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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가니고우센(蟹工船)의 부활?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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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게(蟹)가 세계적으로 4,0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는데, 일본 근해에만 1,000여 종이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거리를 걷다보면 커다란 게(蟹: 가니) 모형이 해바라기처럼 돌고 있는 음식점 간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가니 도라쿠(蟹道樂)’ 등의 게 요리 전문점이다. 일본 전국적으로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이 음식점에서는 게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찜, 사시미, 덴뿌라, 샤부샤부, 밥, 된장국 등 모든 것이 게(蟹)로 만들어 진다.
 일본에서는 게(蟹)의 이름이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것도 재미있다. ‘즈와이가니(바다참게)’의 경우 산인(山陰)·간사이(關西)지방에서는 ‘마스바가니(松葉蟹)’라고 하고, 간토우(關東)·후쿠이(福井)지방에서는 ‘에치젠가니(越前蟹)’라고 한다. 그것도 수컷의 경우를 말하며, 암컷은 ‘세이코’, '고우바쿠‘라고 한다. 맛이나 가격도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래도 겨울의 미각이 과히 '왕자 급'이라는 것이 일본사람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게(蟹) 중에서도 홋카이도(北海道)의 털게(毛蟹)가 유명 특산품이다. 이 털게가 특산품이 된 사연도 재미있다. 전쟁의 영향으로 생선의 물량이 달리자 한 노점상이 오샤만베역(長萬部驛)앞에서 이 털게를 팔게 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맛이 좋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 후 털게는 어부들의 그물에 상처를 내는 훼방꾼에서 '맛의 왕자'로 군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홋카이도(北海道)에서는 털게를 잡는 시기, 어획량 등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보호자원으로 취급되고 있다.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게(蟹)에 대해 이런저런 사연이 많다.

게(蟹)잡이 어부들의 반란


“이봐, 지옥에 간다는데!”


<두 사람은 갑판의 난간에 기대어 달팽이가 목을 길게 늘어뜨리는 것과 같은 자세로 바다를 껴안고 있는 하코다테(函館)의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어부는 손끝까지 닿도록 피운 담배꽁초를 침과 함께 뱉었다.>


요즈음 일본의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蟹)에 얽힌 소설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의 ‘가니고우센(蟹工船)’은  이렇게 시작된다.
 
<잡부가 있는 승강구를 위에서부터 들여다보면, 어두운 배 밑바닥의 선반(棚)에 새집으로부터 얼굴만 내미는 새처럼 웅성거리는 것이 보였다. 모두 14, 5세의 소년뿐이었다.>


“너 어디서 왔지?”
“xx마을”
<모두 같았다. 하코다테(函館) 빈민굴의 어린아이들이었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창작이 아니라 캄차카 연안에서 게를 잡아 그것을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가니고우센(蟹工船)인 핫코우마루(博光丸)에서 일어났던 실제 상황을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가 중편으로 엮은 것이다. 이 핫코우마루(博光丸)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아닌 통조림을 만드는 공선(工船)이었다. 그래서 이 배는 해양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육지의 공장이 아니라서 공장법의 적용도 받아 않았다. 통조림 제조 회사는 교묘하게 법망을 비켜가면서 저 임금으로 고가의 게(蟹) 통조림을 생산해 부를 축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해상의 폐쇄 공간인 가니고우센(蟹工船)에서 부당한 착취를 당해야 했다.


"담배 연기와 사람이 섞이어 있고, 탁한 공기, 냄새, 구멍전체는 그대로 변기통이었다. 끊어진 침상에 널려있는 인간이 구더기처럼 보였다."


<인간의 정(情)과는 거리가 먼 감독관인 아사카와(淺川)는 노동자들을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폭력과 학대, 과로와 질병에 의해서 쓰러져 간다. 노동자들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뭉치고, 결국 스트라이크를 단행한다. 경영자 측인 아사카와(淺川) 감독은 사태해결을 군대에 부탁한다. 해군은 주동자들을 검거한다. 국민을 지켜야하는 군이 자본가 측 편을 든데 대해 노동자들은 또 다시 투쟁에 돌입한다.>


“음, 한번 더한다!”


"그리고서 그들은 일어섰다. 한 번 더!"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의 재조명일까?

 

이러한 내용의 소설. 가니고우센(蟹工船)은 올해 들어 27,000부를 증판 했다고 한다. 이는 예년의 5배를 넘는 숫자다. 작가가 죽은 지 75년 만에 그의 소설이 새삼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류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이 되지 않는 '취직 빙하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살고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비정규 고용 등의 불안감이 고조된 것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젊은이들이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의 프로레타리아적 세계관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레타리아 작가인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 1903-1933)는 1933년 2월 경찰청에서 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다. 향년 29세의 나이였다. 소설 ‘가니고우센(蟹工船)’은 그가 죽기 4년 전인 1929년에 쓰여 진 소설이다.

 

와세다 대학의 '오카다 슌노스케(岡田 俊之輔)' 교수는 고바야시(小林)가 가니고우센(蟹工船)을 탈고한 다음날 프로레타리아 문학이론가의 서한에 소설의 창작의도를 명확히 밝혔다고 했다. 고바야시(小林)는 그 서한에 “제국군대-재벌-국제관계-노동자 관계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가니고우센(蟹工船)’은 참으로 좋은 무대였다”고 기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카다(岡田) 교수는 이 중편소설이 존재의 의의는 있지만 결함이 있다면서, “그 당시 노동자를 둘러싼 비참한 상황을 후세에 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현실에 대한 반항

 

일본의 한 언론인은 "착취계급이 일방적으로 차별적인 대우를 해서 거대한 이익을 얻는 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 측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고용관계를 형성했던 문제를 제기한 원점(原点)의 책이었습니다"면서 "젊은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그 당시의 어부들과 동일시(Identification)하면서 사회적 차별화에 대한 반발심리가 발동한 것입니다"고 했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그렇다면 기업경영을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이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지만, 이윤을 남기는 방법에 있어서 순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근로자들을 혹사해서 부당하게 이윤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0만이 넘는 일본의 젊은 프리타(비정규직)들은 일본사회의 현실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현실 반항'이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의 가니고우센(蟹工船)에 자연스럽게 승선(?)한 것이다.

일본의 식자들은 '지금의 상황이 빈곤 속에서 허덕이던 그 당시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심각한 일이 아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방관 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일본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일자리가 없어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는 보도(한국경제신문 8/19)다. 이들이 방황하지 않고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현실에 대한 반항'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입력 :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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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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