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2월 9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지난 연말, 법원의 세 차례 판결 때문에 위안을 받았던 적이 있다.
아! 아무리 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했다 해도 정의는 살아있구나 싶었다. 친여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도 추미애의 윤석열 찍어내기에 제동을 걸었고 ‘조로남불‘ 조국의 부인 정경심도 2심 법원에서 법정 구속이 됐다.
그런데 이 판결이 빌미를 준 걸까? 집권 초 잠깐 추진하다 중단했던 소위 ’사법농단‘ 판사 탄핵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2월 1일 범여권 161명 의원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를 발의했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현직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였다. 야당에서는 곧바로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최근 잇단 판결에 불만을 품은 여권이 사법 장악 시도에 나섰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 와중에 느닷없이 김명수 대법원장 거짓말 파동이 터졌다. 작심하고 현직 판사 탄핵을 시도했는데 엉뚱하게 대법원장 ‘거짓말 파동’으로 번져버린 것이다. 여당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칫 사법부 장악에 없어서는 안 될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장이 사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 대법원장‘ 파동은 대법원장 본인이 침묵과 잇단 거짓 해명으로 키우고 있다. 발단은 김 대법원장이 작년 5월 국회 탄핵을 거론하면서 임성근 부장판사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한 언론 보도였다. 국회와 언론에 거짓말로 해명을 했는데 이튿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야당과 언론의 집중 포화를 못견뎌 낸 입장문도 거짓말이었다. 대법원장이란 사람이 이틀 동안 완전 ’거짓말 퍼레이드‘를 벌인 것이다. 그러다 보름 동안 침묵을 거듭하다 사과문이라고 냈는데 이 역시 온통 거짓 투성이였다. 자신은 일선 판사 시절 위증사건 마다 ‘죄질이 나쁘다’며 유죄 판결을 해놓고 이만저만한 ‘내로남불’이 아니었다. 일국의 대법원장이란 사람이 지금까지도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다.
우리 법원도 대법원장을 미국의 연방 대법원을 본따서 CJ(최고의 정의, Chief Justice)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름만 미국 대법원을 따랐지 김 대법원장을 보노라면 미 대법원의 권위와 신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는 사법부 독립 보다 사법 장악에 몰두한 정권의 책임이 크다. 이 정권은 집권과 동시에 사법 장악을 위해 김 대법원장을 무리하게 발탁을 했다. 종전 대법관 중에 대법원장을 임명하던 관행을 깨고 당시 춘천지방법원장이던 김 대법원장을 사법부 수장에 앉힌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과거 법원 내 ‘하나회‘로 불렸던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으로 정권과 코드가 맞았다. 하지만 정권 코드와 별개로 본인이 사법 정의나 사법 독립에 철학이라도 있었으면 문제가 안됐다. 그는 정권에 다행스럽게도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 같이 완전 순응했다. 이후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과 정권 관련 인사들의 구속영장 기각은 줄을 이었다.
부끄러운 사법부 수장의 자화상은 국회 임명 동의 때부터 이어졌다. 사법 적폐 청산을 내건 대법원장 후보가 자신의 국회 임명동의에 후배 법관들을 총동원했다. 재판을 하는 법관을 국회 로비에 동원하는 바람에 지금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야당과 시민단체 고발까지 당한 상태다. 그러면서 로비를 부탁했던 임성근 판사는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약속을 해놓고는 배신(?)을 해버렸다. 대법원장이 된 후 견책 징계를 내리고 사법 농단 재판을 거쳐 이번에 국회 탄핵심판대에 까지 세운 것이다. 3류 조폭 영화에서나 볼 일을 대법원장이란 사람이 하고 있다.
거짓말 파동 와중에 단행한 법관인사도 가관이다. 노골적으로 인사원칙을 깨면서 정권의 요구에 맞추는 모습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의 김미리 부장판사와 윤종섭 부장판사 유임이 대표적이다. ‘한 법원 3년 근무’라는 인사원칙을 깨고 김 부장판사는 4년, 윤 부장판사는 6년째 자리를 유지했다. 김 부장판사는 조국 재판과 청와대 울산선거개입 사건 재판을, 윤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직권남용사건을 맡고 있다. ‘거짓말 파동’으로 맞은 자신의 리더십 위기를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로 모면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사람이 살면서 욕심대로 다 못하고 사는 이유는 도덕과 양심 때문이다. 우리 장삼이사(張三李四)들도 이럴진대 하물며 ‘정의의 수호자’가 돼야 하는 대법원장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우리 대법원장 자리는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라 정치색을 완전 배제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전 국민의 사법문제를 양심과 정의의 잣대로 심판하는 법관의 수장이 자리에 연연해 욕심과 거짓을 일삼아서 될 일인가. 대법원장이란 사람이 “9개월 전 일이라 가물가물하다”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데 앞으로 판사들이 무슨 강단으로 사람들을 위증죄로 처벌하겠나? 공자는 《논어》에서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라며 사람들이 제발 본분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성인은 후대에 김 대법원장 같은 사람이 있을까 근심돼 한 말인데 제대로 알아듣지를 않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