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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석탄밀매 전권 쥔 최병호 ‘조선수림무역’ 사장 교수형

돈줄 말라 예민해진 김정은, 親中 외화벌이 공신 죽였다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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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호, 對中 석탄 밀수출 주도… ‘제2의 장수길’로 불리기도
⊙ 베일에 싸인 조선수림무역, 중국 첸완생태환경주식회사와 합영회사 설립
⊙ 웨이하이반도선박연료주식회사와도 합영회사 설립, 본사는 신의주
⊙ 조선수림무역에 김여정도 각별한 관심
⊙ 최병호와 조선수림무역, 북한산 석탄 국내 불법 반입에 연관 가능성
⊙ 얼마나 급했으면 간첩공작 자금에까지 손댄 김정은
사진=뉴시스
  제재를 피한 석탄 밀수출로 김정은의 주머니를 채워준 일명 ‘석탄 대부’ 최병호 조선수림무역 사장이 최근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대북(對北) 소식통은 “김정은이 최근 외화벌이 중이던 최병호 조선수림무역 사장에게 방역법 위반을 뒤집어씌워 교수형에 처했다”고 했다.
 
  최병호와 조선수림무역이란 회사에 대해선 대내외적으로 공개되거나 알려진 사실이 전혀 없다. 그래서 최병호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북 소식통들은 “김정은의 자금난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왜 이런 평가를 내렸을까.
 

  최병호란 인물부터 살펴보자. 〈2020 북한 주요 인물정보〉에는 그의 이름이 없다. 북한 기관별 인명록에는 최병호란 이름이 세 번 나온다. 내각의 소속 불명 부국장, 조·러동약생산합영회사 제1부지배인,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남포특별시 와우도 구역 위원장이 최병호인데, 사형당한 최병호는 조선수림무역 사장인 만큼 모두 ‘동명이인(同名異人)’으로 볼 수 있다.
 
 
  ‘제2의 장수길’이라 불리기도
 
북한에서 ‘석탄 대부’로 불린 최병호는 제2의 장수길(동그라미 친 남성)이라 불리기도 했다. 사진=KBS 뉴스 캡처
  최병호는 북한에서 ‘석탄 대부’로 불리는 인물이라고 한다. 석탄 수출 등을 통한 외화벌이에 능통해 북한에 많은 돈을 벌어다 줬다고 한다. 또 그는 제2의 장수길이라 불리기도 했다. 장수길이 한 일을 이어받았다고 보면 된다. 장수길은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당 행정부의 ‘외화벌이’를 맡아 대중(對中) 석탄 수출을 주도한 인물이다.
 
  장성택은 잘나갈 때 인민무력부 소속 ‘승리’ 무역회사를 당 행정부 54부에 편입시켰다. 그러고 그 자리에 장수길을 임명했다. ‘54부’는 광업·수산업 분야 무역, 해외 식당 운영 등 외화벌이를 하는 기관으로 ‘54국’으로도 불린다. 54부는 평양과 원산에 백화점을 소유하고 전국의 탄광·광산·발전소·시멘트공장과 농수산물 유통 등 막대한 이권사업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길이 이끄는 당 행정부 54부는 중국에 파는 석탄 수출권을 독점, 연간 5억~10억 달러의 수익을 얻으면서 김정은의 비자금 부서인 당 ‘39호실’을 넘볼 정도로 자금력이 커졌다.
 
  장수길은 김정은이 장성택 제거 작전을 시행하기 전까지 승승장구했다. 2012년 9월 김정은의 대동강 타일공장 방문 시 동행하기도 했으며, 2013년 2월 김정일 탄생 70주년을 맞아 군 중장 칭호를 받았다.
 
  장수길은 장성택 처형 한 달 전인 2013년 11월 중순 공개 처형됐다. 김정은은 총살에 처음으로 4신 고사포(총)를 사용했다. 4신 고사포의 탄창에는 총신당 60발이 장전되기 때문에 총 240발이 장전된다. 이런 고사포 4문을 강건군관학교로 옮겨 왔다. 장성택은 몸이 묶인 채 처형당하는 장수길 앞에 무릎 꿇앉혀 있었다. 사형집행관의 지시에 따라 발포 명령이 떨어지자 1000여 발의 고사총탄이 장수길에게 날아갔고, 시체는 가루처럼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장성택의 얼굴로 장수길의 피와 살이 그대로 날아와 피범벅이 됐고, 장성택은 그 자리에서 졸도했다고 한다.
 
  2016년 중국 닝보에서 북한식당 종업원 12명의 집단 탈북을 주도한 허강일씨는 처형 현장에 참석한 북한 고위급 간부에게 전해 들었다며 “장수길에게 비행기에서 떨구는 고사총을 쏘니 시체가 하나도 없이 사라지고 발목만 남을 정도로 참혹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장성택은 물론 상당수 간부가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고 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석탄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
 
제재를 피한 석탄 밀수출로 김정은의 주머니를 채워준 일명 ‘석탄 대부’ 최병호 ‘조선수림무역’ 사장이 최근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쩍 야윈 모습의 김정은. 사진=뉴시스
  김정은의 핵 폭주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로 석탄 수출이 막혔음에도 북한의 석탄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2015년 4월~2019년 4월 위성사진 분석 결과, 탄광 주변에서 식별된 석탄 더미의 면적이 급속도로 넓어졌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 발표한 보고서 〈북한의 피로 물든 석탄 수출〉에 따르면 북한 최대의 무연탄 산지인 평남 석탄 벨트에 속하는 북창엔 ‘18호 관리소’로 불리는 정치범수용소가 있는데, 수감자들은 주로 석탄 생산에 동원된다.
 
  이 지역 출신 탈북자들이 말한 바로는 18호 관리소 탄광지대에 수감된 광부는 6400여명, 가족과 관리인원까지 포함하면 약 3만명이다. 이들은 지하갱 9곳 등 12개 탄광에 배치돼 매일 3교대로 24시간 석탄 생산에 내몰린다. 죽을 때까지 이런 생활이 이어진다.
 
  이들의 노예노동을 통해 캐낸 석탄은 김정은에게 상납해야 하는 외화를 벌기 위해 불법 수출된다. 외국 국적 선박을 동원하거나, 해상에서 석탄을 다른 선박으로 환적하는 수법으로 석탄을 밀수출해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연구진은 18호 관리소 수감자 구역에 있는 석탄 수용 전용 기차역 2곳을 식별했고, 이곳을 지나는 철도가 남포항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남포항은 석탄을 비롯해 북한의 각종 합법·불법 화물을 적재한 온갖 선박이 드나드는 주요 항구다.
 
  2019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남포항을 ‘불법 활동의 허브’로 명명했다.
 
  2020년 나온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 1~9월 사이 400회 이상의 수송을 통해 250만 톤 이상의 석탄을 밀수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이런 불법 석탄 수출을 통해 4000억원가량(2020년 3분기 기준)의 수입을 챙겼다고 분석·보도했다.
 
 
  중국 회사와 합작회사 만드는 조선수림무역
 
  불법으로 석탄을 밀수출해 김정은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외화벌이 중심에 석탄 대부 최병호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최병호가 대표로 있던 조선수림무역은 어떤 회사일까. 〈2020 북한 기관별 인명록〉에 나와 있지 않을 정도로 베일에 싸인 조선수림무역은 통일전선부(통전부) 산하 외화벌이 회사다. 통전부 주 임무는 남북관계 총괄이지만 2000년대부터는 김씨 일가 비자금 조달을 위해 돈 버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정일은 1990년대 중반 극심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대량 생기자 “모든 공작기관은 필요한 공작자금을 자체로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공작 부서들에 대한 예산 지급이 줄어들기 시작해, 2000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공작자금이 완전히 끊겼다. 이후엔 공작부서들이 자체적으로 회사를 세우고 외화벌이에 나섰다.
 
  북한은 안보리 제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중국 기업과 합영할 회사를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조선수림무역이다. 조선수림무역은 최근 신의주 압록강 변에서 돼지 사육과 골재 채취를 수행할 목적으로 중국 저장성의 첸완생태환경주식회사(Qianwan Ecological Environment co., ltd.)와 합영회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 합영회사의 활동에는 조선묘향무역총회사(Korea Myohyang General Corporation)가 적극 관여하는 것으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여정이 신경 쓰는 회사
 
‘조선수림무역’에 김여정도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조선DB
  조선묘향무역총회사 또한 〈2020 북한 기관별 인명록〉에 공개되지 않은 회사다. 다만 북한판 태블릿PC(판형콤퓨터) 제작, 고려약(한약재) 생산 등 여러 분야에 계열사가 포진한 만큼 조선수림무역도 조선묘향무역총회사의 계열사 중 하나로 보인다.
 
  조선수림무역이 통전부 소속이란 이유로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앞서 통전부는 김여정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통전부장이 있지만 실제로 통전부를 지휘하는 건 김여정이란 이야기다.
 
  ‘NK지식인연대’에 따르면 김정은은 외화벌이와 각종 무역회사를 담당한 장성택을 죽이고 난 다음 김여정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대북소식통은 “당 외화벌이를 다시는 장성택과 같은 이단자에게 줄 수 없다는 의지하에 모든 실권을 줬다”며 “김여정이 조선수림무역과 관련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에도 연관된 듯
 
2018년 8월 7일 오후 경북 포항신항 제7부두에 정박한 진룽(Jin Long)호 앞에 하역한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을 불도저로 트럭에 싣고 있다. 최병호와 ‘조선수림무역’은 북한산 석탄 국내 불법 반입에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조선일보》
  조선수림무역은 웨이하이반도선박연료주식회사(Weihai Peninsula Vessel Fuel Co., Ltd.)와 북한 해역에서 주로 활동할 어업 관련 합영회사 설립을 계획 중이기도 하다. 이 합영회사는 설립되면 신의주에 소재(所在)할 예정이다. 조선수림무역이 중국 회사와 함께 만든 합영회사들은 겉으로는 돼지 사육 또는 골재 채취 회사, 어업 관련 회사지만 실제로는 석탄 관련 밀수입에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최병호가 석탄 사업 전문가라 더욱 그렇다. 실제 《월간조선》은 취재 중 안보리 문건에서 조선수림무역이 북한 국적 선박을 이용한 불법 환적(ship-to-ship transfer)에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보고서는, 2019년 6월 20일쯤 북한 선박 ‘태양(Tae Yang)호’가 송림항에서 석탄을 선적한 뒤 열흘 뒤인 같은 달 30일쯤 베트남 통킹만 해역에서 불법 환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RUSI’는 위성사진과 선박자동식별 장치를 토대로 이런 보고서를 작성했다. 태양호가 불법 환적한 석탄은 금액 기준으로 약 160만 달러(약 18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에는 약 70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 선철 총 3만5000톤이 ‘원산지 증명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차례에 걸쳐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속여 국내에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은 2020년 12월 30일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제1부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관세법 위반, 사기, 유가증권 위조, 위조 유가증권 행사, 허위 세금계산서 교부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들에게 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주 소재 수출입업체 대표 A씨와 해상운송 중개업체 대표 B씨, 송파구 무역업체 대표 C씨는, 2017년 2월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로 북한에서 취득한 석탄 등 광물을 곧바로 중국으로 반입하기 어려워지자 북한산 광물의 ‘원산지 세척’을 계획했다.
 
  우선 북한산 광물을 러시아로 반입해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를 마련하고 다른 선박에 옮겨 싣는 계획이었다. 원산지 세척을 거쳐 다시 중국이나 대한민국 등 제3국으로 반출하는 방법으로 북한산 광물을 유통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A씨는 러시아 선박 사정에 밝은 편으로, 북한산 광물을 운반하는 선박이 러시아 나호트카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C씨에게 관련 업체를 소개해줬다. B씨는 북한산 광물에 대한 러시아 ‘원산지증명서’를 직접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
 
  이들은 이런 방법으로 57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 3만8118톤, 11억원 규모의 선철 2010톤을 국내에 밀반입했다. 검찰은 일당에게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관세법 위반, 사기 등 총 7가지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안보리 문건에서 조선수림무역이 북한 국적 선박을 이용한 불법 환적(ship-to-ship transfer)에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 만큼 최병호와 조선수림무역은 이런 사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대북소식통은 “최병호가 실명을 썼을 가능성이 적고, 대표라 전면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가 드러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최병호를 죽인 ‘진짜’ 이유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르는 바지선 ‘알파’. 사진=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
  취재를 종합하면 최병호와 조선수림무역은 불법 석탄 수출로 인한 외화벌이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최병호를 죽였을까. 방역법 위반으로 교수형에 처했다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북소식통은 “(사형의) 표면적 이유가 방역법 위반이지만, 실제론 김정은에게 직접 자금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동안 최병호는 통전부를 통해 김정은에게 외화를 보냈는데, 김정은이 자신에게 외화를 직접 바치지 않아서 처형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관련 부서에 돈을 보내면 그 부서에서 김정일에게 상납하는 구조였는데, 돈줄이 막히자 김정은이 자신에게 직접 바치는 것으로 바꿨다고 한다.
 
  현재 김정은이 겪는 자금난은 상당하다. 김정은이 ‘돈주’(북한의 현금 자산이 많은 부자)들을 죽여 압류한 재산으로 비자금을 충당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북소식통은 “통전부 산하 회사가 벌어들인 외화는 기본적으로 간첩공작 자금으로 사용되는데, 얼마나 자금난이 심각했으면 김정은이 이 돈에까지 손을 대겠느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최병호 자신이 석탄 사업의 주도권을 쥐려 해서 김정은 눈 밖에 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김정은이 최병호가 과거 장수길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뒷돈을 챙기고 있다는 의심을 했다는 것이다.
 
  장수길 사건 외에 2016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김영철 통전부장은 정찰총국 산하의 외화벌이 업무를 통전부로 이관하려 했다. 그러자 황병서는 “김영철이 개인 권력을 조성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김영철은 약 한 달간 혁명화 교육을 받았다.
 
  김정은은 ‘자금’과 관련해서는 아주 민감하다. 이른바 장성택 학습효과다. 김정은은 이권사업을 장악한 장성택이 막대한 자금으로 자신을 밀어내고 일인자가 되려 했다고 생각했다.
 
  대북전문가는 “지난 1월과 2월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4개월 만인 6월에 열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만큼 북한 당국이 올해 민생경제 등 대책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최병호 같은 희생양이 또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석탄 대부의 죽음, 北 中 관계 악영향?
 
  김정은이 중국과 밀접한 관계인 최병호를 사형에 처함에 따라 북중(北中) 관계가 또다시 경색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양국 친선 강화를 강조하는 구두 친서를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은 3월 23일 “김정은 동지께서는 두터운 동지적 관계에 기초해 두 당 사이의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할 시대적 요구에 따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 동지에게 구두 친서를 보내 노동당 제8차 대회 정형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3월 12일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일부 나라는 신장(新疆) 지역과 홍콩 문제를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에 이용하는 것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제 코가 석 자인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다거(大哥·형님)’ 중국을 적극 비호하고 나선 것이다. 3월 18일에는 전임자가 10년 넘게 지킨 주중(駐中) 북한대사 자리에 별안간 ‘중국통’ 리룡남을 앉혔다. 리 대사는 베이징외국어대학을 나와 중국어가 유창하고, 대중(對中) 무역에 잔뼈가 굵은 ‘친중(親中)’ 인물이다.
 
  작년에는 《로동신문》에 북중관계와 관련한 사설과 특집 기사를 잇달아 싣고 “어떤 풍파에도 끄떡없는 친선관계”라며 “세상이 부러워하는 관계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은 중국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김정은이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참배하고, 평양의 북중 우의탑에 화환을 보내는 등 북중 친선관계를 대외에 과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에 ‘김정은’을 검색했을 때 ‘중국 조선족’이란 설명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북한은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굴욕을 감내하는 중이다.
 
  사실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북중관계는 최악이었다. 북한은 이 기간에 4차례 핵실험을 실시했고, 각종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게다가 김정은은 친중파인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고, 이복형인 김정남도 화학무기로 독살했다. 김정은은 그동안 부친 김정일처럼 중국을 상당히 불신해왔다. 김정일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 사람들의(중국인들의) 경제 전략이 영토나 제도나 경제 분야에서는 동북 3성(省)이 아니라 조선을 염두에 두고 동북 4성으로 생각한다”고 경계심을 보인 적이 있다. 김정은도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중국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北美) 회담 결렬 이후 태도를 바꿨다. 현실적으로 기댈 곳은 중국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중관계에 훈풍이 부는 가운데 김정은은 대중(對中) 석탄 밀수를 주도해온 최병호를 죽였다. 자존심을 굽혀가며 중국에 머리를 조아려온 것이 헛수고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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