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올라선 하태경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부산 해운대갑)이 ‘21대 총선 결산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래통합당은 중도층의 표심을 잡는데 실패해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하태경 당선인은 중도층은 물론, 청년층의 관심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차별화를 꾀해 왔다. 하태경 당선인 측이 내놓은 이 보고서는 향후 통합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하태경 당선인은 부산 지역 최고 득표율(59.5%)을 기록했다. 2위(유영민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는 2만9338표(22.1%)로 부산 지역 최고 기록이다. 20대 총선 당시, 하태경 당선인의 부산 지역 기준 득표율은 8위에 불과했었다. 4년 만에 무려 7계단이나 오른 셈이다. 하태경 당선인은 20대 총선에서도 유영민 후보와 맞붙었었다. 당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10.8%였다. 4년 만에 지지율이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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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하태경 의원실 제공 |
하태경 당선인 측이 자체 분석한 결과, 59.5%란 득표율은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자유한국당), 유승민(바른정당), 안철수(국민의당) 후보 합산 득표율(56.7%)보다 2.8% 높은 수치다. 또한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심상정(정의당) 합산 득표율(61.2%)보다는 1.7% 낮다. 59.5%란 득표율은, 중도표뿐 아니라 정의당 지지자 일부를 흡수한 결과라는 게 하 당선인 측의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부산 해운대는 ‘부산의 강남’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보다 우세한 지역이라는 얘기다. 이를 근거로 하태경 후보의 당선을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하태경 의원실 관계자는 “2014년 이후 통계를 보면, 20~21대 총선을 제외하고 민주당 지지가 더 우세했다”고 반박했다.
하태경 당선인 측은 압도적인 당선 배경에 지난 2년간 꾸준히 청년층을 대변해온 점을 강조하고 있다. 총선 기간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하태경 후보가 통합당 후보들 중 20대 지지율에서 민주당을 앞선다는 분석이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태경 당선인은 ▲‘군(軍) 복무 1%가점법’ 포함한 '군 보상 3법' 추진 ▲미성년 프로게이머의 불공정 노예계약 문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엑스(X) 101’ 투표 의혹 등을 제기해왔다. 20~30대 청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것이다.
그 결과 군인(20대) 비중이 높은 관외 사전투표에서도 유영민 후보를 7% 정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하태경 당선인 측은 이를 청년층의 지지로 간접 추정하고 있다.
‘교육 공약’으로 통합당의 취약 지지 계층인 30~40대 유권자를 파고든 것 역시 승기를 잡는데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하태경 당선인은 총선 기간, ‘국제 바깔로레아’라는 대입 국제표준시험(한글IB)의 해운대 도입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30~40대 학부모들이 큰 호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참고로 하태경 당선인은 21대 국회 상임위원회로 교육위원회 입성을 희망하고 있다.
이밖에 하태경 당선인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코로나 극복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인식 하에 정부·여당의 코로나 방역 대책에도 적극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주민들 눈높이 선거운동’이란 전략을 구사, 주민들과 촬영한 셀카만 1500컷이 넘는다. 이 역시 중도층·청년층의 지지를 끌어내는데 주효했다고 하 당선인 측은 보고 있다.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는 하태경 당선인의 적극적인 중도층·청년층 공략이 향후 통합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하태경 당선인처럼) 좀 더 적극적인 중간 지대 공략으로 당이 입장을 선회했으면 이 정도의 참패와 수모는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