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4월 8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초선 의원들은 “승리에 취하지 않고 당을 개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차라리 ‘초선’을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4·7 재보궐 선거 승리 후 사퇴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토니블레어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같은 모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하필 왜 초선일까? 김 전 위원장이 초선모델로 삼은 토니 블레어나 데이비드 캐머런은 최연소 타이틀을 달기는 했다. 블레어는 최연소 노동당 당수, 캐머런은 43세 최연소 영국 총리였다.
하지만 블레어는 3선 의원 출신으로 야당의 예비내각에서 여러 장관을 거쳐 성공가도를 달린 인물이다. 캐머런은 2001년 하원 의원에 당선돼 초선 때는 당 주요 간부자리를 거쳤고 재선 때 보수당 당수가 된 사람이다. 현재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과 ‘최연소’라는 나이만으로 단순비교 할 수 없는 정치경력의 소유자들인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5월부터 1년 가까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대표를 지냈다. 그동안 3선 장제원 의원 등 자신을 비토하는 중진의원들도 있었지만 비교적 개혁 지향적으로 당을 이끌어왔다. 대중의 정서를 읽는 눈도 뛰어나 기성정치인 보다 젊은 정치인들을 중용했다. 당연히 초선의원들을 눈여겨봤고 그 면면을 잘 알 것이다. 당 대표감으로 역량있는 인사를 보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을 당 대표감으로 콕 찍어 거론한 것은 의외다. 과연 현재 국민의힘 초선 중에 그만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있을까. 물론 사람은 띄우고 키우기 나름이지만 말이다.
일례로 재보궐선거 압승이 확정된 8일 초선의원들이 성명을 발표한 일이 있다. 초선 56명 중 42명이 서명한 것으로 돼 있는 성명에서 초선의원들은 “청년에게 인기 없는 당, 특정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회견도 열었다.
당시 당 지도부는 “국민의힘이 잘해서 승리한 것이 아니다”며 ‘겸손’과 낮은 자세‘를 주문하는 때였다. 그런데 선거 다음날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초선들이 전당대회 당권 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기존 ’영남당‘ ’TK당‘으로 규정지어 버렸다.
당장 주호영 원내대표가 발끈했다. “스스로 한계 지우는 용어 사용에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영남출신 자기를 겨냥한 초선들의 반란으로 비쳐졌지만 좌시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초선들이 반란은 그렇게 흐지부지 됐다.
며칠 뒤 초선들의 뒤에 대권도전을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말이 나왔다. 만약 배후 조종에 따라 이런 성명이 나왔다면 초선들의 성명은 ‘셀프저격’이 아닐 수 없다. 영남을 핵심지지층으로 하는 국민의힘이 영남을 욕하면서 대선승리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유 전 의원이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이율배반이다. 그도 영남(대구) 출신이다.
물론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있다. 김기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초선들의 변화바람, 초선들의 봄을 응원한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냈다. 김 의원은 울산출신으로 4선 중진의원이다. 당권 주자의 한 사람인 조경태 의원도 ”초선들이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부산 출신 5선 최다선이다.
국민의힘은 비록 영남당이라고 해도 현재 과거와 같은 ‘영남 헤게모니’ ‘영남 기득권’은 찾기 어렵다. 주호영 의원이 당 대표권한대행겸 원내대표를 하고 있지만 그는 헤게모니를 장악해 정치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온건 합리적 성품에 통합형 리더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국민의힘에 영남은 핵심지지 기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호남 당권을 포기했다.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물러난 후 추미애 당 대표로 대선을 치렀다. ‘문재인 PK 대선후보, 추미애 당대표 체제’였다. 국민의힘 대선승리는 민주당의 지난 대선 경험이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대구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 등 영남권을 기반으로 수도권과 중부권이 연합해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와야 승산이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초선 당 대표론’이 왜 나왔는지 알지는 못한다. 그는 “국민의힘에 돌아갈 일 없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고 실제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직전 당 대표로 ‘훈수’를 두는 정도라면 상관없지만 억지춘향 식으로 “초선은 개혁이고 쇄신”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