로놓인 역사의 어둡고 슬픈 강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서로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 젊은 세대는 분명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자의 생각도 그러하다. 양국 간의 관계는 진정으로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마음의 문은 혼자서는 열 수가 없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입력 : 20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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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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