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 선거 캠프의 외교안보 정책 자문단이 함께 했다. 김성환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외교부 차관),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전 국방부 개혁실장), 백승주 국민캠프 안보정책본부장(전 국방부 차관),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심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사진=조선일보DB
사람들의 심리는 묘한 데가 있다. 그중 의학 심리이론으로 ‘플라시보(Placebo)’와 ‘노시보(Nocebo)’ 이론이 있다.
‘플라시보’는 가짜약이나 가짜 치료를 해도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믿으면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람들이 특정 치료에 얼마나 큰 믿음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 효과가 커지는 바람에 의학적 치료에 많이 사용된다.
여기에 반대되는 이론이 ‘노시보’다. 환자 또는 희생자가 어떤 식으로든 나빠질 것을 기대하는 치료를 말한다. 어떤 사람을 더 아프게 만드는 것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나 임상적인 용도 부재 때문에 플라시보 효과보다 연구는 훨씬 적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상대를 나빠지게 할 의도로 하는 치료기 때문에 의학외적으로 자주 활용이 된다. 즉 주술(呪術)이다.
사람들은 질투와 저주의 대상에게 마법의 주문을 걸면 그 때문에 아프거나 다치고 죽을 수도 있다고 믿어 왔다. 이런 믿음 체계가 주술 또는 마법이란 이름으로 통한다. 노시보 효과가 이론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이런 우리의 일상적인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일상의 믿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곳이 있다. 바로 정치권이다. 특히 권력을 쥔 집권세력이 정치공작에 이런 심리효과를 최대한 활용한다. 조직과 물량 공세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실체와 진실은 상관이 없다. 일단 자신들의 의지만 관철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하지 않다. 정치권의 가짜뉴스나 허구가 그렇게 만들어져 유통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권위주의 체제가 몰락한 ‘87년 체제’ 이후 5년 이상 권력 유지가 불가능하다. 정권 막바지에 대선이 초읽기에 들어가면 권력은 점점 더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그래서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무리하게 정치공작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시도는 잘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스텝이 꼬이기 일쑤다. 평소 신뢰를 얻지 못한 정권이라면 거의 ‘숙명(宿命)’처럼 이 길을 걷는다.
이는 현 정권이 요즘 ‘윤석열 찍어내기’에 스텝이 꼬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작년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국면에서 정권은 ‘4대 0’ 판정패를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무법(無法) 공세’가 윤 총장의 법적 대응에 완패를 해 버린 것이다.
이어 올 6월에는 보수 평론가 장성철의 ‘윤석열 X파일’ 의혹 제기가 있었다. 이 역시 “윤석열은 오래가지 못 할 것”이라던 여권의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 ‘X파일’을 생산한 친여(親與) 매체나 의혹을 제기한 보수 평론가 모두 윤 전 총장 측 강경대응에 꼬리를 내렸다.
9월 1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과천정부청사 입구에서 윤석열 국민캠프 '정치공작진상규명 특위' 관계자(왼쪽부터) 이광수 변호사, 박민식 전 의원, 최지우 변호사가 검찰의 여당 정치인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제보자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그래서 나온 것이 소위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이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작년 당 대표시절 제보 받은 정치공작 중 하나”라고 했지만 사건의 흐름은 영 딴 판이다. 실제로 야당은 “작년에 검찰 발 고발 사주가 시도됐다면 추미애가 가만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당시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 징계사유에 고발 사주 의혹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고발 사주 자체가 없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제보자 조성은의 실언(失言)으로 ‘고발 사주 의혹’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조 씨가 “‘뉴스버스’ 보도 날짜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원한 날짜가 아니다”고 하는 바람에 ‘제보 사주 의혹’으로 변질됐다. 조 씨 발언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면 결정적인 한 방을 위해 보도 날짜를 조율하던 박 원장 입장에서 ‘뉴스버스’가 말 그대로 ‘사고’를 쳐 버린 것이다. 폭탄을 옮기려다 실수로 그 폭탄을 자기 진영에 터트려 버린 꼴이다.
정치공작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 최근 야권 유력주자인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공작에는 보수 야권과 관련된 인사들이 자주 등장한다. ‘윤석열 X파일’의 장성철은 김무성 전 의원 보좌관을 했고,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은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과거 김대업 같은 터무니없는 사기 전과자가 동원됐던 정치공작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숙련된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라는데 있다. 야권 내부의 문제제기로 “야권에서 조차 거부감이 있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으나 모두 물거품이 됐다. 오히려 여권의 공작 실체만 노출됐다. ‘윤석열 X파일’ 때는 친여 유튜브 ‘열린공감TV’가 출처로 밝혀졌고 ‘고발 사주 의혹’은 ‘박지원 게이트‘화 할 조짐도 있다.
덩달아 ‘윤석열 타격’에 집중했던 정치공세는 온 데 간 데 없고 여당 1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대장동 특혜 의혹’만 들끓고 있다. 정치공작 실력이 예전 민주당만 못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