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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절친 로드먼(전 NBA 농구선수)에게 선물로 준 책 《최고 지도자 김정은》

“머릿속엔 핵과 승마장, 스키장, 물놀이장 짓는 ‘애민愛民쇼’뿐”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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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김정일보다 핵 보유 의지 강한 김정은
⊙ “김정은이 방북한 외국인에게 선물로 주는 책 맞다”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
⊙ 김정은, 허리 아프면 승마하라 명령…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
⊙ 김정은이 VIP석 없앴다고 선전… 특별석에서 담배 피우며 공연 즐기는 사람은 누구인가
⊙ 고사총으로 처형된 현영철 사진 존재… 현 2인자인 황병서 사진은 없어
김정은이 절친 로드먼(전 NBA 농구선수)에게 선물로 준 ‘김정은 책자’ 표지.
  북한은 5월 6일 7차 북한 노동당 대회를 열었다. 36년 만이었다. 김정은의 조부(祖父)인 김일성은 생전 6번의 당 대회를 개최했다. 1946년 8월 치른 제1차 당 대회 땐 강령과 규약을 채택했고, 48년 3월 제2차 당 대회 때는 당 규약 일부를 수정했다. 한국전쟁 이후 치른 56년 4월 제3차 당 대회에선 항일투쟁 전통의 계승을 강조하며 ‘김일성 단일지도체계’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61년 9월 제4차 당 대회에서는 ‘김일성 단일지도체계’를 확립했다.
 
  70년 11월 2~13일 12일간 열린 제5차 당 대회 때는 ‘주체사상’을 당 규약에 추가하면서 유일사상체계를 확립했다. 80년 10월 열린 제6차 당 대회에서는 김정일을 공식 후계자로 확정했다.
 
  김정일은 재임(1994~2011년) 중 당 대회를 열지 않았다. “주민의 의식주(衣食住) 개선 없이는 7차 당 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김일성의 유훈(遺訓) 때문이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이 생각도 못 했던 당 대회를 개최했다. 본인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셀프 대관식 성격이 강했다. 본인에 의한, 본인을 위한 당 대회였다.
 
 
  김정은이 로드먼에게 선물한 책
 
  김정은에게는 두 명의 외국인 ‘절친’이 있다. 한 명은 김정일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建二)고, 다른 한 명은 ‘벌레(The worm)’라는 별명이 붙은 미국의 악동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Dennis Rodman)이다. 김정은은 틈날 때마다 이들을 평양으로 불러 극진히 대접했다.
 
  집권 이후 지금까지 외국 정상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는 김정은이지만 자신의 유년시절 추억을 간직한 두 사람에게는 관대하다. 그의 초대로 후지모토는 두 차례(2012년 7월 22일, 2016년 4월 12일), 로드먼은 네 차례(2013년 2월 28일, 2013년 9월 3일, 2013년 12월 19일, 2014년 1월 6일)나 북한을 다녀왔다.
 
  전 세계와 척을 진 김정은이 기댈 수 있는 외국 친구는 이들뿐이다. 로드먼은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에 딸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외국인으로서는 가장 먼저 알았다. 그래서일까. 로드먼은 자신의 어린 친구가 당 대회에서 정식으로 왕관을 쓴 모습이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로드먼의 측근은 김정은이 노동당 제7차 대회 개최를 발표(2015년 10월 30일)한 직후인 2015년 11월 해외 유명 중고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로드먼과 함께 방북했을 당시 김정은에게 받은 선물을 판다”는 내용이었다. 글을 올린 사람은 자신을 ‘마이클’이라고 했다.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 팔 물건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물었다. “2012년 김정은의 활동 내용을 담은 책으로 제목은 ‘SUPREME LEADER KIM JONG UN IN THE YEAR 2012(2012년 최고 지도자 김정은)’”이라고 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그에게 로드먼과 함께 방북한 증거를 요구했다.
 
  그는 “왜 그러느냐. 혹시 남측 관계자인가. 그렇다면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다”며 연락을 끊었다.
 
  취재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접했다. 로드먼과 함께 방북한 일행 중 마이클 스패버라는 인물이 있다는 것이었다. 캐나다 시사주간지 《매클린(Maclean)》은 2013년 12월 마이클 스패버라는 인물이 로드먼의 방북을 주선하고 직접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스패버는 당시 《매클린》과의 인터뷰에서 “로드먼의 방북은 내가 주선했다. 이 방북은 한마디로 대박(Blast)이었다”고 했다. 매클린은 로드먼의 방북을 ‘형제들의 휴가(Bro vacation)’라고 표현했다.
 
  책을 중고 사이트에 내놓은 ‘마이클’이 ‘스패버’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클이 실제로 스패버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가 연락을 끊어 버렸기 때문이다.
 
  ‘2012년 최고 지도자 김정은’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일본에 있는 지인을 통해 북한 조선출판물수출입사의 베이징사무소인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에 문의했다.
 
  2001년 5월에 설립된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는 북한의 출판물을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하는 업무를 맡아 하는 회사다. 조선출판물수출입사는 북한 내각 소속의 출판지도국(일명 출판총국, 출판지도국장은 부장급) 산하의 출판물 무역회사다. 일반 대한민국 국민은 접촉이 어렵다.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는 기자의 지인에게 다음과 같은 답을 전해 왔다.
 
  “《SUPREME LEADER KIM JONG UN IN THE YEAR 2012》는 김정은이 방북한 외국 인사에게 선물로 주는 책이다. 영어와 일본어로만 제작되며 원한다면 우리를 통해서 구입할 수 있다.”
 
 
  첫 페이지 아버지 김정일 유훈으로 장식
 
김정은은 북한 주민이 굶어 죽는 상황임에도 장난감 판매대 수를 늘리라고 지시했다.
  기자는 지인을 통해 《2012년 최고 지도자 김정은》을 입수했다. 총 189페이지로 이뤄진 이 책은 올 컬러로 2013년 후반기에 제작됐다. 영문으로 돼 있으며 출판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국어 출판사(일명 외국문 출판사)에서 맡았다. 외국문 출판사는 1949년 12월 4일 ‘새조선사’로 창립됐으며 1956년 5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주로 대외선전을 위한 책자를 번역·출간한다.
 
  책은 제목(2012년 최고 지도자 김정은)처럼 김정은의 집권 첫해인 2012년의 활동 내용을 담았다. ▲선군정치의 깃발을 높이 들다(에피소드 25개) ▲지도자, 당 및 대중의 혼연일체(16개) ▲김정일의 애국심(32개) ▲인민을 향한 애정을 그린 서사시(31개) ▲김정은 신드롬(5개) 등 5개 단락에 109개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예상대로 김정은을 미화(美化),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책의 주인공은 김정은이었지만 첫 페이지는 김정일의 유훈(遺訓)이 장식했다.
 
  “백두산에서 창시된 주체 혁명의 대의가 백두 혈통인 김정은 동지에 의해 충실히 계승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언명한다(The revolutionary cause of Juche pioneered on Mt Paektu will be carried forward reliably by Comrade Kim Jong Un as the lineage of Mt, Paektu. I say this with confidence).”
 
  김정일 유훈으로 책을 시작한 것은 당시 김정은의 집권 명분이 얼마나 빈약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김정은의 집권 명분은 ‘백두혈통’이다. 왕조 체제는 왕조의 원로와 가문의 후광이 있어야 한다. 죽은 아버지의 유훈을 첫 장에 넣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정은의 호전적 언사
 
책은 김정은이 VIP석을 없앴다고 썼다. 사진은 김정은이 VIP석에서 공연을 보는 모습이다. 탁자에 재떨이와 담배가 놓여 있다.
  김정은은 집권하자마자 전국의 군부대를 바쁘게 돌아다녔다. 군부 장악을 위해서였다. 2012년 당시 김정은은 장병 껴안기, 중대장 가정 방문 등 김정일 때는 상상할 수도 없던 과감한 스킨십을 선보이며 적극적인 ‘군부 끌어안기’에 나섰다. ▲선군정치의 깃발을 높이 들다 단락에는 이 같은 내용이 자세히 담겼다.
 
  이 부분을 보면 김정은은 주요 군부대를 방문할 때마다 호전적(好戰的) 언사와 도발 위협을 남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호칭 생략)
 
  〈“2012년 2월 25일 김정은은 인민군 4군단 산하 제403부대를 시찰했다. 그는 이곳에서 2010년 11월, 연평도에 무자비한 화염 세례를 쏟아부었던 것으로 잘 알려진 소대를 칭찬하며 ‘적들이 우리의 자주권이 행사되는 조국의 바다에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원수의 머리 위에 강력한 보복타격을 안기라’고 했다. 김정은은 현재 ‘부대의 포대 배치가 이상적이지 않으니, 더 과감하게 재배치하라’고 했다.”(최전방 부대 시찰 내용 중)
 
  “2012년 3월 3일 김정은은 판문점을 시찰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조선 인민군과 인민들은 적을 무릎 꿇게 하고 휴전이 아닌 항복한다는 서류에 서명하게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판문점 내용 중)
 
  “김정은은 2012년 3월 14일 인민군 지상군, 공군 및 해군 합동 타격훈련을 직접 지도하며 ‘전쟁이 어느 때 일어나건 적은 놀라운 공격을 목격할 것이다. 우린 적군이 조국의 영공, 영토 및 영해를 1인치라도 침범한다면 전멸의 타격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합동 타격 훈련 내용 중)
 
  “김정은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독특한 공격 및 방어 수단으로 무장했다. 따라서 어떤 유형의 근대적 전투에도 대항할 수 있다. 군사 기술의 우위는 더는 제국주의자들의 독점이 아니며 적이 핵폭탄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시대는 영원히 사라졌다’고 자신감을 보였다.”(선군정치의 날 기념 군사 퍼레이드 내용 중)
 
  “2012년 8월 17일 김정은은 전방 최남단 분쟁지역에 있는 도서방위부대를 시찰했다. 만일 적에 의해 포탄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내로 발사된다면 즉각 치명적인 반격을 가하여 민족통일을 위한 위대한 군사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라고 명령했다.”(민족통일을 위한 성전 내용 중)
 
  “2012년 8월 17일 김정은은 무도 방위부대로 향했다. 그는 감시초소에서 연평도를 바라보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통치권이 미치는 바다나 지역에 하나의 포탄이라도 떨어진다면 전방 남서쪽에서의 국지전으로 국한해서는 안 되며 민족통일을 위한 성전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는 만일 침략자들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병사들은 서해가 적의 무덤이 되게 하여야 한다’고 명령했다.”(무도 방위 부대 방문 내용 중)〉
 
 
  핵은 국력이라고 생각
 
2012년 능라 인민 유원지를 방문한 김정은이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
  김정은의 호전적 언사는 핵탄두를 실은 강력한 발사용 로켓 개발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2012년 본격 집권한 이후 자기 입으로 “비핵화”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핵 보유’를 헌법과 당 노선에 명시했고, 두 차례나 핵실험(2013·2016년)을 강행했다. 최근에는 ‘5차 핵실험’까지 지시했다. 핵 보유 의지에 관한 한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훌쩍 넘어섰다. 김정은은 7차 당 대회에서도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며 ‘비핵화’를 거부했다.
 
  책에도 이런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집권 초부터 김정은의 핵 사랑은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김정은은 2012년 광명성 3-2호 발사 성공 이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마련한 연회 연설에서 이같이 이야기했다. “주체사상의 휘날리는 깃발 아래 혁명의 최후 승리를 성취하고 삼천리 국토에 가장 강력한 국가, 세계가 우러르는 인민의 낙원을 건설하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의이며 의지이다. 현재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 지식 기반 경제의 시대이고 과학과 기술의 발전 수준이 국력을 결정하고 국가와 국민의 위치와 미래를 결정한다. 광명성 3-2호 발사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였다. 여러분은 광명성 3-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시킨 정신과 패기를 갖고 여러 대의 통신위성과 더 강력한 발사용 로켓을 포함한 다양한 실용위성을 개발하고 발사해야 한다. 나는 여러분이 세계를 이기고 조국의 명예와 지혜를 전 세계에 보여주리라고 굳게 믿는다.”(우주 강국의 위상을 향해 내용 중)〉
 
  발사용 로켓의 보유 여부가 국력인 만큼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 성공을 계기로, 세계를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발사용 로켓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하 9호를 개발, 완성하는 대로 발사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김정은은 2012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1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금수산 태양궁전을 방문했다. 이후 모란봉회관에서 연회를 열었다. 김정은은 참석자들에게 모형 발사용 로켓 중 하나를 가리키며 그것을 자세히 봤느냐고 물어봤다. 참석자들은 모형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들은 ‘은하 3’과 ‘은하 9’라는 글자가 새겨진 것을 발견했다. ‘은하 9’ 모형을 보면서 참석자들은 김정은의 원대한 우주 계획을 깨달았다. 그 순간 김정은은 푸른 하늘 높이 은하 9호가 날아가는 것을 상상했다.(우주정복자들을 위한 축복 내용 중)〉
 
  북한은 1998년 8월 광명성 1호(은하 1호)를 발사하면서 인공위성 실험을 시작했다. 이후 약 10년이 지난 2009년 4월 광명성 2호를 은하 2호(운반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2년 4월 광명성 3호 1호기를 은하 3호에 실어 발사했지만 실패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북한은 같은 해 12월 광명성 3호 2호기를 은하 3호 개량형에 실어 발사해 성공했다.
 
  김정은이 완성하면 쏘겠다고 공헌한 은하 9호는 최대 1만3000km로 사거리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1만3000km면 워싱턴 등 미국 동부지역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은하 3호의 최대 사거리는 1만km 정도다. 북한은 ‘은하 9호’를 쏘기 위해 50m 높이의 발사대를 10여m 증축하고 미사일 조립공장을 짓는 등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민망함이 느껴지는 선전
 
김정은 책자에는 그가 식목일에 점심때가 훨씬 지나도록 혼자 성실히 나무를 심은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곁들인 사진은 책의 설명과는 다른 것 같다.
  김정은을 미화 선전하는 책이다 보니, 민망하고 유치한 내용도 많았다. 관련 부분을 발췌, 소개한다.
 
  ◆“2012년 5월 23일 김정은은 조선인민군 6556부대 장병과 사진을 찍기 위해 금수산 태양궁전으로 갔다. 그가 궁전 광장에 도착했을 때 장병의 뺨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망한 김정일 대신 사진을 찍으러 온 김정은을 바라본 장교와 병사들은 최고사령관의 자애로운 관심에 감사하며 압도당했다.”(김정일의 약속을 기리며 내용 중)
 
  ◆“2012년 3월 2일 식목일에 김정은은 인민군 전략 로켓부대 사령부를 시찰했다. 그리고 사령부 내 김일성·김정일의 흔적이 있는 곳에 가문비나무와 목련을 심으려 했다. 부대에서는 김정은이 나무를 쉽게 심을 수 있게 미리 구멍을 파놓았다. 이를 본 김정은은 이것은 형식주의라며, 점심때가 훨씬 지나도록 혼자 성실히 나무를 심었다.(식목일에 내용 중)
 
  ◆“2012년 4월 30일 김정은은 릉라 인민 유원지의 개발에 대한 현장 지도를 했다. 그는 물 슬라이드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단번에 두세 걸음을 걸어 물 슬라이드 꼭대기에 올라갔다. 그곳에서 슬라이드를 즐기는 어린이들과 인민들을 상상해 보았다.”(릉라 인민 유원지 내용 중)
 
  ◆“2012년 11월 22일 로켓 발사 현장(은하 3호)을 방문한 김정은은 로켓이 있는 곳으로 가기 전에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격려하면서 그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했다. 그는 발사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얼음처럼 차가운 발사용 로켓을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쓰다듬었다. 이를 바라보던 관료,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진정한 애국심을 바쳐 번영된 조국을 건설하려는 그의 고귀한 목표에 눈물을 흘렸다.”(발사용 로켓 몸체를 쓰다듬다 내용 중)
 
  ◆“2012년 5월 8일 김정은은 만경대 놀이공원을 현장 지도했다. 그는 길가에 포장된 돌 사이에 자라는 풀을 봤을 때 상을 찡그리며 뽑아냈다. 김정은은 ‘어떻게 관료들이 이런 것을 볼 수 없을까? 놀이공원의 관료들이 주인 같은 태도, 일터에 대한 애정 및 인민을 보살피고자 하는 성실함을 가지고 있다면 이렇게 일할 수 없다. 비록 시설을 개선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풀을 뽑아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라고 생각했다.”(인민을 향한 애정을 그린 서사시 내용 중)
 
  ◆“미국과 남한의 호전적인 군의 필사적인 군사도발 때문에 전운은 아직도 최전방 지역에 감돌고 있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었다. 위대한 수호자의 확신 찬 미소였다.”(제안 거절 내용 중)
 
  ◆“김정은은 판문점 발코니에 서서 스스로 적의 움직임에 대해 숙지하고자 했다.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 용기와 결단을 가지고 적의 구역이나 다름없는 비무장 지대까지 갔으며, 대낮에 만반의 전투준비로 긴장한 장교와 군인들의 가슴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판문점 내용 중)
 
 
  김정은이 내린 지시의 수준
 
김정은은 2012년 미림 승마 클럽을 방문,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직업병으로 고생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승마를 권장하라고 지시했다. 승마는 귀족 스포츠라 선진국에서도 즐기는 사람이 제한적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고집함에 따라, 외화 수입 감소→원료·자재난→산업 가동률 저하로 이어지는 경제난을 겪고 있다. 북한의 경제난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타개(打開)는 어렵다.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이 떠안는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북한 주민을 위한다면서 내린 지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주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는데 “새 시대의 요구에 맞게 여승무원의 유니폼을 맞춰라”고 명령한다. 책은 김정은의 지시를 누구보다 인민을 아끼는 최고 지도자의 아량으로 포장하고 있다. 초등학생도 콧방귀 칠 수 있는 김정은의 지시내용이다. 모두 2012년에 지시했다.
 
  “릉라 인민 유원지에 전시할 박제 동물을 실물과 똑같이 만들어라.”(릉라 인민 유원지 내용 중)
 
  “류강 헬스 복합단지 카펫을 더욱 고품질로 교체하라.”(류강 헬스 복합단지와 인민 야외 스케이트장 내용 중)
 
  “기린과 얼룩말을 포함, 외국 동물과 세계의 희귀동물을 들여오라.”(중앙 동물원 내용 중)
 
  “양말을 세계의 유행에 맞춰 제작하라.”(평양 양말 공장 내용 중)
 
  “새 시대의 요구에 맞게 여승무원의 유니폼을 맞춰라.”(평양 공항 내용 중)
 
  “컴퓨터 사용의 확대로 인해 정신노동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 특화된 질병이 나타나고 있다. 승마를 권장하라.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미림 승마 클럽 내용 중)
 
  “모란 청소년 놀이공원 방문객이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 알아보라.”(인민들은 어느 것을 선호할까 내용 중)
 
  “평양 어린이 백화점 내 장난감 판매대의 수를 늘려라.”(어린이들의 복지를 위해 내용 중에서)
 
  “유방암 연구소 내부를 궁전처럼 만들어라.”(여성들을 위해 내용 중)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 주민의 절대다수는 하루하루 먹고 입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허덕이는데, 김정은은 집권 이후 줄곧 이런 지시만 내리고 있다”며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말이 떠오른다”고 했다.
 
 
  누가 봐도 뻔한 거짓
 
  책은 속이 훤히 보이는 거짓도 뻔뻔스럽게 나열했다. 책은 김정은이 부대 방문 시, 병사들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경우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썼다. 또 김정은이 부대시설에 각별히 신경을 써, 병사들은 최상의 환경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식량난과 보급품 공급 부족으로 군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조금만 북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서 국장은 2000여 명이 넘는 북한군 출신 탈북민을 인터뷰했다.
 
  “북한군은 군수·보급품 목록에 등재된 품목이 실제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원인은 처음부터 보급하지 않고 보급한 것처럼 품목을 등재하여 놓았기 때문입니다. 군인 출신 탈북민은 만약 북한이 무력 도발을 감행했을 때 상대방이 반격하면 부족한 군수·보급 상황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
 
  김정은이 VIP석을 없앴다는 내용도 있다.
 
  〈2012년 4월 10일 김정은은 곧 일반에게 공개하게 될 인민극장을 방문했다. 극장의 훌륭한 내부를 보고 만족해했다. 관람석 VIP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자리에 멈춰 서더니 깊은 생각에 빠졌다. 관료들을 바라보면서 김정일은 살아생전에 그를 위한 특별대우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본인은 시민과 함께 앉겠다고 덧붙였다. 후에 그는 주요 국경일과 기타 행사 때 노동자, 과학자, 연구원들과 기타 인민들과 함께 일반석에서 공연을 즐겼다.〉
 
  김정은은 재떨이와 담배, 라이터가 놓인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흡연하면서 공연을 지켜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모습이 담긴 사진도 다수 공개됐다.
 
  책에 게재(揭載)된 김정은의 대표적 거짓말들이다.
 
  “우리 인민들은 다시는 허리를 졸라맬 필요가 없을 것이다.”(확고부동한 의지 내용 중)
 
  “김일성의 현명한 지도력 아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과 인민이 미국이 이끄는 16개국 무장 침략국과 남한 꼭두각시 군대를 물리쳤다.”(영원한 전승을 축하하며 내용 중)
 
  “눈을 맞으며 김정일 장군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서 있는 모든 인민군과 인민들은 나의 동지들이다.”(전우가 많은 지도자)
 
  “김정은은 김정일 장군의 동상을 세우라고 노동자들이 기부한 쌀 100톤을 받지 않았다.”(제안 거절 내용 중)
 
  책에는 이런 대꾸할 가치도 없는 거짓말이 수도 없이 담겼다. 그래도 조목조목 반박해 보자면, 먼저 북한 주민은 배고파서 남한으로 도망치고 있다. 6·25전쟁은 미국 북침에 맞선 전쟁이 아니다. 북한의 남침이라는 증거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김정은은 동지라고 표현한 김정일 운구차를 호위한 운구 7인 중 5명을 숙청하거나 처형했다. 쌀 100톤을 받지 않았다지만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세우기 위해 천리마보다 강도가 10배나 센 만리마 운동을 내걸었다. 인민만 생각한다는 위대한 지도자는 주민이 굶어 죽을 때 애완견 관리에 연간 20만 달러 이상을 쓰는 인물이다.
 
  한 탈북자는 “북한의 초등학생조차 현실적이지 않은 지도자의 위대성 선전과 이야기에 혹하지 않는다”며 “황당한 선전에 콧방귀 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我田引水식 해석
 
김정은 옆에 앉아 지시를 받아적고 있는 이가 ‘북한의 괴벨스(독일 나치 선전장관으로 선동정치 주도)’로 불리는 김기남 선전선동부장이다. 그는 현재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상태다.
  책은 제목이 ‘2012년 최고 지도자 김정은’인 이유에 대해 그해 미국 《타임》지가 김정은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타임지는 2012년 2월 판에 김정은으로 표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리고 2012년의 인물로 그를 추천했다. 1927년 이후 그해의 인물을 추천해 왔던 그 잡지는 정치인, 기업인, 예술가, 스포츠인, 뉴스캐스터 및 기타 구독자들 가운데 2012년의 인물을 선출하라고 온라인 투표를 했다. 560만명이 김정은에게 투표를 해 그가 순위 최고에 올랐다.〉
 
  김정은이 당시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것은 맞다. 《타임》지는 2012년 2월 27일자에 ‘핵 국가인 북한의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 그 기괴한 세계’란 제목으로 그의 반신 초상을 실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든 것도 사실이다. 《타임》지는 김정은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 지도자인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등과 함께 세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악당’으로 분류했다.
 
  《타임》지가 실시한 온라인 투표에서 김정은이 563만5941표를 얻어 1위를 차지한 것도 사실이다. 아버지 김정일을 능가하는 독재 후계자에 관심이 쏠렸을 뿐이다. 《타임》지는 “온라인 투표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2010년 9월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3차 회의에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의장으로 선출됐을 때 세계 언론은 때를 놓치지 않고 뉴스를 전달했다. 세계 언론은 김정은이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갈지 관심을 집중했다. ‘김정은 신드롬’이 일어난 것”이라는 대목도 있었다. 사실이 아니다. 조사해 보니 당시 해외 언론 기사는 김정은에 비판적인 시각만 가득했다.
 
  CNN은 퍼레이드 중계방송을 하는 동안 시사잡지 《포브스》의 북한 전문가인 고든 장씨를 내세워 “사실상 북한이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엄청난 시간과 돈을 쏟아부었지만 피폐한 경제를 경험해야 하는 주민들은 유쾌해할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BBC의 크리스 호그(Hogg) 기자는 평양 생중계를 통해 “이번처럼 외국 방송사들이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평양 한복판에서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외국 기자들을 불러들인 것은)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 도를 넘은 셈이다.
 
 
  사진 속 주요인물
 
북한에서는 볼 수 없는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 사진(김정은을 중심으로 가장 왼쪽). 현영철은 김정은이 참석한 행사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고사총으로 총살됐다. 김정은 책자에 현영철 사진이 실린 것은 그가 죽기 전에 발간됐기 때문이다.
  책자는 화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많은 사진이 게재돼 있었다. 총 132장의 사진 중에는 잔인하게 처형당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우리의 국방장관)도 있었다. 현영철은 김정은이 참석한 행사에서 ‘꾸벅꾸벅 졸았다’는 이유 등으로 2015년 4월 30일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수백 명의 군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대공기관총)으로 총살됐다. 북한은 숙청된 인물의 기록은 삭제한다. 책에 현영철의 웃는 사진이 있는 것은 죽기 전 발간됐기 때문이다.
 
  2012년 때만 해도 김정은의 최측근이었던 최룡해 당 비서의 사진도 보였다. 최룡해는 2015년 김정은에 대한 불만을 잠깐 비쳤다가 부인과 함께 지방 농장으로 쫓겨갔다고 한다. 2016년 최룡해가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함께 저녁을 먹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전 위상을 되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 대남비서의 사진도 있었다. 김영철은 북한 군부의 대표적인 대남 강경파다. 1946년 양강도 출신으로 만경대혁명학원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거쳐 2009년 2월 정찰총국장에 오른 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농협 전산망 공격, 미국 소니사 해킹 사건,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등 크고 작은 대남 도발과 위협을 사실상 기획하고 집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남북 고위 당국자회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등의 북측 대표를 맡는 등 남북 회담에도 오랫동안 관여해 온 대남 통이기도 하다. 김영철은 현재 2015년 말 사망한 김양건의 뒤를 이어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대남담당비서와 통일전선부장을 겸하고 있다.
 
  이 밖에 사진 속 주요인물로는 마원춘, 김기남, 김경옥, 박도춘이 있었다.
 
  마원춘은 북한 최고의 건축설계 기관인 백두산건축연구원 출신이다. 2012년만 해도 실세였다. 마식령 스키장, 아동병원, 평양 애육원 등 김 제1위원장이 관심을 쏟는 건설 사업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까닭이다. 2014년 11월 평양 순안국제공항 신청사를 ‘주체성과 민족성이 살아나게 건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됐다. 이후에는 대좌 계급장을 달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본래 경질 전 계급은 두 단계 위인 중장이었다. 김기남은 ‘북한의 괴벨스(독일 나치 선전장관으로 선동정치 주도)’로 불린다. 김일성 때부터 지금까지 선전선동부장직을 맡고 있다. 현재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상태다. 김경옥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으로 김정은의 경호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김정은 경호에 소홀했다는 의심을 받고 좌천됐다. 박도춘은 북한 핵개발 실무를 주도한 인물이다.
 
 
  김정은 시대의 신 실세
 
김정은 시대의 신 실세인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이병철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함께 나온 사진이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오른쪽 두 번째 손을 모으고 있는 사람이 김원홍, 김정은 뒤로 무표정으로 김정은이 가리키는 곳을 보고 있는 이가 이병철이다.
  김정은 시대의 신 실세 두 명이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사진 속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이병철 노동당 제1부부장은 김정은의 지시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김원홍은 우리의 국정원장에 해당하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수장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정은의 신임을 받고 있다. 2012년 4월, 25년간 공석으로 있던 보위부장에 임명돼 장성택 및 측근들에 대한 조사와 숙청을 주도했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김원홍 보위부장은 김정은의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북한 고위층의 휴대전화까지 도·감청해 물의를 빚고 있다”며 “우리의 기무사에 해당하는 군보위국 업무까지 관장하려는 바람에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도 사이가 안 좋다”고 전했다.
 
  이병철은 북한 공군사령관 출신으로 2015년 1월 노동당 제1부부장에 임명됐다. 그동안 당 군사 부에 1부부장 직책은 없었다. 이것만 봐도 김정은이 이별철을 신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병철은 김정은이 공군 관련 행보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점수를 땄다. 현재 북한의 2인자 격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사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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