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8월 3일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두 아들의 병역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조선DB
# 1997년 대선에서 판세를 뒤흔들었던 ‘한 방’은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었다.
당내 후보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졌던 이인제 후보가 탈당해 출마, 판세를 흔들게 됐던 저변에도 이 의혹이 자리해 있었다.
이회창 후보가 같은 해 7월 신한국당 후보로 선출된 후 여론지지율이 40% 중후반대를 기록할 정도로 대세론을 구가하자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후보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에 양측(나중에 DJP 후보단일화)은 이 후보 아들 병역비리의혹에 화력을 집중, 판세 뒤집기를 시도했다. 이 의혹은 앞서 신한국당 후보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것으로 이 후보 선출과 함께 묻혀지는 듯했으나 양측이 더욱 구체화시켜 총공세를 폈던 것.
이 후보의 ‘대쪽 ’원칙주의자 이미지와 맞물려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그의 여론 지지율은 반토막 나버렸고 이인제 후보의 탈당·출마까지 초래했다. 결국 김대중 후보에게 1위를 뺏긴 것은 물론 이인제 후보에게도 뒤진 3 위로 전락했다.
선거전 막판 거세게 추격, 김 후보와 접전양상을 보였으나 판세를 되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후보에게도 반전을 노릴만한 한 방 꺼리가 있기는 했다. 김대중 후보 비자금의혹이었다. 대선을 2개월 앞두고 이 후보는 의혹규명을 위한 검찰수사를 연일 촉구했으며, 선거 판세가 또 다시 뒤집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수사가 전격적으로 유보돼 버린 바람에 한방은 터지지 못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김영삼은 “수사를 했더라면 구속은 불가피했으나 전라도와 서울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회고록에 남겼다.
2002년 대선에서도 이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의혹이 불거졌으나, ‘한 방’은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였다. 아들 병역비리 의혹으로 지지율이 떨어졌음에도 선두를 고수했던 이 후보가 단일화를 시점으로 밀리기 시작했던 것. 대선을 1개월 남겨둔 상황이었다.
투표 전날 정 후보가 단일화합의를 파기, 판세가 다시 뒤집힐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노 후보는 오히려 지지층을 더욱 결속시킬 수 있었고 젊은층의 대거 투표참여로 승세를 굳혔다.
반면 2007년과 2017년 대선에선 판세를 흔들어 놓을 이슈가 터지지 않았다. 이명박, 문재인 후보 대세론과 맞서기에는 상대 진영 후보들의 지지율이 크게 뒤쳐져 있었던 데다 내부적으로 분열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가 투표 한 달 전 성사됐으나 결과적으론 ‘헛방’이 됐다.
2021년 1월 20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도착해 휠체어를 탄 채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구치소 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과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이날 코로나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 판정이 나왔다. 법무부는 “박 전 대통령이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해 당분간 병원에서 격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조선DB
#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한 방에 대한 유혹은 커질 수 있다. 출마 예정자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과 야권 어느 쪽도 선거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권 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최근 광주를 방문, 개헌론을 제기했다. 경쟁관계인 정세균 전 총리도 개헌론자다. 당 대표인 송영길 의원도 같은 입장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대통령 4년 연임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개헌론이 대선정국에서 쟁점화될 경우 정권 실정(失政) 등 다른 이슈들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여권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개헌론에 대한 여야 대선주자들의 입장에 따라 판세도 크게 흔들리고, 상황에 따라선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문제도 대선정국의 빅 카드가 될 수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사면은 탄핵 책임론과 얽혀 야권분열의 뇌관이 될 수도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여권은 대선판 상황과 여론 흐름을 지켜보며 타이밍을 잴 것이다.
난제를 떠안은 야권이 제대로 풀어가지 못할 경우 판세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공약했으나 위헌결정이 내려졌던 행정수도 이전론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지난해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거론했으며 이에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호응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수도권 자치단체장임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충청권 표심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대형 이슈이며 여권은 야권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연고지라는 점도 의식할 수 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는 충청권 출신인 이회창 후보와 맞서 행정수도 이전론을 공약으로 제시, 이 지역에서 50%가 넘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당선후 “재미 좀 봤다”고 했다.
이외에도 야권후보 단일화나 대형 폭로전의 향배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
‘한 방의 추억’ 유령이 또 다시 선거판을 배회하고 있는 형국이다. 찐 한방이 될지, 헛방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