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슈퍼위크 개표 결과 58.17%로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올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왼쪽)가 3일 오후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결과 발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사진=국회 사진기자단.
어느 시대나 독재자가 권좌에 오르는 것은 ‘재앙(災殃)’이다. 셰익스피어 시대에도 이런 독재자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당시 셰익스피어는 작품 속에서 그들을 묘사하면서 강한 의문을 가졌다. “어떻게 ‘리처드 3세’나 ‘맥베스’ 같은 인물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는가?”라고 말이다.
셰익스피어 연구의 대가(大家)인 하버드대 스티븐 그린블랫(Stephen Greenblatt) 교수는 미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책을 한 권 펴냈다. 트럼프 당선이라는 선거 결과가 셰익스피어의 정치적 세계를 너무 닮았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그의 책 《폭군(暴君)-셰익스피어에게 배우는 권력의 원리》는 그렇게 지난 2020년 책으로 나왔다. 그의 책에는 ‘리처드 3세’ ‘맥베스’ ‘리어왕’ ‘코리올라누스’ 등의 독재자들이 등장한다. 모두 어찌 보면 하나같이 소시오패스(sociopath,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이다.
그린블랫 교수가 셰익스피어의 입을 빌려 의문을 제기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왜 사람들은 분명 통치할 자격이 없는 자, 혹은 위험할 정도로 충동적이고 사악한 음모를 꾸미거나 진실 따위에는 아예 무관심한 자들에게 마음이 끌리는가?”, “왜 그들의 거짓과 무례, 잔인함은 치명적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열렬한 추종자들을 만드는가?”, “왜 평소에 자존심이 강하고 은인자중하는 사람들이 독재자의 뻔뻔함과 오만함, 무례함에 굴복해 버리는가?” 등이다.
그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대표적 독재자로 ‘리처드 3세’를 꼽았다. 리처드는 15세기 영국의 요크가(家)와 랭카스트가(家)가 권력을 놓고 벌인 ‘장미전쟁’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승리한 요크공(公)의 막내아들이다. 자신의 형과 조카들을 죽이고 큰 형 에드워드 4세의 뒤를 이어 왕이 됐다.
셰익스피어는 《리처드 3세》라는 작품을 통해 야심만만한 독재자 상(象)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작품 속 리처드는 병적일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무한 이기주의자’로 지나치게 오만했다. 명령 내리기를 좋아했고 고상함이나 인간적인 예의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슨 수를 쓰든지 상대방을 제압하고 이기려고 했고 쉽게 화를 내며 자신을 방해하는 자들은 없앴다. 남의 약점을 잘 찾아냈고 남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일에 능했다.
그는 형제들에게도 가차 없었다. 자신의 야망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은 비록 형이라고 해도 과감하게 제거해 버렸다. 맏형 에드워드 4세와 갈등을 빚은 둘째 글래런스공(公) 조지는 ‘런던탑’에서 동생 리처드의 구원만을 믿고 기다렸으나 그는 암살자 2명을 보내 살해해 버렸다.
그는 이미 “나는 형제가 없다. 나는 혼자이다”라는 독백으로 오로지 자신에게만 충성을 바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이런 리처드의 비틀어진 내면은 어디서 기인한 걸까? 그는 우선 어머니 요크 공작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막내아들 리처드를 괴물로 본다고 했다. 둘째 아들 조지의 죽음의 배후에 리처드가 있다는 점을 거의 확신했다. 그리고 동시대인들은 그의 신체적 기형도 리처드의 병적인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곱추’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사람이 실제로 영국의 왕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셰익스피어는 내부적으로는 그의 비뚤어진 내면을 지적했지만 외부적으로는 그를 도와준 협력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의 집권을 도운 사람들을 셰익스피어는 여섯 가지 부류로 분류했다. 이를 좀 더 압축하면 첫째는 독재자에게 정말 속아버린 사람들이다. 독재자라는 정체를 잘 모르고 추종해 버리는 맹목적인 사람들을 가리킨다. 둘째는 그가 독재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다. 독재자가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국가는 그런대로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그 주변의 정치인들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셋째는 독재자를 이용해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입만 열면 나라를 위한다고 하지만 자신들에게 돌아올 이익에만 혈안이 돼 있다. ‘상왕’ 노릇을 한 버킹엄 공작과 집권 후 제거된 헤이스팅스경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그렇게 권력을 찬탈한 독재자 리처드도 정작 권력은 오래 누리지 못했다. 왕위에 오른 지 2 년 만에 보스워스 전투에서 후에 튜더왕조의 시조가 되는 헨리 7세에게 패해 전사했다. 세상을 승자와 패자로 구분하고 기만적인 포률리즘으로 가난한 자들을 야망 성취의 수단으로 이용해 권력욕을 채웠던 리처드 3세도 이렇게 순식간에 몰락했다.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한국 대선 판에도 요즘 이런 ‘리처드류(類) 정치인’이 등장했다. 여당인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말이다. 작금의 성남 ‘대장동 게이트’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는 이미 수 천 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의 부패와 사기 이익으로 자기 진영을 장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뻔뻔하게 책임을 전가하고 상대를 협박하며 거짓말로 추종자들을 부리며 장악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진영의 ‘상왕’이라는 사람들도 맥을 못 추고 자신들만이 진리고 정의라고 외치던 자존심 강한 세력들도 하나 같이 허리를 굽혀 옴짝달싹 않고 있다. 그는 이미 온 나라를 자기 손아귀에 넣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