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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위기관리 ② ‘오너 리스크’ 이렇게 막아라

글 : 권신일  에델만 EG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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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너, 튀는 소셜미디어(SNS) 활동으로 부담을 주는 오너
⊙ 1970년대 삼성, 2000년대 현대, 2010년대 롯데에서 승계 둘러싼 ‘오너 리스크’ 발생
⊙ 특권 의식, 과거의 성공으로 인한 확신, 문제 해결됐다는 착각이 문제

權信一
1970년생. 한양대 대학원 관광학 박사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연구위원,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 에델만코리아 전무이사 역임
現 에델만코리아 부사장 겸 에델만 EGA 대표 / 저서 《협상5》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말년에 후계자 선정을 두고 정몽구(오른쪽) 회장과 정몽헌(왼쪽) 회장 사이에서 흔들렸다. 사진=조선DB
  “저희도 압니다만 ○○님을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외부 자문을 받아보자고 말씀드리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 대신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심각한 위기에 처한 회사에서 담당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오너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오너와 관련된 이야기는 임직원 대부분이 매우 조심스러워해 언급조차 매우 어려워한다.
 
  이럴 때 마음을 여는 대화 방법 중 하나는 오너와 연관된 프로젝트 제안이나 방향을 먼저 묻는 것이다.
 
  “이 사안은 매우 심각한데 그래도 내부에서 많이 논의하지 않으셨나요?” “소비자나 일반인들은 이렇게 생각하는데 모르고 계셨나요?”라는 질문에 “이미 잘 알고 있다” “내부에선 여러 차례 논의된 것인데 더 상세히 말씀드리기는 힘들다”며 속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임직원들을 대신해 오너에게 일종의 악역(惡役)을 자처하겠다고 제안하면 조금 열린 마음이 조금 더 풀리며 그간의 답답함이 봇물 터지듯이 생생하게 와닿는다.
 
  사실 아무리 뛰어난 컨설턴트라도 초기부터 고객사가 가장 필요로 하는 내용이나 심각한 문제들을 잘 알 수는 없다. 분석 수단들이 아무리 정교해도 또는 경험 많은 컨설턴트라 할지라도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과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따라서 그간의 치열했던 내부 개선 노력들을 잘 듣고 시작한다면 처음부터 명확한 해결 방향을 갖고 시작할 수 있다. 문제점들을 가장 오랫동안 고민해온 임직원의 이야기와 이미 시도했다가 잘 안 됐던 것들까지 경청하다 보면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임직원들의 입장도 공감하게 된다. 마음에 와닿는 해결책을 위한 첫걸음이 시작된 셈이고 일이 훨씬 쉬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쉬운 것을 아직도 못 고쳤다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만큼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는 섣부른 조언과 제안은 이미 내부적으로 다 검토해보았거나 실행해봤을 가능성이 높기에 하수(下手)로 보일 수 있다.
 
 
  “한두 번 성공했던 오너는 절대 안 바뀐다”
 
  진단과 해법이 내부로부터 나온 그간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때가 있다. 수년간 고민해온 분들과 기본적인 해결 방향이 완전히 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어떻게 전달하고 효과적으로 실천토록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주요 해법 중 하나는 ‘오너의 변화’이다.
 
  실질적인 기업 변화의 모습과 경영에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외부 명망가가 일명 경영혁신위원장으로서 실권을 갖고 추진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처럼 조직 내·외부의 의견을 실제로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고, 사회적인 가치 중 그 회사의 특성에 맞는 것을 선정해 일반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결정권을 가진 오너 역시 좋다고 하여 실제 외부 영입 인사까지 거의 정해졌지만 아쉽게도 도입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핵심 과제 중 외부 인사에게 실권(實權)을 주되, 오너의 간섭을 배제하는 점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오너는 여전히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 했고, 그러다 보니 외부 명망가도 오는 것을 주저했다. 역사에는 ‘만약에’라는 가정이 있을 수 없다지만 그 회사가 제안을 채택했다면 이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부지런한 오너의 시간에 맞춰 새벽부터 찾아뵙고 소소하고 다양한 속 깊은 대화까지 나누며 잘 통한다고 생각했기에 아쉬움도 더 컸다.
 
  소싯적 성공의 경험을 가진 분을 대할 때는 “어르신들은 잘 안 바뀐다”는 전제를 상수(常數)로 놓고 전략과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저희도 미치겠어요”
 
삼성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 삼성도 1970년대 초 경영권 승계를 놓고 홍역을 치렀다. 사진=조선DB
  앞의 이야기가 오너가 뒤에서 회사의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준 경우라면, 반대로 대중 앞에 너무 튀는 행동으로 실무자와 주주를 당혹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오너가 정치적인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처럼 공무원들에게 각종 규제 권한이 많은 곳에서, 밉보여 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튀는 언행을,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 반복해서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룹 홍보실이나 대관팀은 해명을 위한 백브리핑의 여지도 없게 될 것이다. 외부에서 볼 때 참모들은 안 말리고 뭐하나 싶지만 그분들도 이미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회장님이 왜 자꾸 그러시죠?”라는 질문을 담당자들에게 한다면 “저희도 미치겠어요”라는 답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후폭풍에 대해 임직원들이 부지런히 수습 노력을 하지만, 오너의 철학인 데다, 옳다고 열광하는 일반 국민도 많아 쉽게 설득될 일도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은 대통령 의전(儀典) 못지않은 의전과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그 보호막을 깨고 본인이 직접 대중에게 자신을 노출하는 경우는 매우 특이하다. 1990년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우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라는 발언으로 우리 사회에 경종(警鐘)을 울린 적이 있다. 그때에도 기업에는 큰 부담을 주었다고 하니 어떤 경우에도 오너의 언행에 대한 리스크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임기 5년의 대통령과 달리 기업 오너에 대한 특정한 인식과 이미지는 훨씬 더 오래 그리고 직접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애국심 마케팅은 오너에게도 통한다
 
  오너가 성공의 역사를 갖고 있어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어렵다면, 그 개인적인 생각을 그대로 인정하며 해답을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또한 나이가 많든 적든 진심 어린 칭찬은 누구나 좋아한다는 격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순수한 오너의 애국심과 용기에 “잘한다” “용기 있다”라는 칭찬을 전제로 설득을 하는 것이다. 튀는 언행의 근본에는 ‘애국심’이라는 코드가 숨어 있다. 그런 만큼 본인 스스로 감수하고 있는 피해를 넘어 자칫 중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무역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지만 돌발적인 언행으로 인해 피해가 갑작스러운 ‘폭발적인 위기’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유별난 재벌 또는 오너 리스크라는 비판도 있지만 소위 ‘기업보국(企業報國)’ 정신도 특별하다. 일제(日帝) 치하에 태어나 해방 후 부(富)를 일군 1세대 창업주들의 영향이 크다. ‘기업이 나라를 생각하고, 나라가 잘돼야 기업이 잘된다’는 애국심을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 이상의 오너들의 대화 속에서도 흔히 발견하곤 한다.
 
  “지금까지 일궈놓은 재산을 그냥 나 혼자 쓰면 자손들에게도 충분히 물려줄 수 있다. 그러나 직원과 가족을 챙기는 것이 애국이다. 나는 좀 더 힘들어져도 사업을 계속한다”라는 말씀을 종종 듣는다. “과거 땅 투기로 큰돈 벌 기회가 많았지만 우리라도 부동산 투기 안 하고 기업 본연의 일을 해야지”라는 말씀을 당당히 하며 자랑으로 삼는 분들도 있다.
 
  소비자들을 향한 ‘애국심 마케팅’은 어려움을 체험한 1세대 또는 그 영향력을 많이 받은 자녀 세대 오너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통하는 코드이다.
 
 
  20년 주기 오너 大리스크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2015년 7월 27일 차남인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전원을 해임할 것을 명령했지만, 오히려 다음 날 자신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해임됐다. 사진=조선DB
  ‘재벌(財閥·chaebol)’은 독특한 특징으로 번역이 쉽지 않다 보니 영어사전에도 발음 그대로 표기되고 있다. 재벌가의 승계를 위해 발생하는 리스크는 대기업에서부터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한 해가 멀다 하고 터지는 상수이다. 5대 기업으로만 좁혀 봐도 한 세대가 바뀌는 약 20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
 
  2000년 현대그룹 승계권을 놓고 벌어진 소위 ‘왕자의 난’은 여전히 국민 기억에 선명하다. 이로 인해 고(故) 정주영 회장, 일명 ‘왕회장님’이 쌓아놓은 현대그룹의 명성이 무너졌다.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재산 다툼만도 못한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일반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하루는 차남 편을 들고 다음 날은 그 동생 편을 들며 왔다 갔다 하는 왕회장님의 모습에 우리가 알던 그 영웅이 맞나 싶었다.
 
  그 20년 전에는 삼성이었다. 1987년에 취임한 삼성의 고(故) 이건희 회장은 1970년대에 잠깐이지만 회장직을 맡았던 친형 고(故) 이맹희 전 회장과 그룹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드러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 2015년 이맹희 전 회장의 타계(他界) 전까지도 친형에 대해 “감히 건희라니?”라고 분노하며 불편한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롯데도 2020년 신격호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비슷한 일이 벌어져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승계 구도에서 밀린 쪽은 창업주인 아버지가 이미 치매에 걸렸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음에도 건강하다고 세상을 속이기 위해서인지 조치훈 기사와 바둑 대결을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여러 가지 무리한 시도들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에까지 알려졌다.
 
  이럴 때마다 위대한 창업주 또는 기업 리더들이 치매 논란, 흐린 판단력, 휠체어에 탄 힘없는 모습 등이 노출됐다. 자랑스러운 유산(legacy)을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수십 년간 소중히 쌓아온 명성과 브랜드가 훼손됨은 물론이다.
 
 
  오너 리스크 주인공들의 공통점
 
  첫째, 태어나 보니 물려받게 된 자리이다. 1910~20년대 태어난 창업주들보다 주로 2세 경영진부터 두드러진다. 자신의 기업을 무(無)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군 1세들과 달리 2세들은 대부분 잘 갖춰진 시스템에서 간부부터 시작하는 등 원래부터 많은 것을 갖고 출발했다. 즉 자신이 가진 특권(特權)을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일반인보다 특별한 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고 검증 과정도 엄격하지만, 왕조(王朝)에서도 간혹 폭군이 나타나듯, 사람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예외적인 경우도 나타났다. 소위 ‘을(乙)’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갑(甲)’임을 모른다.
 
  그동안은 에러가 나타날 경우 잘 덮어오기도 했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감시의 눈이 많아져 어떤 잘못도 다 가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소셜미디어는 개개인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높여주었고, 이에 대한 통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대부분 친형제, 친지들에 의해 문제점이 폭로되어왔지만 앞으로는 직원, 유튜버 등 일반인에 의해서도 많이 노출될 것이다. 그만큼 오너 리스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둘째, 과거 성공의 기억으로 자기 확신이 강하다. 물론 과거에 성공한 경영사례가 없었다면 현재 그 자리를 지켜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공의 공식이 오늘의 바뀐 현실에는 맞지 않음을 깨닫는 데 과거 성공의 기억이 방해가 되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 광고도 사실 내가 다 만들었다” “저 사람들한테만 맡겨놓으면 돌아가질 않아” 등 때로는 자기 직원들을 비하하기도 한다.
 
  그런 조직에서 임직원들의 애사심(愛社心)과 자발적인 또는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나올 리 만무하다. 올드한 오너가 MZ세대가 주도하는 요즘 시대정신을 읽고 과거에 성공을 만들어냈던 수준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데 생각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셋째, 위기가 덮였을 뿐인데 잘 해결한 것으로 생각한다. 어찌 보면 가장 큰 문제이다. 위기는 어느 기업이나 반드시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기업 내외에서 최고의 인력들이 물적·인적 자원을 집중해 해결 노력을 하고, 시간도 흐르다 보면 언젠가는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어 마치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기업의 힘을 안 써도 될 곳에 소진시킨 것도 문제지만 오너 리스크 원인에 대한 개선이 없다면 해결된 것이 아니라 덮인 것일 뿐이다.
 
  ‘깃털도 쌓이면 배가 가라앉고, 비난이 쌓이면 뼈가 삭는다’는 고사성어처럼, 덮인 위기는 반드시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본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명성에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를 준다.
 
 
  외국에선 창업주도 쫓겨난다
 
스티브 잡스는 한때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해고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사진=AP/뉴시스
  오너 리스크는 해외에서도 종종 나타나곤 한다. 대표적으로 ‘머스크 리스크’가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기행(奇行)이 테슬라의 주가(株價)를 더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경우 우리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창업주도 언행의 부적절함이 도를 넘을 경우 쫓겨난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도 튀는 언행과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회장직에서 강제로 퇴출(退出)된 적이 있다. 기업 내부의 견제장치가 실질적이고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오너는 오너이고 기업 명성에까지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이 일어나기 힘들다.
 
  기업 내부의 견제장치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이 오너 리스크를 해결하는 바람직한 방안 중 하나이다. 최근 우리도 삼성, SK 등에서 외부 인사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일종의 경영감시위원회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왜 민방위 연습 대신 훈련이라고 할까?
 
  해결 방안을 크게 기업 내부, 정부 정책, 외부적인 것들로부터 뽑아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내부적으로는 예방을 위한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위기관리 전문회사들은 내·외부 전문가가 함께하는 사전 진단과 정기적인 대비 훈련을 제안한다. 흔히 우리는 ‘연습’과 ‘훈련’을 혼용하는데, 미(美) 국무부나 글로벌 기업들은 둘을 엄격히 구분한다. 즉 일회성은 연습(exercise), 반복해서 하는 것은 훈련(training)으로 규정한다. 훈련 담당자를 둬 과정과 결과를 분석하고 제공해 몸에 배도록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부분 기업과 공공기관은 ‘훈련’이 없다는 점이다. 거액을 들여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거나 트레이닝 자료를 만들어놓고 실제처럼 연습하는 경우가 극히 적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몸에 체화(體化)되도록 반복훈련을 해야 하는데 그냥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것에서 멈춘다.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될 경우 한두 차례 국회 대응 연습을 하는 정도가 현실이다.
 
  예외적으로 일부 명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외부 전문가 그룹의 도움을 받는 데 적극적이다. 매년 그해의 위기 주제들을 수십 개씩 업데이트하며 예상 대응 카드를 제작하고 반복적인 연습도 진행한다. 오너 리스크는 그중 중요한 주제로서 오너의 성격과 그해 생길 수 있는 사태와 연계해 예방과 대비책을 세운다. 이런 과정 없이 경영을 해온 오너들의 경우 문제를 키우다 큰 피해를 본 뒤에야 뒤늦게 대응책을 세우곤 한다.
 
  둘째, 정부는 기업 스스로 우리나라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너 리스크 방지를 위해 전문 경영인 제도가 더 넓고 실질적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책을 더해주어야 한다. 차등(差等)의결권 같은 보완책 도입도 검토하며 엄청난 상속세 문제로 경영권이 위협받는 무리한 승계 방식은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삼성가에서 4세대에는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상이 발표된 바 있어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런 구상의 모델이라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처럼 원활하게 자리 잡는다면 국민들도 정기적으로 ‘형제의 난’ 같은 기사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제대로 된 감시 필요
 
  셋째, 외부 역량도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기업 오너들은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그런데 감시는 기업 내부의 사외(社外)이사나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 국회 정도에 불과하다. 반대로 오너 리스크가 터진 뒤 덮는 역할을 하는 회사 내부의 인력이나 로펌의 경우 관련 부처 7급 출신 에이스부터 전직 고위 관료, 전직 의원까지 다 포진되어 있다. 견제와 균형이 기울어진 셈이다.
 
  제대로 된 시민단체의 역할은 더욱 요원하다. 변호사, 전직 관료, 전·현직 국회의원, 그리고 일정 급여를 받는 전문 지원 인력 등이 갖춰진 서구권의 싱크탱크나 NGO 수준과 비교하기 어렵다. 외부 역량 강화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다.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각자의 영역에서 성장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건강한 외부 감시는 오너들에게도 건전한 경고 신호로 사전 예방 효과를 줄 수 있다.
 
  정리해 보면 오너 리스크 방지를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노력이 우선돼야 하며, 정부는 지원책을 제공하는 한편 제대로 된 감시를 병행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과 시민단체들도 올바른 방향으로 함께할 때 후진국형 오너 리스크만큼은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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