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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

북한이 발간한 천안함 폭침 책자

北 주장 대신 남한 內 음모론 편집해 실어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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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한겨레》 사설, 《경향신문》 기고문, ‘민중의 소리’ 등 인용
⊙ 천안함, 세월호 등 사건 때마다 음모론 제기하는 인물들 주장 그대로 옮겨
⊙ 객관적으로 보이기 위해 실명 대신 직책만 나열
⊙ 책에 나온 내용, 모두 허위로 판명
  벌써 5년째다. 1900여 일이 지났지만, 북한은 여전히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발뺌하며 사과도, 인정도 하지 않고 있다. 명백한 증거에도 말이다. 놀랍지는 않다. 천안함 폭침 훨씬 이전에 일어난 1983년 아웅산 테러 사건,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도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否認)하는 북한 아닌가.
 
   천안함 폭침 5주년 하루 전인 지난 3월 25일 북한군 판문점대표부는 ‘고발장’을 통해 천안함 폭침과 관련 “천안호 침몰 사건은 철두철미 미국의 치밀한 정치군사적 이해타산으로부터 고안되고 실행된 모략극, 날조극”이라고 주장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 등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철수 압박을 받던 미국이 안보 불안을 고조시켜 국면을 전환하고자 천안함 사건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판문점대표부는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체해 1994년 설치된 군사기구다. 이 기구는 한미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을 비난하고 유엔군 사령부 해체를 주장하는 등 한반도 군사 대치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현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북한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을 늘어놓는 것일까. 《월간조선》은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이 발간한 《천안호 침몰 사건의 진상》이라는 제목의 책자를 입수해 살펴봤다. 총 71페이지, 4개 단락(1. 천안호 침몰 사건과 북 어뢰공격설의 조작경위 2. 특대형사기극, 유치한 날조품 3. 감출 수 없는 송곳 4. 천안호 사건으로 최대의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으로 이뤄졌다. 흥미있는 것은 북한이 자신들의 주장을 근거로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정치인, 관련 단체, 인터넷 등의 주장을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이 인용한 《한겨레》 사설
 
북 어뢰 추진축 뒷부분 안쪽에 적혀 있는 1번.
  이 책의 첫 번째 단락인 ‘천안호 침몰 사건과 북 어뢰공격설의 조작 경위’에서는 2010년 5월 16일 《한겨레》 사설(제목: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조사결과 확보했나)의 일부분을 인용, 이명박 정부가 2010년 6·4지방선거 직전인 2010년 5월 20일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북풍’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책이 인용한 사설 내용이다.
 
  〈지방자치제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 조사 결과가 발표될 경우 선거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조사가 미진한데도 교묘히 이 시점에 맞춘 것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천안함 침몰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2010년 5월 24일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였던 송영길(宋永吉) 전 시장이 한나라당이 천안함 사건을 지방선거에 활용했다는 문건을 입수했다고 폭로한 것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날 《경향신문》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등 보도에 따르면, 송 전 시장은 한나라당 대외비 문건인 〈6·2 동시 지방선거 종합상황보고〉 22일자와 23일자를 입수했고, 문건에는 “천안함 이슈를 선거·여야 초월 ‘국가안보 이슈’로 규정짓고 대국민 홍보할 필요가 있음” “당에서는 천안함 안보 이슈 부각과 실패한 전 정권 심판론을 주요 선거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지나친 우편향적 발언과 북풍에만 올인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새누리당 관계자는 “일일보고 내용을 엄청난 비밀이 드러난 것처럼 (송영길 전 시장이) 이야기한 것”이라며 “자료 어디에도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문구는 없었다. 오히려 ‘지나친 우편향적 발언과 북풍에만 올인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것이 어떻게 ‘북풍’을 조장하는 문건이냐”고 했다.
 
 
  신상철은 누구인가?
 
2010년 5월 24일 오전 11시쯤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신상철씨가 좌초를 주장하고 있다.
  ‘특대형 사기극, 유치한 날조품’ 부분에서는 〈천안함 사건을 조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일원이 북 어뢰공격으로 몰아가는 국방부의 논조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팀에서 축출되고 나중에는 검찰에 기소되는 비극을 당했다〉며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썼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책이 소개한 ‘검찰에 기소되는 비극을 맞은 이’는 신상철씨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 매체 ‘진실의 길’ 대표다. 민주당 추천으로 2010년 4월 중순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민군 합동조사단(합동조사단)에 참여한 신 대표는 친노(親盧) 성향 인터넷 정치 웹진인 ‘서프라이즈’의 대표를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말기 폐쇄된 ‘데일리서프라이즈’의 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우선 신 대표는 축출된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 합동조사단에서 나왔다. 이유는 “군 당국이 기뢰나 어뢰로 미리 답을 정해놓고 꿰맞추려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국방부가 신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2010년 5월 19일)한 것은 합동조사단 회의에 딱 한 번 참석하고 물러난 그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조사단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개인적인 견해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 ‘CBS 라디오’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천안함 사고는 어떤 다른 선체와 충돌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충돌한 선체는) 미군 측 군함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당시 합동조사단은 어떤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천안함 절단면과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수없이 모의실험을 했고, 천안함 절단면과 사고 해역에서 발견된 북한 어뢰 추진체에 각각 남아 있는 흡착물을 비교 분석해 ‘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상태였다. 외국에서 조사에 참여한 인사들도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신 대표는 아직도 국방부의 명예훼손과 관련해 재판 중이다.
 
  2011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2011년 4월 6일 신 대표로부터 천안함 어뢰 추진체에 붙어 있는 붉은 멍게 사진 3장을 입수했다며, 신 대표와 양식업자(인터넷 필명), 일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서해에는 없고 동해에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가 붙어 있는 어뢰 추진체는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붉은 멍게로 보이는 것이) 생명체 조각이 아니라고 발표했고 ‘오마이뉴스’는 오보(誤報)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신 대표는 2013년 《천안함은 좌초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는 등 지금까지도 천안함 좌초설 등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는 (실종자를) 못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안 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천안함 폭침을 바라보는 스웨덴의 입장
 
  2010년 9월 13일 《한겨레》에 실린 스웨덴, 천안함 북한 공격론에 ‘노코멘트’ 제목의 기사를 간접 인용, 〈합동조사단에 참여했던 스웨덴이 천안함 최종보고서에 대해 발견과 결론에 대해 동의한다고 서명하면서 ‘스웨덴은 합동조사단에 지원으로 참여했으며 스웨덴이 참여한 부분에 대해서 동의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스웨덴이 사고원인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주체가 북한이라는 분석에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썼다.
 
  하지만 2010년 6월 1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열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폭침 사건 설명회에서는 합동조사단에 참여했던 스웨덴 전문가가 단호한 태도로 ‘북한의 소행’임을 주장하면서 한국에 호의적인 분위기를 이끌었다. 스웨덴 전문가가 천안함 폭침의 주체가 북한이라는 데에 의심을 품었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설명회에서 단호하게 북한 소행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안보리 설명회에서 일본·영국·오스트리아는 “철저하고 포괄적인 조사”라며 조사방법론을 높게 평가했고, 미국·프랑스·터키는 한발 더 나아가 “강력한 북한 규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합조단 설명회에 이어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안보리를 상대로 설명할 때엔 우군이 없었다. 신 대사가 집요하게 ‘한국의 조작’을 강조하자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이 보유한) 어뢰의 실물을 보여주면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 대사는 “나는 어뢰 전문가가 아니고 그런 질문에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러니까 더더욱 검열단의 조사 결과 검증이 중요하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어뢰에 적힌 1번 글씨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
 
  책은 《경향신문》 2010년 6월 1일자에 실린 기고문 ‘1번에 대한 과학적 의혹을 제기한다’를 인용, “우리는 광명성 1호 등 ‘호’라고 쓰지 ‘번’은 사용하지 않고 설혹 썼다 해도 어뢰가 폭발할 때 어뢰 추진체 뒷부분은 온도가 1000도 이상 올라 잉크 글씨는 완전히 남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책이 기고문을 인용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잉크의 끓음점은 섭씨 138.5(크실렌), 110.6도(톨루엔), 78.4도(알코올)이다. 따라서 어뢰 추진체에 300도의 열만 가해졌더라도 잉크는 완전히 타 없어졌을 것이다. 어뢰 외부의 페인트가 타버릴 정도였다면 내부의 유성잉크나 페인트도 함께 탔을 것이다. 외부 페인트가 탔다면 ‘1번’도 타야 했고, ‘1번’이 남아 있다면 외부 페인트도 남아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과학이다. 그러나 고열에 견딜 수 있는 외부 페인트는 타버렸고, 저온에도 타는 내부 잉크는 남아 있다.〉
 
  하지만 열(熱)전달 분야 전문가인 송태호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러한 논리를 열역학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이 내세운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했다.
 
  그는 “3000도의 고온으로 직접 닿게 해도 그 짧은 접촉으로는 1번 글씨가 탈 정도로 열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송 교수의 계산으로는 두께 50mm짜리 강판 디스크 뒷면까지 열이 전달되려면 140초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어뢰 폭발과 버블의 팽창이 일어나는 시간은 길어야 1~2초다. 송 교수는 “디스크 앞면에 3000도의 열이 가해진다 해도 1초 후 뒷면의 온도는 1억 분의 1도도 안 올라간다”며 “석고보드 위에 뜨거운 불길이 잠시 스쳐 지나가도 아래에선 아무런 열기를 느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송 교수는 2010년 8월 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천안함 어뢰 1번 글씨 부위 온도 계산〉 논문을 냈고, 동료 과학자 26명이 논문을 추인했다.
 
  《경향신문》에 실린 ‘1번에 대한 과학적 의혹을 제기한다’의 기고자는 서재정(49) 존스홉킨스대 교수, 이승헌(46) 버지니아대 교수다. 참고로 서 교수는 미국 국적이다.
 
  이들은 《경향신문》에 글을 쓴 이후인 2010년 7월 9일 일본 도쿄 외국특파원협회 기자실에서 외국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갖고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격침됐다는 국제합동조사단 조사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외신은 재미 한인 학자 2명이 ‘왜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서 교수는 이 같은 질문에 “한국에선 이미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문제제기를 한 만큼 외국에서 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외교 당국자는 두 교수가 미국도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에 대해 “중국을 제외하면 조총련 등 그나마 친북세력이 활동하고 그들의 주장이 유통될 수 있는 곳이 일본이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자신들의 주장을 한국에서 펴기에는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민중의 소리’ 주장 가져다 써
 
  2010년 5월 8일자 좌파 성향의 인터넷 언론 ‘민중의 소리’에 실린 ‘해병대 포 사격 훈련구역에서 찾은 화약흔이 어뢰 증거?’ 제목의 기사를 근거로 천안함 연돌(굴뚝)에서 발견된 화약 성분과 7년 전 군이 수거한 북한의 훈련용 어뢰의 추진 화약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 북한 어뢰공격이라고 확신한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부정하기도 했다.
 
  책이 ‘민중의 소리’ 주장을 가져다 쓴 부분은 다음과 같다.
 
  〈남조선의 인터넷 방송 민중의 소리는 천안함 침몰구역이 오랫동안 해병대가 포 사격을 해온 훈련구역이며 문제의 화약은 전 세계에서 다 쓰는 화약이라고 하면서 조사단이 찾아냈다는 화약 흔적은 어뢰 폭발의 흔적이 아니라 해병대의 포 사격 훈련의 흔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분석 결과 천안함 연돌에서 발견된 화약 성분은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TNT)과 RDX, HMX(High Molecular weight rdX)로 구성돼 있었다. 어뢰에는 짧은 시간에 강한 폭발력을 낼 수 있는 화학 성분들을 섞어서 사용한다. 사용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성분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사용해야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주로 TNT와 RDX, 알루미늄, HMX 등의 성분이 많이 쓰인다.
 
  TNT는 연료와 산소의 단순한 혼합물이 아니라 연료와 산화제가 분자 내에 결합해 있다. 충격을 가해야만 폭발할 수 있어서 기폭 장치가 필요하다. TNT는 질소, 수소, 탄소, 산소로 구성된다. RDX는 화약 성분으로 흰색의 단단한 고체 결정물이다. 물이나 알코올에 녹지 않고 주로 발파용 뇌관으로 다른 물질과 섞어 사용한다. TNT보다 점화 속도가 50배 빠르고 폭발력도 50% 이상 강하다. RDX 제작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며 보관할 때도 비교적 안전하다. HMX는 고농축 폭발물이다. 한국군 역시 어뢰에는 RDX 성분을 사용하지만 HMX·RDX·TNT로 구성된 천안함 검출 화약 성분과는 차이가 있다.
 
 
  참여연대 문건도 北에는 좋은 자료
 
  책은 2010년 6월 11일 참여연대가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문을 표시하는 문건을 이메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에 발송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문건엔 ‘어뢰 폭발이라면 생존자·사망자가 화상을 입거나 고막이 파열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천안함 절단면엔 폭발보다 침수 등으로 절단될 때 나타나는 흔적이 남아 있다’는 식의 8가지 의문점이 담겨 있었다.
 
  책이 언급한 부분이다.
 
  〈6월 11일 남조선의 진보단체들인 참여연대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미국의 동포단체와 함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북의 어뢰가 천안함 가까이에서 폭발했다면 응당 함선에 무수히 박혀 있어야 할 어뢰 파편과 폭발 시 으레 있기 마련인 귀먹은 자, 골절된 자가 없는 현상 등을 들면서 북 어뢰공격설을 전면 부정했다.〉
 
  참여연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런 내용의 메일을 보내자 분노한 ‘천안함 46용사’ 유가족은 6월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을 방문해 참여연대 측 관계자와 30여 분간 면담했다. 박형준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사건이 마무리되고 가족들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이런 일이 다시 불거져 마음 아프다”며 “참여연대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충분한 근거 자료나 증거, 데이터가 있다면 명확히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측은 “국민과 언론, 전문가들이 제기한 의혹들을 인용한 자료들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증거는 없었던 것이다.
 
  1년 뒤인 2011년 3월 21일 《조선일보》는 참여연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에 이메일로 발송한 천안함 의혹 리포트가 자체 실험을 전혀 하지 않고, 비전문가들이 내놓은 일방적 주장을 모은 것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했다.
 
  당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한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리포트 작성 때 실험을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거나 자체 실험을 한 건 없었다”며 “당시 (우리 사회에서) 나온 여러 논란 중 내가 볼 때 상식 선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내용과 시민이 가진 의문점들을 정리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포트는 참여연대 내부 토론을 거쳐 내가 작성했다”며 “내가 비(非)전문가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비전문가가 아니라는 근거로 “10년간 국방 분야를 모니터(감시)해 왔다”며 “그간 우리가 제기했던 (국방 분야 관련) 문제에서 적중률이 높았다”고 했다.
 
  이 처장은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나와 21년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서 일해 왔다. 그가 국방 정책에 대해 꾸준히 자기 목소리를 낸 건 사실이나, 천안함 사건 규명에 필요한 과학적 전문성을 갖췄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얼마나 동의할까.
 
 
  천안함 좌초 주장한 美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의 정체
 
박선원 전 외교안보전략 비서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한 연구원 주장을 인용한 부분도 있다. 책에 담긴 내용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그 무슨 어뢰에 의한 비접촉수중접근 폭발에 대해 조사단의 발표대로 천안호에 어뢰가 접근해 폭발이 일어났다면 배에는 어뢰 파편에 의한 파공이 가득 있어야 하나 그러한 파공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도 어뢰에 의한 공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취재 결과 브루킹스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386 운동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대북·대미 정책 실무를 맡았던 박선원(朴善源) 전 청와대 외교안보전략 비서관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비서관은 19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 사건의 배후 인물로 지목돼 구속됐던 인물이다. 그는 점거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연세대 삼민투(민족통일 민주쟁취 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를 배후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박 전 비서관은 2008년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갔다.
 
  박 전 비서관은 2010년 4월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버블제트로는 천안함이 두 동강 날 수가 없다며 부상 정도와 스크루 상태 등을 감안하면 좌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버블제트라면 대개 기뢰에 의한 충격”이라며 “어뢰라고 한다면 수평충격파인데 그것만 갖고는 배가 두 동강이 나지 않는다. 어뢰에 의한 것이라면 폭약에 의한 충격 또는 파편에 의한 파공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기계연구원 정정훈 박사는 “조선공학적으로 볼 때 선박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순식간에 두 동강 낼 수 있는 것은 (어뢰 등에 의한) 비접촉 수중 폭발밖에 없다. 좌초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며 “각국 해군이 퇴역하는 함정을 대상으로 어뢰 성능 실험을 시행하곤 한다. 예외 없이 어뢰가 비접촉 수중 폭발을 했을 때만 버블제트 효과로 두 동강 났다. 기뢰에 닿거나 어뢰에 직접 얻어맞는 것으로는 두 동강 나지 않는다”고 했다. 버블제트 효과는 수중 폭발로 초래되는 충격파 및 물대포 현상이다.
 
 
  세월호 다이빙벨 소동의 장본인 이종인씨도 인용
 
2010년 10월 22일 국회 국방위에서 열린 국방부 등 국정감사에 앞서 천안함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과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선서를 위해 자리에 서 있다.
  ‘감출 수 없는 송곳’ 부분에서는 2010년 5월 20일 CBS가 운용하는 ‘노컷뉴스’의 보도 내용을 인용했다. 다만 진행자인 이종훈씨를 사회자로, 대담자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전문가로 바꿔서 표현했다.
 
  〈남조선의 노컷뉴스 방송은 사건조사에 동원되었던 해난구조 및 인양전문가와 진행한 대담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사회자: 가스터빈이 왜 이제야 발견이 되었는가.
 
  전문가: 원래 배가 두 동강 난 자리에 초기부터 있었던 것이고 나도 그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 당국에서 구태여 조사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사회자: 군부가 초기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전문가: 물론이다. 그렇다.
 
  (중략)
 
  사회자: (가스터빈을) 건져 올려서 맞춰보면 원인을 자동적으로 알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전문가: 그렇죠. 처음에 합조단에서 폭발의 증거라고 그전에 한번 발표를 너덜너덜하고, 무슨 뜯겨져 있고, 이런 것들이 다 폭발의 증거다 그러는데요. 그 자체가 좌초로 인한 충격을 받고, 함체가 앞으로 부러진 증거예요. 그냥 폭발이 아니고.
 
  사회자: 가스터빈을 건져 놓으면 육안으로도 좌초냐 아니냐 하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는 말이네요.
 
  전문가: 네. 그런데 좌초라고 주장할 수 있는 함미 좌현 부분은 사병들이 절대로 보여주지 않고요…. 프로펠러도 보니까 휜 것이 확실한데 후진하면서 부딪친 건데.〉
 
  요약하면 국방부가 핵심적인 침몰 원인의 증거가 될 수 있는 가스터빈을 숨기다가 공개했고, 공개한 가스터빈과 휘어진 프로펠러를 봤을 때 좌초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10년 10월 22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천안함 폭침이 북한 어뢰 소행이 아니라는 민주당 측 증인 자격으로 나와 ‘허무(虛無) 개그’ 수준의 답변을 한 인물이다.
 
  당시 국감장에서 의원들과 이 대표 사이의 문답이다.
 
  ―증인(이 대표)은 천안함 인양에 관여도 안 했는데 어떻게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습니까?(의원)
 
  “보면 압니다.”(이 대표)
 
  ―증인은 과학 분야에 종사한 적이 있습니까? 폭발이라든지, 이런 쪽에요.
 
  “폭발 쪽은 뭐 중학교 때 그쪽에 전념한 적이 있었습니다. 1년간.”
 
  ―(놀라며) 중학교 때요? 폭발을 중학교 때 어떻게 배웁니까?
 
  “아, 배운 게 아니라 실험으로…. 대학 4년까지 실험으로 했습니다.”
 
  ―그(실험) 차원하고 천안함 폭발 사건하고 비교될 수 있는 겁니까?
 
  “북한 선박은 하나 구조한 적 있습니다. (중략) 좌초된 걸 구조해서 NLL 넘어가서 이북에 전해준 적이 있습니다.”
 
  ―증인은 민간인인데 NLL을 넘어갔다고요?
 
  “예 넘어갑니다, 우리는.”
 
  2011년 3월 20일 이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천안함이 침몰 지점으로부터 2.5km 떨어진 해상에서 암초에 걸렸고, 암초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균열이 생긴 뒤 2.5km를 운항하다 두 동강 나서 침몰했다. 우주인이 와서 조사한다 해도 내가 내린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이런 판단의 핵심 근거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이같이 답했다.
 
  “딱 보니 좌초에 의한 침몰이었다. 언젠가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일부 언론은 수십 년간 군과 과학계에서 종사해 온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군 합동조사단보다 인양전문가라는 그의 실험과 주장을 신뢰했다. 이 대표를 밀착 취재해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3년 뒤 세월호 참사 때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사고 3일째인 2014년 4월 18일 ‘미디어오늘’ 및 종편채널 ‘JT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이빙벨은 조류와 상관없이 20시간 연속해서 작업할 수 있는 장비”라며 “유속이 세고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건 다 (정부의) 핑계”라고 주장했다. 종(鐘)처럼 생긴 ‘다이빙벨’은 잠수사를 바다 깊은 곳까지 데려다 주고 잠수사가 수색 활동을 하다가 잠시 휴식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다.
 
  이후 네티즌들이 주도하는 인터넷 여론은 “다이빙벨을 즉각 투입하라”며 들끓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씨는 지난 4월 19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다이빙벨은) 조류로부터 피난 장치가 되기 때문에 20시간, 온종일, 며칠이고 계속 작업할 수 있다”고 했고, 21일 인터넷 매체 ‘팩트TV’ 및 ‘고발뉴스’와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는 “다이빙벨을 투입해 에어포켓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선수 부분부터 인명 구조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2일에도 팩트TV·고발뉴스에 나와 “이게 세팅되면 다이버가 들어가서 한 시간 동안 호흡하는 데 아무 문제 없고, 조류가 세더라도 통화하고 촬영하며 자세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4일 ‘JTBC’에 출연해 “20시간이라는 건 조류에 관계없이 계속 작업할 수 있다는 거죠”라고 재차 주장했다. 소조기(小潮期)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 실종자 가족들은 민관 합동 잠수사들이 시신 16구를 수습하는 데 그치자 팽목항에서 해양수산부 장관, 해경청장을 붙들어 놓고 집중 추궁했다. 이 자리에서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이종인 대표와 전화 연결을 하며 해경청장을 압박해 다이빙벨 투입을 이끌어냈다.
 
  이 대표는 25일 다이빙벨을 바지선에 실어 침몰 현장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바지선에서 내린 닻줄이 기존 구조팀 바지선의 닻줄과 엉킬 위험이 있어 바지선을 설치하지 못했다. 이씨는 26일 2차로 바지선을 설치하려다 날씨가 안 좋다며 중단했다. 해경·해군은 “아래가 뚫려 있는 다이빙벨은 수평 유지가 중요한데 사고 해역은 물살이 거세 수평 유지가 힘들다”며 처음부터 투입을 반대했다. 해군엔 다이빙벨보다 성능이 훨씬 우수한 심해(深海) 잠수 장비가 있었지만 조류가 거세 사용하지 않았다. 이씨는 다이빙벨 투입이 불발로 끝난 뒤 “20시간 동안 한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40분에서 1시간20분 정도 연속 작업한 뒤 교체하는 식”이라고 물러섰다. 실종자 가족들을 또 한 번 절망에 빠트리는 순간이었다.
 
 
  北 해외 비공식 대변인으로 통하는 김명철 글 게재
 
  ‘천안호 사건으로 최대의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 단락에서는 해외 매체에 실린 글을 따왔다. 우선 2010년 6월 10일 알렉산드르 보론초프(Alexander Vorontsov)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소장의 천안함의 비밀이라는 글을 도용했다.
 
  〈천안호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 후 미국, 남한의 움직임은 마치 사전에 면밀히 준비한 각본에 따른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남한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엔 안보이사회를 통한 대북압박을 보다 강화하는 것을 이상적인 방안으로 간주하고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를 참가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중국 인접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정치적 이익을 더 잘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성했다고 보고 있다.〉
 
  이 글을 쓴 알렉산드르 보론초프는 학회에 북한 기근(饑饉)을 부인하는 등 북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북한이 지난 2009년 4월 5일 무수단리에서 광명성 2호라고 명명한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을 때 “북한이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을 발사한 만큼 2006년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태호 국방연구소 부소장은 “‘광명성 2호’가 설령 인공위성을 달았더라도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봐야 한다”면서 “북한은 광명성 2호를 위성이라고 하면서도 국제사회에서는 미사일로 인정받기 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2010년 6월 9일 홍콩의 《아시아타임스》에 실린 ‘평양은 천안함 침몰에 미국이 연루됐다고 본다’는 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중국 홍콩신문 아시아타임스 6월 9일부는 천안함 사건은 날로 좋게 발전하고 있는 북조선과 중국 사이의 관계에 쐐기를 쳐보려는 미국과 남조선의 어리석은 기도의 발로다.〉
 
  책은 《아시아타임스》의 객관적 기사인 것처럼 인용했지만, 이 글은 기고문이고, 기고자는 김명철이었다. 북한 사회과학원 박사라는 김명철은 서방 언론을 본떠 객관적 학자의 분석인 양 북한 입장을 선전하는 인물로 북한의 해외 비공식 대변인으로 통한다. 그는 북한이 얽힌 중대 사안마다 언뜻 정교한 논문 형식의 글을 서방 언론에 발표해 왔다. 《아시아타임스》에 쓴 글도 같은 맥락이다. 김씨가 쓴 글의 요지는 북한이 막강한 한미 해군 연합훈련에 참가한 천안함에 몰래 어뢰공격을 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는 북한이 5년간 끊임없이 해온 주장과 같다.
 
  천안함 폭침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아직도 이 책이 인용한 주장들이 퍼지고 있다. 이런 음모론은 정치·사회적 불신과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에게 두 번 상처 주는 일이다.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은 천안함 폭침 원인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단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진실을 숨기면 바로 언론과 인터넷에 제보되는 세상이다. 정부와 합동조사단이 진실을 숨겼다면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감출 수 있었을까. 전역 장병을 포함해 천안함 장병 중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장병은 단 한 명도 없다.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한 적들은 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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