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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서현 교수의 ‘작은 집의 건축학 개론’

은퇴한 간호사의 집 ‘문추헌’에 울리는 풍경소리

글 : 오동룡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gomsi@chosun.com

사진 :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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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엄정면 추평리에 있는 문추헌.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시공했으며 소나무 안쪽으로 문추헌이란 당호가 건물에 박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는 ‘방콕’ ‘집콕’의 시대다.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서 개성 있는 집짓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부쩍 늘고 있다. 집의 정신적 안정과 휴식의 공간이라는 전통적 기능은 변함이 없겠지만, 코로나19의 지루한 터널을 지나면서 우리의 집은 ‘진화’의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건축가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가 지은 세 채의 집이 화제인 것도 그런 이유인 듯하다. 평수는 작지만 가장 검소한 풍요를 실천하는 집들이다. 네팔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마치고 은퇴한 간호사가 악보 뒷면에 그려온 엉성한 도면은 16평(55.3㎡) 주택 ‘문추헌(文秋軒)’으로 탄생했다. 전국 각지에서 집 구경 하러 몰려드는 통에 문추헌은 ‘전원주택의 모델하우스’가 됐고, 할머니는 졸지에 ‘명사’가 됐다. 천장을 ‘ㄱ’자로 드라마틱하게 꺾어 하늘을 얻었다. 실내로 들어오는 따뜻한 빛은 재벌집 부럽지 않게 풍요롭다. 건물 밖에는 노출된 콘크리트 벽에 담쟁이가 자라고, 풍경(風磬)이 바람에 운다.
 
2층에서 내려다본 담류헌의 거실 모습. 왼쪽에 큐블록 벽채가 보인다.
  54평(180.6㎡)형 ‘담류헌(談流軒)’은 사랑방 같은 집이다. 학교에서 함께 귀가한 개구쟁이 아이들의 신발이 현관에 즐비하다. 어른들도 밤이면 모여들어 ‘치맥’으로 수다를 떤다. 격의 없는 사람들끼리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붙인 담류헌이라는 당호(堂號)가 건축주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다. 현관 밖에 넘쳐나는 신발들, 그래서 담류헌에 넘쳐날 대화…. 담류헌은 가족과 이웃의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담류헌은 낮엔 햇빛으로 밤엔 야간 조명으로 ‘빛의 향연’을 벌인다. 실내 큐블록으로 분할된 빛이 들어오는 모습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하늘이 동그란 집’이란 뜻인 46평형(152.8㎡)의 ‘건원재(乾圓齋)’는 계절 따라 이동하는 태양의 빛이 중정 벽에 동그라미·하트 무늬를 그려놓아 보는 이에게 탄성을 선사한다. 건원재의 동그란 하늘을 보고 방문객 중 하나는 빛의 마술사인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작품이라고 했다. 건축가는 건축주 남자에게 동그란 하늘을 선물하고, 그 아내는 하트 모양의 빛으로 감동을 받는다. 격하게 감동한 왕년의 축구선수이자 건축주인 남자는 건축가에게 ‘구닥다리’ 군용 손목시계를 그 자리에서 풀어 선물했다.
 
담류헌. 마당과 거실을 연결한 듯한 모습. 마당은 거실의 연장이어야 한다는 설계자의 의도가 담겼다. 오른쪽에 보이는 나무가 비율이 잘 맞아 ‘김태희’라고 부르는 공작단풍나무다.
  사람이 집을 짓는 이유는 돌아갈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집이 좋은 집이 되려면 밥 먹고 잠자는 일상만이 아니라 그곳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마음까지 담아내야 한다. 결국 집의 가치는 기능적 조건을 넘어 건축주의 마음을 담아내는 데 있다. 여기에 소개한 세 채의 공통점은 모두 작고 검소한 집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집에 살 사람의 마음이 돌아가고 싶은 집. 그래서 결국 그 마음이 담겨 있는 집들이다.⊙
 
담류헌 거실에서 건축주 가족과 담소하는 서현 교수. 사진=〈전원 속의 내집〉 변종석 작가 제공
 
건원재의 벽과 슬래브가 만나는 지점에 둥그런 하늘이 열린다. 콘크리트 슬래브의 두께가 보이지 않아야 하고, 원은 사각형 벽체에 내접해야 한다. 건원재가 되기 위해 건축가가 끝까지 고집해야 하는 장치다.
 

 
공주시 의당면 고지대에 건축한 건원재.
 
건원재 준공 촬영 중인 서현 교수. 주차장 바닥은 거푸집과 맞춘 화강석이고, 벽면은 노출 콘크리트로 시공했다. 줄눈이 잘 맞았다. 기둥이 없어야 하므로 상부가 많이 돌출됐다.
 
건원재 중정에서 바라본 하늘. 빛이 만드는 또 하나의 선물, 하트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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