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우즈베키스탄 대표 작가 초대전 열려
지난 달 29일 강남 서래마을의 ab갤러리에서 연락이 왔다. ‘우즈베키스탄(Uzbekistan) 대표 작가 6인의 전시회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주제는 ‘사랑을 싣고 타슈켄트로부터(From Tashkent with Love)’였다.
필자가 제법 많은 나라들을 다녔으나 우즈베키스탄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사랑을 싣고 왔다’는 말도 부채질했지만.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고서 갤러리로 향했다. 마음만 급할 뿐 택시는 올림픽 도로에서 전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주말을 앞두고 봄나들이를 떠나는 차량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택시의 느린 주행으로 오히려 봄기운을 접할 수 있었다. 개나리·벚꽃·목련·산수유들의 속삭임이 도란도란 들리는 듯했고, 봄바람에 너울거리는 연두색 수양버들 가지들의 율동(律動)도 상큼했다.
“우즈벡(Uzbek)이란 명칭은 14세기 카스피해 북안을 지배했던 우즈벡 칸에서 처음 등장했고, 16세기 전후를 기점으로 오늘날의 우즈베키스탄 영토로 남하한 민족이 우즈벡(Uzbek)을 민족 명칭으로 확정했다. 우즈(Uz)는 ‘자기 자신’ ‘중심’ ‘진짜’ ‘순수함’을 뜻하며, 벡(Bek)은 ‘백부장’ 혹은 ‘장’을 뜻한다.”
우즈베키스탄 전문가 장준희 박사가 저서 <문명의 실크로드를 걷다>에서 정의한 내용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뭐니 뭐니 해도 실크로드(Silk Load)의 중심지이자 아시아 대륙의 심장부다.
강한 색체와 추상의 작품들이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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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in air, 2019 Acrylic on canvas
80.3x65.1cm |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작품들의 색채가 무척 강열했다. 맨 먼저 보보쿨로프 자콩기르(Bobokulov Jakhongir·23) 작가의 그림과 만났다. 그의 작품 세계는 영혼(soul)을 기조로 하고 있었다.
그는 국립 미술 디자인 대학교 및 국립 미술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유망주다. 2017년 현대미술 큐레이터 및 비평 세미나의 그래픽 아트 집중 코스를 수료했고, 2018년부터는 국립 미술대학교 전임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신예다.
2018년 우즈벡 최고의 보눔 팍툼 갤러리(Bonum Factum Gallery) 등 6회의 개인전을 포함해 많은 전시회에 참가했다. 보이지 않는 공간의 에너지와 침묵의 형태로 독특성을 추구하는 그는 ‘차세대 우즈벡의 현대미술을 이끌어 갈 젊은 화가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자콩기르(Jakhongir) 작가는 자유로운 사고를 소유한 화가로, 작품마다 철학적 냄새가 물씬 풍겼다. 평범한 세계의 비정상적인 해석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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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lit-2, 2019 Oil on canvas 91x73cm |
“자연에서 온 빛은 물론, 우리가 볼 수 없는 숨겨진 빛까지 색깔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상상력의 발산이지요.”
누리딘 라술로프(Nuriddin Rasulov·33) 작가의 말이다. 그는 국립 미술 디자인 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미술사와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우즈벡 국립미술관 전시담당 아티스트로 재직 중이다. 2006년부터 독일, 그리스, 카자흐스탄 및 우즈벡에서 30여회의 전시회와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미술상 수상도 여러 차례했다. 2008년부터 목조각 장인 및 우즈벡 국립 미술관의 창조적 미술가 팀인 ‘5+1’ 을 결성해서 주역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이밖에 한국, 러시아, 그리스 등에서 다수의 미술사 서적 및 앨범과 카탈로그 제작에도 참여했다.
“이 작품들은 정원을 바탕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아방가르드(Avant-garde)적인 추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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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1, 2019 Acrylic on canvas 150x105cm |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입이 무거운 산자르 자바로프(Sanjar Djabbarov·33) 작가의 말이다. 그는 국립 미술 디자인 대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우즈벡 국립 미술관의 전시 담당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는 국립 직업 디자인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년부터 아랍 에미레이트, 아제르바이잔 등 해외 및 우즈벡에서 30여회의 개인전 및 전시회에 참가했다. 2013년 ‘빛과 그림자’ 타이틀의 첫 개인전을 타슈켄트 ‘Youth Creativity Palace’에서 개최했다.
그는 많은 미술상을 휩쓸었으며, 비디오 아트를 통해서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창조적인 천재성이 엿보이는 젊은 작가로 손꼽힌다.
그림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어야
“정물화(靜物畵)는 정지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지 않습니까? 정물을 살아있게 보이도록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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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rd 3-Peony pink, 2019 Oil on canvas 45.5×53cm |
고려인 타티아나 리(Tatyana Li·54) 작가의 말이다. 우즈벡 국립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타슈켄트 주립 미술 대학원에서 무대 미술 및 장식 회화를 전공했다. 2011년부터 타슈켄트 미술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즈벡 미술가 협회 정회원이며, 2014년 공공 교육부문 공로상을 수상했다.
1992년부터 러시아, 카자흐스탄, 한국 및 우즈벡 국내에서 약 20여회 개인전 및 비엔날레 참가했다. 우즈벡 국립 현대 미술관, 타슈켄트 시립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타티아나 리’ 작가는 30년간 활동해 온 그래픽 디자이너이며, 색채 화가이자 미술 교육에 헌신하고 있는 교수다. ‘부드러운 색채의 그림을 많이 그린다’는 작가의 풍부한 경험은 관람객들에게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간단한 방식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작품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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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h tree, 2019 Oil on canvas 80x60.5cm |
샤리파 샤라프코자에바(Sharifa Sharafkhodjaeva·41) 작가의 작품도 전통 문화를 기조로 하면서도 독특성이 있었다. 사랑과 기쁨과 생명의 에너지를 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우즈벡 국립 미술 대학 연극 의상 예술전공 및 우즈벡 국립 미술 대학원에서 무대 장식 미술을 전공했다. 2003년-2007년까지 국립 인형극장 장식 아티스트로 근무했다. 2007년부터 우즈벡 국립 미술관 수석 아티스트로 근무했고, 2017년부터 우즈벡-일본의 친선 협회 이사로 재직 중이다. 우즈벡 미술가 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8년부터 독일 우즈벡에서 30여회의 인형극과 국제 미술 페스티발 등에 참가했다. 2009년 타슈켄트 국제 현대미술 비엔날레 대상 수상 등 주요 전시회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많은 상을 수상했다. 개인 사정으로 이번의 전시회에는 참가하지 못하고 작품만 왔다.
인간도 그림도, 자연에 뿌리를 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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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quet-3, 2019 Acylic on canvas 90.9x60.6cm |
“우즈벡의 전통문양에 자연을 접목시켰습니다. 전통을 토대로 꽃과 새들과 천사들에게 색(色)을 입힌 것입니다.”
요쿱 벡나자로프(Yokub Beknazarov·25) 작가의 말이다. 국립 미술 디자인 대학교에서 ‘Easel painting’을 전공한 그는 젊음과 어울리는 발랄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현재 우즈벡 국립 미술관 전시 담당 아티스트로 재직 중이다. 2018년 우즈벡 최고의 화랑인 ‘보눔 팍툼 갤러리 (Bonum Factum Gallery)’ 개인전 등 2015년부터 7회의 개인전 및 주요 전시회 에 참가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그림을 그리는 젊은 작가다.
요곱(Yokub) 작가는 또 ‘작품은 변화가 훌륭한 주인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꽃·새·장식품 등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면서도 정확한 주소로 이어진다. 최종 목적지는 아시아다. 밝은 장식 예술은 그의 밝은 성격과 흐름을 같이한다.
미술을 통한 아름다운 동행(A Beautiful Accompany)
“이번 초대전에 참가한 작가들이 젊지만, ‘5+1’이라는 팀을 결성해서 21세기 초 유럽에서 유행한 아방가르드(Avant-garde: 전위예술)운동을 우즈벡 미술에 접목시켰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창조적이고 수준 높은 마스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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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한 작가들과 관계자들: 성석남 관장(좌1), 자콩기르(좌2), 야쿱(좌3), 타티아나(좌5), 산자르(좌7), 누리딘(좌8)- |
ab갤러리 성석남 관장(61)의 말이다. 이 갤러리는 프랑스 파리와 독일 바덴바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2015년에 서래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해외의 아트페어를 통해 많은 한국작가들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앞장선다.
“지난해 11월말부터 한 달 동안 우즈베키스탄 문화부 초청으로 타슈켄트 시립미술관에서 ‘아름다운 동행(A Beautiful Accompany)’이라는 타이틀로 한국 대표 작가 13인 전을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최고의 사립 갤러리인 ‘보눔 팍툼(Bonum Factum)’의 초청을 받아 올 2월 두 번째 한국 현대 미술전을 열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우즈벡 대표작가 초대전 ‘사랑을 싣고 타슈켄트로부터(From Tashkent with Love)’를 기획했습니다. 이번의 초대전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문화교류 차원에서 타슈켄트 시립미술관 소속의 젊고 유망한 전속작가 6인을 초청한 것입니다. 우즈베키스탄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한국에서 선보인 것은 처음입니다.”
ab갤러리의 두 전시회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그 나라의 미술계에 큰 방향을 일으켰다. 한국 현대 미술에 대한 강한 인상과 커다란 공명(共鳴)을 남긴 것이다.
“제1회 우즈베키스탄 작가 초대전은 양국의 우정을 통해 예술의 다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한국의 수도 서울은 우즈베키스탄 예술가들에게 환대와 따뜻함을 선사했습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엿보이는 높은 문화 수준과 서울의 역동적인 발전에도 매료되었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누리딘 라술로프(Nuriddin Rasulov)를 비롯한 5명의 신예 작가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큰 공명(共鳴)을 남겼다. 사랑을 싣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