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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사랑 후에 오는 것들」과 일본이야기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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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계열 직원들과 독서포럼을 하고 있는 작가 공지영 씨.
섬세한 감성(感性)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작가 공지영 씨가 필자의 회사에 초청되어 ‘독서 포럼’을 한 적이 있다. 작가의 세계는 원가를 체크하고 매출, 영업 이익을 따지는 기업의 생리와는 너무나 다른 미지의 나라 같았다. 이 작가와 필자와의 인연이라면 이것이 전부다. 필자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주인공들이 한국과 일본의 청춘 남녀라는 사실에 관심이 쏠려서 단숨에 읽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소설 속의 여자 주인공인 ‘홍이’가 윤동주를 연구하는 문학 작가가 되기 위해서 일본으로 건너가는 설정이었다. “나는 윤동주의 시집(詩集)을 끼고 젊은 윤동주처럼 일본으로 향했다…. 만주 용정 출신의 이 젊은 시인이 얼굴까지 해사한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는 주인공의 당찬 모습이 연상되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결국 주인공은 가깝고도 먼 일본 땅에서 윤동주도 잊어버리고, 한글 학자인 할아버지의 분노도 잊어버린 채 일본의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요즈음 남녀 간의 사랑은 ‘춘향과 이 도령’같은 일편단심이 아닌 고무줄 사랑일까? 만나기도 잘 하고 헤어지기도 잘 한다. 소설 속의 두 사람이 열렬히 사랑하다가 깨지는 장면에서는 쇳소리가 났다. 요즈음 부딪치고 있는 한·일 관계처럼…. “너희 일본 사람들은… 다 그러니?” “그의 눈빛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 했다…. 일본영화에서 보았던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비수를 찌르는 사무라이(侍)의 심정을 나는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희 일본 사람들은? 몇 주 전, 일본의 후쿠오카(福岡)에서 만난 전 규슈 산업대학장 오무라 유키오(大村幸生, 75세) 씨의 이야기가 필자에게도 먹구름처럼 다가왔다. 필자와의 인간관계가 연결고리로 이어졌던 그의 조카딸(35세)이 한국인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마감하는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유인즉, 남편과의 문제보다는 ‘시부모와의 갈등과 문화적인 충돌’이 결정적이었단다. 아마도 「너희 일본사람들은…」이라는 말이 비수가 되어 그녀의 가슴에 꽂혔을지 모를 일이다. “너희 일본 사람들은?” “너희 조선 사람들은?” 이 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국 땅에서, 일본 땅에서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도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을 찾아서
이노카시라 공원의 봄풍경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처음 만나서 사랑을 했고, 또 헤어졌던 곳이 바로 이노카시라 온시(井の頭 恩賜)공원이다. 필자는 ‘도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라는 작가의 꾐(?)에 빠져 이노카시라 온시(井の頭 恩賜) 공원을 찾아 나섰다. 이 공원은 도쿄역과 신주쿠역에서 JR쥬오센(中央線)을 타고 기치죠지(吉祥寺)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5분. 또 게이오센(京王線)을 타고가면 이노카시라 온시 공원에 바로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필자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서 택시를 탔다. 택시 운전수는 우에노 공원, 히비야 공원 등 더 좋은 곳이 많은데 ‘왜 그렇게 먼 곳까지 가느냐?’는 것이었다.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일본이지만 택시요금은 더욱 살인적이다. 숨도 안 쉬고 시계 초침처럼 ‘째깍째깍’ 넘어가는 미터기가 얄밉기만 했다. 40분 정도 달렸을까? 기치죠지(吉祥寺)역이 가까워지자 도로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화려한 긴자(銀座) 거리와는 달리 서민들의 냄새가 묻어났다. 필자는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10권 정도 살 수 있는 택시요금을 지불하고 공원 입구에서 내렸다. 공원에 들어서자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깊은 산 속에 들어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노카시라 온시 공원 일대의 수목들은 막부(幕府)용 수풀(林)로 보호되었으나 메이지(明治)유신 후에는 동경부(東京府)가 매수하였다. 1913년(大正 2년)에는 황실용지였던 공원이 도쿄시에 하사(下賜)되었고, 1917년 5월 1일에 온시(恩賜―천황이 하사한 것을 의미함) 공원으로 일반시민에게 공개되었다. 이 공원 안에 있는 연못은 수량(水量)이 풍부하여 도쿄의 상수원(수원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우물(井)의 머리(頭)다. 봄에는 400여 그루의 벚나무에서 뿜어나는 벚꽃 향기와 연못에 드리운 아름다운 자태가 상춘객들을 유혹하고, 여름에는 초록색 잡목림의 이파리들이 손짓을 한다. 또한,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화려하며, 겨울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연못에 모여든다. 그리고 이 공원에는 재미있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청춘남녀가 이노카시라 연못에서 어울리면 그 커플은 헤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속의 주인공도 수 년 동안 헤어졌을까? 아무튼 작가는 이 공원의 아름다움을 잘도 그려내었다. "그가 내 인생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였을 무렵 하늘은 언제나 아주 파란 빛이었다. 흰 구름 한 점 없었다. 흰 베이비 파우더를 뿌려놓은 듯 한 벚꽃이 눈부시게 피어 있는 이노카시라 공원 근처의 골목길을 나는 자전거로 달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것은 흘러간 강물과 지나간 시간과 떠나간 마음이라는 데 밤마다 내 영혼만 호숫가를 서성이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라렸다. 혼자서 그의 집을 나오던 그날 밤. 공원길을 걸어 기치죠지(吉祥寺)역을 향하면서….> 이 공원의 관리소장인 다카모리(高森)씨는 한국의 베스트셀러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무대가 여기’라고 하자 깜짝 놀랐다. “아~ 그럼 한국에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시겠군요.” 하면서…. 필자는 공원의 아름다운 경치와 상큼한 공기를 듬뿍 마시고 다시 도심의 매연 속으로 줄달음쳤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슬프고 고통스러운 길을 돌고 돌아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그를 더 사랑해도 괜찮은 것이다”라면서 ‘사랑의 종착역’에 다다른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 오무라(大村) 씨의 조카딸은 한국 남편과의 결혼생활(5년)을 청산하고 아무도 모르게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났다. 필자는 공지영 작가에게 “한·일간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제가 알기로는 젊은 사람들은 과거사에 대해서 구애받지 않는 듯합니다. 한·일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두 나라의 사람들이 자주 만나고, 교류하고, 이해하고 나아가 소설속의 주인공들처럼 서로 사랑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요?” 공지영 작가는 글도 잘 쓰지만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물방울처럼 톡톡 튀었다. 그렇다. 민간차원의 교류가 쌓이다보면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닌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지 않을까?

입력 : 200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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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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