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우정사업본부. 조선일보DB
대선 후보들은 이미지 때문에 울고 웃었다. 대선 승부를 가르는 변수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부각시킬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호소력을 갖게 될지도 중요했던 것이다.
표심이 정책 공약이나 정당 선호도보다는 후보 이미지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역대 대선에서 드러났다. 현대 선거를‘이미지 선거’라고도 한다. 정당 지지율에 의해 대선 승부가 갈렸다면 노무현, 박근혜 정부는 탄생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역대 대선 승자들의 주된 이미지는 뭘까?
#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득권과 권위주의에 맞서는 서민적 이미지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엘리트 이미지와 경쟁했다. 대선출마 선언에서도 “권위주의 시대 악습은 청산돼야 한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역사가 이뤄져야만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역설했던 것.
노 전 대통령은 또 지역주의에 맞섰던 이미지로 표심을 잡았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곤 2년전 당선됐던 서울 종로구의 지역구를 내던지고 적지(敵地)인 부산에서 집권당 후보로 출마를 강행했다가 낙선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패배’로 평가되며 정치 팬클럽인 ‘노사모’가 출범, 대권행보의 버팀목이 됐던 것이다.
2007년 대선에 야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집중 부각시켰는데,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초래됐던 당시 경제난 상황과 맞아 떨어졌다.
집안 형편 때문에 야간학교에 다니는 등 갖은 고생을 했던 그는 대학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 40대의 나이에 회장 자리까지 오름으로써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자리에서도 “국가 최고권력자가 아니라 국가 최고경영자가 되고자 한다. 말 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 잘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BBK 주가조작 의혹 등 각종 악재들에도 불구, 상대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것은 이같은 이미지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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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2년 대선후보로 출마,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제출하자 집권당 중진임에도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력 반발함으로써 이같은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게 됐다. 당시 뇌물수수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고 여야간 극한 대치에다 계파갈등까지 심화됨으로써 정치권 행태에 대한 국민들 불신감이 고조됐던 상황과도 맞물렸다.
대선 출마선언에서도 “정치를 해오면서 약속은 반드시 지켜왔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에는 정치생명을 걸고 싸워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딸이란 점도 유권자들에게 플러스 이미지를 형성했을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여론조사 대부분에서 호감도 1위를 차지했다.
# 이들과 경쟁했던 이회창, 정동영, 문재인 후보는 이미지 경쟁에서 밀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맞섰던 이 후보의 경우‘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된다면 지켜야 할 ‘국민과의 약속’은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반듯한 나라, 활기찬 경제, 편안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던 것. 하지만 그는 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에 휘말리면서 자신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고 결국 떨어졌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정 후보는‘중통령’ ‘포용과 통합’ 등의 이미지를 부각시켰으나 당시 어려웠던 경제상황에 부합한 이명박 후보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비해 호소력에서 약했다.
정 후보는 “중산층과 통하는 대통령, 중소기업과 통하는 대통령, 중용의 정치로 통합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상(像)”이라며 ‘중통령’시대를 열겠다고 역설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섰던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공평’과 ‘정의’를 강조하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출마 선언에서도 “모든 시민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공평’, 반칙과 특권·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정의’, 이 두가지 가치를 근간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보캠프 측은 대선 후 “짧은 정치경험과 선거운동만으로 문재인의 브랜드를 창출하기도 어려웠고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기에는 더욱 난망한 일이었다”고 이미지 전략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 이처럼 후보들의 이미지는 대선 승부를 가를 수 있는 변수가 됐다.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지렛대가 되기도 했고 경쟁 후보의 이미지에 밀려 패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론보다 후보 이미지와 이에 따른 미래 비전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역대 정권이 임기말이면 여론지지율에서 바닥을 쳤음에도 집권당 후보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여론 지지율은 후보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을 갖고,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에 따라 선거기간동안 출렁거렸다는 걸 역대 대선이 보여줬다.
유력 주자들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이미지는 시대상황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까? 대권을 차지할 지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