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1. 칼럼

[상파울루 日記 9]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의 매력에 빠지다

김승열  한송온라인리걸앤컨설팅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IP ART 발행인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창밖 풍경이 어제와 다르다. 황량한 사막 대신 녹음이 점점 짙다. 점차 잉카제국의 중심부로 들어선 기분이다. 물론 사막도 보인다.
쿠스코가 잉카제국의 수도였다니 그 전경이 궁금하다. 고산병 우려가 있어 걱정이 앞서지만 기대가 더 크다.
과거 화려한 문명이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은 듯한 환경, 내팽겨진 것 같은 땅에 짓다만 집들로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사람이 사는 모양이다. 사람 흔적이 보인다. 척박한 사막 주위에 어떻게 집을 짓고 사는지 묻고 싶고 연유를 알고 싶다.

남미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사막지형이 많고 또한 안데스의 험준한 지형에 속해 있다. 평원이 많은 아르헨티나와 비교가 된다. 달리 개발하기가 어려운 지형이나 땅은 넓다.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까. 개발이 과제다.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변신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잉카문명이 식민지 개척시대 유럽인의 손에 파괴되었으나 단절된 문명의 복원 내지 계승은 남미 국가의 과제이리라. 필자가 보건대, 아직 그 방향이나 정체성을 찾지 못한 듯 보였다. 그 답을 찾기가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광활한 남미 대륙을 보니 감탄과 탄식이 함께 한다. 새로운 경제모델의 창출을 기원한다. 도전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고산지대로 끝없이 들어가다
 
다시 밤이 깊어졌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곤히 자고 있는데 이마 위로 물방울이 떨어진다. 버스 창에 비가 맺혔나 보다. 빗소리가 꽤 요란하다. 깜깜한 어둠 속을 커브 길이 미끄러지듯 이어져 있다. 배낭에서 옷을 꺼내 입고 다시 잠을 청한다.
한참이 지나 눈을 뜨니 아직 먼동이 트기 전이지만 곧 아침이 될 모양이다. 여명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빗줄기는 조금 잦아졌다. 창밖 수풀이 보인다. 버스가 안데스의 험준한 산 속을 달리나 보다. 한국 같으면 산 길을 내기보다 지하 터널을 뚫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계곡 물이 가득 넘친다. 나무는 듬성듬성, 흙에는 모래가 많이 섞여 있다. 어째 산 전체가 좀 불안하다. 마치 흘러내릴 듯한 분위기다. 그만큼 나무들이 많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멀리 산 정상이 보인다. 4개의 구름층에 둘러싸여 있다. 늠름한 안데스를 처음 마주하는 느낌이다.
 
쿠스코는 해발 3400m의 고산에 위치한다. 한국에서 제일 높다는 백두산이 겨우 2744m이니 짐작할 만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버스가 잠시 정차한다. 아방카이라는 도시다. 산간지역에 나름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니…. 승객이 거의 다 내린다. 이 도시 역시 짓다만 구조물이 많다. 어떻게 된 것일까? 한때 경제개발이 되다가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중단한 것일까? 그렇게 밖에 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다시 버스가 시동을 켠다. 몇몇 승객만 남은 셈이다. 고산지대를 향해 달려야 하는 모양이다. 잉카제국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 궁금해진다.
본문이미지
구글에서 검색되는 쿠스코 도심의 모습이다.

고산지대에서 신기하게 넓은 평원지대가 나오다
  
아방카이를 경유한 버스는 좀 더 속력을 내며 산 위를 향해 달린다. 쿠스코까지 1시간 정도가 남았다. 어느 순간, 고원 평야지대에 들어선다. 옹기종기 마을이 보이고 농토도 비옥해 보인다. 주변 숲도 훨씬 풍성하다. 짓다만 집들도 거의 없다. 현대식 건물이 꽤 많다. 나름 정성을 들여 건축하니 주위 풍광과 잘 어울린다. 마을 한 가운데 공동묘지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 위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 안데스 저 아래에서 보면 엄청난 산악의 정상인데도 신기할 정도이다.
 
드디어 버스가 쿠스코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도시가 크다. 그리고 해발 3400m임에도 고도를 느끼기 어렵다. 잉카제국의 수도라는 옛 명성을 잘 보전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본 남미의 도시 중에서 가장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룬 곳이다.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이것 저것 쿠스코에 대해 물으니 영어가 유창하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터미널에서 나와 35분 정도를 걸으니 도심이 나왔다.
 
쿠스코의 다운타운에서 식당을 찾았다. 카페 같은 곳을 발견하기 어렵다. 페루의 전통음식을 파는 곳이 보여 들어갔다. 지난번 리마에서 닭요리가 생각난 것이다. 이번에는 돼지고기 요기를 먹어 보기로 한다. 독일의 대표음식 학센과 비슷하면서 향긋한 냄새가 자극적이다. 먹어보니 맛이 기가 막히다. 물론 배가 고파서 더 그렇겠지만 식성에 딱 맞다.
 
좀 여유를 가지고 시내를 둘러보니 도심이 아름답고 치안도 비교적 안전하다. 일단 컴퓨터 작업을 위하여 이번에도 IBIS호텔 커피숍을 찾았다. 12솔(1솔이 340원) 하는 페루 맥주를 한 잔했다.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룻밤을 쿠스코 한인 민박집에 머물다
 
향후 여행일정을 다시 짜고 체크카드 사용정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터넷(와이파이)이 가능해야 한다. 숙소문제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문득 한인 민박을 알아 보았다.
어느 블로그에 보니 한인 민박이 소개돼 있어 카톡을 보냈다. 바로 연락이 왔다. 하루 10달러에 숙박이 가능하단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도 900m 정도 거리에 있다니….
 
한인 민박집 젊은 청년이 필자를 반갑게 맞아준다. 여장을 풀자마자 샤워부터 하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인근 한국 여행사에 가서 마추픽추 투어 일정을 물었다.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비자 받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비자 발급이 복잡하지 않고 풍토병 접종도 필요없단다.

민박집에 한국에서 온 청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청년은 군에서 전역 후 대학 복학을 앞두고 친구와 2주간 남미여행 중이다. 음식이 맞지 않아 혼자 쉬고 있다. 다른 친구는 라피즈로 떠났다고 한다. 모레 다시 만나기로 했단다. 첫인상이 근실한 청년이라 느껴진다.
 
가능하면 같이 저녁식사를 하자고 하니 흔쾌히 승낙을 한다. 오후 6시쯤 가까운 한식당엘 갔다. 의외로 단정하게 잘 꾸며져 있다. 김치찌개에다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한국에서 먹던 김치찌개는 아니지만 맛이 좋았다. 청년은 자신의 여행담을 이야기 하면서 필자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하루 정도는 쉬면서 볼리비아 비자도 받고 그 과정을 즐기라”는 말이 와 닿는다. 모처럼 한식도 먹고 젊은 친구와 유쾌한 대화를 나누니 여행의 보람이 느껴진다.
 
언젠가 필자는 유럽에서 군 제대 후 복학을 앞둔 청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유럽 배낭여행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제대 후 배낭여행이 대세인 모양이다. 무척 반갑고 대견하다. 조금이라도 일찍 세상을 여행하며 서로 다른 세계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행은 세상에 대한 안목을 넓혀준다.

사용 정지된 2개의 카드문제로 통화하다
 
민박집으로 돌아와 골치 아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한국으로 국제 전화를 걸었다.

먼저 농협에 전화해 카드 사용중지를 풀어달라고 할 생각이다. 카드를 쓸 수 없으면 여간 불편하지 않다. 지구 정 반대편, 고객센터 담당자가 뜻밖에도 필자의 카드가 부정사용 의심이 들어 사용중지를 했다고 말한다. 브라질과 페루에서 동시에 카드가 사용되었단다. 바로 10시간 전에도 브라질에서 현금인출 요청 연락이 왔단다. 그래서 거절했다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페루에 있는데 브라질에서 현금인출을 요청하다니…. 당연히 카드 복제에로 인한 부정사용이다. 어디서 복제가 됐을까. 해외에서 카드 사용을 조심하라는 이유를 그제야 깨닫는다.

이번에는 우리카드 측에 전화를 걸었다. 마찬가지 답변이다. 부정사용 의심이 들어 중지했단다. 주로 부정사용은 카드 마그네틱 사용에 기인한 것이다. IC(intergrated circuit)칩이 있는 카드는 사용이 가능하다고 해 그나마 안도한다. 인터넷 예약에 카드 사용은 계속 제한되지만 현금인출은 급한대로 가능하다니 불행 중 다행이다.
 
두 은행의 상담원들은 필자에게 24시간 통화가 가능한 콜센터 번호를 알려주었다. 은행 비즈니스가 상당히 소비자 친화적으로 변화했음을 새삼스레 실감한다. 오늘 저녁을 같이한 청년의 말처럼 한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틀림 없다.
 
쿠스코는 가장 살기 좋은 장소 중 한 곳?
 
한국 민박집에 벌써 정이 든다. 고작 하룻밤을 보냈는데 말이다. 숙박비가 10달러.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이 정도면 가성비 측면에서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런데 아쉽게도 2월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채산성이 높지 않은 모양이다. 사실 1인당 10불을 받아 임대료, 관리비, 직원 급여 등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리라.
 
한국의 겨울인 12월부터 2월까지가 남미여행 성수기인데 실제 쿠스코 현지는 우기에 접어들 때다. 해외 여행객들이 거의 없다. 반면 페루 현지 성수기는 4월경. 그러나 이 시기에 한국 여행객은 남미에서 찾아 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한인 민박집이 여러 어려움을 겪는 모양이다.
 
너무 아쉽다. 개인적으로 민박집에 관심도 많다. 필자가 크로아티아를 여행할 때 찾아간 한인 민박집 사장은 한국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다 이민을 와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민박·여행업을 발판으로 향후 부동산 개발로 업종을 확대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쿠스코의 현지교민은 50명 정도다. 한인민박집은 3곳, 한국식당은 5곳이다. 이미 포화상태다. 폐업을 한다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남미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실제 남미를 찾는 여행객 수가 매년 늘지만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 어느 정도 한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좀 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한인 민박집이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입력 : 2020.03.12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김승열의 지식재산과 문화예술

⊙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 55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美 보스턴대 국제금융법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M. ⊙ 사법시험 합격(24회), 환경부·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금융위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미국 뉴욕주 Paul, Weiss 변호사,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 산하 지식재산활용전문위원장 역임. 現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대한중재인협회 수석 부협회장(PRESIDENT ELEC)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