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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낙네의 동네 사랑방, 유진 미용실

글·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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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 파마한 머리를 감추기 위해 보자기를 머리에 둘러쓰고 식당으로 가는 어르신.
서울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다.
  마을 아낙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미용실에는 그녀들의 삶도 함께 묻어 온다. 한때 지천이 포도밭이었던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 예스러운 미용실이 있다. 간판은 ‘유진 미용실’인데, 부르는 사람마다 이름이 제각각이다. ‘포도밭 미용실’이라 부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솜씨가 좋아 ‘덕은동의 명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화번호는 02로 시작하는데 지역 분류는 경기도다. 그러므로 이곳은 서울 끝자락에 위치한 시골스러운 마지막 미용실인지 모른다.
 
덕은동의 유일한 미용실인 유진 미용실. 휴일을 맞아 손님들로 북적인다. 이곳은 인근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올 만큼 입 소문이 난 곳이다.
  동네 야쿠르트 아줌마가 지나는 길에 들러 세상 이야기에 빨대를 꽂아 두기도 하고, 비 오는 날이면 구석 부엌에서 파전도 부쳐 내놓기도 한다. 30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했으니 실력도 남달라 단골 손님의 딸의 손녀까지 찾아오는 멋집이다.
 
  “나이 80을 먹어도 여자는 여자야. 이 동네 어르신들은 다들 멋쟁이라니까.”
 
동네 미용실이 다 그러하듯 유진 미용실도 대부분이 셀프 서비스다. 바쁜 주인장을 대신해 손님들이 수건을 접고 물건을 정리한다.
  주인의 친근한 입담은 길고 헝클어진 단골들의 속앓이를 가지런하게 다듬어 준다. 대부분 10년 이상 된 단골이라 화폐가치 또한 추억의 가격 그대로이다. 커트 7000원, 파마 2만원. 서울에서 이렇게 싼 곳 찾아보기 쉽지 않다며 단골들은 칭찬 일색이다. 포도밭에서 난지도 쓰레기매립지 주변으로 세월도 애환으로 저무는 곳. 밤이 늦어도 쉽게 꺼지지 않는 미용실 간판 불은 아직도 덕은동의 지나온 시간을 아련하게 밝히고 있다.⊙
 
오후 3시를 넘긴 시각, 슬슬 손님들이 배가 고파질 때면 주인장이 냉큼 부엌으로 가 파전을 부쳐 온다.

“주인장이 워낙 머리를 잘 볶아 줘서 두 달에 한 번만 와도 돼.” 유진 미용실 표 ‘뽀글뽀글’ 파마는 단골 손님들에게 ‘대만족’이다.

색 바랜 가격표. 20년이 넘도록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끝자락에 자리한 유진 미용실. 50년 묵은 건물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 준다. 한때 이곳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웃이 정겨웠으나 도시가 길 건너까지 밀려오면서 마을을 떠난 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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