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문화예술의 도시로서 아주 아름다운 도시이다. 지하철 역시 아름답게 장식이 되어 있다. 그리고 여름 궁전 및 겨울 궁전 등 전성기의 그 화려함을 잘 보여주는 유적이 많다. 도시 자체가 아름다뭄으로 장식되어 있는 셈이다.
에스토니아 탈린(Tallinn)의 버스터미널은 걸어가기엔 멀었지만 버스로는 그리 멀지 않았다. 날씨가 좀 차가워 걱정이 되었다. 사우나를 가서 목욕을 할까 하다가 찾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일단 예약한 호텔로 가서 핫 샤워를 하기로 했다.
버스터미널에서 걸어 30분 정도였다. 길도 익힐 겸 걷기로 했다. 다 좋은 데 날씨가 꽤 차갑다.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상당히 낮았다. 멀지 않는 거리여서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막상 가보니 깔끔한 호텔이었다. 단지 샤워시설 등만이 공용일 뿐이었다. 가자마자 핫샤워를 하니 지친 몸이 눈 녹듯 가시는 느낌이다. 컴퓨터에 앉아 좀 업무도 정리하고 스케줄 등을 체크하였다. 서서히 배가 고프다.
시내 구경도 하고 저녁도 먹고 나서 버스터미널에 천천히 가면 될 것으로 보였다. 막상 시내에 나가니 도시가 아름답다. 좀 아담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잘 정리되어 있고 깔끔했다. 그리고 치안도 좋아 보였다.
![]() |
에스토니아 탈린의 버스 터미널 모습이다. |
불빛이 많은 곳을 가보니 쇼핑타운인 모양이다. 3층에 카페 겸 식당이 있었다. 분위기는 그런대로 좋아 보였다. 생선튀김에 감자튀김 그리고 생맥주를 시켰다. 분위기가 조용하고 깔끔한 편이었다. 목이 말라 맥주는 2잔을 마셨다. 이곳은 오후 8시에 문을 닫는 모양이다. 8시가 다 되어 다른 곳에서 차나 한잔 더 하려고 나왔다. 그런데 벌써 도시의 불빛이 거의 사라지는 분위기이다. 할 수 없이 버스터미널로 향하였다.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였으나 날씨가 의외로 추워서 트램을 타고 갔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직 시간이 상당히 남았다. 추운데 맥주도 한잔해서인지 의자에 누우니 잠시 잠이 든 모양이다. 일어나서 시간을 보니 밤 11시10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버스가 11시59분이니 충분하다. 좀 더 자려고 하다가 한번 버스가 왔는지 확인해 보았다. 그랬더니 전광판의 시계는 12시 10분이었다. 기분이 이상하여 플랫폼에 가니 버스는 벌써 갔다고 한다. 아니 이럴 수가…. 알고 보니 내 핸드폰 중의 하나가 로밍이 안 되니 다른 도시의 시간을 나타나는 바람에 현지시간이 12시인데 11시로 잘못 표기한 것이었다.
당일 밤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가는 버스 편도 예약을 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좀 복잡해 졌다. 바로 옆의 플랫폼에 12시 30분 발 버스가 있었다. 운전기사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버스 티켓을 사겠다고 했다. 그렇더니 25 유로를 달라고 한다. 종전 버스는 20유로였는데 억울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있어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버스를 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다
이 버스는 종전의 버스와는 달리 시설 등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한참을 달리니 국경을 넘는 모양이다. 에스토니아에서 출국심사를 받고 나아가 러시아에서 입국심사를 하였다. 추운데 짐을 모두 들고 입국수속을 밟았다. 블로그 글에서 버스를 타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그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버스 계기판에서 알려주는 밖의 날씨는 영상 2~5도 정도였다. 실제 체감하는 기온은 거의 영하 10도 가까이 되는 것 같았다. 바람이 불고 새벽이어서 느끼는 체감기온이 현저하게 낮게 느껴졌다.
마침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마침내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니 긴장이 풀려서인지 다시 잠이 왔다. 잠에서 깨니 도착했다고 한다. 시간은 거의 오전 6시 30분 가량이 되었다. 문제는 버스터미널에 달리 시설이 전혀 없었다.
당장 환전도 충전도 해야 하는 데 걱정이다. 다행이 버스터미널 내에 ATM이 있어 이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다. 근처 사우나탕이나 식당이 있으면 충전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명소(여름의 궁정)도 한번 볼까 했다. 그런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춥게 느껴져 다음 기회로 미뤘다.
![]() |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정 모습이다. |
겨울궁전에 그저 탄복하다
대신에 겨울의 궁전으로 가기로 했다. 지하철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막상 도착하니 주변이 모두 유적지였다. 이를 관람하려는 사람이 꽤 많았다. 관람료가 800루블이었다. 별 것이 없을 텐에 너무 비싸다고 생각을 하고 들어갔다. 막상 들어가니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간 여러 곳의 뮤지엄을 다녔지만 이곳만큼 다양하고 화려한 미술품 예술품 등으로 장식된 곳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신없이 3시간 정도 미술품을 보고 나니 이제 지친다. 그런데 볼만한 작품이 너무 많았다. 과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화려한 시절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았다.
러시아가 지금은 다소 열악한 상태에 있지만 현대에 들어와 세계 2대 강국인 나라였다. 18세기 내지 19세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얼마나 번창하였는지를 족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어서 근교의 시내를 구경하면서 과거 얼마나 융성하고 화려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의 지하철 역시 모스크바 지하철에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과거 1995년에 업무 차 모스크바를 방문하면서 지금까지 기억나는 것이 2개이다. 하나는 화려한 지하철의 모습이고 또 하나는 보드카였다. 보드카는 몽실몽실한 마치 찹쌀모치처럼 몰랑몰랑했다. 그리고 그 맛이 깔끔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지하철의 화려함이다. 그 당시 지하철이 자하 상당히 낮은 지역에 위치하였고 지하철 정류장이 대리석으로 장식되고 각종 조각상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간 모스크바에서 보지 못한 화려한 의상의 북구 미인을 지하철에서 수없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 풍경이다. 지하 100m까지 내려간다. |
푸드코트에서 만난 세계적인 음식 韓食
겨울이 길고 춥다가 보니 모든 이동이 지하철이 중심이 되었다. 즉 마천루 아래로 지하철이 다니고 그 위로 바로 올라와서 코트 룸에 외투 등을 벗고 바로 연미복으로 파티나 연주 등을 감상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 후 25년이 지나서 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한 번 러시아의 지하철에 대하여 놀라게 된다. 지하철 바닥이 다 대리석이고 조각상도 있고 또한 미술품 등으로 자하철인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하철의 깊이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공중폭격 등에 대비한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하철 승강장은 거의 지하 100m 가까이 내려가야 했다. 그리고 지하철 승강장은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지하철의 크기도 적당하고 그 편의성도 아주 좋았다. 물론 한국과 같은 안전 유리스크린 등은 없다. 그러나 세계 그 어느 나라에 비하여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진 지하철임에는 분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버스터미널 근처 지하철 역 푸드 코트에 한국 음식점이 있었다. 아침에 간단히 라면(160루블)을 먹었는데 괜찮았다. 그래서 저녁에 러시아 전통음식을 도전하는 대신에 한국음식으로 포식하기로 했다. 피로가 누적돼 몸 상태가 나빴기 때문이었다.
밖이 벌써 어두워졌다. 한국식으로 돼지볶음 비빔밥과 김치찌개를 같이 시켰다. 그리고 보니 그 푸드 마켓에서 주문시 벨을 주고 음식이 나오면 벨이 울리는 시스템은 해당 한국음식점만 하는 것 같았다. 나름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으로 보였다. 그만큼 편리하였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거의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김치찌개 국물을 많이 먹다가 보니 배가 불러서 먹을 수 없을 뿐이었다.
맛이 예사 맛이 아니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종업원 중에 한국인이 없어서 외국인이 하는 한국음식으로 생각했었다. 아니나 다를 까 좀 지나니 주방에서 젊은 한국인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래도 주인인 모양이다.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한국음식을 나름대로 잘 소개하고 그기에 다가 지하철 푸드코트라는 좋은 위치에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 신기하고 대견스러워 보였다. 아는 체를 할까 하다가 바쁜 것 같아서 생략하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많았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주문을 했다. 당연히 현지인으로 보였다. 나름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나 역시 그 음식 맛에 매료되었는데 외국인이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옆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젊은 대학생이 내가 주문한 돼지볶음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자세히 보니 그냥 비빔밥인 모양이다. 아주 맛있게 먹는 것으로 보니 신기했다. 과거 미국 버클리에서 방문학자(비지팅 스칼라)로 잠시 있을 때 젊은 학부생이 한국음식을 좋아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생김새도 거의 비슷하다. 전형적인 미국의 착하고 모범적인 학생모습이었다. 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이제 한국도 그만큼 더 발전한 모양이다. 세계의 유수 도시에서 한국음식점을 보다니…. 그것도 한국인이 아닌 현지인들이 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다니….
현지인의 여유와 인심에 감동하다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맥주를 한잔 하고 싶었는데 이곳에서는 맥주 등을 판매하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봐도 달리 바나 맥주를 마실만한 곳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일반 버스터미널로 향하였다. 휴게실 등에 맥주 마시는 공간이 있을 거라고 기대를 하면서 나섰다. 그런데 버스터미널은 탈린보다 오히려 공간이 협소하다. 달리 맥주 등을 마실 공간이 전혀 없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주위에 레스토랑이나 바를 찾아보기로 했다. 다만 근처에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리고 전원장치가 있어서 충전도 가능했다. 가계 직원이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일단 75루블(한화 약 1500원) 짜리 맥주를 한 잔 마시기로 했다. 맛이 좀 싱거웠다. 짠 음식을 먹은 후에 맥주여서 갈증을 채워주었다. 와이파이는 안 된다고 해서 핸드폰을 켜고 핫스팟으로 컴퓨터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간 밀린 업무를 어느 정도하고 나니 갈증이 났다. 이번은 다른 맥주를 주문하였더니 오히려 더 싸다. 55루블이었다. 맛은 더 나은 것 같았다.
한참 동안 컴퓨터 작업을 마치니 피곤이 몰려왔다. 이를 달래기 위하여 맥주 한 잔을 더 하기로 했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테이블 위에 다 꺼내어 세었다. 옆에 있던 현지 아주머니가 이런 모습이 안 되었던 모양이다. “돈이 부족하느냐”는 취지의 러시아 말을 하더니 아주머니가 직접 동전을 세더니 조금 부족한 동전을 보태주었다. 그리고 맥주를 사라는 동작을 하였다. 좀 황당한 상황이었다. 괜찮다고 했지만 거절하기도 좀 그랬다.
사실 필자의 바지 주머니에 러시아 지폐는 있었지만 동전처리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호의를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자고 마음과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맙다고 하고 대신에 유로로 주겠다고 하니 받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고맙다고 하고 덕분에 맥주 한 잔을 추가할 수 있었다. 러시아인의 인심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물론 동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마음이 고마웠다. 일견 보기에는 험한 풍파에도 나름 잘 살아온 인생이 느껴졌다. 춥고 어둡고 비 내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따뜻함을 느낀 소중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