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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의 5월 당대회 준비 어떻게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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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회 준비자금으로 각 단위에 5000만 달러씩 과업 지시 내려와
⊙ “4월 김일성 생일에 맞춰 전 가구에 텔레비전 나눠줄 예정”(중앙당 출신 탈북자 A씨)
⊙ 수소폭탄 도발도 당대회 앞두고 ‘강성대국’ 과시하려 한 행동
지난해 10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 모습.
  1960년대엔 ‘라디오’, 1970년대엔 ‘텔레비전’, 1980년대엔 ‘냉장고’. 각 시대마다 ‘좀 사는 집’을 상징하는 물건들이 있었다. 이후에도 자가용이니, 최신 휴대전화니 물건들에서 위안을 얻는 시대가 이어졌다. 이제는 한편에선 ‘적게 소유하기’가 유행하기도 한다.
 
  북한의 경우는 어떨까. 부(富)의 상징이 되는 품목이 있다면? 단연코 ‘텔레비전’이다. 공식적인 텔레비전 보급률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적어도 평양이나 지방 대도시에는 텔레비전이 꽤 많이 보급됐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평양의 경우엔, 텔레비전을 두 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가구도 많다고 한다. 주민들의 텔레비전 사랑은 대단하다고 한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많지 않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중앙당 간부 출신 탈북자도 ‘퇴근하면 그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게 (주요 오락거리의) 전부다’라고 할 정도다.
 
  그렇다 보니 북한 정권도 TV 방송을 중시한다. 지난해에는 전격적으로 HD(고해상·High Definition) 방송을 시작했다. 김정은의 주요 업적 중 하나로 소개된다. 이 텔레비전과 관련한 중요한 증언이 입수됐다. 바로 올해 5월에 열릴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에 앞서 북한 당국이 ‘디지털 텔레비전’을 북한 주민 전 가구에 보급하려 한다는 증언이다. 구체적으로는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에 맞춰 보급해, 모든 인민이 5월 당대회를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단위별로 5000만 달러 준비하라”
 
  자금 조달을 위해 북한의 주요 조직에 과업 지시가 전달됐다. 북한 중앙기관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A씨의 증언이다. 과업을 받은 조직은 39호실, 인민무력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민방위부, 기계사업부, 군사부, 군수공업부, 체육지도위원회, 태권도위원회 등이다. 실질적으로 주요 조직이 망라됐다. 각 조직에 하달된 과업은 조직당 5000만 달러. 1월 중순 기준 환율로 따지면 원화로 603억원가량이다.
 
  과업 지시가 내려온 것은 지난해 10월 당대회 개최를 발표한 직후.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은 10월 30일자로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를 소집할 데 대하여’라는 결정서를 채택했다. 〈주체혁명 위업,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 위업 수행에서 세기적인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당과 혁명 발전의 요구를 반영해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를 주체105(2016)년 5월 초에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는 요지였다. 〈우리 앞에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에 따라 당을 김일성·김정일 동지의 당으로 더욱 강화·발전시키고 그 영도적 역할을 높여 주체혁명위업의 최후승리를 앞당겨나가야 할 혁명임무가 나서고 있다〉는 게 당대회 소집 이유였다.
 
  ‘5000만 달러 달성’이라는 과제가 적어도 10개 조직에 하달됐다고 한다면, 김정은 정권이 당대회를 앞두고 내린 과업이 총 5억 달러인 셈이다. 아무리 36년 만의 당대회라 치더라도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 바로 ‘전 인민에게 디지털 텔레비전을 보급한다’는 목표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TV 방송은 노동당 당대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텔레비전 방송의 역사와 당대회 개최의 역사가 함께해 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 1961년 9월 11일 제4차 당대회가 열렸다. 당대회를 열며 텔레비전 방송의 필요성을 절감했는지, 김일성 정권은 당대회 직후 텔레비전 방송국 건설 계획을 수립했다. 2년 뒤인 1963년 3월, ‘평양텔레비전방송국’이 개국했다. 이후 1970년 4월 김일성의 생일을 기념해 ‘조선중앙TV’로 이름을 바꿨다.
 
 
  당대회 거치며 자리 잡은 북한 TV 방송
 
  1970년 11월, 제5차 당대회가 열렸다. 당대회에서 김일성은 ‘방송선전사업, 특히 TV 방송망을 강화해 전국 곳곳에 텔레비전 보급을 실현할 것’을 주요과제로 제시했다. 과제에 따라 이듬해부터 마식령, 황해, 자강도, 원산 등지에 중계탑이 들어섰다. 1971년 4월 15일에는 ‘개성TV방송국’이 개국하기도 했다. 대남선전용 방송을 송출하는 곳이다.
 
  1980년 제6차 당대회를 앞두고는 텔레비전으로 방송할 특별 영화가 제작됐다. 김정일의 지시로 만든 영화 〈열네 번째 겨울〉이다. 1979년 김일성으로부터 ‘노력영웅’ 칭호를 받은 백설희를 실제 모델로 해 만든 영화다. 백설희는 식용유를 만들 수 있는 ‘기름작물’ 연구에 힘쓴 공을 인정받았다. 김정일은 ‘주민들이 시대의 영웅을 따라 배워야 한다’며 영화를 제작하도록 했다고 한다. 김정일이 일찌감치 ‘영상 콘텐츠’의 힘에 주목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36년 만에 개최하는 당대회를 앞두고 ‘강성대국에 걸맞은 고선명 텔레비전’을 모든 인민에게 보급한다는 김정은의 계획이 이해가 되는 이유다. 평양에서 자란 고위직 출신 탈북자 B씨는 평양 사람들의 ‘텔레비전 사랑’을 이렇게 설명했다.
 
  “평양 사람들은 대부분의 가정에 텔레비전이 있지만 그 종류가 다릅니다. 전자관식(아날로그 방식)이 있고 평판식(LCD TV)이 있지요. 중국식과 일본식으로도 나뉩니다. 중국제는 주로 TCL 등의 회사에서 나온 제품이지요. 그 외에도 사이즈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벽걸이 TV를 갖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는 없지요. TV에 대한 욕심은 큰 편입니다. 이미 1대를 갖고 있어도 몇 대라도 더 갖고 싶어하지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자식들에게도 나눠줘야 하니까요.”
 
  평양 주민들이 이러니, 지방은 말할 것도 없을 터다.
 
  고위직 출신 탈북자들은 북한의 ‘수소폭탄 도발’도 디지털 텔레비전 보급 계획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강성대국다운 힘’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한다는 얘기다. 김정은이 수소폭탄의 존재를 이미 한 달 전에 언급했다는 게 그 근거 중 하나다.
 
  ‘수소탄(수소폭탄의 북한식 표현)’이란 단어는 지난해 11월 28일 《로동신문》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일부분을 원문 그대로 옮겨본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나라의 자위적 국방력을 철벽으로 튼튼히 다져나갈 데 대한 과업이 제시되자 이번에는 《북이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는 물론 수소탄개발과 중장거리미싸일, 무인기의 성능개량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과시한 것》이라고 평하면서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수소폭탄 도발도 당대회 준비 일환”
 
  기사에 등장하는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이란 지난해 2월 13일 정치국회의가 채택한 당 창건 70돌 기념 결정서를 뜻한다. 결정서 발표 직후, 한국 언론이 특별히 북한의 수소폭탄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12월 10일 《로동신문》 게시글에 수소탄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개건된 평천 혁명사적지를 현지지도하시였다’는 긴 제목의 글에서다. 1면에 실렸다. 해당 부분을 그대로 옮겨본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위대한 수령님의 불면불휴의 로고 속에서 만들어진 한자루 한자루의 총이 오늘은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을 수호하는 총대숲으로 무성해졌으며 우리 수령님께서 이곳에서 울리신 력사의 총성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 조국은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 자위의 핵탄,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으로 될 수 있었다고 하시면서 평천 혁명사적지는 선군총대의 고향이나 같다고 말씀하시였다.’
 
  이날 이후 《로동신문》에는 수소탄 얘기가 거듭 반복된다. 거의 매일같이 등장할 정도다. 급기야 12월 23일 정세론해설에는 ‘수소탄 선언’이 등장한다. 해당 대목을 그대로 옮겨본다.
 
  ‘날에 날마다 억세여지는 것이 우리의 무진막강한 국력이다. 올해만 놓고 보아도 지난 4월에는 자체로 만든 경비행기를, 5월에는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를, 6월에는 신형반함선로케트의 실전배비를 공개함으로써 자위적 국방공업의 위력을 과시하였다. 바로 얼마전에는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 자위의 핵탄,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임을 세계 앞에 다시금 선언하였다.’
 
  12월 10일의 수소탄 발언이, 김정은이 선대의 발자취를 밟으며 그저 추억에 잠겨 내뱉은 말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소폭탄 도발 후 《로동신문》 홈페이지에는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시험 완전 성공에 대한 각계층의 반향’이라는 동영상이 게시됐다. 영상에는 김책공대 학부장으로 소개된 김성원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그의 차분한 설명은 당대회를 넉 달 앞두고 연초부터 감행한 북의 도발이 어떤 의미인지 잘 보여준다.
 
  “수소탄은 핵융합에네르기를 이용하는 핵무기로서 일반 원자탄에 비해 그 위력이 10배 이상에 달하는데 이러한 수소탄은 각종 초정밀 가공기술 재료기술을 비롯해 최첨단 기술의 종합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소탄이 폭발할 때 나오는 에네르기 중성자에 의해서 탄체를 이루고 있는 우라늄238까지 분열하게 되면 그 위력은 훨씬 더 높아지게 되며 또 구조적으로 약간만 갱신하면 중성자탄 엑스선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원자탄도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수소탄을 우리가 우리 자체의 힘과 기술로 개발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력이 얼마나 높은 경지에 이르렀나 하는 걸 똑똑히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호시탐탐 우리나라를 노리고 있는 미국놈들과 직접 맞서고 있는 우리가 오늘 수소탄을 틀어쥐게 된 것은 주권국가의 자위적 권리이며 그 누구도 시위할 수 없는 정정당당한 조치라고 봅니다.”
 
 
  TV 600만 대 보급하려면 3000억원 이상 소요
 
북한 노동자들은 외화를 벌기 위해 쿠웨이트에 파견돼 일하면서 이슬람 국가에서는 판매가 금지된 ‘밀주’까지 만들어 팔고 있다.
  4월 15일 전까지 텔레비전이 전국에 공급되려면, 적어도 3월 중에는 구매 주문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늦어도 2월 말, 3월 초까지는 각 조직이 ‘과업’을 달성해야 한다.
 
  슈퍼노트(미화 100달러 위폐) 유통, 마약 밀수 등 불법 행위까지 하며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이지만 각 조직당 5000만 달러라는 돈을 과연 넉 달 만에 모을 수 있을까.
 
  A씨는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이다.
 
  “어느 단위도 (목표 달성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과제로 주어진 거죠. 그만큼을 목표로 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걸로 보면 됩니다.”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해본 경험이 있는 탈북자 C씨는 약간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각 단위가 노력성과를 내라는 정도의 지시가 내려왔을 겁니다. 예를 들면 각 단위별로 1년 동안 얼마를 달성하겠다는 연간 계획이 있지 않습니까. 이 계획을 앞당겨서 4월까지 수행하라, 혹은 상반년 계획을 앞당겨 수행하라는 식으로 지시가 내려온단 말입니다. 당회의 같은 행사가 열리면 주민들에게 물품이 내려갑니다. 당대표회의 같은 회의가 열렸을 때는 주민들에게 식량 공급을 했지요. 특별히 수산물도 공급하고요.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양복과 구두를 맞춰줍니다.”
 
  단위별 5000만 달러라는 과업은 그렇다 쳐도, 각 가구에 텔레비전을 나눠준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2008년 UNFPA가 발표한 통계를 기준으로 북한에는 약 589만 가구가 있다. 약 600만 대의 텔레비전이 필요한 셈이다.
 
  1월 중순 현재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Amazon)에서 팔리고 있는 텔레비전 중 가장 저렴한 제품으로는 일본산 JVC 제품이 있다. 19인치 LED 텔레비전의 가격이 84달러다. 중국판 아마존인 타오바오(taobao)를 살펴보면 더 저렴한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창홍에서 만든 17인치 크기의 LED 텔레비전이 270위안, 원화로 약 5만원에 팔리고 있다. 크기도 작을뿐더러, 기본적인 기능만 갖춘 제품이다.
 
 
  “북한 정권은 통제 전문”
 
  5만원 상당의 텔레비전을 600만 대 산다고 가정해 보자. 3000억원이 필요하다. 북한 정권에 3000억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난 2013년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실이 북한의 연도별 사치품 수입액을 입수해 공개한 적이 있다. 당시의 통계를 보면 북한은 2012년 한 해에만 주류, 전자기기 등의 품목에 6억4600만 달러를 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7800억원이다. 한 해 소요하는 사치품에만 그 정도를 쓰는데, 36년 만의 당대회를 맞아 인민들에게 지출할 금액으로, 3000억원이 허황된 숫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요즘 생산하는 텔레비전은 USB 메모리를 직접 연결해 그 안의 영상물을 볼 수 있는 연결 단자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16기가 용량의 USB메모리 한 개에 10편이 훨씬 넘는 한국 드라마, 영화를 저장할 수 있다. ‘만약 북한 주민들에게 새 텔레비전을 보급하면, 더 많은 주민이 쉽게 남한 드라마를 볼 수 있겠다’고 기자가 말했다. 탈북자 A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북한 정권은 무엇을 못 하게 하는 데 전문’이라며 연결 단자를 모두 제거하고 나눠줄 것이라는 게 그의 답이었다. ‘그렇게 되더라도 장마당 한편에 USB 메모리 연결 단자만을 따로 파는 상인이 등장하지 않을까’, 다시 기자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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