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0월 30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긴급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한 뒤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비극적인 이태원의 핼러윈 참사는 일상을 온통 헝클어트렸다. 하지만 참사 이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윤석열 정부는 비교적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치적 갈등이 심화된 탓에 또 이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도 없다. 참사 당일 잇단 신고 전화에도 경찰이 부실하게 대응한 것은 대통령도 격앙할 만하다. 해당 용산경찰서장은 직위해제 등 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렇게 행정은 행정대로 차분히 대응을 해나가는 와중에 참사를 대하는 시민의식도 돋보였다. 온라인상에서는 온갖 악플과 조롱, 가짜뉴스가 돌지만 현실에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접할 수 있다. 참사현장에 마련된 애도공간에서 윤석열과 이상민을 욕하거나 문재인 탓을 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이 안 된다. 세월호 참사 겪은 시민들이 참사의 정치화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탓이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를 정치화하는 바람에 유족들이나 피해자들은 물론 시민들도 여간 마음고생을 한게 아니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생떼 같은 학생들과 승객 300여명이 참변을 당했으면 사고원인을 따지고 불법을 수사하고 보상과 배상을 하고 하는 대책을 순차적으로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무리한 선박 증개축으로 평형수까지 줄여서 화물을 과적을 하고 거기다 승객들을 태워서 운행을 한 민간해운업자의 책임은 뒷전이었다.
물론 해경과 승무원들이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승객 전원의 구조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책임한 선장과 선원들, 그리고 초기 대응에 시간을 허비한 해경은 합작해 화를 키웠다. 객실에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방송 대로 승객들이 가만 있는 무책임한 선장을 먼저 도망을 쳤고 해경과 정부는 허둥대다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 초기대응 실패가 곧바로 국민들의분노를 일으켰고 참사의 정치화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그 상황은 곧바로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으로 옮겨갔다. 박근혜 반대파인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세월호 7시간을 줄기차게 물고늘어졌다. 언론과 산케이신문 등은 결혼도 안한 여성 대통령의 내밀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괴롭혔다. 세월호는 그렇게 야권 정치세력과 그 뒷배인 거대한 좌편향 이념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을 해 버렸다. 세월호 참사는 그렇게 일반 시민 대중의 거부감으로 차츰 자리잡아간 것이다. 지금 시민들이 “여기는 추모 공간이다. 희생자의명복을 비는 것이 먼저”라면서 정치꾼들을 앞서서 몰아내는 이유도 이런 경험칙이 발동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 세월호 참사를 제멋대로 요리하던 그 세력들이 다시 준동을 하고 있다. 민주당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참사 직후만 해도 “애도가 먼저”라고 했던 민주당 지도부는 이틀만에 정부 비판으로 돌아섰다. 이재명 대표는 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명백한 인재이고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가 맞는다”면서 “철저히 사고를 규명할 때”라고 했다. 이 대표는 어찌보면 세월호로 가장 큰 재미를 본 사람이다. 지난 2016년 탄핵 정국에서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은 업무상과실치사,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고발을 했다. 그 사이다 발언으로 이후 대선주자 ‘빅3’로 올라섰다. 박근혜 탄핵 집회에서 형수에게 쌍욕을 하던 솜씨를 발휘해서 사이다 정치인으로 올라선 것이다.
‘문빠’(문재인파) 이제는 ‘명빠’(이재명파)의 ‘정신적 대통령’으로 불리는 김어준 씨는 이번 참사가 반가운 것 같다. 연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서 윤석열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 김씨는 이제 가짜뉴스 제조기, 괴담 제조기로 통할 정도가 됐다. 세월호 때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로 가짜뉴스를 만들었고 세월호 7시간 의혹 제기에도 앞장을 섰다. 이번에는 문재인 정권때 그때가 2017년인가 2018년인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라면서 이태원 행사에 일방통행을 실시했다고 우겼다.
하지만 경찰은 지금까지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일방통행을 실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가짜뉴스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작년 일방통행으로 보인 것은 코로나로 인한 국가방역시스템상 QR코드를 찍기 위해 시민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 것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매주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했던 좌파단체 촛불행동 등은 느닷없이 집회 이름을 바꿨다. 이번 주말에는 이태원 참사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10여 차례 열린 집회는 주로 취임 6개월도 안된 대통령 탄핵 집회를 개최했다. 그 근거는 ‘대통령 탄핵에 동의한다’ 53%가 나온 넥스트위크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였다. 이 조사는 광주KBS 등이 의뢰한 조사였다.
10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이처럼 과거 세월호 참사를 정치화했던 세력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를 ‘제2의 세월호’로 만들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를 이들 세력들이 정쟁에 이용하면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반응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월호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돌아간 거액의 배상금과 보상금, 시내 기억의 공간 설치를 둘러싼 갈등, 세월호 특별법에 이은 사회적 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한 거부반응 등 거론하기도 벅찰 정도다. 실제 세월호 특조위에 이어 설치된 사회적 참사 특조위는 3년 9개월간의 활동기간에 550억원의 예산을 쓰고도 세월호 관련 보고는 “달랑 5줄”이라는 비난을 샀다.
그런데 야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피해자에게 장례지원금 1500만원과 위로금 2000만원씩 준다고 하니까 왜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느냐고 하는 볼멘소리를 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위선’이라는 지적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이태원의 참사는 결코 제2의 세월호가 돼서는 안된다. 앞서 애도공간에서 “여기는 추모의 공간이고 명복을 비는 게 먼저”라던 시민의식을 조금만이라도 생각한다면 제2의 세월호를 꿈꾸지는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