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4월 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국회에서 4·7 재보선 참패와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지난해 6월 국회의원도 아닌 금태섭 전 의원 징계 결정에 민주당 내부는 술렁거렸다. 금 전 의원 관련 징계 논의는 4·15 총선 공천 탈락으로 일단락 된 사안이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총선이 2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과거 금 전 의원이 공수처법 표결에 기권한 것을 놓고 민주당이 ‘경고’라는 징계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당내에서는 “국회의원의 본회의 표결을 가지고 징계를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비록 징계수위는 ‘경고’지만 이는 4·15 총선 국회의원 당선자들에 대한 경고”란 말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민주당에는 이때부터 소신 발언이 실종됐다. 4·15 총선 1년여가 다 되도록 민주당에서 청와대와 지도부에 반하는 소위 ‘딴소리’는 나온 적이 없다. 부동산 관련 임대차 3법, 공수처법 재개정 등 논란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는 시간 자체가 걸리지 않았다. 오죽하면 정가에서 “‘중국공산당’ ‘조선노동당’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올까.
더욱이 4·15 총선 후 1년여는 초선 ‘친조국’ 강경파의 독무대였다. 윤석열 출마금지법, 중수청법 등 입맛대로 법안이 발의되고 운동권 자녀들까지 유공자대우를 하겠다는 민주화유공자법으로 국민들의 속을 뒤집었다. 거의 몰상식 수준의 독선과 독주가 이어진 것이다. 그러고도 4·7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들의 표를 구걸했으니 가히 ‘철면피’라 할 만하다.
그런 민주당에 초선의원들이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내는 일이 일어났다. 초선들은 재보선 참패 이튿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국을 검찰 개혁의 대명사로 생각했다”며 국민들의 분노와 분열에 반성한다는 해명문을 냈다. 전날 지도부 총사퇴로 시작된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 분위기를 초선들이 이어가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게 웬일? 초선들이 반성문을 내놓은 바로 그날부터 당 친문 권리당원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났다. 반성 기자회견을 한 초선 5명을 ‘을사5적’에 빗대 ‘초선5적’으로 불렀다. 친문 권리당원들은 당원게시판과 SNS, 의원 핸드폰에 “배은망덕하다” “당을 떠나라”라는 문자폭탄을 퍼부었다. 재보선 참패에 따른 집권당의 반성과 쇄신 기류는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여당은 다시 극력 ‘친문’ ‘친조국’ 극성팬이 손아귀에 떨어졌다. 의원들은 그들의 ‘좌표찍기’에 기를 펴지 못했다. 초선 5명 중 한 명인 장경태 의원은 “조국을 잘못했다고 말한 것이 아닌데···”라면서 고개를 떨궜고 여당 당권주자는 문자폭탄 세례를 “민심의 소리”라 했다.
지난 4월 13일 오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16일 압도적인 표차로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사진=조선일보DB
그렇게 4·7 재보선 참패로 요동치던 민주당은 ‘친문’ ‘친조국’ 극성팬들에 의해 정상(?)을 되찾았다. 초선들의 반란을 극성 권리당원들의 손으로 진압한 민주당은 원내대표를 친문 강경파인 윤호중 의원으로 뽑았고 다음달 2일 전당대회에서 친문주자 가운데 한 사람을 당 대표로 뽑을 예정이다. 잠시 보선 패배 때 고개를 숙이는 듯 했던 민주당이 ‘도로친문당‘ ’도로친조국당‘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민주당이 이렇게 ‘문빠’ 극렬지지층에 끌려 다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국정운영에 대한 능력과 철학이 없으니 자신들을 뽑아준 극렬 지지층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오로지 정권 유지와 기득권, 내년 대선 승리만 목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을 떠받치는 극렬지지층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노사모’와 성격을 달리한다. 과거 ‘노사모’만해도 ‘이성적 지지’가 바탕이었다. 그러나 ‘친문’ ‘친조국’ 문빠들은 대통령과 여당을 손아귀에 장악하려 한다. 무능한 정권은 손쉽게 문빠들의 먹잇감이 됐다. 문빠들이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 “우리를 믿으세요”라고 하니 맥을 못 춘다. 이렇게 지난 4년간 정권과 ‘문빠’는 한통속이 돼 돌아갔다.
최근 일련의 과정을 보니 새삼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떠오른다. 4·7 재보선 참패와 누적된 정책실패, 정권 말기의 레임덕 위기는 박근혜 정권 말기와 너무 닮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의 성격을 ‘촛불정권’이라고 하지만 문 대통령 탄생의 직접적 계기는 촛불과 상관없다. 촛불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정권의 무능과 독선에 기인한다. 시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정농단 사태는 촛불에 불을 질렀고 박근혜는 그렇게 몰락했을 뿐이다.
박근혜 역시 2016년 20대 총선 참패를 제대로 진단하고 반성했다면 몰락은 피했을 것이다. 총선 참패에도 불구, 자신의 비서 출신을 전당대회 ‘오더투표’로 당 대표에 지명(?)하고 ‘오기’를 부리다 탄핵됐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박근혜 몰락 과정을 제대로 복기해야 할 시점인데 실기하는 것 같아 우려에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