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까지 남은 시간에 치앙마이에서 라오스 그리고 캄보디아 쪽으로 보트 및 육로 여행을 감행하기로 하였다. 이의 계기는 슬로우 보트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면에서 효율적일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지만 침대열차에 준하는 슬리핑 버스도 흥미로워 보였다.
20일 국제세미나까지는 좀 시간이 남았다. 세미나와 치앙마이 교수분들과의 면담은 잠시 뒤로 한 채 동남아 전경을 맛보고자 시도했다. 라오스의 루앙프라방까지 배로 가는 일정이 솔깃했다. 2박3일일정인데 배로 여행해본 경험이 거의 없어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위키피디아에 찾아보니,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북부에 위치한 고대 도시이다. 도시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메콩 강을 약 400km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칸 강과 합류한 곳에 위치한다. 인구 약 6만명이다.
치앙콩까지는 버스로, 그 이후 라오스 국경에서 루앙프라방까지는 배편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잠은 유스호스텔에서 자는 방식을 택했다. 이른바 ‘슬로우 보트’ 일정은 들어본적 조차 없을 정도로 생소하여 조금 두렵기도 해서 망설였으나 용기를 내어 보았다.
아침 9시 30분에 차를 타고 3 ~4시간을 가니 치왕라이가 나왔다. 앞으로 2~3시간은 더 가야한다.
치앙콩까지 가는 도로는 그런대로 잘 구축되어 있었다. 그리고 도로 주변에 보이는 목가적 분위기는 펑온하고 정감있고 깔끔해 보였다.
태국이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부국임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도로 관리도 나름 잘 되어 있어었다.
그간 유럽에서는 직접 운전을 했는데 지금은 운전을 하지 않아 주변경관을 마음껏 느끼면서 갈 수있어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차량으로 거의 6~7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치앙콩. 다행스럽게 그간 오는 길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만해도 감사할 일이었다. 특히 도로 상태는 양호했다. 그리고 산악지형일 것 같은데 평탄한 길로 이어졌다.
"노마드 게스트 하우스"라고 적힌 숙소에 도착했다. 일행 중 일부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바로 버스를 타고 국경을 건너갔다. 나머지 일행은 내일 입국수속을 밟고 슬로우 보트를 타고 국경을 건너간다. 게스트 하우스의 리셉션 창구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아주 좋았다. 멀리 메콩강이 다 보이고 강너머 라오스의 건물까지 보였다.
놀라운 사실은 건너편 라오스의 집들이 아주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이다. 라오스가 태국보다는 발전이 덜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접경지역에서 보이는 건물은 마치 프랑스 저택을 보듯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었다.
메콩강물은 그리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전경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강변에 산책로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가로등도 보여 저녁 무렵에는 이뻐 보일 것 같았다.
배정된 방에 들어가 보니 좀 지저분한 것 같았다. 수건이 없었고 와이파이도 잘 안되었다. 리셉션에 가서 이야기하니 수건도 주고 와이파이도 바로 조치해 주었다. 방이 어둡고 지저분하여 이 방에서 잠을 자기가 좀 쉽지 않아 보였다. 샤워를 하고 나니 그나마 기분이 호전되었다. 가능한 한 1층 리셉션 있는 곳에서 밤새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근처를 한번 돌아보니 중소 도시 같은데 그런대로 오지의 시골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길을 지나가니 개들이 소리를 질러 좀 신경이 쓰였다. 동유럽에서처럼 모션을 좀 크게 하였더니 슬금슬금 지나치고 조용히 진다. 여기에도 기싸움이라는 것이 필요한 모양이다.
태국과 라오스의 국경지역에서 그 경계가 되는 메콩강을 바라보는 데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강 너머 라오스 지역의 건물도 등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마치 프랑스 남부지역의 건물을 보듯 건물이 모두 유럽풍에다가 아름답게 보였다. 라오스가 그리 못사는 나라가 아닌 모양이다....
이제 라오스와 태국사이의 메콩 강가에도 어둠이 내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강 자취는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어둠이 깔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고개를 들어 보니 강너머 라오스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강 너머 불빛이 아주 많은 지역에서 연주를 하는 모양이다. 신기하다. 태국쪽은 너무나 조용한데 후진국인 라오스는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려 온다.
더 놀라운 점은 강가의 산책로에 보였던 가로수 등불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 주위는 그야 말로 암흑. 강 너머 라오스 지역의 일부 불빛만이 반짝일 뿐이다. 그리고 연주와 노래소리가 크게 들린다.
여기에 도착하고 나서 버스 편으로 라오스 지역으로 떠난 사람들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이런 사정을 미리 안 것임에 틀림이 없다. 아무래도 놀이문화가 이곳보다는 라오스가 더 발달된 모양이다. 여기는 너무 조용하다. 저녁이어서 바람도 약간 불어 시원하다. 상큼할 정도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리듬이기는 하지만 흥겨운 음악소리가 그리 나쁘지 않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 무엇인지 살펴보니 대나무로 만든 풍경이 있었다. 이 풍경 들이 부는 바람에 흔들려 묘한 소리를 낸다. 한국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그 소리가 그리 나쁘지 않다. 여행객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 같다.
강가가 내다 보이는 리셉션 지역에서 앉아 맥주 한 잔을 하면서 시원한 바람과 풍경소리를 가까이에서 접하고 또한 저 멀리 들려오는 경쾌한 음악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좀 묘하고 신기하다. 어둠이 깔리는 세상이 다 평온해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넓은 세상을 탐방해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갑자기 밀려오는 외로움은 모든 여행객 아니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감정인 모양이다. 오늘 따라 시원한 바람이 유난히 더시원하고 경쾌하게 느껴진다. 라오스 쪽에서는 아주 신나는 젊음의 시간이 시작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