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2월 15일 오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제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동대구역 광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대선 후보들의 지역별 판세는 옷차림새에서부터 드러났다.
후보들이 우세 지역에서 유세할 땐 소속당의 선거 유니폼, 불리한 곳에선 정장 등의 차림으로 나섰던 것이다. 늘 그랬던 건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이같은 방식을 따랐다.
2022년 대선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옷차림새는 지역별로 비교됐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권에서 유세할 때 선거유니폼인 빨간색 점퍼를 입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같은 지역에서 유세할 땐 정장 차림을 하거나 추운 날씨 때문에 외투를 입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에선 정반대였다. 윤 후보가 정장 혹은 외투를, 이 후보는 유니폼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섰던 것.
2022년 2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수도권에선 두 후보가 지역에 따라 정장이나 외투, 점퍼를 바꿔 입었다. 그만큼 지역별로 판세 유불리가 달랐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후보의 경우 서울 강남지역을 찾을 땐 빨간색 점퍼를 입었으나 경기 부천에선 외투 차림으로 유세전을 벌였다.
이처럼 지역별 판세에 따라 옷차림새를 달리하는 것도 선거전략이었던 셈이다. 열세지역에선 후보의 소속당을 부각시키는 게 득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당의 유니폼을 입지않은채 후보이미지 부각에 더욱 주력함으로써 지지율을 높여보겠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이런 전략은 선거 현수막이나 유세 차량 등에 표시된 당명의 크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1997년 12월 16일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거리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이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97년 대선 때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DJ) 후보는 유세차량에 ‘새정치국민회의’라는 당명은 눈에 제대로 띄지 않을 정도로 작게 표기했던 반면 ‘준비된 대통령’을 크게 부각시켰다. 국민회의와 DJ에게 불안감을 갖고 있던 보수 유권자들을 의식했던 것이다.
국민회의와 후보단일화(DJP)를 통해 공조했던 자민련의 경우 ‘김대중’보다는 ‘공동정부’라는 점을 더욱 부각시키며 보수적인 표심을 설득했다.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2002년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 인천 경기 등 3개 시도지부 합동후원회에 함께 참석했다. 이날 노, 정 두 후보가 민주당 및 통합21 지도부와 함께 단상에 올라가 손을 맞잡고 단일화 의지를 과시했다. 사진=조선일보DB
2002년 대선 때도 그랬다.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거리 유세에선 ‘노무현’보다 ‘국민후보’라는 슬로건이 가장 눈에 띄었고 당명은 차량 모퉁이에 작게 표시됐다. 선거홍보물에선 ‘새로운 대한민국’을 집중 부각시켰다. 지역주의 극복을 내세웠던 만큼 호남기반 정당인 ‘새천년민주당’보다는 국민 후보라는 점 등을 부각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해 대선정국에서 치러졌던 지방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에 참패한 상황이기도 했다.
노 후보와 달리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유세차량에는 ‘이회창’이 가장 부각됐고 당명은 그다지 눈에 띄지않았다. 이 후보가 보수정당 소속임에도 개혁적 이미지를 부각시켰던 점과 맞물려 있었을 법하다. 선거 홍보물에 자신의 이름 석자가 대선 슬로건인 ‘나라다운 나라’보다 크게 표시됐던 것도 노 후보와 차별화 됐다.
이때만 해도 선거에 공식 유니폼이란 것은 없었고 어깨띠를 두르는 정도였다. 그래서 2022년 대선과 달리, 노 후보나 이 후보나 텃밭인 호남과 영남에서 유세할 때도 정장차림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선거 유니폼이 등장한 것은 2007년 대선 때부터였다.
1997년 9월 24일 신한국당 당무회의에서 강삼재총장(오른쪽)과 이해구 정책의장이 새로 제작한 이대표의 포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이제는 대선뿐만 아니라 다른 선거에서도 선거 유니폼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게 되자 이당 저당 옮겨다닌 때문에 유니폼을 바꿔 입어야 했던 후보까지 눈에 띄였다.
정당이 배제된 교육감선거라면 다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교육감선거 출마자가 유력 정당의 유니폼과 흡사한 색깔의 점퍼를 입기도 했으며, 심지어 선거때마다 그런 식으로 바꿔가며 입는 경우까지 봤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탈법 논란을 감수하면서 까지, 유력 정당의 곁불을 쬐려했던 셈이다. 이럴 바에는 교육감선거에도 정당 공천을 합법화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기도 하다.
2022년 3월 10일 새벽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결국, 후보들의 옷차림새부터 유세차량, 홍보물 등 선거판에서 비쳐지는 온갖 장면이나 발언에는 전략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 후보가 토론회 등에서 설사 농담을 건네더라도 가볍게 받아넘겼다간 뒤통수 맞을 지 모른다.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내가 쓰러져야 하는 전쟁터란 걸 잊는 순간, 상대 전략에 말려들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