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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자살예고(自殺豫告) 편지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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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의 편지(便紙)가 일본에서는 ‘테가미(手紙)’로 쓰인다.
 손(手)과 종이(紙)라는 말이다.

 

 일본의 한 초등학생이 지난 11월 7일, 손(手)으로 종이(紙)에 쓴 편지(手紙)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이지메(집단 괴롭힘)」의 피해를 호소하며 자살을 예고하는 편지를 문부과학성대신(장관) 앞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辻仁成, 47세)는 편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편지에는 신기한 힘이 있습니다. 휴대전화, E-mail의 전성시대인 요즘에도 역시 중요한 일은 편지여야 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고 —

 그는 또, “편지로 밖에 전할 수 없는 마음이 있고, 편지이기 때문에 마음을 토로할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등 인생의 엇갈린 희비가 모두 편지 속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초등학생의 수제품(手製品)인 「자살 예고」편지는 일본 국민의 모두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지메가 원인(原因)인 자살증명서’

<문부과학성 대신(장관)님 —>

 

<저는 이지메의 원인으로 11월 11일 토요일에 자살할 것을 증명합니다.
 이 편지를 ①이지메를 한 사람들 ②클래스의 모두 ③담임선생 ④교장선생 ⑤교육위원회 ⑥이지메를 한사람들의 보호자 ⑦저의 양친에게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매스컴의 여러분께도 전부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이 편지를 쓴 이유는 살아가기가 싫어서입니다.
 이지메를 한 사람들은 아무도 벌을 받지 않습니다. 선생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선생님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 말하였지만, ‘참아라.’는 말씀밖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부모님과 선생님은 ‘너의 성격이 나쁘다’ 고 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11월 8일 (수요일)까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자살증명서」대로 자살을 하겠습니다.
 자살 장소는 학교입니다.>

 

 이러한 편지를 받고 그 누가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는 조속한 문제해결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 초등학생에게 ‘죽지 말고 살아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뜻에서였다.

‘연쇄적인 비극(悲劇)을 막자’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계속되는 ‘이지메 자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오사카(大阪) 중학교 1학년 여학생(12세)이 “나는 자살합니다. 목걸이는 언니에게 주세요.” 라는 메모를 남기고 아파트 8층에서 뛰어내려 숨졌고, 기타규슈(北九州)에서는 이지메 문제의 처리과정에서 추궁을 받던 초등학교의 교장선생이 자살을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편지를 보낸 초등학생은 자살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부과학성은 이 편지의 진위여부에 대해서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아무튼, 이러한 자살예고 편지는 일본의 전국 각지에서 날아들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학교·가정·교육위원회 등은 긴밀한 모임을 갖고, 이지메 방지대책을 세우기 위하여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지메 자살’은 학교 측의 미흡한 대책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집단 폭력」, 「바지를 벗기는 행위」등 음습한 행위가 되풀이 되고 있었지만, 담임선생은 대책을 수립하기는커녕 눈치도 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사(敎師)의 역할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국어·수학 등의 지식을 가르쳐서 학력 향상을 도모하는 것으로 교사의 역할은 끝난 것일까?
 아니다.
 ‘교사에 대해서도 재교육이 필요하다.’ 는 여론이 비등(沸騰)하고 있다.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고 인간의식을 배양하는 지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교육위원회에서도 「이지메 조기발견·지도 수칙」등의 대응 매뉴얼을 각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배포토록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 폭력 예방 대책 5개년 계획」을 시행한지가 1년이 지났다. 2005년 국무조정실의 조사에 의하면, 2004년 대비 학교 폭력이 34.6% ~59.3% 감소하였다고 한다. 학교 내의 CCTV 설치. 상담자원 봉사자의 배치, 지역별 상담 네트워크 구축, 학교 폭력 추방의 날 생사 시행 등의 결과라고 한다. (한국 교육 신문 11,25)
 하지만, 이러한 공식적인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하면 ‘전시성 대책’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성장기에 치르게 되는 열병(熱病)을 치유해 주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린아이들의 내면(內面)을 이해해야 .......

「러브레터」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岩井俊二, 43세)의 「리리 슈슈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가 일본 청소년들이 성장기에 겪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그려내었다. 이 영화는 이지메, 청소년 범죄, 폭력, 학교생활의 양지와 음지, 원조 교제, 등 십대 아이들이 사춘기에 치르게 되는 열병(熱病)을 시대 흐름에 맞게 묘사한 것이다.
 이지메를 당하는 청소년이나 이지메를 가하는 아이가 함께 겪는 일그러진 고통의 파편들이 뒤섞여 있다.
 문제는 일본의 어른들이 이지메에 대해 ‘외면하고 싶어 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이(岩井)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그 나이가 어떤 시절인가를 어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또 한편으로는 “어른들이 이 문제에 끼어들어서 해결하려고 난리를 치고 있지만, 아이들은 자기들의 세계 안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네 21)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츠지 히토나리는 “편지를 쓰는 데는 힘이 필요하다. 편지를 쓰면 희망이 생겨나고 생명력이 깃든다.”고 했다.
 자살예고(自殺豫告) 편지를 정성스럽게 쓴 초등학생에게는 분명 힘이 있고, 희망이 있으며, 생명력이 깃들어 있으리라고 본다.
 이러한 힘을 ‘죽으려는 용기보다는 살아가는 용기’를 북돋우는 데에 써야 할 것이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박인환, 목마와 숙녀)

 


입력 : 2006.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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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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