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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공포政治 독재자 김정은의 정권 장악력

“권력은 피를 통해 유지되지 않는다”

글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agleb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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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관영매체 《환구시보》, 2014년 3월 北 김정은 暗殺 대비 대규모 훈련 실시 보도
⊙ 김원홍의 국가안전보위부·조연준의 黨조직지도부, 김정은 체제 유지 위해 혈안
⊙ “금수산기념궁전에 기부하라”… 통치자금 부족해 공포정치 계속할 듯
⊙ “아주 작은 우발적 상황에 김정은 정권 끝날 수 있어”
⊙ 러시아 북한전문가, “김정은 사라져도 북한 그대로 존속할 것”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 미국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문제연구대학원 객원연구원은 최근 《문예춘추》 7월호 기고문에서 “김정은의 체중이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 정보분석 담당자가 ‘조울증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면서 “미국 정부도 김정은이 병적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마키노 연구원은 2013년 《북한 錄 군·경제·세습권력의 내막》을 출간한 북한 전문가이다. 그는 《문예춘추》 기고문에서 “김정은의 처형과 추방으로 ‘평양 인구가 10만명 줄어든 것 같다’는 얘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월간조선》은 2014년 11월호에서 김정은의 건강 문제를 다루면서 “신체적·정신적 질환으로 김정은이 3년을 못 버틴다는 게 미(美) 정보 당국의 판단”이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한미(韓美) 정보협력 사정에 밝은 당국자는 “북한 최고 권력자를 포함해 최측근 인사들의 움직임을 꾸준히 관찰해 왔다.(중략) 의학적으로 김정은은 복합적인 질환을 앓고 있으며, 신체적·정신적으로 3년을 버틸 수 없다고 미국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공식 집권(2012년 1월) 이후 측근들에 대한 처형 양태가 김일성·김정일 정권과 비교해 훨씬 포악해졌고 처형 대상자도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게 정보 당국과 북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정은의 공포정치, 폭압통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일까.
 
 
  “신체적·정신적 질환으로 3년 못 버텨”
 
김정은의 통치방식이 지극히 非정상적이며 권력층 내부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늘고 있다. 최근 조국해방전쟁사적지를 現地지도한 김정은.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해를 넘겨 ‘장성택 잔당’을 뿌리뽑는다며 숙청을 계속해 왔지만 북한체제 유지 측면에서 김정은 정권은 대체적으로 안정화됐다”고 평가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박사는 ‘정치엘리트 응집력과 김정은 정권 안정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북한체제는 중·장기적으로 구조적 모순에 의한 엘리트 분열이 촉발됨으로써 정권의 불안정이 야기될 가능이 높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북한체제는 단기적으로 엘리트 응집력을 통해 정권을 안정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김정은 정권에서 제도적 후원과 반대자 억압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반면 엘리트 응집력의 비물질적 요인은 김정일 정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당파적 동질성과 동지적 연대 의식은 혁명 1세대의 퇴장과 함께 엘리트 응집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주체사상과 수령절대주의 등 이데올로기의 정당성도 약화되었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주체사상과 수령절대주의를 수령유일체제로 제도화했고, 보상과 억압 시스템을 통해 엘리트의 사상과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 또 김일성 가계와 친인척 출신, 혁명 2세대와 고위층 자녀, 항일혁명 유자녀 등 정치엘리트들은 김정은과 연대의식을 공유한 운명공동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의 순간에도 김정은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시각이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김정은의 통치방식이 지극히 비(非)정상적이며 권력층 내부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늘고 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핵심 간부들에 대한 김정은의 불신감이 심화하면서 절차를 무시한 숙청을 자행하는 등 공포정치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말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함에 앞서 최근 6개월간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마원춘, 총참모부 작전국장 변인선, 노동당 재정경리부장 한광상 등 지근(至近)거리에서 보좌했던 핵심 간부들을 줄줄이 숙청했다. 2012년 공식 권좌(權座)에 오른 직후 리영호 군 총참모장 등 최측근 3명을 처형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30여명, 2014년에는 31명을 숙청했다. 올해는 최근까지 총 8명을 없애 버렸다. 장성택, 리영호와 같은 최고위급 간부는 물론이고 중앙당 과장이나 지방당 비서 등 중간간부들까지 처형했다. 1994년 김정일(金正日)이 집권한 이후 4년간 처형한 인원이 10여명에 불과한 것에 비교하면 너무 많은 측근이 사라진 것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간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의 지도력에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지도력에 懷疑的”
 
  숙청 이유도 다양해지고 있다. 반당(反黨)·반혁명 종파행위, 간첩죄 등 전통적 이유에서부터 김정은에 대한 불만토로(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개인적 비리(한광상 黨재정경리부장), 여자문제, 행동 불량(훈련일꾼대회에서 졸았다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산림복구 불이행(임업省 총책임자), 김정은 별장 건설 부진(노경준 최고사령부 1여단장) 등 사유도 여러 가지다. 김정은의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처형 대상자가 결정된 셈이다.
 
  처형 방식 또한 포악해지고 있다. 처형 대상자 가족까지 참관시킨 가운데 소총 대신 총신이 네 개인 14.5mm인 고사총을 사용했고, “반역자는 이 땅에 묻힐 곳이 없다”며 화염방사기를 동원해 시신(屍身)까지 태워 없앴다. 2014년 북한 당국이 작성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종파놈들은 불줄기로 태우고 탱크로 짓뭉개 흔적을 없애 버리는 것이 군대와 인민의 외침”이라고 적시돼 있어 잔혹한 처형이 사실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보 당국 관계자의 말이다.
 
  “처형 전 참관인들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집행 후에는 처형된 자를 비난하면서 각오를 다지는 소감문을 작성토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처형 후에는 출판·영상물에서 이름과 사진을 삭제하는 소위 ‘흔적지우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처형자 가족에게는 연좌제를 적용해 정치범수용소에 보내거나 지방으로 추방하는 혁명화 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당국자에 따르면, 처형을 참관한 사람들은 “화염방사기로 날려 보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다음 처형 때는 미사일이 나오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으며, 권력층 사이에는 “똑똑히 하라우, 고사총 앞에 서 보겠는가”라고 서로 협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당·군 간부들은 김정은의 빈번한 처형에 공포감을 갖고 있으며 눈치보기, 몸사리기로 ‘제 살 궁리’에 몰두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고, 김정은에게 소신 있게 의견을 제시하려면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돼 있다고 한다.
 
 
  자동소총 武裝하고 김정은 근접경호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공격적 성격이 무한(無限) 권력을 휘두르면서 기형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평양에서 어린 김정은을 봤던 《김정일의 요리사》의 저자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이 어릴 때부터 공격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마키노 요시히로 존스홉킨스대 객원연구원이 언급한 대로 김정은의 포악한 성격, 정신적 질환은 통치기반을 잃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빅터 차 교수는 지난해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국가를 통치한다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동반합니다. 고작 29세 정도밖에 되지 않은 사람이 나라를 통치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그는 애연가이자 애주가입니다. (현재)북한의 상황을 보면 경제상황은 좋지 못하고, 북한의 리더십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의 건강 문제 등으로 볼 때, (통치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대외 매체인 《환구시보》는 2014년 4월 “지난 3월 북한에서 김정은 암살 시도에 대비한 대규모 훈련을 실시했다”며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군 중앙기관과 각 부분 책임자가 참가했고 김정은이 피습을 당한 상황을 가정한, 사전 훈련으로 적대세력과 불순분자들에 의한 최고 지도자 테러를 방지하고 백두혈통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장성택 처형 이후 고위급 간부들에 대한 일대 숙청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기상황을 대비한 훈련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우호관계에 있는 중국 관영매체가 김정은 암살 대비 훈련을 기사화한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다.
 
  북한 당국의 훈련은 과연 단순한 암살 대비 차원의 훈련이었을까.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2013년 6월 북한 《노동신문》에 권총과 무전기까지 찬 장성급 호위군관이 김정은 옆에서 근접경호를 하는 사진이 공개됐다”며 “이는 김정은 정권 들어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라고 했다.
 
  “2012년 김정은이 공식 집권할 때는 영관급 군관이 경호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2013년 6월경 중장급(우리의 소장 계급) 군관이 직접 김정은을 경호했습니다. 이는 내부적으로 뭔가 큰일이 있었거나 그런 위기감이 조성됐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라고 보입니다. 경호원이 기관총과 다연발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김정은이 2013년 3월 백령도 앞 4군단 산하 섬 초소를 시찰할 때였는데 경호원은 긴 원통형 탄창을 장전한 자동소총으로 무장했습니다. 과거에는 전혀 없었던 일입니다.”
 
  김 대표는 “2013년을 전후로 김정은 주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며 짧은 시기에 많은 측근이 처형된 것으로 보아 현재 김정은 정권은 준급변상황, 준급변사태에 처한 것 같다”며 “독살설(說)이 있는 소련 스탈린이나 사실상 민중봉기에 의해 처형된 루마니아 차우셰스쿠처럼 김정은도 이같이 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가능한 모든 대응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공포정치를 일삼는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김정은의 극단적 통치술과 公安라인의 결합
 
김정은에게 있어 군부란 核과 미사일이 전부라 할 수 있다. 지난 6월 4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잠수함 승조원들을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김정은은 합리적인 판단력이 결여된, 즉흥적인 통치를 하고 있습니다. 권력이란 피를 통해서 유지되지 않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김정은은 자신의 토대를 스스로 허물고 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에게 정권을 물려주면서 군(軍)에서는 충성심이 강한 리영호(야전세력), 당과 행정부에는 장성택으로 하여금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통치의 두 축을 자기 손으로 없앴습니다. 김정은의 권력 시스템은 현재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난 위험한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쿠데타나 암살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서재평 사무국장은 “김정은의 처형통치를 뒷받침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위부와 당 조직지도부가 북한체제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김정은 정권의 유지 차원에서만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김정은에게는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국정운영 경험이 없는 김정은이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은 측근을 없애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김정은 등장 이후 인민무력부장의 평균 재임기간이 6개월에 불과합니다. 김정일 때는 평균 5~6년이나 됐지요. 김정은의 통치술 뒤에는 숨은 조력자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우리의 국정원장)과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이 그들이라 봅니다. 두 사람은 김정은 등장 이후 한 번도 자리를 옮긴 적이 없어요. 장성택 체포와 처형에 이들이 김정은 수족(手足)처럼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정권체제 유지에만 혈안이 돼 있는 이른바 공안세력입니다. 모든 걸 정권안보 차원에서 판단하지요. 북한 정권을 길게 보는 시각이 부족합니다. 김정은의 극단적인 통치술과 그 뒤에 있는 공안라인이 결합돼 지금과 같은 공포정치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아주 위험한 상황에 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서재평 사무국장은 “김정은 정권은 3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며 재정적 취약성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현재 북한정권은 조총련 인사나 재중(在中) 조선족 사업가, 충성심 강한 북한 출신 사업가 등을 대상으로 ‘금수산기념궁전에 기부하라’며 독촉하고 있습니다. 노동당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에 기부하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에게 직접 돈을 바치라는 얘기입니다. 김정은이 돈에 쪼들리는 게 분명합니다. 통치자금 부족은 권력층의 지지를 유지하는 데 한계를 보일 것입니다. 이를 메우기 위해서라도 김정은은 더욱 무자비한 형태로 처형을 계속할 것입니다.”
 
 
  “非정상적이며 위험한 상황”
 
김정은 정권 들어 숙청된 주요 인사들. 왼쪽부터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2012년 7월 숙청),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2013년 12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2015년 4월),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2015년 1월),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2014년 11월), 한광상 노당당 재정경리부장(2015년 3월).
  조한범 통일연구원 박사는 대북(對北)정책에 대해 비교적 중도·진보적 입장을 보여 왔다. 최근의 북한 상황에 대한 그의 분석이다.
 
  “현재 북한 권력층은 대단히 비정상적이면서 위험한 상황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지난 3년간 김정은이 지도자 자리에서 잘 버텨 왔고, 리영호와 장성택까지 제거했으며, 시장(장마당)도 어느 정도 활성화됐으니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반대로 평가해 왔습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 수많은 처형이 자행되는 것은 그만큼 체제가 불안하다는 결정적 증거입니다. 독재(獨裁)체제 말기에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사담 후세인의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정권 말기에 한 장관이 후세인에게 ‘상황이 안 좋으니 잠시 뒤로 물러나 있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했는데 후세인이 장관을 옆방으로 부르더니 그 자리에서 직접 처형해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얼마 가지 않아 후세인은 몰락합니다. 김정일은 1974년에 등장해서 1994년 김일성이 죽을 때까지 20년 동안 자기 사람을 조직 곳곳에 심어 왔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3년 만에 권력 고위층 수십 명을 처형하면서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심었습니다. 나름 심복을 심었겠지만 그들의 충성심을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조한범 박사는 지난 4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놓고 국내 정치권이 설왕설래할 때 초기부터 “김정은은 러시아에 가지 않을 것”이라 못 박았다.
 
  “처음부터 못 간다고 했습니다. 김정은은 러시아를 안 간 것이 아니라 못 간 것입니다. 체제가 불안한데 어떻게 외국에 나갈 수 있겠습니까. 평양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모스크바를 못 간다고 했던 겁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박사.
  그는 북한 경제가 다소 호전됐다는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에도 다른 견해를 보여 왔다.
 
  “북·중(北中) 무역 물품의 80%가 중국 단둥(丹東)을 통해 들어갑니다. 그런데 김정은 등장 이후 무역량이 20%가량 줄었습니다.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조치로 남북관계가 중단된 상황에서 북·중 관계가 좋지 않고, 북·러 관계도 좋을 게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외부 자원이 북한으로 들어갈 것이 없었으니 북한경제가 안 좋아지는 게 당연합니다.”
 
  조한범 박사는 “2009년 화폐개혁을 실시한 김정일이 아들에게 치명적 유산을 남겼다”고 했다.
 
  “시장경제가 커지니까 급기야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통해 상인들과 주민들의 재산을 사실상 몰수했습니다. 그런데 개혁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이를 주도한 박남기만 공개처형당했습니다. 문제는 주민과 시장상인들이 북한 당국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민들은 북한 화폐가 아닌 달러나 위안화를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당국 입장에서는 세금이 줄어들면서 재정상태가 더욱 악화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등장했고 대표적인 전시행정인 마식령스키장 건설과 평양 현대화사업 등을 추진했습니다. 현재 김정은의 재정(財政) 금고는 절박한 상황이거나 거의 비어 있을 겁니다. 김정일에게서 받은 통치자금도 바닥이 났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지방 당 간부들은 배급을 제대로 못 받는 상황입니다. 군에는 지급이 안 된 지 오래고요. 그렇다 보니 폭력의 강도가 더욱 커지고 공포정치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 박사는 “김정은 정권이 몇 년을 버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주 작은 우발적 상황에 의해 정권이 끝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여정보다 김설송 주목”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구글 위성사진 판독 결과를 근거로 2014년 7월 평양 쑥섬 과학기술전당을 건설하다(아래) 2015년 1월 일부를 허물고 다시 짓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정권 들어 이런 경우가 빈번하고 있다.
  대북(對北)공작 및 첩보 전문가로 30여 년간 군에서 근무했던 이시연(李時淵) ROTC 통일정신문화원 정책실장은 최근 북한상황에 대해 “정권이 불안하기 때문에 계속 충격요법을 쓴다”고 했다.
 
  “소말리아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적(敵)이든 아군(我軍)이든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면 먼저 총을 쏘고 봅니다. 북한이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친개증후군’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미친 개는 아무나 뭅니다. 김정은은 군부에 대한 신뢰가 없어 보입니다. 김정은에게 있어 군부란 핵(核)과 미사일이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김정은의 통치행태와 관련해 “물불을 가릴 나이가 아니다. 혈기 왕성하다는 것과 백두혈통이라는 점을 기본으로 무자비하게 통치하고 있고, 걸리는 것은 모두 제거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 스스로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해야 할지 모를 겁니다. 감정의 폭이 심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제 경험에 비춰 볼 때 김정은은 아마 밤에 잠을 잘 때 침대 밑에서 자는 경우가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불안과 두려움 때문이지요. 죽음 앞에 닥쳐오는 어마어마한 공포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출발합니다. 제가 중국에서 한창 활동할 때였습니다. 호텔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데 북한 반탐(反探) 애들이 나를 죽이려고 방문을 열고 쳐들어올 것만 같았어요. 방문 앞에 책상이며 침대, 의자를 모두 끌어다 놓고 방 구석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북한을 통치하는 김정은은 어떨까요. 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과 두려움의 강도가 심할 것입니다. 그래서 조울증이 심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을 즉흥적으로 죽이는 것도 조울증 증세 때문일 수 있습니다. 조만간 측근 중 또 다른 누군가가 죽을 것 같습니다.”
 
  이시연 실장은 “이복(異腹) 누나 김설송이 정신적·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김정은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 친동생 김여정보다 올해 마흔하나인 김설송(1974년생)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설송은 김정일의 셋째 부인 김영숙 사이에서 태어난 딸입니다. 생전 김정일은 김설송을 무척 예뻐했고 한때 후계자로 세운다는 얘기까지 있었지요. 김정일은 김설송을 당 조직지도부에 데려다 놓고 교육을 시켰습니다. 그녀는 백두혈통의 정통 교육을 받은 로열패밀리입니다. 김정은은 배 다른 누나 김설송에게서 로열패밀리 교육을 받은 걸로 압니다. 김설송은 생각이 깊고 처신에서도 문제 없게 알아서 행동한다고 합니다. 현재 김정은의 패션이나 행동 스타일 등을 가르쳐 주는 이가 김설송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정은과 노동당의 군부장악력 강화”
 
이시연 ROTC 통일정신문화원 정책실장.
  이 실장은 자신의 대북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5월 《김정은 통일전쟁》이라는 책을 냈다. 책에는 김정일이 죽으면서 장성택이 군부에 의해 처형당하는 것으로 돼 있다. 아무도 예상 못했던 일이지만 그해 12월 김정일은 죽었고, 2013년 12월에는 장성택이 김정은에 의해 처형당했다.
 
  김정은 정권의 운명에 대해 이시연 실장은 “체제가 불안정하지만 김정은 정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일성은 북한에서는 신(神)과 같은 존재입니다. 김정은이 김일성 흉내를 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죽은 김일성이 지금의 북한을 계속 통치하는 것이지요. 김정은이 아무리 미친 짓을 해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입니다. 사회주의 사람들은 의리(義理)라는 개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비록 김정은이 통치를 잘 못해도 옛날 주군(김일성)을 봐서 참고 또 참을 것입니다. 현재 북한체제의 통치 구조상 김정은에 대한 암살이나 쿠데타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쿠데타와 같은 반란(叛亂)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어렵게 돼 있습니다. 지휘계통을 철저히 분리해 놓아 군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물론 김정은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측근의 돌발적인 행동에 의해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는 있겠지요.”
 
  이시연 실장은 김정일이 살아 있을 당시 몇몇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얘기입니다. 2000년 무렵 김정일이 군부대를 시찰하다가 피격을 당했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김정일을 경호하던 호위사령부 소속 소좌급 군인이 쐈다는 겁니다. 연이어 관련 첩보가 들어왔는데 김정일을 쏘려고 권총을 뽑는 순간, 옆에 있던 경호원이 소좌급 군인을 먼저 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거였습니다. 이후 관련 내용을 확인하려고 정보망을 가동했습니다만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김정일을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 체제 이후 그런 사례가 있었다는 얘기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
 
  이 실장은 “김정은은 내부 불만 등을 잠재우기 위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유사한 도발을 또다시 감행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국지전도 벌일 수 있다”며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측근 처형에 따른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코리아연구원이 발간하는 ‘현안진단’에서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을 가져오기보다는 향후 김정은과 노동당의 군부장악력 강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영철 숙청 후 김정은이 박영식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을 상장(별 3개)에서 대장(별 4개) 계급으로 진급시킨 것은 총정치국을 통해 북한군 지휘관을 보다 확고하게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은 총정치국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 다음 가는 제2인자로서 북한군 간부들의 조직생활과 인사를 주로 담당하는 핵심 인물이다. 그가 인민무력부장이나 총참모장보다 낮은 계급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들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그들과 대등한 대장 계급으로 진급함으로써 향후 전통적인 군사간부들에 대한 총정치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현영철의 숙청은 총정치국과 이 기관을 지도하는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의 영향력 확대로 연결됨으로써 전통적인 군사지휘관들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김창봉 민족보위상 숙청 이후 군대에 대한 노동당과 김정일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던 것처럼 이번 현영철 숙청도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을 가져오기보다는 향후 김정은과 노동당의 군부장악력 강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계속된 숙청은 권력층 응집력 약화시킬 것
 
  김정은이 제거된다고 해도 북한 정권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월 11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 게오르기 톨로라야 박사는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정은의 건강 문제 등 그의 주변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필요하지 않다. 그의 갑작스런 부재에도 북한 정권은 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이 사라진다면 북한 내부에 일정 부분 충격이 있겠지만 ‘탈출구’가 없는 북한 엘리트층이 새로운 지도자를 곧바로 찾아 세우고 기존 체제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없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장성택에 이어 군부 서열 2인자를 무자비하게 제거한 것처럼 김정은은 공개처형과 같은 공포정치를 당분간 지속할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리더십은 종국적으로 북한 권력층의 응집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를 예측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마련해 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뜻밖에도, 통일이 우리의 눈앞에서 펼쳐질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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