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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7번방의 선물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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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란 말입니다.”
 
  무슨 얘기인가.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그때 같이 보낸 영화 있지 않습니까. 〈7번방의 선물〉이라는 영화, 평양에서 난리란 말입니다.”
 
  그때야 기억이 났다. KBS드라마 〈정도전〉이 끝난 후 얼마 뒤, 탈북자 관련 일을 하는 취재원 A씨로부터 북한 사람들이 깨끗한 화면의 〈정도전〉 전편을 보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USB 메모리 스틱 몇 개에 드라마 파일을 나눠 담았다. 이리저리 계산을 하며 메모리 스틱 여러 개에 드라마를 넣고 보니 남는 저장 공간이 있었다. 한국영화 몇 편을 함께 넣어 보냈다. 그 중의 하나가 〈7번방의 선물〉이었다.
 
  〈7번방의 선물〉이 평양에서 인기라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에게 A씨는 의외의 감상을 들려주었다. 평양 사람들이 영화 속 감방을 보며 ‘감방의 죄수에게도 저 정도의 자유가 보장되나. 남조선은 정말 자유 국가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등장인물들이 힘을 합쳐, 장애가 있는 아빠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예승이를 돕는다는 이야기를 보면서는 남자들도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단다.
 
  그러고 보니 탈북자 취재원들이 북에 있을 때 보았던 추억의 한국드라마로 생각지도 못했던 드라마를 꼽아 당황한 적이 있었다. 50대 탈북자 B씨는 〈꽃보다 남자〉를 감명 깊게 본 드라마 1위로 꼽아 기자를 놀라게 했다. 재벌집 자제들이 가난한 여성 한 명에게 순정을 바치는 걸 보고, ‘한국이 정말 계층간의 차별이 없는 사회구나’라고 느꼈다는 설명이었다.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는 어떨까.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북한 주민들 중에는 이 영화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았단다. 그런데 영화가 돌고난 후엔 ‘역효과’만 나타났다고 한다. 미우니 고우니 해도 청년 장군님을 양키 똘마니들이 죽이려 든다는 게 정서에 맞지 않았다는 것.
 
  그 후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북한 사람들의 눈에는 이게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며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의외의 곳에서 자유의 향기를 찾아내는 북한 주민들. 그들의 취향에 맞추려면 휴전선 너머 그곳으로 예승이 같은 반가운 선물을 자주 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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