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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글·사진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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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추모의 정원(Garden of remembrance)에 앉아 있는 연인들.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1966년 만들어진 공원이다. 지난 2011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내외가 이곳을 찾았다. 영국 국왕으로는 100년 만의 아일랜드 방문이었다.
  꿈도, 희망도 없었다. 궁핍과 부패한 정치, 술 취한 사람들만 남았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집 《더블린 사람들(Dubliners·1914)》 속 더블린은 패배주의라는 습기를 잔뜩 머금은 도시로 묘사된다. 이 땅에 긴 시간 동안 볕은 들지 않았다. 1922년 독립하고도 아일랜드는 종주국(宗主國) 영국으로부터 ‘하얀 원숭이’라는 멸시를 받았고 ‘유럽의 낙오자’라는 오명은 1980년대까지 썼다.
 

  그랬던 나라가 유럽 내 최대 부국(富國)이 됐다. 1인당 소득으로 영국을 추월한 건 벌써 24년 전(1998년)이다. 죽기 살기로 개방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구글, 야후, 애플, 인텔, 페이스북, 화이자 등 알 만한 세계적 기업들이 더블린에 유럽 법인을 세웠다. 《더블린 사람들》의 ‘작은 구름’ 편에는 앞날이 없는 나라를 한탄하며, 유럽에 대한 동경만으로 살아가는 ‘챈들러’의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여타 유럽인에게 챈들러는 ‘동경의 대상’이다. 그런데도 우월주의 같은 건 없다. 더블린 사람들은 겸손하고, 친절하고, 순하다.
 
원칙적으로 버스커들은 허가증을 받아야 하지만, 무허가 버스커들도 많다. 어쩐지 이들 주변에는 관객이 모여들지 않는다. 외로이 노래하는 버스커 뒤로 우뚝 솟은 첨탑은 아일랜드 경제 성장을 기념해 2003년 세워진 더 스파이어(The spire)다. 어딘가 역설적인 장면이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정치지도자 대니얼 오코넬(Daniel O'Connell·1775~1847년)의 동상. 아일랜드 해방과 자치에 기여했다. 그의 이름을 딴 오코넬가(街)는 더블린의 중심지다. 더블린 사람들에게 만남의 장소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거리에 있는 이순신 동상쯤 된다. 동상 머리에는 늘 갈매기가 앉아 있다. 갈매기 중에서도 우두머리만 차지하는 자리라고 한다.
 
더블린은 버스커들의 천국이다. 세계적인 록그룹 U2도 데뷔 전 더블린 그래프톤가(街)에서 버스킹을 했다. 우중(雨中)에도 버스킹은 멈추지 않는다. 비 오는 그래프톤 거리에서 감미로운 발라드를 부르는 한 버스커. 마이크에 걸린 팻말은 버스킹 허가증이다.
 
더블린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인 오코넬가(街)에 세워진 제임스 조이스의 동상. 2022년의 더블린 사람들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거리엔 온통 음악 소리다. 이곳은 버스커들의 성지다. 전설적인 록 밴드 U2 또한 데뷔 전 더블린 그래프톤가(街)에서 노래했다. 흥이 넘치는 한편 우리처럼 한(恨)의 정서도 있다. 노벨문학상도 4명이나 배출했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조지 버나드 쇼, 사무엘 베케트, 셰이머스 히니다. 오스카 와일드와 《걸리버 여행기》의 조너선 스위프트, 《드라큘라》의 브람 스토커도 더블린 태생이다. 그래서인지 과장 좀 (많이) 보태 한 집 건너 한 집이 서점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켈스의 서(書)’도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안에 있다. 아일랜드 최고의 명문학교다.
 
아일랜드는 1847년부터 1852년까지 감자대기근을 겪었다. 대기근 당시 이민 가는 사람들을 표현한 대기근동상(The Famine Sculptures)이다. 당시 외국으로 이주한 숫자는 약 100여만 명인데, 그중 60%가 육지에 발도 못 디뎌보고 배 안에서 역병으로 죽었다. 동상 너머 더블린 국제금융센터(IFSC)가 보인다. 센터 주변에는 전 세계 주요 금융기업의 유럽지사가 포진해 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더블린 중심가 어느 골목 풍경. 기네스는 아일랜드의 자랑이다. 사람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펍에서 기네스를 마신다. 어쩐지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에 나올법한 풍경 같다.
 
수많은 문학가를 배출한 도시답게 더블린에는 서점이 많다. 사진은 트리니티 칼리지 롱룸 라이브러리 한편에 있는 서적을 클로즈업한 것.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켈스의 서(書)’가 보관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안의 도서관 롱룸(Long Room)의 전경이다. 매해 5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20만 권의 고서(古書)가 빼곡히 들어찬 2층 높이의 서가(書架)가 장관이다. 영화 해리포터 속 도서관이 여기서 영감을 받아 연출됐다고 한다.
  술은 예나 지금이나 많이 마신다. 대낮부터 펍에서 기네스를 들이켠다. 남녀노소 할 것 없다. 감기에 걸렸을 땐 아이리시 위스키를 데워서 먹는다. ‘술이 보약’이라고 한다. 기네스는 물론이고 아이리시 위스키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스카치 위스키보다 ‘한 수 위’라고 연신 강조한다.
 
아일랜드의 경제가 회복하면서 구걸하는 이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더블린에서는 집시와 노숙인도 쉽게 볼 수 있다. 버스를 타기 전 기자에게 “남는 동전이 있으면 달라”고 했던 남성.
 
더블린에서 가장 유명한 펍인 ‘템플바’에서 공연하는 밴드의 모습. 각종 소설과 영화에 등장한 템플바는 목요일 저녁부터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어디나 그렇듯 이면의 세계도 존재한다. 구걸하는 사람들, 마약쟁이들, 술병을 낀 채 널브러진 사람들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집계된 홈리스만 9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국민의 2%에 달한다.
 

  1914년 소설집을 펴낸 제임스 조이스의 동상은 더블린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오코넬가(街)에 서 있다. 동상 속 그는 2022년에도 동그란 안경 너머로 여전히 ‘더블린 사람들’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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