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1월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유교 최고의 경전 논어를 관통하는 것을 꼽으라면 공자의 ‘인물평’이 있다. 공자는 왕과 제후,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인물평에서 한 치의 양보가 없다. 군자와 소인을 엄격한 잣대로 나누고 성인의 도를 실천하지 않는 소인들은 가차 없이 비판했다.
스스로 “남의 단점을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도 소인배 비판에는 거침이 없다. 공자는 사람을 꿰뚫어보는 법을 알았다. “그가 하는 행동을 관찰하며(視其所以) 그 이유를 살펴보고(觀其所由) 그 편안히 여기는 것을 살펴보면(察其所安) 어찌 자신을 숨길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이런 공자 앞에서 그 속내를 숨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공자가 가장 싫어한 유형은 말재주를 앞세우는 부류였다. “말에 꾸밈이 많고 남의 비위나 살살 맞추는 사람(巧言令色)은 사람다운 사람이 적다”며 질색을 했다. 그러면서 교만하고 인색한 소인배들을 질타하고 “한때의 분(一朝之忿)을 참지 못해 포악한 짓을 하다 자신을 망치는 소인배들”을 경계했다.
또 정치의 핵심을 다룬 안연(顔淵)편에서는 제자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군량과 병사를 풍족하게 해 백성들이 믿도록 해야 한다”며 민심(民心)을 얻는 것을 정치의 요체로 꼽고 “정치는 바르게 해야 한다(政者 正也)”고 신신당부했다. 이런 당부에도 노(魯)나라 대부 계강자와 같은 무도한 자들이 반성을 않는 것을 통렬히 비판하고 “천박한 자(鄙夫)들은 못하는 짓이 없다”고 우려했다.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대선 후보가 모두 선출됐는데 여야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이달 5일 후보로 선출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컨벤션 효과를 누리는 반면 지난달 10일 일찌감치 후보가 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역(逆)컨벤션 효과로 허덕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후보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12%포인트에 가까운 큰 차이로 앞서는 컨벤션 효과를 누렸다. 윤 후보는 43%, 이 후보는 31.2% 였다. 지난 9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윤 후보는 46.2%, 이 후보는 34.2%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
여당의 후보가 역(逆)컨벤션에 허덕이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여당의 대선 후보는 선출과 동시에 현 권력에 대한 반감과 미래 권력에 대한 기대 때문에 지지율이 오르는 것이 상식이다.
과거 YS정권 말기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가 그랬고 DJ정권 말기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가 그랬다. 노무현 후보의 경우 2002년 4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직전 여론조사 결과보다 거의 2배 이상 지지율이 뛰어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후에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를 하고 정몽준 후보가 월드컵 유치 공로로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면서 한 때 10%대로 추락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16대 대통령은 노무현이었다.
이재명 후보의 부진은 10월 10일 후보 선출 당일 국민선거인단 투표 3차 슈퍼위크 집계 결과로 가늠이 된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3차 선거인단에서 전체의 28.30%를 얻어 이낙연 후보 62.37%에 한참 뒤졌다. 이같은 결과는 1,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을 넘는 압승을 거둔 것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3차 슈퍼위크 부진은 이 후보에게 자칫 통한의 결과를 남길 뻔했다. 누적 집계에서 겨우 과반을 넘겨(50.29%) 결선투표를 아슬아슬하게 모면한 것이다.
이 3차 슈퍼위크 결과는 이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 ‘몸통’의혹과 무관하지 않다. 이때는 이 후보 최측근으로 대장동 개발에 전권을 휘둘렀던 유동규 씨가 구속된 상태로 이 후보 책임론이 쏟아질 때였다. 심지어 여권 성향의 민변과 참여연대도 “공공의 이름으로 토지를 강제 수용해 화천대유와 민간업자들에게 수천 억 원의 이익을 안겼다”며 이 후보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구속된 유동규 씨가 측근이 아니라고 잡아떼고 대장동 개발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하는 등 변명과 억측으로 일관해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이런 일련의 대장동 게이트 관련설이 이 후보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나타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2021년 11월 8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성동구의 한 음식점에서 청년 소셜벤처기업인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컨벤션 효과를 누릴 시기도 지나고 있지만 역(逆)컨벤션 분위기 탈출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잇단 대형 악재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9월말 유동규 압수수색 당시 또 다른 최측근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유동규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의 윗선 수사를 하면 1차적으로 두 사람 간 통화내역이 규명돼야 한다. 또 부인 김혜경씨가 유동규와 추가 통화했다는 제보도 잇따른다고 한다.
느닷없이 9일에는 부인 김혜경씨 낙상 사고가 전해졌다. 이 후보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대선 후보 일정을 하루 통째로 비웠다. 곧바로 온갖 억측이 뒤따랐다. 그런데 이런 억측과 루머를 해명할 생각은 않고 으름장을 놓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10일 “김혜경씨 낙상사고가 이 후보 폭행에 의한 것이라는 허위사실이 인터넷에 무더기 유포되고 있다”며 네티즌 2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버렸다.
여당의 대선 후보로 갈 길이 바쁜 이 후보는 요즘 손발이 묶인 상태다. 여권이 좀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