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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단골집 ③ 배우 김혜은

보물창고에서 흑진주 찾기, 동대문 종합시장 액세서리 상가

글·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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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은
⊙ 41세. 서울대 성악과 졸.
⊙ MBC 기상캐스터로 활동.
⊙ 출연작: 드라마 <아현동마님><오로라공주><황금무지개><밀회><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범죄와의 전쟁> 등.
⊙ 기아대책 홍보대사, 한국청소년쉼터 홍보대사.
배우 김혜은이 자신의 집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목걸이를 만들고 있다. 작업실이래 봐야 기다란 탁자 위에 갖가지 재료를 넣은 서랍장을 놓은 것이 전부다. 그녀는 극이 들어가기 전에는 물론, 극 진행 중에도 이곳에 들어와 액세서리를 만든다. 캐릭터를 구상하며 손끝에서 이미지화하는 작업은 몰입도를 유지시키는 힘이다. 그렇게 만든 액세서리가 400개가 넘는단다.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까맣고 큰 눈동자. 배우 김혜은을 머릿속에 그리면 영롱하게 빛나는 까만 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강렬하게 빛을 발하는 눈동자는 작고 가녀린 그녀를 ‘강인한 여자’로 만든다.
 
  동대문상가에서 만난 배우 김혜은은 헐렁한 티셔츠에 청바지, 편안한 운동화 차림이었다. 액세서리 하나 걸친 것 없고 머리도 단정하게 묶었다. 의외의 수수한 모습이었다.
 
  “오늘 제가 갈 곳은 많이 걸어야 해서요.”
 

  그녀가 잰걸음으로 찾아간 곳은 동대문 종합시장 5층의 액세서리 상가다. 계단을 오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빽빽하게 들어선 점포에는 수천 가지 액세서리 부속품과 수공예품이 조명 아래 빛을 발했다. 미로 같은 상가 안을 헤집고 들어가자 화려한 진주와 에메랄드빛의 터키석, 독특한 모양의 갖가지 원석으로 가득한 점포 하나가 나왔다. 그녀의 단골집, ‘노블’이다.
 
  “이곳은 희귀한 원석을 파는 곳이에요. 다른 곳에 없는 질 좋은 원석과 진주, 크리스털 등을 가지고 있죠.”
 
배우 김혜은이 가죽 자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태평양’에서 팔찌 디자인을 구상하고 있다. 동대문 상가에서는 자재를 이용해 즉석에서 만들어보며 소재와 부품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 동대문에 터 잡은 지 11년이 넘는 ‘노블’은 오효진·효정·효주 삼 남매가 운영하는 액세서리 원자재 판매점이다. 주로 중국과 인도, 태국에서 물건을 들여오는데 모두 삼 남매가 발품 팔아 모아온 것이다.
 
  수십 가지 종류의 진주 목걸이가 걸린 벽면을 서성이던 그녀는 푸르스름한 빛깔을 품고 있는 오묘한 느낌의 흑진주를 골랐다. 배우 김혜은의 까만 눈과 닮아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흑진주는 고귀하기도 하면서 강하고, 섹시한 매력이 있죠.”
 
희귀석 취급점 ‘노블’의 미녀 자매 오효진(왼쪽), 오효정(오른쪽)씨와 함께한 배우 김혜은.
  배우 김혜은이 보여준 캐릭터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거센 입담의 천박한 여사장(영화 <범죄와의 전쟁>)과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재벌가 2세(드라마 <밀회>)다. 하류와 상류사회의 전형을 보여주는 극과 극의 캐릭터지만 하나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강한 여자’. 두 캐릭터 모두에게 ‘진주’를 붙이면 묘하게 어울린다. ‘천박한 섹시’와 ‘우아한 탐욕’으로 진주는 이미지화된다. 액세서리는 캐릭터를 완성해 주는 ‘완벽한 도구’다.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화장 등 모든 것이 모여서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되죠. 그중 하나가 액세서리예요.”
 
  그녀는 무대에서 어떤 캐릭터로 서야 하는지 어렸을 때부터 훈련받아 왔다.
 
  “네 살 때부터 성악을 했어요. 초등학교 때 아시아국제예술제에서 1등을 했어요. 항상 무대에 서야 했기 때문에 꾸미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배우 김혜은이 ‘노블’의 대표 오효정씨가 제작한 흑진주 목걸이를 걸어보고 있다.
  줄곧 성악가로의 ‘프리마돈나’를 꿈꿔온 그녀는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해 교환학생으로 떠난 줄리아드대학에서 냉혹한 현실을 직감하고 그 큰 꿈을 접었다. ‘무대는 탑(top)만 바라본다’는 이유다.
 
  성악을 그만두고 그녀가 찾아간 곳은 방송국이다. 복식호흡을 통해 또박또박 말을 내뱉는 아나운서를 보고 성악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단다. MBC 청주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해 8년간 간판 기상캐스터로 활동했다.
 
  “몸이 많이 힘들었어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었던 거죠.” 최선을 다해 올라간 자리지만,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처럼 그녀는 과감히 돌아섰다.
 
영롱한 빛을 내는 목걸이 줄과 갖가지 장신구.
  그녀가 배우로 맘을 돌린 것은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던 중에 있었다.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단역이지만 연기의 맛을 들였다. 이후 MBC일일극 <아현동 마님>과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본격적인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최근 JTBC 드라마 <밀회>에서 표독스러운 서영우 역을 맡으면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알렸다. 단역부터 시작한 배우 인생이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 그녀가 캐릭터 구축에 힘써온 노력의 결과다.
 
  ‘노블’에서 나와 그녀가 찾은 곳은 질 좋은 가죽을 파는 ‘태평양’이다. 박현정(36)씨가 운영하는 공방이다. 주로 국내산과 인도산 가죽만을 취급한다.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를 준비할 때부터 자주 이곳에서 자재를 사와서 액세서리를 만들었죠.”
 
고급스러운 가죽 자재를 취급하는 ‘태평양’의 좌판에 놓인 수백 가지 마감재와 장식.
  드라마에 캐스팅되면 배우는 대본을 읽고 극중 자신의 캐릭터를 찾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그녀는 대본을 읽고 난 뒤 바로 액세서리 만들기에 들어간다.
 
  “대본을 읽으며 상상으로 만든 캐릭터의 이미지를 액세서리로 구체화시키는 거죠. 극에 대한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취미예요. 액세서리를 만들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창의적인 생각이 살아나고 활력을 얻어요.”
 
배우 김혜은은 자신이 만든 액세서리를 선물하는 것을 즐긴다. 누구에게 어떤 색과 어떤 모양, 디자인이 어울리지를 항상 상상하며 이미지화한다. “결국은 캐릭터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나’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나의 완성된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나의 일이다.”
  그녀는 주로 빈티지 풍의 가죽 소재를 자주 찾는다. 가죽이 주는 중성적인 느낌이 맘에 든단다. 독특한 꼬임을 가진 가죽을 사용할수록 마감재에 포인트를 크게 주고 장식은 단순화하거나 최소화한다. 그녀만의 노하우다.
 
  “액세서리 디자인도 결국은 나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에요.”
 
  그녀는 그곳에서도 한참 동안을 꼼지락꼼지락 손 안에서 갖가지 마감재와 장식을 끼웠다 풀었다 했다.
 
  마치 보물을 찾는 듯 수백 가지 장식품 사이에서 까만 눈동자를 굴렸다.
 
진주 목걸이를 한 배우 김혜은. 진주 목걸이는 부를 상징하면서 섹시한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스틸컷.
  ‘자재를 사오면 누가 대신 만들어 주느냐’는 질문에 일 초의 고민도 없이 그녀는 ‘아니요. 모두 제가 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녀의 상상이 손끝에서 발현될 때, 그녀는 최고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가진 배우로서의 자존심이자 뚝심이다.
 
  “일종의 보물찾기예요. 그런데 그 보물은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니죠. 내가 발품을 팔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나만의 보물인 셈이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에요. 내 혼이 녹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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