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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북한요지경

북한의 해외 인력 송출

20대는 1000달러, 30~40대는 2000달러 정도 뇌물 써야

글 : 장원재  (사)배우고나누는무지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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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가 작거나, 부모·본인이 보위부·호위총국 등 근무했을 경우 해외 못 나가
⊙ 신원조회 급행료는 고급 담배 2보루, 심층면접 단계에서는 20~50달러가 ‘기본요금’
⊙ 反간첩투쟁전람관·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등을 참관하고 반드시 확인도장 받아야 출국 가능

張源宰
1967년생.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학 연극학 박사 / 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경기파주영어마을 사무총장,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진행. 現 (사)배우고나누는무지개 대표 / 저서 《끝나지 않은 축구 이야기》 《오태석 연극: 실험과 도전의 40년》 《배우란 무엇인가》 등
2007년 카타르의 주택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조선DB
  북한 민간인의 로망 가운데 하나가 해외에 나가 일을 하는 것이었다. 돈을 많이 벌어 가족의 삶을 개선하려는 꿈이었다. 지금은 실현이 불가능하다. “유엔에 가입한 193개 나라에서 일하는 북한 국적 노동자와 이들을 감시하는 당국 관계자들을 ‘2019년 12월 22일’까지 돌려보내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제재 2397호 결의안 때문이다. 최근의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코로나19) 사태로, 편법 인력수출 길도 막힌 것으로 보인다. 임시로 귀국했다 업무비자에서 유학비자로 바꿔 다시 출국하거나, 중북(中北) 접경지대에서 당일치기로 출퇴근하는 경우 등이다.
 
  2016년 미국 국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노동자를 파견했던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캄보디아·베트남·폴란드·몰타·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 23개국이라고 한다. 파견된 노동자의 수는 5만명에서 12만명, 북한이 해외인력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外貨)도 연(年) 1억5000만 달러에서 23억 달러까지 설(說)이 다양하다.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美北)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보아,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대외봉사거래’ ‘대외건설거래’ 등으로 불리며 정치적인 목적에서 시작되었던 근로자의 해외파견은 김정일의 지시로 외화획득용 사업으로 바뀐다. 2011년 김정일은 당(黨) 간부들에게 “한두 놈 탈북(脫北)해도 상관없으니 외화벌이 노동자를 최대한 파견하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북한이 해외로 파견하는 인력은 군인의 신분으로 파견되는 경우와 민간인이 기업소나 사회단체에 소속되어 파견되는 두 가지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본인의 희망’에 의해 해외로 나가는 민간 인력의 선발과정은 어땠을까?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해외로 나갔을까? ‘외국에 나가려면 걸음마다 돈을 고여야 한다’는 말은 왜 나왔을까?
 
 
  키 작은 사람은 해외 못 나가
 
  해외파견 자리가 생겼다는 소문이 돌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공개 선발이 아니라, 모든 일이 개인 네트워크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파견국이나 인원, 업종이 어떻게 되는지, 여기저기 담배 등을 찔러주고 정보를 얻는다. 단, 키가 작은 사람은 어떤 경우든 응모 불가다. ‘키 작은 사람이 나가면 공화국 망신’이라는 인식이 있기에, 경공업 노동자 여성의 경우 155cm, 식당 종업원의 경우는 163cm가 하한선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키는 속일 수 없기에, 아무리 뇌물을 고여도 통과 불가다. 다만 신장 측정기를 2cm 정도 작게 나오도록 ‘세팅’을 하고, 이 구간에 걸친 대상자들과 ‘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4년제 대학 졸업생도 파견 불가다. 북한 입장에서는 ‘투자를 많이 해서 키운 인력’이기 때문이다. 3년제 전문대 졸업생까지는 해외 노동자로 나갈 수 있다.
 
  일정 계층에서 토대가 있어야 하는 점도 필수다. 가족이나 친척들 가운데 해외나 남한에 친척이 있는 사람, 형제자매 중 해외에 나간 사람이 있는 경우는 뽑지 않는다. ‘약속하고 뛰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친척 가운데 범죄자나 정치범이 있어도 출국 불가다. 출신 성분이 좋아도 나갈 수 없다. 아버지가 중앙당 간부거나, 부모 혹은 본인이 보위부・호위총국 등 특수기관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경우다. 명분은 이들이 해외에 나가면 ‘남한에서 바로 납치해가기 때문’이라지만, 기밀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자는 것이 진짜 이유다.
 
  파견 대상자로 뽑히면 다음은 신원조회다. 6촌까지,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다 체크한다. 기혼자들은 처가까지 모두 조사한다. 6·25 때 국군을 도와준 적은 없는지, 직장생활과 정치학습은 충실하게 하고 있는지, 술 먹고 주정한 적은 없는지가 모두 나오는 엄청난 양의 문건이 내려온다. 얼굴도 모르는 친척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는 자료지만, 당사자는 열람할 수 없다. 토대 관련 문건은, 당국만 알고 있어야 하는 특급 비밀 문건이기 때문이다.
 
 
  ‘나이 많다’ 시비 걸면 300달러 바쳐야
 
  신원조회 과정에서도 보안서에 뇌물을 고여야 한다. 돈 없이 가면 ‘일주일 후 다시 오라’고 하고 한 달이 지나도록 일 처리를 해주지 않는다. 급행료는 고급 담배 2막대기(2보루) 정도다.
 
  다음 단계는 신원보증인을 구하는 일이다. 당 비서와 함께, 출신 학교, 직장, 동네 등 세 군데를 다니며 2명 이상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 ‘이 사람은 해외에 나가더라도 절대 뛸 사람이 아니며…’라는 문건이다. 교사나 인민반장 등이 보증을 해준다. 이들에게도 답례를 해야 하지만, 당 비서에게도 알아서 고여야 한다. ‘이렇게 다니시려면 휘발윳값도 들고 점심 식사도 하셔야 하니…’라며 함께 뽑힌 같은 조원 5~6명이 10달러씩 걷어 찔러주는 것이 요령이다. 눈치 없이 본인이 요구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단가가 더 올라간다. 나중 일을 위해서라도 당 비서와의 교제는 필수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신체검사다. 해외파견 인력은 거의 다 평양 사람들이기에, 평양에는 해외파견 신체검사를 진행하는 전문기관도 있다. 평양 제2 인민병원이다. 대기자가 많아 신체검사하는 데 하루가 꼬박 소요되는데, 간염이나 결핵 등 병이 있는 사람은 탈락이다. 예전에 전염성 질환을 앓았던 사람은 돈으로 해결하여 병력(病歷)을 세탁한다.
 
  신체검사를 마치면 다음은 심층면접이다. 초급당 담화, 파견기관 담화, 상급당 담화가 이어진다. 여기서부터는 뇌물의 단위가 달라진다. 이때 1인당 20~50달러의 ‘기본요금’이 든다. 당 비서에게 뇌물을 고이면 당 비서가 초급당, 상급당(평양 시당)의 윗사람과 사업을 하며 모든 절차를 빨리 진행한다. 피복 노동 등에는 30대도 나갈 수 있는데, ‘나이가 많다’며 시비를 걸면 ‘최소 300달러는 가져오라’는 뜻이다.
 
  다음 단계인 중앙당 문건 검토(서류심사)도 첩첩산중이다. 담당 지도원-과장-부(副)부장-간부부(幹部部) 부부장 등 단계를 거치는데, 그때마다 꼬투리를 잡고 뇌물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력송출회사의 갑질
 
2014년 12월 쿠웨이트의 시장에서 물건을 살펴보고 있는 북한인들. 비교적 말쑥한 차림으로 보아 간부급이나 보위부 요원으로 추정되었다. 사진=조선DB
  북한의 민간인 해외인력 송출은, 형식적으로는 인력송출회사가 현지 회사와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방식이다. 북한 근로자는 북한 내 회사와 계약을 한다. 급여 지급 등 문제가 생겨도, 외국 회사가 아니라 북한 인력송출회사와 노동자 사이에 발생한 일이라며 빠져나갈 수 있는 안전판이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도, 인력송출회사가 체제유지자금과 충성자금을 ‘모아서’ 상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문제는 해외파견 인력 선정의 전권을 쥐고 있는 ‘회사 사장’들의 갑질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식당 인력의 경우, 외모, 키 등 ‘인물심사’와 노래, 악기 연주 등 ‘실기심사’를 한다. 주관적 기준이 들어갈 여지가 많은 일이니, ‘능력+뇌물액수’가 당락을 좌우한다. 이른바 ‘심사료’다. 유료로 중국어·영어 등 외국어 교육을 해주고, 중국제 옷을 ‘해외근무용 유니폼’이라며 원가의 10배쯤 되는 가격으로 강매하기도 한다. 인력송출회사 사장은 사방에 뇌물을 고이고도 호화생활을 한다. 자가용을 굴리며 평양 최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해외도 자주 다닌다. 노동자들로부터 받은 뇌물 덕분이다.
 
  구역담화, 시당 교육에서 합격하면 중앙당에 가서 발령장을 받는다. ‘위대한 수령 동지의 배려로 외국에서 일하게 된 당의 경공업 전사로서…’ 등의 글이 적힌 문서다.
 
  발령장을 받았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여기가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외무성에서 여권을 낼 때 엄청난 돈이 든다. 회사의 여권 담당자가 ‘외무성 일’이라며 연락을 하고 수시로 돈을 요구하는데, 이제까지 들어간 돈과 시간도 있고, 여권 발급 절차를 모르니 달라는 대로 돈을 줄 수밖에 없다.
 
 
  열차 승무원도 뇌물 요구
 
  여권과 비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사전(事前)교육을 받아야 한다. 외무성에 가서 ‘마약에 빠지면 이렇게 된다’는 강습을 받는다. 보안서에 가서 ‘외국에 가면 항상 감시, 미행을 당하니 조심하라, 혼자 다니면 남한 안기부가 납치를 한다’는 내용의 동영상도 봐야 한다. 반(反)간첩투쟁전람관, 중앙계급교양관, 3대혁명전시관,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등을 참관하고 반드시 확인도장을 받아와야 하는 것도 필수다. 확인도장이 없으면 출국을 할 수 없다.
 
  출국이 가까워지면 생필품을 마련한다. 인기품목은 평양 식료공장에서 생산하는 가루된장, 설사・변비・감기약 등 상비약 등이다. 가족과 식사라도 하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출발 당일까지 시간이 없다. 각종 교육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뇌물 요구도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출발 전날, 회사 담당자로부터 ‘베이징까지 가는 국제 열차표를 예매해야 하니 돈을 가져오라’는 연락이 온다. 10달러 정도 고이라는 이야기다. 출발 당일도 새벽에 회사에 모여 행사를 한다. 한복을 입고 ‘저희는 외국에 가서 생활을 잘 할 테니 여러분은 조국에 남아…’라고 다짐을 하는 행사다.
 
  옷을 갈아입고 평양역으로 이동하면 이제는 출발이다. 배웅 나온 가족과 마지막으로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열차가 떠날 때 ‘왜 돈을 줬는데 좌석이 아닌 입석일까?’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그래도 외국에 일하러 간다는 희망에 참으며 국경을 건넌다.
 
  이제는 끝인가? 아니다. 열차 승무원이 남아 있다. 짐 검사를 하다 트집을 잡는 것이다. 먼 길 가는데 행운을 빈다며 가족이 넣어준 고춧가루와 소금주머니를 미신이라 욕하며, 이러면 외국에 못 나간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역시 해결책은 ‘외화현금’이다.
 
 
  급여의 80~90% 상납
 
  ‘해외로 나가면 무조건 돈을 번다’라고 생각하기에, 곳곳에서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해외 노동자로 나가려면 20대는 1인당 평균 1000달러, 30~40대는 2000달러 정도의 뇌물이 든다는 것이 평양 시민 사이의 상식이었다. 평양 중산층 가족의 1~2년 치 생활비를 빚으로 지고 출국하는 것이다. 현지에 가서도 급여의 80~90%를 상납해야 하고, 나머지 돈으로도 현지 관리자에게 뇌물을 고여야 한다. 국제사회가 북한 해외 노동자들을 ‘현대판 노예’라고 불렀던 이유다.
 
  그래도 북에 남아 있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해외에 나왔다. 평양 20~40대 중에는 형제자매나 친구, 친척 중 해외에서 일하다 돌아온 사람이 있는 경우가 많다. 유엔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자유의 공기’를 맛본 사람들과 ‘자유의 공기’를 맛보려 했던 사람들은 지금 북한 안에서 발이 묶였다. 이들의 열망이 장·단기적으로 북한 내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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