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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

이승만의 찬란한 부활, 그리고 총선

글 : 배진영  월간조선 편집장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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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만 대통령을 다룬 영화 〈건국전쟁〉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일 개봉한 이 영화는 2월 15일 현재 관객 수 48만5427명으로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이 누적 관객 수 1311만 명(2월 11일 현재)을 넘은 것을 생각하면, “고작 48만 명 갖고 ‘돌풍’ 운운하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봄〉은 제작비가 233억원이나 들어갔고 정우성·황정민 등 ‘스타’들이 출연한 대작 상업 영화입니다. 반면에 〈건국전쟁〉은 제작비가 3억원에 불과하고, 출연자들이라고 해야 국내외 교수나 전직 언론인들인 ‘밋밋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그런 영화에 관객이 48만 명이나 몰렸다는 것은 분명 뉴스입니다. 아니 ‘이승만 영화’가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국내 유수의 영화관에서 개봉했다는 것부터가 뉴스입니다.
 
 
  ‘슬픈 이승만’
 
  저는 이 영화를 지난 1월 16일 용산CGV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봤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승만 대통령의 얼굴이 참 슬퍼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김덕영 감독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영화를 참 잘 만들었다’는 느낌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영화 앞부분에 나오는 4·19 당시 부상 학생들을 문병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부터 그랬습니다(세상의 어떤 ‘독재자’가 자기 물러가라고 데모하다가 다친 시위대를 문병할까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노인의 표정을 보며 저도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문병을 마치고 경무대로 돌아온 후 프란체스카 여사에게 “내가 맞아야 할 총을 어린 학생들이 대신 맞았다”며 안타까워했다는 며느리 조혜자 여사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그 표정은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은 대부분 슬퍼 보였습니다. 1954년 뉴욕에서의 ‘영웅의 행진’ 퍼레이드에서 잠깐 미소 짓는 듯했지만, 그마저도 그리 길지는 않았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느라, 나라를 세우느라, 전쟁을 치르느라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으면, 어쩌면 저렇게 한 번도 웃지 않으실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저도 웃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웃을 수 없었던 이유는 또 하나 있었습니다. 영화 제작·개봉 과정에서 김덕영 감독이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한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렇게 시사회를 하고는 있지만 과연 이 영화가 번듯한 영화관에서 정식으로 개봉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작은 희망’이 물결이 되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은 했지만, 이번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보러 올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개봉 초 영화를 보러 갔던 친구가 “80명 객석에 관객은 나까지 딸랑 11명”이라는 카톡을 보내왔을 때에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잠시 후 친구는 다시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젊은 아주머니 한 사람이 중학생 아들 둘을 데리고 들어온다. 작은 희망.”
 
  그런데 그 ‘작은 희망’이 큰 물결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관객이 3만 명을 돌파했다’ ‘박스오피스 3위다’ 하는 소식이 들려오는가 싶더니, 구정 연휴 중이던 2월 11일에는 관객 수가 18만 명(2월 10일 현재)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2월 12일 아침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에 들어가 직접 확인해 보니 24만 명으로 늘었더군요. 반면에 1월 10일 기세 좋게 개봉했던 〈김대중의 길〉(1월 10일 개봉)은 관객 수 11만4331명을 기록하고 막을 내렸습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문재인입니다〉는 관객수 10만4819명에 그쳤습니다.
 
  페친(페이스북 친구)은 “9일 용산 CGV 200명 넘게 들어오는 상영관이 거의 꽉 찼다”면서 “끝나고 박수 치는 영화는 참 오랜만”이라고 알려왔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안철수 국회의원, 김진태 강원지사 등 정치인들도 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당초 이 영화에 배당된 스크린 수가 너무 적다고 분개하던 김덕영 감독은 2월 11일 저와 통화하면서 “이제 이승만 대통령 생신(3월 26일)이 있는 3월까지 영화를 끌고 가는 게 목표”라며 웃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내내 웃지 않으셨던 이승만 대통령께서도 천국에서, 당신에 대한 영화를 보겠다고 영화관으로 몰려드는 후손들을 보시면서 환하게 미소 지으실 것 같습니다.
 
 
  ‘이승만’을 되살린 사람들
 
  〈건국전쟁〉을 만든 김덕영 감독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만들면서 많이 울었다. 너무 미안해서, 너무 죄송해서…”라고 말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586 세대인 김덕영 감독 자신도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오해에 사로잡혔던 시절이 있었다는 고백이겠죠.
 
  솔직히 말하자면 ‘모태보수(母胎保守)’라는 소리를 듣는 저도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지는 20년 남짓입니다. 좌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친일파’ ‘분단의 원흉’이라고 생각한 것은 물론 아니었지만, ‘4·19로 쫓겨난 실패한 지도자’라는 생각을 저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월간조선》에 들어와 기자 생활을 하면서부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손세일 전 의원이 《월간조선》에 10여 년간 〈이승만과 김구〉를 연재할 때 원고를 담당했던 것이 큰 계기가 됐습니다. 또 이승만 대통령을 직접 접했거나 그분을 올바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을 취재하면서 ‘이승만’이라는 분이 얼마나 거대한 인물인가를 서서히 발견하게 됐습니다. 농지개혁이나 한미동맹 같은 업적도 업적이거니와, 특히 세계와 역사를 보는 그분의 통찰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에 대한 변변한 책 하나 없었던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습니다. 있어도 딱딱한 학술 서적 스타일의 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정말 많은 분이 이승만 대통령을 알리기 위해 애써 왔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 박사 부부는 물론 돌아가신 유영익 전 국사편찬위원장,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소설가 복거일 선생, 이주영 전 건국대 부총장, 조갑제 전 월간조선사 대표, 류석춘 전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장, 김효선 건국이념보급회 사무총장, 이호 거룩한대한민국네트워크 대표 등이 그런 분들입니다. 이승만 대통령 관련 책들을 꾸준히 출간해온 안병훈 기파랑 대표, 신동설 청미디어 대표, 심만수 살림 대표, 김광숙 백년동안 대표 등도 고마운 분들입니다. 《조선일보》와 저희 《월간조선》도 이러한 노력에 일조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정권 교체의 힘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상황에서 이러한 노력들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그동안 던진 계란 때문에 바위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보훈부 장관이 이승만대통령기념관을 짓겠다고 나섰습니다. 경북 다부동 전적지에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이승만 영화’를 보러 관객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김덕영 감독은 “100만 명이 〈건국전쟁〉을 보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이 속도대로라면 3월 말까지 스크린에 걸릴 경우 ‘100만 관객’이 꿈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들이 가능했던 것은 2022년 정권 교체 덕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일 좌파 정권하에서였다면,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큰 영화관들이 〈건국전쟁〉을 스크린에 올릴 엄두나 냈을까요? 영화관에 걸리지도 못하는 영화를 누가 알고 찾아갈 수 있었을까요?
 
  4·10 총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모처럼 바로잡히기 시작한 나라의 흐름이 뒤집힐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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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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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터나    (2024-02-24) 찬성 : 2   반대 : 0
모태보수... ^^ 멋진 말입니다.
건국전쟁. 저도 봤는데, 지금 85만명이네요. 우리 보수 국민들에게 저도 고맙습니다.
  studioslo@hotmail.com    (2024-02-21) 찬성 : 2   반대 : 0
우리의 건국 대통령은 이렇게 죽어갔다 -이동욱 저. 꼭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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