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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살포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반박 책자

‘통일대박론’을 바라보는 김정은의 시각 드러나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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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란 제목부터 공세적 비판
⊙ 책자 발간한 평양출판사는 통일전선사업부 산하 813 연락소
⊙ 왜곡과 궤변으로 가득 차… 주로 친북 인사에 살포
⊙ 사실상의 지령문으로 볼 수 있어(전문가)
2014년 2월 25일 조선노동당사상일군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2014년 1월 6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 2층. 분홍색 상의를 입은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신년구상을 발표했다. 18분 동안 이어진 신년구상의 핵심은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 구축’이었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 두 번째 질문자로 나선 MBC 박성준 기자는 박 대통령에게 이같이 물었다.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서 올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준비하고 계신지 언급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설명 부탁합니다.”
 
  박 대통령은 강한 어조로 이렇게 답했다.
 
  “평화통일 기반 구축은 남북 관계는 물론이고 우리의 외교 안보 전반을 아우르는 국정 기조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 국민 중에는 ‘통일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고 생각하는 그런 분들도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얼마 전 세계적 투자전문가(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인터뷰를 봤는데 남북 통합 시작되면 자신의 전 재산을 한반도에 쏟겠다고 했습니다. 통일이 되면 우리 경제가 굉장히 도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저는 한반도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大)도약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은 북한의 국내총생산 규모를 남한의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통일이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유·무형의 편익을 고려하면 ‘대박’이 가능하다는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신년구상 발표 직후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 대통령의 말은 유행처럼 번졌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졌다. 국내에 ‘통일’이 가장 중요한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논의가 활성화된 것이다.
 
 
  통일대박론에 대한 北의 첫 반응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월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통일대박론’을 이야기했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대한 거부감을 강력한 어조로 나타냈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것은 1월 18일이었다.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이 나온 지 2주가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북한은 대외(對外) 주간지인 《통일신보》에 ‘통일은 대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글을 실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남조선 집권자의 말이 아름답게 안겨오지 않고 겨레의 비난과 조롱의 대상으로 되고 있다. 이유는 급변 사태에 기대를 건 흡수 통일의 망상이 깔렸기 때문이다. 통일을 안아오자면 비정상적인 북남관계부터 개선해야 하기에 공화국은 새해 정초에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할 데 대해 호소했다. 그러나 남측은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대신 대결적인 언사와 행동으로 동족을 심히 자극하고 있다.>
 
  닷새 뒤인 22일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에 ‘어리석은 망상에 사로잡혀 ‘체제통일’의 헛된 꿈을 실현하려는 흉심이 깔렸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며 다시 한번 통일대박론을 비난했다. 북한의 비판 수위는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 발표 이후 더욱 거세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통일 독일’의 상징 도시인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발표했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 발표 이후인 3월 31일과 4월 1일 각각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정치철학이나 이념이 없는 괴벽한 노처녀’, ‘늙은 암탉’, ‘미시리(바보) 같은 년’이라고 인격모독성 맹비난을 퍼부었다. 공식 사설이나 논평이 아닌 주민 인터뷰 기사 형식이었지만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
 
  5월 8일에는 《로동신문》에 ‘박근혜의 통일대박론을 해부함’이라는 제목의 ‘논평원의 글’을 싣고 통일대박론을 ‘북침 전쟁론’으로 규정했다.
 
  <통일대박론은 평화통일과 민족 공동번영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흉악무도한 ‘체제대결론’ ‘체제통일론’이자 위험천만한 ‘북침전쟁론’ ‘핵 재앙론’이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박근혜는 통일문제를 가지고 민족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통일대박론에 대한 북한의 비난 수위가 높은 데 대해 한 탈북자는 “박 대통령의 제안이 금강산 관광 재개나 대규모 경협 등 자신들이 원하는 바에 못 미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책자 5월 말 발간해 북한 내부와 친북단체에 배포
 
북한이 선전・선동을 위해 발간한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
  이 시기(5월 29일) 북한은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비판하는 책을 발간, 가정집과 관공서는 물론 해외에서 활동하는 친북단체에까지 배포했다. 통일대박론을 왜곡하기 위한 본격적인 선전·선동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발간한 책의 제목은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이다.
 
  이 책자는 30페이지 분량으로 팸플릿과도 같다. 모두 4부로 구성했다. ▲통일대박론, 가당키나 한가 ▲맹자가 근혜의 ‘통일대박론’을 반박하다 ▲통일이 대박이라면 왜 대박을 놓치는가? ▲‘대박’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네 가지 소제목이 달렸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는 통일대박론을 비판하는 해외동포들의 글을 묶은 책이라고 했다.
 
  머리말 내용이다.
 
  <현 남조선 집권자가 올해 신년기자회견이라는 데서 ‘통일대박론’을 들고나온 이래 보수집권세력은 그것이 무슨 새로운 통일정책이기라도 한 듯이 벅적이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 그러나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상식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대박’의 면사포를 뒤집어쓴 현 집권자의 주장을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론, 극단한 동족대결책동으로 지탄하고 있다. 편집부는 내외의 비난과 규탄의 대상이 된 통일대박론의 정체를 분석한 해외동포들의 글들을 묶어 소책자로 내놓는다.>
 
 
  통일대박론=흡수통일론으로 규정
 
  우선 첫 번째, ‘통일대박론, 가당키나 한가’에서는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무력진압에 의한 흡수통일로 규정지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사상과 제도를 부정하며 체제통일을 실현하려 한다면 대결과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관련 부분이다.
 
  <흡수통일은 혼자 두는 장기판처럼 조선의 손발이 꽁꽁 묶여있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핵 무력을 갖춘 조선과의 전쟁이라는 피할수 없는 과정을 거치게 하며 전쟁의 결과는 이기느냐 지느냐를 떠나서 온 강토가 초토화되고 민족의 패망을 가져올 것이며 그 불덩이는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로 번져 붙을 것이다.>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통일대박론은 흡수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1차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통일정책 목표는 ‘평화통일’이며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교류·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이야기한 것은 통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차분히 준비하면 남북은 물론 주변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흡수통일이나 북한의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2014년 4월 4일 통일·외교·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고 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우리 정부는 흡수통일을 바라지도, 추구하지도 않는다”(2014년 9월 1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남북통일이 주변 4강에 미치는 편익비용 분석’ 국제 세미나)고 했다.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 부위원장 역시 “박 대통령은 흡수통일 아닌 평화통일을 추구하며, 북한을 대화·협력의 대상이자 통일의 동반자로 보고 있다”(9월 24, 27 한 언론과의 인터뷰)고 말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평화통일을 추구한다고 수차례 이야기했음에도 통일대박론을 흡수통일론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선전·선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
 
 
  《자주민보》 글 도용
 
김정은이 북한군의 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도하는 모습.
  두 번째, ‘맹자가 근혜의 통일대박론을 반박하다’는 김상일(金相日) 전 한신대 교수가 2014년 2월 3일 《자주민보》에 쓴 글을 그대로 도용한 것이다. 《자주민보》는 ‘북녘 바로 알기’ ‘미군 문제 집중조명’ 등을 기치(旗幟)로 2005년 11월 창간한 매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자주민보》에 대해 ‘진보적 인터넷 신문’이라고 지칭한다.
 
  《자주민보》는 2010년 북한이 3대(代) 세습 체제를 구축하자 ‘선진적 자기식의 주체적 정치제도’라고 미화하는가 하면, 북한 김정은에 대해 ‘기질이 과감하고 예측불허의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고 찬양하는 등 북한 체제 및 김정은을 찬양하는 기사·기고문을 수차례 실어 종북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주민보》 전(前) 대표 이모(45)씨는 2005년 10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스테가노그라피’라는 암호화 프로그램이 내재한 그림 파일을 통해 북한 대남공작기구인 225국(당시 대외연락부) 소속 공작원 강모씨와 수십 차례 비밀 교신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2012년 5월 징역 1년6월의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박원순(朴元淳) 시장의 서울시는 지난 2014년 2월 서울북부지법에 종북(從北) 혐의를 받는 《자주민보》에 대한 등록취소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현재 1심 재판부는 등록취소 결정을 내린 상태다.
 
  글을 쓴 김상일 전 한신대 교수는 ‘주체사상 전도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통일뉴스》에 ‘《세기와 더불어》의 세계화 담론’이라는 연재 글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 회고록이다. 그는 2009년 4월 8일 북한의 로켓 발사를 ‘예수의 부활’에 비유하며 찬양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김 전 교수는 ‘맹자가 근혜의 통일대박론을 반박하다’에서 이렇게 썼다.
 
  <맹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는 왕도가 무너지고 패도가 무성하던 시대이다. 량(양)의 혜왕을 맹자가 찾아간 자리에서 량혜왕은 맹자에게 대뜸 ‘장차 어떤 방법으로 나의 나라를 리(이)롭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묻자 맹자가 맹자다운 직설법으로 ‘왕께서는 하필이면 내 나라 리(이)익부터 말하십니까(王曰何以利吾國)’고 면박을 주었다. 만약에 맹자가 근혜왕을 만난 자리에서 근혜왕이 맹자에게 ‘통일대박론’을 말한다면 맹자는 즉석에서 ‘왜 하필이면 대박론을 말하십니까’ 같은 면박을 주고 말 것이다. (중략) 박근혜와 수구가 진정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어떤 리(이)유도 붙이지 말아야 한다. 부모·형제가 하나가 되고 만나는 것은 무슨 리(이)익 때문이 아니듯이 통일을 림(임)하는 자세는 바로 그러해야 한다.>
 
  맹자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써 놨지만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통일을 하려면 북한이 하자는 대로 따르라는 것이다. 북한은 1960년도부터 연방제 형태의 통일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은 처음부터 노동당(김일성·김정일)의 영도와 주체사상의 기치 아래 ‘완전한 통일’(적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과도적 통일, 전술적 목표로 제시된 것이다. 따라서 연방제 통일방안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합치될 수 없다.
 
 
  새누리당 무차별 비판
 
  세 번째, ‘통일이 대박이라면 왜 대박을 놓치는가?’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감싸면서 새누리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관련 내용이다.
 
  <보수우익 집권세력이야 툭하면 ‘통일비용’을 들먹이며 도이췰란드(독일)통일의 례(예)를 들며 통일불가론을 합창해 왔고 지금도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들은 력(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을 ‘제2 국치일’이라 하고 우리 민족사에서 처음으로 안보 걱정 없이 평화로웠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가리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중략) 이들의 생리를 파악하지 않고선 이들을 리(이)해하기 어렵다. 새누리의 유전자(DNA)는 식민지잔재(근성)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례(예)를 들면 일제에 아부한 반민족 패거리 특히는 일본 천황에게 혈서로 충성을 맹세한 박정희 그리고 미군정 분단정책에 광분했던 친미사대세력들이라 할 수 있다. 새누리는 친미, 친일이 대단한 애국이라며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에 혈안이 돼 있다.>
 
  대박이 영어로 jackpot인 것도 트집을 잡았다. 미국인들에게 jackpot 도박용어로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행운으로 쓰이는데 통일을 마치 카지노게임처럼 인식하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박이라는 영어 표현이 jackpot만 있는 것은 아니다. bonanza(노다지)도 있다. 청와대는 통일 대박을 이야기할 때 bonanza를 사용한다.
 
  청와대 민경욱(閔庚旭) 대변인은 “일반적으로 젊은이들에게는 jackpot이 더 임팩트가 있고 효과적인 측면도 있지만, jackpot은 crackpot(비현실적인 혹은 그런 사람)이라는 단어와도 간혹 함께 쓰이기도 한다”며 “통일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일이라는 데 방점을 둘 경우, 일회적이고 사행성이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jackpot보다는 광맥 개발의 의미와 동시에 거대한 부의 원천을 의미하는 bonanza가 더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북한은 이 글(‘통일이 대박이라면 왜 대박을 놓치는가?’)을 ‘우리민족끼리’와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공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북한 대남선전기구인 노동당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운영하는 사이트다.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미주지역 최대의 친북단체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1997년 북한 통일전선부의 지령에 의해 설립되었고 지난 2001년부터 매년 김일성 생일 축하대표단을 꾸려 밀입북해 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워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5·24 조치 해제를 해외동포 전체 의견인 것처럼 꾸며
 
  네 번째, ‘대박의 환상에서 깨어나라’에서는 남북경협 활성화, 5·24 조치 해제 등을 주장하는 AOK(Action for One Korea) 회원의 의견을 담았다. AOK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풀뿌리 통일운동을 지향하는 민간단체이다. 이 글은 정연진 AOK 대표가 썼다. 정 대표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미 의회의 정신대 결의안 채택, 일본의 유엔(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 운동 등을 펼쳐 온 인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펴낸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일본의 시도를 물거품으로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그 사람이 바로 정연진씨입니다. 전 세계 4200만명으로부터 과거 죄악을 사죄하지 않는 일본을 성토하는 서명을 받아냄으로써 유엔 안보리가 일본의 가입을 반대하는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소명에 충실한 여성의 힘, 놀랍지 않습니까?>
 
  정 대표는 196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3선 개헌을 반대했던 유일한 여당의원 고(故) 정구영(鄭求瑛)씨의 조카다.
 
  정 대표가 AOK 회원이 제시한 의견이라고 공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은 도이췰란드(독일)처럼 국내외 조건이 흡수통일할 조건도 능력도 갖추지 않았습니다.
 
  ○진정 국가와 민족을 생각한다면 그 어떤 정략을 떠나 남북경협을 활성화하십시오!
 
  ○5·24 조치 당장 해제하고 민간교류를 터서 남북이 화해하고 소통하는데 물꼬를 트십시오.
 
  ○과거 독재하에서 통일을 위해 감옥도 가고 목숨 바쳐 헌신한 수많은 민주인사 그리고 통일의 상대인 북의 2400만 동포들에게 박 대통령의 ‘대박’ 발언이 긍정적으로 느껴졌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대박’이라는 단어가 혹여 북쪽의 부동산을 멋대로 차지하고 저임금 로(노)동으로 북 동포를 착취하여 월가의 거대자본과 그 하수인 격인 국내의 몇몇 재벌의 배만 불리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는지 심히 우려됩니다.
 
  ○통일은 대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남·북 모두의 리(이)익에 부합되여야 합니다. 북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종속을 강요해서는 절대 화합할 수 없습니다.
 
  AOK 회원이 내놓은 의견을 보면 북한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5·24 대북제재부터 풀어야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은 북한이 내내 고수해 온 입장이다. 5·24 제재는 2010년 북의 천안함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취해진 조치(▲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 지원사업 보류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항해 불허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다.
 
  정부는 5·24 제재 해제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북한의 천안함 사건 책임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는커녕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천안함 이후에도 핵실험을 했고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고 무인기(無人機)를 내려보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0월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남(訪南)을 계기로 야당과 여당 일부에서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해 온 5·24 대북(對北)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불가(不可)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이를 해제하려면 왜 이 조치가 나왔는지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며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指令의 의미
 
노길남(원 안)이 지난 4월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북한 체제 찬양 등 재미 언론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김일성상’을 수상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와 같은 책들은 ‘일종의 지령’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탈북자 1호 시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의 이야기다.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와 같이 평양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책들은 남남(南南)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데 쓰입니다. 이런 책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대부분 해외동포들의 입장을 모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무래도 해외동포들 입장이라 그러면 선전・선동하기 좋으니까 자기들 주장을 해외동포 의견으로 둔갑시키는 것이지요. 국내외 친북 인사들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여론전에 나섭니다. 책을 받아들면 거기에 나온 대로 ‘여론전’을 펼치라는 일종의 지령, 지침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의 이야기대로 이 책자는 해외동포 일부의 주장을 전체의 주장인 것처럼 포장했다. 어떤 해외동포가 글을 썼는지조차 밝히지 않은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맹자가 근혜의 통일대박론을 반박하다’와 ‘대박의 환상에서 깨어나라’를 각각 ‘주체사상 전도사’로 불리는 김상일 전 한신대 교수와 정연진 AOK 대표가 썼다는 사실은 취재를 통해 파악한 것이다. 또 다른 탈북자도 김 대표와 비슷한 말을 했다.
 
  “북한은 이런 책을 가정집과 관공서는 물론 해외에서 활동하는 친북단체에 배포하는 것은 책에 쓰인 내용대로 선전·선동하라는 암묵적인 명령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통일대박론이 흡수통일이라는 논리가 언제부터 나왔습니까. 북한이 ‘통일대박론은 흡수통일이다’라고 하니까 그때부터 국내에서도 통일대박론은 흡수통일이라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습니까.”
 
  실제 북한은 과거부터 친북 인사를 활용, 평양출판사 책자를 이용해 북한의 3대 세습 체제, 대남 도발 행각을 옹호·대변해 왔다.
 
  친북계 재미 교포인 노길남 《민족통신》 대표가 대표적 사례다. 노길남은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기간에 이뤄진 ‘박 대통령 반대 시위’를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노길남이 1999년 만든 《민족통신》은 재미 한인을 대상으로 북한 정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해 왔다. 우리 정부는 이 매체를 불법·유해 사이트로 규정해 국내에서의 접속을 차단한 상태다.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를 낸 평양출판사는 북한 대남공작부서인 통일전선사업부 산하 813연락소다. 북한은 813연락소를 일명 평양출판사, 강남출판사, 목란출판사로 부른다. 결국 이 책자의 주된 내용은 김정은의 주장인 셈이다.
 
  813연락소는 통전부 내 대남침투용 도서들과 전단지들, 잡지, 신문, 위조 신분증을 비롯한 각종 서류를 인쇄하는 출판연락소다. 813연락소는 출판과, 교정과, 심의과, 해외판매과, 설비실, 자재실, 관리실, 간부과, 조직과, 도서실로 구분되어 있으며 인원은 100여 명이다. 813연락소의 제작물들은 우리 남한의 생산품과 똑같이 모방하기 위해 일체 모든 자재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를 통해 들여오는데, 그 비용은 조총련 산하 대동무역 회사에서 부담하고 있다. 813연락소 제작물들은 조총련, 재중 총련, 러시아 고통련, 한국민족민주전선 산하 동남아지역 지부들을 통해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 지역들로 배포한다. 813연락소에서 나오는 전단지는 인민군 정찰국에서 만드는 북한 선전용이 아니라 철저하게 대한민국 내 좌익, 친북조직들에서 인쇄한 것처럼 위장한다.
 
  평양출판사는 최근에만도 《진보의 힘은 어디에》(2012년) 《언론, 통일을 말하자》(2012년) 《종북론을 해부한다》(2013년) 등의 선전·선동 책자를 꾸준히 발간했다.
 
 
  평양출판사 핵심은 리인모의 外孫女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의 저자 오보람.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의 저자는 오보람이란 인물이다. 사실 선전·선동 책자의 저자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쓰든 필요한 부분만 왜곡하면 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오보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녀의 이력 때문이다. 2001년 김일성종합대학 문학대학부 보도과(전에는 신문과)를 졸업하고 박사원에서 언론문제를 공부한 다음에 평양출판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오보람은 리인모의 외손녀다. 리인모는 해방 후 노동당에 입당하면서 공산주의자가 됐다. 그는 한국전쟁 와중인 52년 빨치산 토벌대에 검거돼 7년간 복역 뒤 출소했으나 61년 부산에서 좌익 지하활동을 하다 다시 체포됐다. 리씨는 두 차례에 걸쳐 총 34년간 옥살이를 한 뒤 88년 석방됐으며 5년 후 김영삼 정부가 ‘장기방북’ 형식으로 북한으로 송환한 비전향 장기수다. 북한은 리씨가 평양으로 송환되자 ‘영웅’으로 부각시키면서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했다.
 
  김일성은 리씨를 직접 병문안했으며, 리씨를 소재로 삼은 엽서와 우표가 발행됐다. 리씨에게는 김일성 훈장과 영웅 칭호가 내려졌다. 그를 다룬 영화와 찬가까지 만들어졌다. 모교인 파발인민학교는 ‘리인모인민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는 평양에서 부인과 함께 살다가 2007년 6월 사망했다. 그의 장례식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주관 아래 ‘인민장’으로 치러졌다.
 
  북한은 리씨를 인민군 종군기자로 전선취재를 담당했었다고 주장하지만, 리씨의 검거 당시 재판기록을 보면 경남도 내 인민군 점령지역에서 의용군을 강제모집해 전선에 투입하고 9·28 서울수복 후에는 지리산에서 빨치산으로 활동한 것으로 돼 있다. 북한 입장에서 오보람은 체제선전 도구로 이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인물이다.
 
  평양출판사 사장은 박진식이다.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을 겸하는 그는 2006년 4월 제18차, 7월 19차, 2007년 2~3월 20차, 5~6월 21차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대표로 참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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