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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대중문화 속으로

韓中 문화전쟁과 MZ세대의 反中 정서

글 :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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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의 51.7%가 가장 싫어하는 국가로 중국 꼽아
⊙ “남성은 강대국이 약소국을 힘으로 누르는 형태, 반면 여성은 김치 등 정체성 요소를 빼앗으려는 시도 때문에 反中”
⊙ 중국 측, 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 대해 시비 걸고 ‘하나의 중국’ 논란 빌미로 걸그룹 마마무 음반 보이콧
⊙ 국내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하는 중국인들,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 지지 등 정치적 발언 일삼아

이문원
《뉴시스이코노미》 편집장, 《미디어워치》 편집장, 국회 한류연구회 자문위원, KBS 시청자위원, KBS2 TV 〈연예가중계〉 자문위원, 제35회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역임 / 저서 《언론의 저주를 깨다》(공저), 《기업가정신》(공저), 《억지와 위선》(공저) 등
중국은 작년 10월 7일 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 대해 시비를 걸었다. 사진=BTS 페이스북
  지난 6월 23일 MBC에브리원 음악 프로그램 〈쇼! 챔피언〉에 SM엔터테인먼트 소속 7인조 보이그룹 웨이션브이의 첫 유닛인 쿤과 샤오쥔이 출연했다. 웨이션브이는 전원이 중화권(中華圈) 멤버로 구성된 중화권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룹이다. 그리고 이들이 〈쇼! 챔피언〉에서 부른 노래 ‘런 투 유’는 한국어 가사가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는 온전한 중국어 노래였다. 이에 K팝 팬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100% 중국어 노래를 특집 프로그램도 아닌 매주 방영하는 정규 음악 프로그램에서 부르게 한 것은 너무 무신경한 처사라고.
 
  물론 따지고 보면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웨이션브이는 물론 같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NCT U 등도 M.net 〈엠카운트다운〉, KBS2 〈뮤직뱅크〉, SBS MTV 〈더 쇼〉 등 음악 프로그램에서 중국어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웨이션브이 사건’은 상황이 다르다. ‘왜 하필 지금’이냐는 것이 논란의 골자(骨子)다. 지금은 중국에 대해 모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시기로, 한국 대중의 반중(反中) 정서가 전에 없이 치솟고 있는 시기다. 마치 일본 아티스트가 일본어 노래를 한국 방송에서 부를 때처럼 논란이 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현재 한국 대중에 만연한 반중 정서가 K팝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뻗어 웨이션브이 사건이 일어났다고 대부분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상황을 꼼꼼히 살펴보면, 실제로는 정반대일 수 있다. 애초 K팝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어난 문제들로 인해 지금처럼 반중 정서가 심화된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웨이션브이 사건 등 젊은 층이 즐기는 대중문화 분야에서 반중 감정 문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상황을 하나씩 풀어보자.
 
 
  反日 감정 앞지른 反中 감정
 
  근래 10~30대 젊은 층, 흔히 ‘MZ세대’라 불리는 이들의 반중 감정은 확실히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지난 6월 한 달간 관련 여론조사가 연달아 쏟아지면서 그 실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먼저 6월 14일 《한국일보》・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다. ‘미국, 일본, 중국, 북한 4개국에 대한 감정을 0~100도(높을수록 긍정적)로 표현해달라’는 물음에 20대는 일본 30.8도, 중국 17.1도로 답했고, 30대는 일본 23.9도, 중국 20.3도로 답했다. 40대, 50대, 60대 이상에서 일관적으로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중국보다 낮은 상황과는 반대 결과다. ‘어느 나라가 한국에 위협이 되느냐’는 물음에도 20대 43.7%, 30대 36.4%가 중국을 꼽았다. 40대(25.5%), 50대(26.5%), 60대 이상(20.1%)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결과이고, 특히 20대에서는 중국을 북한(35.6%)보다 위협적이라 답한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어 6월 25일에는 《국민일보》가 여론조사 업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3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니까 MZ세대에 속하는 이들만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이들은 가장 싫어하는 국가로 중국(51.7%)을 꼽았고, 그 다음이 일본(31.2%), 북한(12.6%) 순이었다. 특히 MZ세대 중에서도 좀 더 젊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로 갈수록 반중 정서가 강해 18~24세에서는 중국 60.3%, 일본 22.8%로 드러났다.
 
 
  6년 만에 對中 정서 역전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도 젊은 층의 反中 감정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사진=조선DB
  이런 분위기가 진행된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논란과 그로 인한 중국 측 한한령(限韓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다.
 
  실제로 사드 배치 논란 이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과 전혀 달랐다. 예컨대 2015년 MBN과 중국 《환구시보》가 기획하고 리얼미터가 실시한 한중(韓中) 공동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여기서 한국 국민의 중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보통’보다 높은 57.2점, 일본인에 대한 호감도 ‘보통’보다 낮은 42.2점을 보였다. 연령별 중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60대 이상>30대>40대>20대>50대’ 순으로 높았다. 오히려 현(現) 586세대가 중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가장 떨어진 셈이다. 그러던 것이 불과 6년여 만에 이렇게 바뀌었다.
 
  여기서 의아해지는 부분이 있다. 어찌 됐든 한·중·일(韓中日) 3국은 서로 복잡하고 시끄러운 관계다. 그만큼 2015년 이후 6년 사이에는 일본과도 갈등 상황은 적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 제주 국제관함식 자위대 욱일기 논란, 초계기 사건, 징용공 판결 등 수도 없다. 특히 그중 징용공 판결, 즉 한국 대법원의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기로 결정한 한일 무역 분쟁이 상당히 컸다. 뒤따른 한국 국민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사상 최대 규모로 일었고, 반일(反日) 감정도 극도로 심해졌다.
 
  그런데 왜 이처럼, 특히 MZ세대 내에서 중국을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 꼽는 비율이 극도로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일본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게 됐느냐는 것이다. 《K-를 생각한다: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저자 임명묵의 언론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힌트를 들어볼 수 있다.
 
  “MZ세대 내에서도 남성은 미세먼지, 서해 불법조업 등 강대국이 약소국을 힘으로 누르는 형태의 문제에서 반중 감정을 느낀다. 반면 여성은 한복, 한옥, 김치 등 한국의 정체성 요소를 빼앗으려는 시도에 반중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문화전쟁
 
  이를 2015년 이후 상황에 대입해보면, 그사이 일본과는 딱히 없었지만 중국과는 크게 벌어졌던 갈등으로 ‘문화전쟁’ 요소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한류(韓流) 상품을 규제하는 한한령부터 근래 한복·김치 등에 대한 중국 측의 고유문화 주장에 이르기까지 숱한 ‘문화전쟁’ 상황이 그사이 끝없이 이어져 왔다. 굳이 남녀 차이를 가르지 않더라도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광이 두드러지는 젊은 세대 특성에 비춰볼 때 바로 이 지점, 문화적 갈등 지점부터 상황을 다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생긴다.
 
  사실 상황 자체는 간명하다. 가깝게 보자면, 대략 지난해 초엽부터 젊은 층의 반중 감정이 한층 심화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 외에 문화적 차원에서도 그랬다. 2020년 전후로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이 거세지고 그에 따라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중국의 패권주의(覇權主義) 전략이 타격받을 위기에 처하자 그 반발로 중국 내에서 국수주의(國粹主義)가 강화되는 흐름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대중문화 관련으로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행태들이 연속됐다.
 

  한복, 김치 등에 대한 중국 고유문화 주장 외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지난해 10월 세계적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밴플리트상(賞) 수상 건이다. 밴플리트상은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이었던 한미(韓美) 우호를 위해 노력한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매년 시상하는 상으로, 1995년부터 매년 한미관계 증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시상하고 있다. 이를 수상하는 자리에서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렇다 할 논란 요소가 전혀 없는 깔끔한 수상 소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수상 소감에 중국 언론이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수상 소감 중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부분에 중국 대중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 매체 텅쉰왕은 “방탄소년단의 수상 소감은 미국의 침략과 아시아에 대한 간섭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희생이 된 중국의 선열들이 겪은 쓰라린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중국 측 항미원조(抗美援朝) 개념에서 벗어나는 말이나 행동은 삼가라는 얘기다. 당연히 방탄소년단 팬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이런저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내 반중 여론도 한층 거세졌다.
 
 
  〈조선구마사〉 속의 ‘문화공정’
 
親中 역사왜곡 논란 끝에 조기 퇴출된 SBS의 퓨전 사극 〈조선구마사〉.
  지난 3월에는 SBS TV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역사왜곡 사태가 일어났다. 언론을 통해 상당히 많이 알려진 사건이다. 아무리 허구가 가미된 퓨전 사극이라 해도 〈조선구마사〉는 ‘막 나가긴’ 했다. 일단 기본 설정부터 그랬다. 조선 왕실이 로마 교황청 도움을 받아 나라를 건국했다는 식이다.
 
  그런데 한국 대중은 중심 설정보다는 디테일한 묘사에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의도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을 찾아냈다. 세종대왕이 충녕대군 시절 명(明)나라 국경 근방의 기생집에서 외국인 사제와 통역사에게 중국음식인 월병, 피단, 중국식 만두를 대접하는 장면 등이다. 한복, 김치 등에 이은 이른바 ‘문화공정(文化工程)’ 의도가 읽힌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조선구마사〉에 대한 비판과 의혹은 점점 커져갔다. 결국 SBS 측에서는 방송 2회 만에 방송 취소를 결정하고, 제작사 측에서도 해외 판권 계약 해지를 약속하기에 이른다.
 
 
  걸그룹 마마무의 ‘하나의 중국’ 파문
 
인기 걸그룹 마마무는 ‘하나의 중국’ 논란에 휩싸여 음반 판매량이 급감했다. 사진=뉴시스
  한편 같은 3월 말에는 좀 더 기묘한 사건이 일어났다. 인기 걸그룹 마마무 소속사인 RBW 측 공식 인스타그램과 웨이보에 중국어와 영어, 한국어로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입장문이 올라온 것이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 마카오는 절대 서로 나뉠 수 없고 합법적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중국 측 주장이다. 해당 입장문은 올라온 지 2시간 뒤 삭제됐고, RBW 측에서는 “내부적으로 협의되지 않은 내용의 게시글로 혼란을 빚어 죄송합니다”라는 해명을 올렸다. 이어 각종 언론을 통해 “해당 게시물을 올린 것은 회사 내 일개 직원의 단독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이 어떤 인물인지, 국적상으로 어느 나라 사람인지 등 자세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조치가 오히려 중국 K팝 팬덤의 심기를 더욱 거스르게 했다. 애초 그런 게시물을 안 올렸으면 몰라도 한번 올렸다 삭제했으니 더욱 인상을 남기고 관심을 끌게 된 셈이다. 중국 팬덤 측에서는 해당 입장문 삭제가 ‘하나의 중국’에 대한 RBW 측 정치적 입장인지 해명하라고 요구했고, 해명하지 않을 시 RBW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불매운동에 들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어떤 식으로 답하든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 RBW 측은 더 이상의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황은 점점 더 꼬여갔다.
 
 
  중국 팬 보이콧으로 반 토막 난 음반 판매량
 
  이번에는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한미공동성명이 불을 지폈다. 공동성명 내용 중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보는 대만 문제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은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한미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명시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또 공동성명은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면서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명시했다.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역시 중국 측은 거론 자체를 꺼리는 문제다.
 
  그러자 중국 팬덤 측에서는 더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 이런 식이라면 ‘하나의 중국’ 모토를 삭제해버린 RBW 측부터 응징하자는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난 6월 2일 발매한 마마무의 11번째 미니앨범 CD 판매량으로 드러났다. 초동 판매 결과 전작(前作) 미니앨범 10집의 12만8900여 장 판매에 비해 반 토막이 나버린 6만6200여 장이 팔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중국에서 CD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업체 측이 마마무 앨범 보이콧을 선언해버린데다, 팬 각자가 개인적으로 구매하려는 것조차 인터넷상에서 눈치 주며 비난하는 분위기가 생성되다 보니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한·중·일은 참 복잡하고 시끄러운 관계다. 그만큼 일본과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는 K팝 등 한국 대중문화 기업에서는 어느 정도 정치·외교적 리스크를 감안하고 그에 대비하는 태세도 일정 부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여기까지 오면 리스크 대비는커녕 예상조차 하기 힘든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봐야 한다. 대체 누가 방탄소년단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이나 ‘하나의 중국’처럼 K팝과 아무 관련 없는 포스팅을 삭제한 일로 이런 어마어마한 반발을 사리라 예상했겠는가.
 
  특히 RBW와 마마무 같은 상황은 〈조선구마사〉 사건 등과는 또 다르다. 중국 정부의 국수주의 유도에 휩쓸린 중국 민간인들 스스로 나름의 애국심(?)에 의해 벌이고 있는 보이콧 행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는 실질적으로 대처 방안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K팝 등 대중문화에 관심과 애착이 있어 다양한 관련 정보들을 접하게 되는 한국의 MZ세대는 더욱 중국 정부는 물론 일반 중국인에까지 비판적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의 방송 프로그램 표절
 
  대략 위 열거한 사례가 지난 1년여간 문화적 측면에서 젊은 층으로 하여금 중국에 반감을 갖게 한 주요 이슈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문화적 차원에서 반중 감정의 뿌리는 그보다 깊고, 또 오래됐다.
 
  예컨대 2000년대 들어 수없이 언론의 도마에 오르내린 것이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표절해가는 중국 측 행태였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외 프로그램 포맷 권리침해 사례’에 따르면, 한한령이 발동되던 2016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한국 예능 프로그램 18편에서 20차례 표절 및 도용 등에 대한 권리침해가 발생했고, 그중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19건이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불과 5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19건이나 중국에서 표절이 일어난 셈이다.
 
  그리고 표절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중국 측 반응은 뻔뻔하기 그지없다. 2017년 한국의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을 표절한 것으로 지목되던 중국 후난TV 〈중찬팅〉의 왕티엔 PD는 “영감(靈感)은 앞서 방영된 우리의 미식 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이며 “평소 미국 드라마를 자주 보지 한국 예능은 거의 안 본다”고 잡아뗀 바 있다.
 
  나아가 표절 관련 소송에서 승소(勝訴)해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다. 예컨대 지난해 MBC가 자사 프로그램 〈복면가왕〉을 표절한 중국 제작사 찬싱과의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5년째 밀린 수익금 정산을 못 받고 있다. 찬싱 측은 미지급 수익금을 MBC 측에 2주 안에 지불해야 한다는 중국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 판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중국 상하이 인민법원에 공탁(供託)하는 방법으로 지급을 거부한 바 있다.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는 한계까지 ‘더티 플레이’를 이어가겠다는 비(非)매너들이 워낙 빈번하다.
 
 
  ‘중국 둘기’
 
  한편 국내 K팝 팬 사이에서는 수년 전부터 ‘중국 둘기’라는 은어(隱語)가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둘기’는 비둘기의 준말로, K팝 그룹에 소속돼 있던 중국인 멤버가 비둘기처럼 도로 중국으로 날아가버리는 상황을 가리킨다. 몸담고 있던 K팝 그룹을 무단탈퇴 내지 일방적으로 계약을 무효화한 뒤 중국 기획사와 새로 계약해 중국 활동을 펼치거나, 계약은 유지하되 그룹 활동은 제대로 하지 않고 중국에서만 개인으로 활동하려는 멤버가 곧 ‘중국 둘기’다. 세계적 인기를 얻을 수 있는 K팝 그룹 활동으로 인지도(認知度)를 넓히고 인기 기반을 쌓은 뒤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바로 자국으로 넘어가 활동하려는 얌체 행태로, 불공정 행각 전반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당연히 이런 사례가 중국인 K팝 아이돌에게서 워낙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생겨난 은어다.
 
  그런데 중국인 멤버가 ‘둘기’가 되지 않고 한국 그룹에 계속 남아 활동한다고 해도 문제는 또 발생한다. 각종 SNS를 통한 중국인 멤버들의 정치적 입장 표명 문제 때문이다. 이미 5년 전인 2016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패소(敗訴) 때부터 시작된 문제다. 당시 K팝 업계에서 활동하거나 활동했던 많은 중국인 아이돌이 자신의 SNS에 “중국은 한 점도 작아질 수 없다”는 글과 함께 남중국해를 중국 땅으로 표시한 지도를 게재한 바 있다. 이후 ‘하나의 중국’부터 시작해 홍콩 시위 상황에서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K팝 업계 중국인 아이돌은 끝도 없이 민감한 정치적 발언을 이어나갔고, 그만큼 한국 대중의 비판도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이들의 한국 소속사 측에서는 그런 행태들을 통제할 의지가 애초 없어 보인다. 그런 일을 했다가 괜히 중국 정부건 중국 팬덤이건 밉보여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웠을 수도 있고, 향후 중국 진출을 더 수월하게 이끌기 위해 일종의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중국인 아이돌 입장에서도 향후 그룹 계약기간이 끝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활동을 재개할 때 더 입장이 서기 위해 중국 정부 지지 포스팅을 연달아 남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서로 ‘손뼉’이 맞아 소리가 나는 것일 테다.
 
 
  中共黨 창당 100주년 축하 포스팅
 
천러, 런쥔 등 국내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멤버들은 7월 1일 일제히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하는 포스팅을 했다. 사진=웨이보 캡처
  지난 7월 1일은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일이었다. 중국 본토에서는 한창 축제 분위기였지만 홍콩 상황은 정반대였다. 이날은 홍콩의 중국 반환 24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본래 이날에는 홍콩에서 매년 야권 시민단체 주도로 반중 집회가 열려왔지만, 올해는 집회 자체가 원천 금지됐다. 홍콩 당국은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 1만명을 거리에 배치했고, 이미 6월 29일에 폭발물 제조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홍콩시민 2명을 본보기 삼아 체포하기도 했다.
 
  이처럼 복잡하고 민감한 날임에도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K팝 아이돌들은 일제히 SNS에 중국 공산당 100주년 축하 포스팅을 올렸다. 세븐틴 멤버 준과 디에잇, (여자)아이돌 멤버 우기, NCT 멤버 천러와 런쥔, 갓세븐 멤버 잭슨, 펜타곤 멤버 옌안, 엑소 멤버 레이 등 끝도 없다.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대다수 한국 대중 입장에서는 기가 차고 일종의 무력감(無力感)까지 드는 것이다. 특히 K팝 등 대중문화에 열중하는 MZ세대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 무력감과 허탈감이 다시 반중 정서를 한층 심화시킨다.
 
 
  기획사들의 中國夢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사진=조선DB
  다시 ‘웨이션브이 사건’으로 돌아가보자. 웨이션브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등과 함께 K팝 4대 기획사 중 하나로 꼽힌다. 그중 중국몽(中國夢)에 가장 몰입된 기획사이기도 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실질적 수장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부터 그렇다. 2007년 미국 하버드대학 MBA 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부터 “동양의 할리우드는 어디에 생길 것인가”라고 자문한 뒤, “누구나 똑같이 얘기한다.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전 세계 1등이 되도록 한국과 중국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주장과 믿음은 한한령 등 수많은 변화를 거친 2021년 현재까지도 변함이 없다.
 
  지난 2월 tvN 〈월간 커넥트〉에 출연해서도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K팝이 중국에서 제2의 부흥기를 맞을 것”이라며 “우리가 직접 중국에 가서 (프로듀싱을) 전수해주고, 그곳의 인재들과 세계에서 1등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프로듀싱의 시대”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은 우리의 것을 받아들이고 이를 한층 더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세계에 내놓는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앞선 〈조선구마사〉 사태부터 숱한 잡음과 논란에도 중국인 멤버 기용을 고수하는 K팝 업계 현실에 이르기까지 많든 적든 중국몽을 공유하고 있기에 그런 노선을 저버리지 않는 것일 테다. 그런데 중국 측이 한국 대중문화산업 방향성을 ‘쥐고 흔들려는’ 상황까지 온 지금,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정치·외교적 반발을 일으키며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중국몽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손쉬운 득(得)보다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실(失)이 훨씬 많고, 그 득을 제대로 통제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反中 정서 거세질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몽을 끝까지 고수하며 수많은 논란과 갈등, 비난을 감수하려는 한국 대중문화 기업이 많으니 그만큼 젊은 층의 반중 정서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게 지금의 반중 정서를 구성하는 전체도 아니고 엄밀히 상당 부분조차 아닐 수 있지만, 분명 일종의 ‘방아쇠’가 될 수는 있고 지금도 충분히 그렇게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식을 돌려놓는 ‘계기’로서 문화의 힘이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단언컨대 ‘웨이션브이 사건’과 유사한 논란은 어떤 대중문화 분야에서든, 또 어떤 방식으로든 근간에 반드시 다시 벌어진다. 십수 년 전 성립시켜 지속해온 패러다임이 한꺼번에 바뀌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매번 한층 더 심화된 대중의 반중 감정과 맞닥뜨리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6월 한 달간 세간을 놀라게 한 MZ세대의 반일 감정을 뛰어넘은 반중 감정은 지금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극단적 결과를 도출해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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