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이 날아다닐 때 우리나라의 민간 항공기는 아무 대책도 없이 위험지역을 날았던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국내 항공사와 선박회사들은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후 10시간 동안이나 정부로부터 미사일 위험에 대하여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민간 항공기와 선박들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되어 문제의 해역을 아슬아슬하게 비행, 혹은 항해하고 있을 무렵 일본의 기업들은 나름대로 위기관리(危機管理) 시스템을 즉각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의한 미사일 발사 정보를 접한 일본의 항공회사와 전력회사들은 위기관리와 안전 대책을 철저히 이행했다고 한다.
"매뉴얼만 있으면 무엇하는가?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지…."
그들은 이런 정신으로 전 사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전일본(ANA)항공은 7월 5일,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동해 상공을 우회하는 항로로 항공기들을 운항토록 했고, 일본항공(JAL)도 즉각 항로 변경 조치를 취했다. 미사일이 떨어진 동해(東海)에 인접해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가지고 있는 간사이(關西)전력은 정보 수집을 공유하는 TFT(Task Force Team)을 발빠르게 가동시켰다. 일본의 국토교통성은 즉각 위기관리 연락실을 설치하고 각사에 미사일 경계령을 내렸다. 가와사키기선(川崎汽船)은 자사 소속 컨테이너선의 운항 경로를 점검했다.
언론의 책임?
이토록 철저히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언론은 정부의 늦장 대응을 꾸짖는다. 중앙정부의 미사일 관련 정보가 지방자치 단체에까지 도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부는 뭐라고 대답할까? 우리 기업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정부는 쓸데없이 언론(言論)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을 언론 탓으로 돌리고, 또 “일본이 호들갑을 떤다”고도 했다. 그것보다는 일본의 속내를 파악하는것이 보다 더 중요할것 같다.
일본의 쿄도PR(주) 시노자키 료이치(蓧崎良一, 위기관리 전문가. 61세) 씨의 말이다.
“독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문제를 기사화 하는 것이 언론의 생리다.”
우리의 머리 위에 지진보다 더 무서운 미사일이 날아다닌다고 가정해보자. 일본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전일본(全日本)항공사에 근무하고 있는 니시무라(西村, 53세, 가명)씨의 대답이다.
“정말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에는 많은 사람이 타고 있으니까요.”
그 순간에 우리나라의 여객기는 ‘아찔’비행을 했다. 우리 속에 내재되어있는 ‘괜찮아.’의 문화가 엄청난 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한다.
위기상황시 대응 5원칙
시노자키(蓧崎) 씨는 위기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낙관적인 시나리오보다는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고 대책수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한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위기상황 발생시 대응 5원칙을 들어보자.
① 거짓말이나 은폐를 하지 않는다.
② 리스크(Risk)의 평가를 정확하게 한다.
③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여 복수의 대책을 수립한다.
④ 스피드가 생명이다.
⑤ 보도 기간의 단축을 도모한다.
그리고 솔직한 사죄와 책임표명,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을 제시해야한다는 것을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 발생시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남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떠오르는 시(詩)가 하나있다.
이바라기 노리코(茨木則子, 1926~2006)의 ‘자신의 감수성 정도는’이다.
<바싹바싹 말라가는 마음을
타인(他人)의 탓으로 돌리지마라
서먹서먹해졌다고
친구의 탓으로 돌리지마라
짜증난다는 것을
근친(近親)의 탓으로 돌리지마라
뭔가 서툴렀던 것은 내가 아닐까?
초심(初心)이 스러진다는 것을
세상의 탓으로 돌리지마라
원래부터 나약한 의지(意志)에 불과했다.
안 되는 것 모두를
시대(時代)의 탓으로 돌리지마라
겨우 겨우 빛나는 존엄의 포기(抛棄)
자신의 감수성 정도는 자신이 지켜라
어리석은 자여 ― >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덕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 쳤다』 (김기림의 길)
위험한 일은 항상 길에서 생긴다. 하늘의 길, 바다의 길에서. 땅의 길에서.
우리 기업의 위기관리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 다함께 반성해보자.
그리고 우리의 전매특허인 ‘빨리 빨리’를 위기 상황에도 적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