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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선우휘·오효진 외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펴냄)

국가를 위해 일한 ‘머슴’ ‘집사’ 이야기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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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금(資金)이라는 것은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뭘 압니까.”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국회청문회에서 무심코 한 말이라고 한다. 직장인, 샐러리맨이라고 부르지만 재벌의 눈엔 그저 머슴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한보그룹이 1997년 IMF 사태의 도화선이 돼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겼으니 정태수는 주인은커녕 머슴만도 못한 인물이었다.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 중독자로 태어난 ‘머슴’이자 ‘집사’가 있다.
 
  이들은 미친 듯 앞만 보고 달리며 회사 일에 목숨 걸고 뛰어다녔다. 회사가 먼저냐, 국가가 먼저냐 할 때 늘 국가를 우선적으로 택했다. 한국 경제의 기적을 일군 이병철·정주영·박태준·김우중·이건희·최종현·신격호·구자경·조양호가 그들이다.
 
  《월간조선》이 펴낸 《거인의 어깨 위에서》는 가난한 나라의 머슴으로 태어나 세계적 기업으로 일군 대기업 창업주들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지금은 전설이 된 창업주의 육성록(肉聲錄)을 담았다. 한 문장 한 문장 버릴 수 없는 어록들이 담겨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전설의 음성을 어디서 들을 수 있단 말인가.
 
 
  “한국 네까짓 게 무슨 반도체냐”
 
  이병철(李秉喆·1910~1987년) 삼성 창업주가 반도체 기술을 얻기 위해 노력한 세월은 비록 몇 문장으로 요약됐지만 절대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다음은 《거인의 어깨 위에서》 중 일부다. 아래 글은 《월간조선》 1984년 1월호에 실렸다. 이 회장은 “반도체 기술을 사려고 해도 일본 사람들이 주지 않았다.” 기술을 안 준다는 이야기는 안 하면서 ‘지금 바빠서’라고 자꾸 피했다고 한다.
 
  “지금 바쁘다는데 언제 끝나느냐, 10년 걸리는가, 20년 걸리는가. 그랬더니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건 아니지만, 하는데 속으로는 한국 네까짓 게 무슨 반도체냐, 냉소하는 것이 비쳐. 환하게 보이더라고.”(이병철)
 

  이 회장은 “대사관에 부탁한다, 일본의 정객(政客)을 동원한다, 각료 회담에 의제로 삼는다, 심지어 정상회담에까지 정부에서 이 문제를 갖고 논의”했지만 반도체 기술을 주지 않았다. 이 회장은 어느 날 일본 샤프를 찾아갔다.
 
  “이 회사는 방침이 기술을 전부 공개하고 다른 데 파는 거예요. 돈 받고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기술을 널리 보급하자는 게 그 회사의 사풍인 겁니다. 기술을 사가지고 간 쪽에서 돈을 벌어야 좋아하고 안 벌면 싫어하는 이상한 회사라….”(이병철)
 
  샤프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삼성이 있었을까. 아니 샤프가 없었다면, 또 다른 기업이 삼성을 도왔을지 모른다. 미친 듯이 일하며 방법을 찾다 보면 어떤 도움이 어떤 뜻밖의 기회로 생기기 마련이다. 고(故) 이어령(李御寧·1933~2022년) 선생이 말씀하셨듯이 인류는 공생(共生), 상생(相生)의 관계로 진화해왔다
 
 
  첫 쇳물이 쏟아질 때까지 흘린 뜨거운 눈물
 
  《월간조선》 1986년 2월호에 실린 포항제철 박태준(朴泰俊·1927~2011년) 회장의 인터뷰를 보면 저 포항에 지어진 제철소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첫 쇳물이 쏟아질 때까지 박태준은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번 뜨거운 눈물을 쏟아야 했다.
 
  포항에서 종합제철의 부지 조성 공사가 시작된 건 1968년 6월 15일. 그리고 본격적으로 1기 설비의 공장이 종합 착공된 건 그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난 1970년 4월 1일이었다.
 

  포항 백사장 위에 제철소를 짓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철강 원료공급사 측이 “공기(工期)가 6개월이나 1년 늦어지는 게 보통인데 무엇으로 당신들을 믿느냐”는 것에 손해배상 각서까지 써야 했다.
 
  박태준이 현장에 가보니 공기가 석 달이나 지연돼 있는 것이었다. 그는 당장 공기 단축 비상령을 내리고 모래펄을 펄펄 뛰며 독려했다. 박태준 회장은 “공사 기간 동안 내가 하루에 3시간 잠을 잤으면 많이 잔 것”이라고 했다. 박 회장의 모친 김소순씨는 이렇게 말했다.
 
  “밤새도록 잠도 안 자 빼빼 말라가 내가 그 문딩이 같은 포항제철 내버려뿌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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