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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質을 떨어뜨리는 질환 극복 ① 건선

피부과의 ‘고혈압·당뇨’… 평생 관리 필수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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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선 환자, 일반인보다 심혈관계 질병 걸릴 확률 높아
⊙ 건선은 자가면역 질환… 타인에게 옮기는 전염병 아니야
⊙ 연고·광선치료·먹는 약·생물학적 제제 치료법

[편집자 주]
사람의 생사(生死)에 관여하지 않지만 삶의 질(質)을 떨어뜨리는 질환이 곳곳에 즐비하다. 통증으로 일상생활과 정신건강에 악(惡)영향을 미치거나, 이로 인해 연쇄적인 신체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질병들이다. 어찌 보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친구’처럼 달고 살아야 하는 각종 질환에 대해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질병을 앓는 본인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지인들이 그 질병에 대해 정확히 인지해 보다 나은 풍족한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이 유독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피부과의 대표적 질환인 건선을 앓는 환자들이다. 그들에게 건조하고, 쌀쌀한 날씨는 삶의 따스한 온도를 1도 이상 낮추는 요인이다.
 
  건선은 신체의 일부분, 혹은 몸 자체에 빨갛고 동그랗게 일어나는 전신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피부 발진, 가려움증 같은 증상이 일어난다. 건선 초기에는 주로 팔꿈치나 무릎, 두피 등에 각질이 쌓이면서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고, 더 진행하면 피부가 두꺼워지고 병변이 넓어진다. 대개 피부가 원래의 모습으로 깨끗해지면 다 나았다고 착각하지만,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 피부과 질병이다.
 
 
  면역체계 이상… 어느 날 갑자기 발현
 
박은주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피부과 교수.
  박은주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피부과 교수 겸 대한건선학회 홍보 이사의 얘기다.
 
  “건선은 피부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입니다. 과거에는 단순 피부염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구를 거쳐 전신(全身)으로 번질 수 있는 질환으로 파악됐습니다.”
 
  ― 건선은 왜 생깁니까.
 
  “면역체계 이상 때문입니다.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환자들이 생활을 잘못해서 생기는 질병이 아니라 원래 유전적 소인을 갖고 태어났는데 어느 순간 발현되는 질병입니다. 종종 ‘스위치가 켜졌다’고 표현을 하는데, 왜 갑자기 스위치가 켜지는지는 모릅니다. 부모가 건선을 앓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식에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지만, 유전적 요인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자식에게 건선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 건선을 앓기 전에 전조 증상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그냥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팔꿈치, 무릎에 붉은 반점 같은 것들이 나타납니다. 목감기를 앓고 난 다음에 건선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너무 갑작스럽다는 표현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환자들은 ‘왜 하필 내가 이 병에 걸린 것이냐’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병이라는데 맞느냐’고 묻습니다. 난데없이 나타난 질병에 속상해하고 쉽게 고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까지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건선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전염되지는 않고, 환자가 스스로 관리를 통해 삶의 질(質)을 높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은 좋은 약이 많이 개발돼서 치료에 있어 과거보다는 훨씬 좋은 환경입니다.”
 
  최용범 건국대 피부과 교수 겸 대한건선학회 회장이 말한 바로는 건선은 주로 10~20대 사이에 발현된다. 몸의 특정 부위에 건선이 생기기도 하지만 심한 환자는 두피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불긋불긋한 판상형의 건선이 생긴다. 최 교수는 “피부과의 고혈압, 당뇨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산정 특례 제일 먼저 적용받아
 
건선 모습. 사진=박은주 교수
  “고혈압 환자가 고혈압약을 먹다가 끊으면 혈압이 올라가듯이, 건선도 치료하다가 중단하면 다시 심해집니다. 고혈압처럼 혈압이 당장 올라가지는 않지만, 우리의 면역 사이클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것이 피크로 올라갈 때는 또 심해지는 겁니다.”
 
  ― 우리나라에서 유병률이 높은 병은 아니죠.
 
  “유병률이 0.5~1% 정도입니다. 백인들 사이에서는 3~4%의 유병률을 보여서 건선에 대한 연구는 백인들이 주로 많이 했고 원인과 치료법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건선은 피부과 병 중에서도 암 종류를 제외하고는 가장 심각하게 여겨지는 질병입니다. 피부과 질병 중 산정 특례(고액의 비용과 장기간의 치료가 요구되는 특정 질환에 대해 환자가 부담하는 본인 부담금을 경감시켜주는 제도)를 제일 먼저 적용받은 것이 건선입니다.”
 

  김정은 한양대 피부과 교수 겸 대한건선학회 대외협력이사가 말한 바로는 건선에는 붉고 동그란 원형으로 생긴 판상 건선, 물방울무늬의 물방울 건선, 피부가 접히는 부분에 생기는 간찰부 건선, 손·발바닥에 주로 생기는 농포성 건선 등이 있다. 건선이 발병하면 쉽게 육안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건선이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바르는 연고제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건선은 꾸준히, 평생 치료를 해야 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찾아,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며 치료받기를 추천한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
 
김정은 한양대 피부과 교수.
  김정은 교수의 얘기다.
 
  “오래 보는 환자들은 친구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건선은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평생 치료가 중요합니다. 건선이 약할 때는 스테로이드와 비타민D가 포함된 국소치료(바르는 약)를 합니다. 심해지면 광선치료를 하고, 때에 따라서는 건선을 유발하는 T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면역억제제를 일정 기간 복용해야 합니다.”
 
  ― 모든 치료는 의료진의 판단하에 이뤄지겠죠.
 
  “당연합니다. 건선은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병이라 의료진이 상황에 맞게 바르는 약, 먹는 약을 처방합니다. 기존의 치료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환자에게는 생물학적 제제를 고려합니다. 건선은 약한 환자부터 중한 환자까지 단계적 치료를 해야 합니다.”
 
  ― 생물학적 제제는 뭡니까.
 
  “건선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진 특정 T세포의 활성화를 막는 주사 요법입니다. 염증매개물질인 사이토카인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해외에서 성능이 입증된 치료법이고 지금도 여전히 개발 중입니다. 환자의 상태, 어떤 동반 질환이 있는지, 어떤 기저 질환이 있는지를 판단해 용법, 용량, 투약 방법을 결정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대부분의 생물학적 제제는 피하주사 형태입니다. 주사제 종류에 따라서, 2주, 한 달, 두 달, 석 달 간격으로 다양하게 투여합니다.”
 
  ― 부작용은 없습니까.
 
  “선택적으로 T세포의 면역 반응을 차단하기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은 없습니다. 주사를 맞고 감기 기운을 느끼는 경우는 간혹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감염 위험입니다. 그래서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기 전 환자의 결핵 여부를 반드시 검사하고, 주사를 맞다가도 미리 나타나지 않는 잠복 결핵 가능성을 유심히 추적합니다.”
 
 
  치료비 회당 200만원에 달해
 
최용범 건국대 피부과 교수.
  문제는 이 생물학적 제제가 회당 200만원 정도로 고가(高價)라는 점이다. 1년에만 100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고비용 치료제다. 보험이 적용되는 조건 또한 까다롭다.
 
  최용범 건국대 교수의 얘기다.
 
  “효과는 좋은데 고비용이 문제입니다. 체표 면적의 10% 이상이 건선으로 뒤덮인 환자의 경우에는 보험을 적용받습니다. 기존의 광선치료, 면역억제제 치료를 석 달 이상 했지만, 효과가 없다는 의료기록 등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따라서 건선 환자들에게는 어떤 형식으로든 병원에 꼬박꼬박 와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를 합니다. 국가 재정상 보험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해하지만, 체표 면적의 10%가 아니더라도 특정 부위의 건선이 너무 심한 환자들이 있습니다. 특히 얼굴, 두피 부분이 건선으로 뒤덮이면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형편이 어렵다면 국가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건선학회에서 세미나를 할 때마다 이런 이슈가 종종 나옵니다.”
 
  ― 대한건선학회장을 맡고 계시니까 특히 안타깝겠네요.
 
  “세계적으로 매년 10월 29일은 ‘건선의 날’입니다. 대한건선학회는 그동안 ‘건선 바르게 알기’ 캠페인을 했고, 보험 책자 등을 발간해 건선을 치료하는 전문의들에게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한국에서 최초로 아시아 건선학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 건선 환자가 다른 합병증 등을 앓을 확률은요.
 
  “2015년도에 건선이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병원을 찾은 건선 환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건선이 고혈압, 당뇨 같은 전통적인 위험 인자들과 관계없이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건선이 동맥 경직도에 직접적인 위험 요소인 만큼 건선 치료를 할 때 동맥경화 정도도 확인해 환자의 심장 질환 발병 위험을 조기에 낮춰야 합니다.”
 
 
  건선관절염으로 진행될 수도
 
  박은주 교수는 건선 환자를 치료할 때 손톱을 유심히 본다. 건선관절염이 동반될 확률이 굉장히 높아서다.
 
  “건선 환자의 경우 건선관절염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주로 손톱으로 침범하는데요, 손톱 밑이 두꺼워지면서 거칠어지고 하얗게 손톱이 뜨게 되는 조갑하각화증, 조갑박리증 소견이 보이고, 손톱 함몰 소견도 보입니다. 손톱 건선은 관절염의 전조 증상이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물론 건선이 이유가 아닌 류머티즘성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일 수도 있지만 건선으로부터 동반된 건선관절염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꼭 확인합니다.”
 
  ― 건선 환자 중 몇%나 건선관절염으로 진행됩니까.
 
  “우리나라는 10% 정도지만 해외에서는 30% 이상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건선은 단순 건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선관절염, 심혈관계 질환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 유독 겨울철에 심해지는 병이죠.
 
  “맞습니다. 겨울철에는 누구나 피부가 건조해지고, 가렵고 각질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는 단순 피부건조증인데, 건선 환자들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훨씬 심해집니다. 잠잠했던 건선 부위가 더욱 빨개지거나, 가려운 증상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각질이 심해진다고 해서 때 목욕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겨울철에는 유독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제를 충분하게 바르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타인의 시선이 불편한 병
 
  ― 일상생활은 가능합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정상인이 볼 때는 피부 곳곳이 동그란 형태로 붉게 발진되니까 가까이 가기를 꺼립니다. 하지만 건선은 면역계 질환이고, 절대 타인에게 전염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악수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몸을 맞대도 됩니다. 건선을 평생 질병이라고 생각해서 포기하고 치료를 안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건선 환자라 해도 좋은 상태를 잘 유지한다면 직장 생활, 연애, 사회적인 활동 모두 가능합니다.”
 
  ― 타인의 시선이 오히려 더 힘든 병이네요.
 
  “특히 겨울철에 두피 건선이 심해지면 각질이 하얗게 일어납니다. 환자 중 겨울철에 까만 옷을 입을 수가 없어서 옷을 살 때 망설여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각질을 비듬으로 착각해 위생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선이 있으니까요. 환자 중 수영장, 목욕탕은 당연히 가지 못하고, 여름철에 반바지도 못 입는다는 분도 많고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병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정말 좋은 치료법이 많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정은 한양대 피부과 교수의 얘기다.
 
  “세계 건선의 날에 수기 공모를 했는데 비슷한 사연을 가진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몸을 뒤덮은 건선으로 인해 면접에서 떨어진 경우는 부지기수고, 공중목욕탕에 가면 오픈 전이나 후에 와주면 안 되겠느냐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요. 그냥 피부 질환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정말 난감한 병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접촉하는 것을 꺼리다 보니 집에만 있는 환자들도 많고요. 하지만 20년 전의 건선 치료와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피부과 질병 중에서 가장 많이 치료법이 개발된 질병이기도 합니다.”
 
 
  가족과 지인, 사회의 관심 필요
 
  최용범 건국대 피부과 교수는 2022년에 ‘건선 환자 자살 경향성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 그룹에 비해 건선으로 진단받은 환자군에서 자살 경향성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용범 교수는 “건선 및 건선관절염은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다양한 신체적 합병증뿐 아니라 심리적, 사회·경제적인 부담을 동반한다. 최근에는 건선의 발병에 관여하는 염증성 물질과 우울증, 자살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바 있다”며 “적극적인 질병의 치료와 함께 환자의 정신 건강, 또 가족들과 지인,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주 한림성심병원 피부과 의사의 얘기다.
 
  “건선은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고, 원래 요인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발병됩니다. 심혈관계 질환에 나쁜 음식이 건선에도 나쁘고, 체중이 늘어나면 여러 다른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식단 조절이 필요합니다. 특정 음식을 먹는다고 건선이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흡연, 과도한 음주는 물론 피해야 하고요. 특히 겨울철에는 건조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보습제도 잘 발라줘야 하고요. 무엇보다 근거 없는 민간 치료법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싶습니다.”
 
  ―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치료법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은가 보군요.
 
  “아무래도 평생 관리해야 하다 보니, ‘피부과 약은 독하다’ ‘면역억제제는 심할 때 쓰는 것 아니냐’는 등의 얘기들을 합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건선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관리만 잘하면 좋아지는 병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의사를 찾아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약을 사용한다면 건강한 일상생활 또한 가능합니다.”⊙
 
박은주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교수가 말하는 건선 환자와 지인의 자세
 
  ▲건선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지만 불치병은 아니니 적극적으로 치료하자.
 
  ▲피부과 약은 독하다, 바르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오래 사용하면 안 된다는 등의 편견을 버리고, 근거 없는 민간 치료법에 의존하지 말자.
 
  ▲체중을 조절하고, 음주, 흡연을 멀리하고 질 좋은 수면을 유지하자.
 
  ▲겨울철에는 건조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고 샤워 후 몸에 물기가 있을 때 보습제를 바르자.
 
  ▲건선은 주위에 옮기는 전염병이 아니니, 건선 환자들에 대한 오해는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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