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광한 시장(왼쪽)과 이상곤 칼럼니스트. 사진=이상곤
지난 대선 때 이재명의 천적(天敵)으로 통하는 사람이 세 명이 있었다. 대장동 특검 천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한 ‘재야의 대부’ 장기표와 ‘대장동 1타 강사’ 원희룡, 남양주 시장 조광한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조광한이 사라졌다. 대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지난 2월 15일 조 시장은 이례적으로 선거법 위반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조 시장은 “대통령 선거 전에 내 입을 닫으려고 구속시킨 것”이라며 “당원 400명 모집했다고 현직 시장을 구속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분노했다. 당시 조 시장 법정 구속은 정치적 외압 의혹을 낳기에 충분했다. 조 시장은 경기도 31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당시 경기지사 이재명과 대립각을 세운 유일한 사람이다. 이 지사가 지난 2020년 전국 최초라고 밝힌 하천계곡 정비사업은 이미 조 시장이 2018년 시작해 2019년 남양주에서 최초로 완성한 사업이다. 나중에 이 지사도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 이 사실을 인정했다. 경기도 재난지원금 지급도 조 시장은 지역화폐로 지급하라는 이 지사 정책에 반대해 현금 지급을 강행했다. 경기도는 그러나 특별감사로 논란을 더욱 키웠다. 결국 보복성 감사라는 지적을 받았고 이 지사는 사적 감정으로 직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조광한이 구속 57일만인 지난 4월 12일 보석으로 나와 시장직에 복귀했다. ‘이재명의 저격수’ 조광한의 재등장은 이재명에게 결코 달갑지 않다. 조광한은 최근에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는 탈당의 변에서 “2년 가까이 많은 상처와 당내 모욕을 받았다”며 “지금 민주당까지는 도저히 사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친(親)이재명계가 장악한 민주당을 말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 6월 1일 있을 남양주 시장 선거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 조 시장의 무소속 출마는 대선 패배 후 보궐선거 출마를 통해 재기를 모색하는 이재명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남양주 시장 시절 자신을 공개적으로 반대해온 조 시장이 자신을 저격하고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난 조 시장의 일성(一聲)도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였다.
조광한 시장. 사진=이상곤
다음은 조광한 시장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는 왜 그렇게 부닥쳤나?
▲ 남양주 시장으로 이재명을 겪으면서 이런 사람은 정말로 공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초단체를 압박하고 강요하는 모든 정책이 포퓰리즘이었다.
-그러면 언제부터 이 지사와 틀어진건가.
▲ 처음 틀어진 것은 지하철 4호선 연장구간 분담금 때문이었다. 처음 도시철도 사업으로 시작된 것이 국가시행 광역철도 사업으로 바뀌었는데 하도 억지를 부려 남양주가 420억 추가 부담했다. 원래 5대 5로 부담하면 되는데 내가 고집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하면 정시 개통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의 피해는 막아야 했다. 그때부터 (이재명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 (경기도가 남양주시에) 세금추적반을 늘리라고 했다. 소액 체납자는 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사람들이다. 고액 체납자도 많은데 소액 체납자를 추적하라는 것도 싫고 잔인하다 생각해 안한다고 버텼다. (이재명은 세금 추적반으로) 나중에 일자리를 몇 개 늘렸다고 자랑할 생각이었다. 계속 제동을 거니까 기분 나빴던 모양이다. 그리고 재난지원금 문제다. 우리가 목돈을 만드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건데 10만원씩 나눠주면 그게 무슨 ‘재난 기본소득’이냐? ‘재난 기본용돈’이지. 그리고 경기도는 지역화폐로 주라고 했지만 나는 현금으로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현금수요도 많고 당시 지역사랑 상품권 업체는 이재명과 유착관계 의혹도 있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경기도가 남양주시를 특별감사한 건가?
▲ 재난지원금 현금 지급 후 감사를 나왔다. 원래 (남양주시의) 소극 행정을 감사한다고 나와서 내 업무추진비와 판공비만 들여다봤다. 그런데 나는 시장 취임한 날부터 지금까지 법인카드를 갖고 다니지 않는다. 비서가 갖고 다니며 규정에 맞게 쓴다. 설령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내 비용만 카드로 낸다. 그러니 이잡듯 뒤져도 나오는 게 없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적발한 것이 커피 상품권 2만5000짜리 20장이다. 그걸 갖고 담당직원을 중징계했다.
조광한 시장. 사진=이상곤
-경기도 감사는 이후에도 집요했는데?
▲ 남양주시가 재난지원금을 현금지급한 이후에 감사를 9번이나 나왔다. 더 할 뻔했는데 9번밖에 못한 이유가 계속되는 보복성 감사가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지적 때문이었다. 감사 기간에 8급 여직원을 컴퓨터 앞에 세워놓고 로그인하라고 하고 누가 댓글을 지시했는지 닦달했다. 이 직원은 계곡 정비 사업을 전국 최초로 한 것은 경기도가 아니라 남양주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래서 이재명 지사와 각을 세운 건가?
▲ (여기서 그는 분을 참지 못한 듯 심한 욕을 섞으며) 결코 (이재명이) 대한민국을 망가트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게 내 소명감이고 사명의식이다. 쓰레기는 포장을 그럴듯하게 한다고 쓰레기 아닌 게 아니다. 이재명 지지자들에게도 ‘정신차려라’ 이렇게 외치고 싶다.
-남양주시장 선거 무소속 출마를 굳혔는데
▲ 변호사와 상의해 남양주 시장 선거에 나가기로 했다. 내가 무소속으로 나가면 국민의힘은 내가 정치적 희생양이었다는 점을 인정해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맞다. 그래야 이재명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작동됐던 경기도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인 김은혜 의원과 협조하겠다는 이야기인가?
▲ 이재명은 민주당 김동연 후보를 지원할 수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은 김은혜 후보를 지원할 수 없다. 대통령은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 성남분당갑에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나가고 내가 남양주시장에 무소속으로 나가면 페키지로 이슈 파이팅이 된다.
-민주당에서 욕을 먹을텐데
▲ 민주당 의원들은 나한테 한마디도 못한다. 내가 탈당하고 이재명을 싫어하는 것을 민주당 의원들은 다 알고 공감한다. 하지만 제발 무소속 출마는 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게 (민주당에는) 위협적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경기도지사 선거의 의미는?
▲ 경기지사 선거는 윤석열과 이재명의 또 다른 대결로 비칠 수 있다. 만약에 경기도에서 국민의힘이 진다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부터 굉장한 어려움이 따를 거다. 전략적으로 잘 판단해야 한다.
-조 시장은 김대중, 노무현 청와대 두 번 다 경험했다. 최근 정국에 대한 의견은?
▲ 나는 두 번의 인수위 근무 경험이 있다. 내 경험으로는 정부 초기 출범할 때 그 초기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 정부가 잘못되면 불행해지는 것은 국가와 국민이다. 청와대 이전문제도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모두 절박하게 해보고 싶었지만 못했다. 그러면 윤석열 정부 시도를 굳이 발목 잡을 필요없다. 대통령 공관 문제도 지금 경호상 문제 때문에 아파트에 있는데 적절한 국가 공관에 갈 수 있다. 그러고 안주인이 앞으로 5년 동안 살 집인데 봐야지 그걸 갖고 ‘공관쇼핑’이니 그런 이야기 하는 건 너무 치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