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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왓쇼이! 왓쇼이! 하카다의 마쓰리(祝祭), 야마가사(山笠)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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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스(中洲) 캐널시티에 설치된「장식야마」
일본의 마쓰리(祭り)는 우리의 축제(祝祭)에 해당된다. 축제가 이토록 많은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일본은 마쓰리의 천국이다.
일본에는 전국적으로 30만 개가 넘는 마쓰리가 있다. 365일 일년 내내 마쓰리 속에 빠져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쓰리는 주로 신사(神社)에서 개최되는 행사로서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 그러니까 신(神)과 인간과의 교감(交感)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마쓰리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요소인 신(神)을 태우는 가마, 수레, 화려한 장식, 흥을 돋우는 음악, 북소리 등을 보면 주술적인 인상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적인 마쓰리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변질돼 최근에는 자발적인 주민 참여 하에 대중적인 민속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3대 마쓰리를 꼽으라면 도쿄의 ‘간다 마쓰리(神田祭)’, 오사카의 ‘텐진 마쓰리(天神祭)’, 교토의 ‘기온 마쓰리(祇園祭)’를 들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하카다(博多, 후쿠오카의 옛 지명)에서 열리는 ‘기온 야마가사’(祇園山笠)를 가장 좋아한다. 남성적이면서 열기가 넘치는 분위기가 자못 흥미롭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주 일본 친구인 토 겐이치(藤賢一, 57세/ FJ도시개발 사장) 씨의 초청으로 하카다의 ‘야마가사’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오랜만에 만난 토(藤) 사장은 온천장에서 입는 유카다(浴衣) 같은 마쓰리 복장(法被) 차림으로 호텔 로비에 나타났다. 토(藤) 사장은 필자의 눈이 동그래지자 껄껄 웃으면서 “마쓰리 기간 중에는 이런 복장으로 어디를 나다녀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필자 외에도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맞이에 동분서주하는 토(藤) 사장의 모습을 보니 마치 ‘야마가사(山笠)’의 홍보대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필자는 매사에 열정적인 그가 너무 좋았다.

765년 동안 이어온 민속축제

신사의 경내로 질주하는「오이야마(山)」
야마가사(山笠)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765년 전인 서기 1241년(鎌倉時代)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하카다(博多)에 전염병이 창궐하여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 이때 중국 송(宋)나라에서 귀국한 승천사(承天寺)의 국사(國師)가 사람들이 맨 가마같은 틀(施餓鬼棚)을 탄 채 감로수를 뿌리고 다니면서 전염병을 물리쳤다고 한다. 그 가마가 오늘날 ‘야마가사(山笠)’의 형태로 발전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다분히 미신적인 요소가 많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는 세계적인 기술, 경제의 선진국이면서도 이런 전설적인 이야기를 사실로 믿는다. 다시 말하면 신(神)을 모시는 정성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최첨단 IT연구소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면서도 지신제(地神祭)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승상품은‘명예’뿐―

신사를 돌아 거리로 질주하는「오이야마(山)」
후쿠오카에는 7월 1일부터 도심 곳곳에 장식야마(山)가 설치되고 갖가지 의식이 거행되지만 ‘야마가사’의 하이라이트는 7월 15일 새벽이다.
그날은 참가자는 물론이고 구경꾼들까지 거의 밤을 지새운다. 새벽 두 시부터는 교통도 차단되고 신사 주변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장사진을 이룬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인원이 40만 명으로 추산된다.

새벽 두 시가 막 지나자 ‘오이야마’의 전사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신사(神社)로 모여들었다. 어떤 팀은 “오이사! 오이사!”하는 소릴 지르고, 어떤 팀은 “왓쇼이! 왓쇼이!”를 외친다.
새벽 4시 59분. 여명의 순간. “둥―” 북소리가 울리자 지축을 뒤흔드는 함성과 함께 ‘오이야마’의 맹렬 무리들이 신사의 경내로 돌진했다.

제 1진 에비스 나가레 (惠比須流)
제 2진 도이 나가레 (土居流)
제 3진 다이코쿠 나가레 (大黑流)
제 4진 히가시 나가레 (東流)
제 5진 나카스 나가레 (中洲流)
제 6진 니시 나가레 (西流)
제 7진 치요 나가레 (千代流)

이들이 경내를 도는 시간은 약 30초 전후다. 전쟁터를 나서는 장수들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경내를 돈다. 안내자는 각 팀별로 경내를 도는 시간을 체크하여 발표한다. 그때마다 약 2,500여명의 본부석 관람객들은 박수를 친다. 이어서 이들은 5분 간격으로 목적지를 향하여 줄달음친다.

‘오이야마’의 무게는 약 1톤, ‘오이야마’에 6명의 건장한 남자가 올라타고, 이를 매고 뛰는 사람은 약 30명 쯤 된다. 이들의 뒤에는 수백 명의 남자들이 뒤를 따르면서 응원을 한다. 이들이 달리는 거리는 5km. 대체로 30분에 주파한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죽을 각오로 뛸까?
자기 동네의 명예를 짊어지고 뛴다. 어깨의 피부가 벗겨져 벌건 피가 흐르기도 하고,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한다. 서일본신문의 한 기자는 이를 ‘농밀(濃密)한 인간관계의 결정체’라고 표현했다. 단결심, 협동심, 인내심이 한데 어울려 ‘화합’이라는 꽃을 피우고 하카다의 ‘자존심’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하카다(博多) 인간들만의 세계ㅡ. 그들은 이러한 전통을 765년 동안 이어왔다.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시원한 청량제 같은 민속 축제를 스스로 가꾸어 온 것이다.

올해는 제 3진 다이코쿠 나가레 (大黑流)가 29분 48초로 우승했다. 필자를 초대한 토(藤) 사장의 동네는 34분 59초로 꼴찌를 했다. 그래도 그들은 마냥 즐거워했다. 우승 상금은 없다. 단지 명예뿐이다. 우승의 영광이라면 구시다 신사(櫛田神社) 경내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1분 동안 ‘하카다 축하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축하가 경사스럽네. 와카마쓰(若松)여. 아카마쓰여.
줄기도 돋보이네 이파리도 무성하네
․ ․ ․ ․ ․ ․ ․ ․ ․
당신은 100까지, 나는 99까지
우리 다함께 살아가자 백발이 될때까지..>

야마가사(山笠)는 가야인들의 절규

고대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박병식 씨는 ≪일본어의 비극≫(1987년, 평민사)이라는 책에서 야마가사(山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린 바 있다.

“가야족의 일본 상륙은 기원전 500년 무렵이다. 규슈(九州) 북부지방에는 ‘야마’가 붙은 지명이 많다. 현 고령(경북)지방에 해당되는 미오사마국(彌烏邪馬國)이 가야국 최초의 맹주(盟主)였다. 일본인들은 미오사마국을 ‘미오 야마코쿠’라고 한다. ‘야마가사(山笠)’는 ‘야마에 가자’라는 우리말에서 [ㅈ]이 [ㅅ]으로 변화되어 생긴 말이다. ‘야마가사’는 고향을 그리는 가야인들의 심리를 반영한 말로서 그들이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절절한 염원을 토로한 절규의 목소리다”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오이사! 오이사!”, "왓쇼이! 왓쇼이!“라고 외치는 하카다(博多)인들의 함성이 필자에게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입력 : 200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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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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