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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대의 ‘되짚기’】 대선 뒤흔들 의혹은 내부에서 불거진다

서봉대  정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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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0월 6일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국민회의 정동영의원이 이회창 차남 이수연씨의 병적 기록표를 보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예선에서 여러 팀들을 상대로 경기를 치르다보면 팀의 약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그것들은 결승에서 상대 팀의 주요 타깃이 된다. 이들 약점을 통해 결승이 어떤 식의 공방전으로 전개될 지까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정권을 놓고 맞붙는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선전인 당내 경선에서 의혹이 크게 부각됐던 후보가 본선에 올라갈 경우 선거전은 의혹을 둘러싼 공방전으로 치닫기 일쑤였다. 의혹이 본선에서 또 다른 의혹들과 맞물리게 되면 판세를 더욱 흔들었고, 승패를 가른 핵심 변수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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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7월 29일 오전 신한국당 당직자 회의에서 이회창 대표가 아들 병역문제로 심기가 불편한 듯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조선일보DB

 

1997년 대선 때가 그랬다. 집권당인 신한국당(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변경)의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면제 의혹은 당내 경선에서 불거졌으나 대선 본선 막판까지 확산되면서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경선 직후만 해도 아들 병역 의혹은 그다지 부각되지 못했다. 당내 경선 승리를 계기로 대선정국에서 일찌감치 대세론을 구가했던 이 후보가 서둘러 불씨 차단에 나섰던 것이다. 한 토론회에 초청받은 그는 병역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함으로써 의혹을 가라앉히는 데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자민련이 신한국당 경선 직전 터졌던 비무장지대 총격사건을 지렛대로 병역면제 의혹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했고, 국민회의 측은 관련 자료들까지 제시하며 표심을 뒤흔들었던 것이다. 


급기야 이 후보의 지지율은 반토막 나버렸고 후보교체론에 시달릴 정도로 궁지에 내몰렸다. 


자민련 대선후보였던 JP(김종필)가 오히려 ‘역풍’을 우려, 당직자들을 불러 더 이상 쟁점화시키지 말라고 지시하기까지 했을 정도였으니 당시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집권당의 후보가 교체되면 대선구도가 바뀌고 판세가 흔들리면서 오히려 야당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게 JP 판단이었다고 한다. 신한국당 후보를 이 후보로 계속 묶어둬야 정권교체 승산이 높다고 봤던 셈이다. 당시 자민련과 국민회의는 DJP(김대중-김종필) 후보 단일화 협상을 벌이고 있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선거전 막판 야권 단일후보였던 DJ를 접전양상으로 따라 붙었으나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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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19일 국회 본관앞에서 국민회의 자민련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김대중 대통령 당선 환영행사가 열렸다. 김대중 당선자와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박태준 총재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신한국당 경선과 달리 국민회의 경선은 일찌감치 DJ의 압승이 예상됐을 정도로, 형식적 통과의례에 그쳤던 만큼 의혹들이 제기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DJ 대선행보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던 비자금 의혹이 터지기는 했으나 경선 때가 아니라 투표를 2개월 앞둔 본선 막바지였던 데다, 당시 검찰총장의 수사유보 발표로 대선정국에서 묻혀버렸다.


2022년 대선에서도 재연됐다. 후보 경선에서 불거졌던 의혹들이 본선 막판까지 후보들을 흔들었고 판세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것.


1997년과 달리 여야 경선이 모두 치열했던 만큼, 양쪽에서 선출됐던 후보 모두가 대형 의혹에 휩싸였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 대장동지역 개발비리 의혹으로 선거전 내내 시달렸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시절 대장동 개발특혜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인데, 당내 경선에서 경쟁후보 캠프 측이 언론에 제보함으로써 불거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과 이 후보측은 대장동 비리사건의 핵심 인물 녹취록을 근거로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문제 등을 거론하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몸통”이라는 식으로 역공에 나서기도 했으나, 등돌린 표심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윤 후보 역시 당내 경선때 불거졌던 무속 논란으로 대선기간 곤경에 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후보경선 TV토론 때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기고 나와 논란을 초래했는데, 당시 윤 후보는“지지자가 TV녹화 직전에 써준 것이라 지울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뒤이어 경선 후보들은 “항문 침” “천공 스승” 등을 거론하며 논란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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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6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손바닥에 새긴 '왕(王)'자 논란 사진을 띄우고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무속논란은 본선에서 더욱 확산됐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이 후보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 


민주당 측은 “윤핵관은 무당이고 왕윤핵관은 부인인 ‘무당 선대본부’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며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주최했던 행사에 건진법사의 딸이 스태프로 활동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공세수위를 한껏 높였다.


결국 1997년이든 2022년이든, 대선판을 뒤흔든 의혹들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터졌다. 대선 행보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상대 당이 아니라 소속당의 경쟁 후보들 측에 있었던 셈이다. 


진짜 적(敵)은 내부에 있다고 하지않는가.

입력 :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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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대의 되짚기

jisang3@daum.net 경북 청송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국민일보에 입사한 이후 2020년 뉴스 1 부국장을 마지막으로 30년 언론인생활을 마무리했다. 정치부장, 정치선임기자 등으로 여의도 정치권과 청와대, 총리실 등을 취재하고 후배 기사를 데스킹하는 데 20여년을 보냈다. 현재 민간연구원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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