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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여행

때묻지 않은 오지 산골, 문암골 살둔마을

글·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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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사무소를 지나 문암산의 한 봉우리를 넘어 살둔마을로 향하는 길.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는 가파른 고개를 넘어서자 문암산의 속살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졌다. 맑은 계곡 위로 난 절벽에는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어 가을이 절정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의 문암산 중턱에는 임진왜란과 6·25전쟁 때도 난리를 겪지 않을 만큼 깊은 오지, 살둔마을이 있다. ‘살둔’은 ‘삶둔’ 또는 ‘생둔(生屯)’이라고도 하는데 풀어 얘기하자면 ‘사람이 살 만한 둔덕’이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둔’은 산기슭의 평평한 땅을 말한다.
 
  조선시대 민간에 널리 유포되어 온 예언서인 <정감록>에는 살둔마을이 은신처로 기록되어 있다. 기록에는 강원도의 은신처로 3둔 4가리를 꼽는데, 3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월둔·달둔이고, 4가리는 인제군의 아침가리·적가리·연가리·명지가리를 말한다. ‘가리’는 계곡 가의 사람 살 만한 곳을 말한다. 강원도에서 단종 복위를 꾀하던 이들이 세조의 서슬 푸른 칼날을 피해 이곳에 숨어 들며 마을이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아마 <정감록>의 은신처를 보고 결정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린천로를 따라 오대산으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바라본 문암골. 드문드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보인다. 나무가 무성한 숲이거나 마을 사람들이 일군 밭이 대부분이다.
  홍천군 내면사무소를 지나 흙길을 따라 10여 분을 걷다가 샛길을 타고 얕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문암산 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싼 살둔마을이 나온다. 마을 옆으로는 내린천 상류와 계방천 하류가 만나는 계곡이 마을을 감싸 흐른다. 계곡은 개인산(1341m)과 문암산(1146m) 사이로 20km에 걸쳐 흐른다. 생둔분교를 지나 살둔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드문드문 사람 사는 집이 나오고 산중 제일 높은 곳에 주시용(89)·김용선(84) 노부부가 사는 토담집이 있다. 김용선 할머니는 일제 때 군인이 여자를 공출하러 다니자 이를 피해 일찍 결혼을 했단다. 결혼한 여자는 잡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도 불안해 산에 들어와 살게 된 것이 60년이나 됐다. 1941년 얘기다. 마을에 들어와서 부부는 광복인지 나라에 난리가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한세월을 살았다.
 
인적 드문 숲에서 짝짓기를 하던 메뚜기가 예고 없이 등장한 등산객의 다리로 껑충 뛰어올랐다. 짝짓기 철을 맞은 숲은 짝을 찾는 풀벌레 소리로 어지럽다.
  마을은 살둔분교에 사계절캠핑장이 문을 열며 예전보다 외지인이 많이 드나들게 됐다. 마을 사람들은 등산객들에게 더덕 같은, 밭에서 나온 산물들을 팔기도 한다. 김용선 할머니는 마을을 찾아온 등산객들에게 밭에서 일군 고추며 무 등을 손에 쥐여주면서도 “더 싸 줄 것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때묻지 않은 마을 풍경만큼이나 시골 인심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을을 나오는 내내 가을 볕에 익어 가는 곡식만큼이나 마음이 풍성해져 옴을 느꼈다.⊙
 


단단한 근육처럼 울퉁불퉁 튀어나온 바위가 계곡물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색 곱게 단장한 나무숲을 지나 살둔마을로 향하는 산길.

살둔마을의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풍경. 하얀색의 자작나무 가지에 난 잎이 색이 바랜 듯 연한 녹색을 띠는 것이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김용선 할머니가 사는 토담집. 흙으로 벽을 만든 집으로, 100년이 넘었다.

문암골 마을에서 밭을 일구는 한 할아버지. 청명한 가을 햇빛을 받은 배추가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개인산과 문암산 사이를 흐르는 문암골 계곡. 원시림에 둘러싸여 오지의 비경을 잘 간직한 곳이다.

문암산 중턱에 사는 김용선 할머니. 16세 때 일제 정신대 공출을 피해 이곳에 숨어 들어와 터잡고 산 지 60년이 넘었다. 오기 힘든 곳까지 멀리 와 주어 반갑다며 등산객들에게 곱게 말린 고추를 나눠 주며 푸근한 인심을 베풀었다.

문암골 마을에서 차로 20분정도 걸리는 홍천 56번 국도변에 달둔마을 은행나무숲이 있다. 해마다 10월에만 문을 여는 ‘비밀의 정원’으로 이곳 주인 유기춘(71)씨가 30년 넘게 키운 은행나무 2000그루가 노란 빛을 발한다. 지난 2010년 공개한 이후 홍천 최고 명승지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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