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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금

봉쇄할 수도 개방할 수도 없는 ‘北中 국경’ 딜레마

코로나19로 인한 北中 국경 폐쇄는 北의 자승자박

글 : 송봉선  한반도미래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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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진자 ‘0명’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허위
⊙ 평양서 귀환한 외교관들 “평양에 남은 외국인 300명 이하”
⊙ 북한의 ‘생명선’인 北中 국경 폐쇄는 사실 탈북 방지용

宋鳳善
1947년생. 양정고·고려대, 연세대 대학원 졸업 / 前 주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 서기관, 駐이집트대사관 영사·참사관, 국정원 북한연구조사실 중국팀장·단장, 인하대 초빙교수, 고려대 북한학과 겸임교수, 북한연구소 소장 / 現 한반도미래연구원 이사장 / 저서 《사생활로 본 김정일》 《김정일 철저 연구(일어판)》 《북한은 왜 멸망하지 않는가》 등 다수
북한 김정은이 2020년 8월 25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로 인한 보건위기 상황에 대비한 국가 비상 방역태세를 점검했다고 이튿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북중(北中) 국경이 폐쇄된 지 1년여가 지났다. 그로 인해 폐쇄 사회인 북한은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미명하에 이뤄진 국경 봉쇄로 북한 경제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음에도, 북한 독재자 김정은은 비현실적인 방역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측 세관 당국에 따르면, 2020년 북한의 대중(對中) 수출액은 3616만 달러(약 409억원)에 그쳤다. 중국 외에 다른 국가들과의 수출액도 806만 달러(약 91억원)에 불과했다. 이를 모두 합한 수출액이 500억원 정도면 실제 북한이 번 돈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밀무역도 줄어들어 시장에서는 물건이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일부 주민들은 비싼 쌀보다는 싼 강냉이를 구입해 식량으로 대체하고 있다. 대다수 주민은 강냉이마저 구하지 못해 잡곡을 섞어 만든 죽이나 풀죽으로 끼니를 잇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당시 북한이 처했던 대량 아사 시기) 탈출 후 부족하지만 유지되던 평양 시내의 배급도 끊겼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당국은 노동당 관료와의 혼인 등으로 평양 시내에 살고 있는 지방 출신 주민들을 상대로 ‘평양 퇴거’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어떻게 하든 입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거의 사라져가던 ‘꽃제비’도 다시 등장했다는 전언(傳言)도 나온다.
 
  코로나19로 달러화 환율마저 폭락하자, 김정은은 환전상을 처형하는 만행도 저질렀다. 김정은은 코로나19로 바닷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금 채취와 어로(漁撈)까지 금지하는 웃지 못할 지시까지 했다고 한다.
 
  북한 경제 상황이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어렵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선전·선동을 강화하면서 정권으로 향하는 불만을 잠재우려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사실상 북한 정권의 생명선인 북중 국경 폐쇄는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0명’은 허위
 
2020년 2월 27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대책에 대해 방영한 화면. 사진=뉴시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청정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의 코로나19 관련 집계에 따르면, 2020년 11월 1일 기준으로 국가 지정시설 발열 독감 누적 격리 인원이 총 8만1000명이라고 한다. 이는 군인을 제외한 수로, 군인까지 모두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2020년 1월 28일, 코로나19 국가비상체계를 선포하고 평양을 비롯한 각 지역에 중앙비상방역지휘부를 조직했다. 같은 해 연말부터는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최고 수위인 ‘초특급’으로 격상해 국경과 지상, 해상 및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을 봉쇄하고 각종 모임도 중단시켰다. 학생들의 방학을 수차례 연장하고, 상점과 음식점 등 집합시설의 영업을 금지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청정국이라는 북한 측 주장은 사실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는 듯하나 유명무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진단할 의료기구도 없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과 약품은 물론 국가적으로 지정된 격리시설도 대부분 차 있다.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은 자가격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가 파다하지만, 공식적으로 북한은 확진자가 ‘0명’이라고 주장한다. 의료시설이 극히 열악하고 약품 등을 갖추지 못해 결국 사회 전체가 붕괴될 수 있어 이런 거짓말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평양에서 본국으로 귀환한 외교관들은 “외국인들의 귀국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평양에는 2021년 4월 현재 평양에 남은 외국인은 300명 이하”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평양은 유례없이 엄격한 전면적 제한과 통제로 의약품을 포함한 생필품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를 해결할 방안 역시 전무(全無)한 상태라고 했다.
 
 
  뒤로는 백신 확보 추진
 
  북한은 겉으론 코로나19 청정국을 강조하고 있지만, 백신 확보를 위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非)정부기구에 백신 신청서를 내고 유럽 국가 대사관을 통한 백신 확보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주간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2월까지 북한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주민 누계는 9373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확진 사례는 없다고 보고해왔다.
 

  북한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최초 발생한 시기는 2020년 1월 말이다. 중국 방문자가 많은 평양시와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발열과 기침 증세를 보인 주민들이 항생제와 해열제를 투여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사망한 것이다. 사망자 모두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나타나기 직전에 중국을 다녀왔거나, 중국 주민과 접촉한 사실이 있었다.
 
  북한 당국은 이를 묵살하고 이들의 사인(死因)을 코로나19가 아닌 급성 폐렴이라고 감췄다. 그 후 서둘러 장례를 치렀다. 시신을 유가족 동의도 없이 화장 처리하고 유골만 전달하자 내부에서도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매장(埋葬)을 선호한다. 화장(火葬) 비용이 매장 비용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평양의 유일한 화장장인 낙랑구역 오봉산 화장장의 경우 화장을 앞둔 시신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 ‘제로(0)’를 강조하는 이면에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뿐 아니라, 방역 조치를 당의 업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런 이유로 코로나19 현황을 사실대로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실제로는 탈북 막기 위한 것
 
중국 단둥시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에서 바라본 ‘압록강대교’ 위로 북한 화물차량이 중국 단둥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곳은 북중 국경의 최전선이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 초,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수입물자소독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물자를 소독하게 하는 한편, 관련 절차와 질서를 어기면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코로나19 창궐 이후 봉쇄하던 국경을 일부 열고, 무역 재개를 위한 법 제정이라고 분석했다.
 
  정반대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북중 국경 전 구간에 2m가 넘는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고 3300V 고압 전력선 설치를 준비 중이라는 첩보가 입수됐다. 이와 관련해 국경 지역에 자재와 장비, 인원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중 접경지역인 의주와 룡천에는 2021년 3월부터 약 2개 대대 인원과 건설 장비·자재, 화물차 등이 평양에서 건너와 공사 준비에 투입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자강도에도 건설부대 인원들이 투입돼 콘크리트 장벽 설치 공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용남 駐中 북한대사(앞줄 왼쪽). 사진=뉴시스
  이런 공사는 명목상으로는 코로나19 유입 방지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탈북 방지를 노린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강력한 국경 봉쇄가 지속되는 가운데, 생계난에 직면한 군인과 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에서 탈북 행위가 이어지자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공사라는 뜻이다.
 
  북한의 경제 여건상, 장거리 장벽 공사는 엄청난 예산과 물자가 소요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실현될지 의문이다. 고압 전력선 공사 역시 북한 전기 사정으로 봤을 때 원만히 이뤄질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4월 말까지 북중 교역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일본 공영 방송 NHK는 4월 중순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단둥(丹東)역에서 북한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이는 화물열차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단둥역에 정차해 있는 화물열차에 한국어로 ‘서포-단둥’이라고 써 있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서포역은 평양으로 들어가는 국제화물만 취급하는 화물열차 전용역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북한이 향후 중국과의 무역은 물론 경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해석하는 기류도 있다. ‘무역통’으로 알려진 리룡남이 중국 주재 북한대사로 공식 부임한 것도 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북중 국경 봉쇄 완화가 이뤄지더라도, 물자 교환이나 인적 교류엔 유엔 제재로 인하여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안고 있는 ‘북중 국경 딜레마’
 
  북중 국경은 각종 교역과 밀무역이 이뤄지는,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생명선’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압록강과 두만강의 20여 개 북중 교량시설이나 수로를 이용해 중국으로부터 90% 이상의 물자를 공급받고 있다. 물자뿐 아니라 인적(人的) 협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탈북과 밀수를 막는다는 구실로 생명선 같은 북중 국경의 철조망과 콘크리트 장벽을 이용한 차단 행위는 북한 주민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드는 자승자박 행위다. 북한이 핵개발로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중 국경 폐쇄는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경제를 위해 봉쇄했던 북중 국경을 열면 코로나19는 물론, 북한 독재체제를 위협할 외래(外來) 문화까지 덩달아 유입될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이 안고 있는 북중 국경 딜레마는 이래저래 북한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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