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3월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 김중권 비서실장으로부터 회의 자료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선거판에선 외부 인사 ‘영입 경쟁’이 치열했으며 대선 정국에서 정점으로 치닫았다. 지지세력이 늘어날수록 대선 전망은 밝아졌고 그 반대쪽이면 어두워졌다. 특히 경쟁 정당(진영)으로 옮겨간 정치인들에겐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소속 정당(진영)의 충격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신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지만, 정치생명을 건 도박일 수밖에 없다.
# 1997년 대선에선 영입경쟁의 명암이 확연히 드러났다.
김대중(DJ) 후보와 새정치국민회의의 경우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지역의 정치인들을 잇따라 영입한 것은 물론, 김종필(JP) 측까지 지지세력으로 확보했다.
새정치국민회의는 영남권을 겨냥, 동진정책을 적극 추진했으며 노태우 정부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김중권 전 의원을 비롯해 이 지역 정치인들을 잇따라 영입했다. 김 전 의원은 DJ 정부 출범후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고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DJ는 또 자민련과의 대선공조를 통해 JP와 충청세력에다 TJ(박태준 자민련총재)와 대구·경북세력까지 합친 DJT 연대까지 성사시켰다. 이들은 대선에서 이긴 후 공동정부를 구성했다.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은 경선 후유증으로 당 분열 상황에 직면했던 데다 당세가 취약했던 꼬마민주당과의 합당에서도 일부 세력이 이탈하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게다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졌던 이인제 후보가 탈당, 국민신당 후보로 출마함으로써 이회창 후보에게 맞서기도 했다. 또 다른 경선 주자였던 박찬종도 당을 떠났고 국민신당에 합류했다.
2007년 3월 1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출판기념회에 김영삼 전 대통령을 포함해 2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사진=조선일보DB
# 2007년 대선에선 한나라당이 우세했고 대권도 차지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측근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 후보는 1992년 총선을 앞두고 민자당 대표였던 YS에 의해 영입돼 전국구 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던 ‘YS 키즈’이기도 하다.
JP는 한나라당에 입당까지 한 뒤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완구 전 총리 등 자민련 의원들의 입당도 잇따랐다. 2002년 대선 때 국민통합21 후보였던 정몽준 무소속 의원도 가세했다.
정동영 후보를 출마시킨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우 당내 복잡한 계파갈등까지 떠안고 있어 지지세력 확산에 한계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 임기 말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탈당 러시를 계기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까지 가세한 가운데 세력들끼리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됐으나 정동영 세력, 김근태 세력, 손학규 세력 등 당내 계파가 복잡해 내부 결속조차 쉽지않았다.
민주당에선 이인제 후보가 출마, 진보 진영 분열도 초래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이 후보는 영남권과 충청권을 비롯, 호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정 후보를 앞섰던 것이다.
박근혜와 김종필. 김종필 국무총리가 1999년 5월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처사촌인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의 후원회 겸 출판기념회에 참석, 격려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DB
# 2012년 대선에서도 세 대결 우열이 드러났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JP 지지선언을 이끌어냈고, 앞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맞섰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입당했다. 충청권 정당인 선진통일당(자민련 후신)의 일부 의원들도 입당했다.
YS도 지지입장을 표명했고 측근세력 다수가 가세했다. ‘리틀 DJ’로 불리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DJ 세력 일부도 지지대열에 나섰을 정도였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경우 DJ와 YS 세력 일부의 지지를 이끌어냈으나 총선 선대본부장을 지냈던 박선숙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탈당, 안철수 후보 지원에 나서는 등 내홍을 겪었다. 텃밭인 호남권의 표심을 놓고도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밀리기도 했으나 선거 막판 안 후보가 중도사퇴하는 바람에 이 지역 지지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안 후보의 대선 출마에 앞서 민주통합당 일각에선 그를 영입, 당 대표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2016년 5월 3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DB
# 이번 대선을 7개월 앞두고 국민의힘 쪽으로 정치인들이 잇따라 입당하고 있다.
DJ 측근들인 동교동계 인사들이 주목된다. DJ 비서로 김대중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장성민 전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 정권교체를 역설하며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국민의힘에 입당했던 임재훈 전 국민의당 의원도 인재영입위원으로 임명돼 호남권 인사 영입에 나서고 있다.
호남 인사들의 입당 혹은 지지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김경진 전 의원은 국민의힘에 입당, 윤석열 대선주자 캠프에서 대외협력특보로 활동하고 있다. 송기석 전 의원도 입당은 하지않지만 외곽에서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청권의 더불어민주당 4선 중진이던 오제세 전 의원은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지지를 선언했으며 조만간 입당할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에선 당밖 정치인들의 합류가 아직까지는 눈에 띄지않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당내 후보경선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처지에서 외부 쪽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을 수 있다.
때문에 당내 후보가 확정되고 대선 본선이 본격화 될 경우, 양당 간 영입전쟁이 더욱 뜨거워 질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지, 아니면 연장될지가 궁금하다면 정치인들의 줄서기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들이 특정 정당 쪽으로 쏠리면 쏠릴수록 대권 향배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