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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1. 칼럼

늘 푸른 예술의 섬, 일본의 나오시마(直島)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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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걸음, 감성이 꽃피는 가가와(香川)”
 
가가와현(香川縣)이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다. 바쁜 생활에 쫓기는 도시인들도 때로는 느린 걸음이 필요할 것이다.
 
가가와현의 관문인 다카마쓰(高松)에서 일박을 한 필자는 아침 일찍 부두로 나갔다. 나오시마(直島)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다. 항구는 7년 전의 잔영(殘影)만 남아있을 뿐 생소해 보였다. 다카마쓰의 기온은 4월 초인데도 섭씨 20도를 오르내렸다. 다행스럽게 쾌속선의 시간과 맞아 떨어졌다. 1시간의 뱃길을 쾌속선은 25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요금은 비싸다.
 
6톤 급의 배는 생김새도, 이름도 날렵했다. ‘Red Bird’-

정원 96명을 꽉 채운 배는 출발시간이 되자 바다 위를 날기 시작했다. 다카마쓰 항(港)이 순식간에 작아졌고, 주변의 섬들도 빛의 속도로 모습을 감췄다. 나오시마가 가까워지자 혼슈(本州)와 시코쿠(四國)를 연결하는 세토대교(瀨戶大橋)가 아스라이 보였다. 미야우라(宮浦) 부두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7년 전 멀리서 눈으로만 인사했던 필자는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92)의 작품 빨간 호박으로 갔다. 한적한 부둣가에 자리하고 있는 빨간 호박은 봄 햇살을 받아서 더욱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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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마 야요이의 붉은 호박과 관광객들-

‘구사마 야요이’ 작가는 어려서부터 환각과 환청을 앓았다. 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단다.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가 그림과 입체 작품의 제작뿐만 아니라 과격한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1960년대에 얻은 별명이 ‘전위의 여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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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심볼로한 마을버스
“멀리서 온 보람이 있네요.”
옆에서 사진을 찍던 금발의 여인이 필자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서 오셨나요?”
“스페인에서 딸과 함께 왔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딸과 함께 멀고 먼 일본의 외딴 섬까지 와서 예술품을 감상하는 모습이. 필자는 그들과 눈인사를 나누고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버스도 온통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그림으로 치장을 하고 있었다. 이 또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7년 만에...드디어 지중(地中)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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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미술관 입구
<2004년에 설립된 지중 미술관은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나오시마의 아름다운 자연을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건물의 대부분을 지하에 건설한 것이 독특하다. 설계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8) 선생이 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75),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 1935-2013)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미술관은 지하이면서도 자연 광(光)이 쏟아져, 작품이나 공간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화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지중(地中, ちちゅう)미술관에 대한 상식이다.
 
필자는 지중미술관 티켓 판매 센터 앞에서 줄을 섰다. 7년 만이다. 시각은 오전 10시30분. 다행이 평일이라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안내원에게 물었다.
 
“지금 표를 사면 입장은 몇 시에 가능하나요?”
“표를 사는 시각이 11시 15분입니다. 입장 시각은 그 때 안내가 가능합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돌아가 버릴까?’생각하다가 참을 인(忍)자를 여러 번 썼다.
 
드디어 표를 샀다. 입장 시각이 11시 30분이라고 했다. 미술관에서의 주의 사항을 더듬더듬 영어로 설명하는 직원에게 ‘일본어로 하라’고 했더니 속사포로 말했다. 음식물 반입 금지, 사진촬영 불가, 휴대전화 사용 불가, 잡담 금지.....
 
미술관은 티켓을 판매하는 건물의 지하가 아니라, 10여 분 쯤 걸어서 올라가는 곳에 있었다. 길을 따라가자 연두색 이파리들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반겼다. 화가 모네(Monet)가 수련을 그렸다는 지베르니(Giverny)를 닮은 작은 연못도 있었다.
 
미술관의 입구는 좁고 길었다. 계단을 몇 바퀴 돌아서 입구에 도착하자 마스크로 얼굴 전체를 가린 여직원이 비닐 가방을 건네면서 말했다. 마스크 사이로 새어 나오는 말은 ‘카메라를 여기에 넣으세요’였다.
 
마법의 상자 같은 빛의 세계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은 빛 자체를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지중 미술관에서는 그의 대표작을 연대별로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 공간도 작품을 정확히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작가 자신이 직접 디자인했다'고 안내문에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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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터렐의 '오픈 필드'(사진 : 지중 미술관)
1968년 제작한 <에이프럼 페일블루>와 2000년 제작한 <오픈 필드>, 2004년에 제작한 <오픈 스카이>가 관람객들과 빛으로 대화하고 있었다.
 
필자는 <오픈 필드>를 전시하고 있는 공간 앞에서 줄을 섰다. 안내원은 '앞 팀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10여분 쯤 후에 차례가 왔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었다. 여섯 명이 일렬 횡대로 섰다. 계단 위 사각의 틀 안에는 연두색 빛이 가득 담겨 있었다.

'쉿'- 안내원을 따라서 계단을 올랐다. 여섯 명이 한꺼번에 사각의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푸른빛이 공간에 가득했고, 중앙에는 직육면체의 상자도 있었다. 색깔은 수시로 변했다. 마법의 상자에 들어선 듯 신비하기만 했다. 뒤로돌아서 입구를 봤다. 거기에는 또 다른 형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신기하면서 달콤했다.
 
“본다는 것은 감각적인 행위이다. 그것에는 달콤한 맛이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폐허의 섬이 예술의 섬으로 거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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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수련(사진 : 지중 미술관)
모네(Monet) 그림은 한 공간에 <수련의 연못>을 비롯해서 <수련>, 또 다른 <수련의 연못>, <수련과 버드나무의 반영>, <수련과 풀덤불> 등 5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만약 하나로 연결하면 길이가 14m에 달한다. 모네의 그림을 한 곳에서 다섯 점이나 감상한다는 그 자체가 행복 만점이었다. 그림마다 바닷바람과 벽 콘크리트의 알칼리 성분, 습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사성이 좋은 투명 유리 케이스로 덮여있었다. 어떤 관람객은 넋을 잃은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은 정확한 치수와 함께 계단의 신전과 같은 넓은 공간을 구성하고, 그 안에 직경 2.2m의 화강암 구체(球体)와 금박을 한 27(3×3×3=27)개의 목각이 있었다. 공간은 동서 방향으로 확장하고 천장이 크게 열려 있기 때문에 일출에서 일몰까지 들어오는 빛이 시시각각 바뀌어 작품의 표정도 수시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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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드 마리아의 타임/타임리스/노타임(사진 : 지중 미술관)

“저희 미술관에는 연간 17만 명이 다녀가십니다. 세토내해예술제가 열릴 때는 약 20만 명이 다녀가셨습니다...나오시마 섬 전체로는 연간 50만 명이 방문하십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요.”
 
지중미술관 홍보담당 구리하라 미쓰히코(栗原光彦)씨의 말이다. 필자는 그의 말에 공감이 갔다. 폐허의 ‘제련소의 섬’을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시킨 사람들의 창의력과 정성에 대해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부속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밖을 내다봤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그림처럼 한 눈에 들어왔다. 커피 향과 함께 자연의 향이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자 바람도 상큼했다. 갈매기들도 바다가 아닌 허공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입력 :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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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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