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1월 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경기도 수원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국민캠프 경기도 선대위 및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그들만의 리그였다.
대선캠프 얘기다. 2022년 대통령직 인수위 멤버들만 해도 그렇다.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인사들중에선 이른바 ‘윤핵관’ 등 캠프 실세쪽과 가까운 사람들이 인수위에 속속 등용됐던 것이다.
정부 요직 임명도 이들중에서 우선적으로 발탁됐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6.1 지방선거 후보공천 과정 역시 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들이 선거캠프에서 그런 자리(혹은 후보공천)를 차지할 만큼 뛰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같은 리그에는 캠프 참모들중 어떤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을까?
무엇보다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후보 측근과 가까우면 리그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측근과 직접 연결되지 않더라도 한 다리 건너면 닿을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측근까지는 아니더라도 캠프 요직을 차지한 인사와 연(緣)이 닿아도 된다.
때문에 대선 캠프 초기부터 내부적으로 세력별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캠프가 짜여질 무렵 핵심 인사쪽에서 활동했다가 이 인사가 내부 경쟁에서 밀려나는 바람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던 사람들도 있다.
결국 확실한 캠프 실세와 닿는 게 중요하다. 대선 캠프에 몇 차례 참여했던 지인은 “선거 사무소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만 봐도 어느 쪽으로 내부 권력이 쏠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며 “후보가 당선된 후 확실한 자리를 챙기려면 캠프 내부 풍향을 제대로 간파,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경력, 그것도 이겼던 선거에서 뛰었던 사람도 리그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들은 후보 측근이나 캠프 핵심들과 연결돼 있기 일쑤다.
과거 이겼던 선거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캠프에서 또 다시 핵심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과 자연스레 끈끈한 연이 이어지고 대선후에도 제대로 자리를 챙길 공산이 커지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연은 대선 캠프를 꾸릴 때부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캠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려면 자신의 세력을 키워야 하는데,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과거 대선에서 자신과 함께 일했던 쪽이다.
이처럼 그들만의 리그는 캠프 태동때부터 짜여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캠프에서 뛰었던 지인들을 만날 때 자주 듣는 말이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말인데 선거판이라고 틀릴 리는 없다.
하지만 이를 곱씹으면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화시키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아줄을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찌감치’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줄을 제대로 설 기회 자체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물론, 이같은 리그에 들어가지 못한 캠프 인사들이라고 모두가 찬밥신세가 되는 건 아니다. 대선 승리로 리그에서 뛴 ‘선수’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난 후 공기업이나 정부 산하기관 등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해도 이들이 들어갈 문은 선수들보다 좁을 수밖에 없다. 대선 초기부터 당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지 않았거나, 특히 당내 후보경선에 졌던 쪽에서 뛰었다가 합류한 경우는 그 문이 더욱 좁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빗대어 누구는 성골이니, 진골이니, 6두품이니 하는 신라시대 골품제가 회자되기도 한다.
때문에 대선이 끝나면 리그밖의 사람들은 대통령 임기내내 자신을 불러주기를 기다리는 ‘희망 고문’에 시달리게 된다. 늦게라도 호명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끝내 고문만 받다가 5년을 보내기도 한다.
게다가 이번 대선처럼 보수 측이 집권할 경우엔 선거 참모들이 자리를 얻기가 더욱 어렵다.
과거 민주당 계열 정권이 집권했을 경우엔 이전 정권 때보다 자리를 더 늘려 논공행상을 했고 이를 통해 선거참모들을 비롯해 우군을 제대로 챙김으로써 지지세력을 넓혀갔다.
반면 국민의힘 계열 정권이 들어섰을 땐 전문성 등 각종 이유를 들어 있던 자리도 줄였고 때문에 선거참모들의 불만이 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군을 제대로 챙겼더라면 국정농단 정국에 일방적으로 휩쓸리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들도 있다.
이런 대선 캠프의 민낯을 모르고 줄서려 애쓰다가는 선수들을 위한 들러리가 될 수 있고, 후보가 당선돼도 대통령 임기동안 “혹시나?”하는 희망고문에 오랫동안 시달릴 수 있다.
그러니 대선 캠프에 참여하려면 후보 측근이나 핵심 인사가 돼야 한다. 그게 안되면 이들을 동아줄로 삼을 수는 있어야 한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캠프라고 별반 다를 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