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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진단

북한과 휴대전화 회사 오라스콤 커넥션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johh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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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스콤 회계 매출은 꾸준히 상승
⊙ 북한 공식 환율로 계산된 장부는 빛 좋은 개살구
⊙ 벌어들인 수익 송금 불가능
⊙ ‘고위험 지역 진출’은 오라스콤의 전략
⊙ 북한의 봄은 가능한가?
2008년 12월 15일 북한 평양에서 로두철 내각부총리, 류영섭 체신상과 오라스콤 사위리스 회장, 고네임 후세인 북한주재 이집트 대사 및 북한 주재 각국 외교사절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개통식이 열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통일이 되면, 오라스콤의 가치는 SK텔레콤이나 KT와 맞먹을 것이다.”
 
  2011년 2월 금융전문지 《유로머니》는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Orascom) 사위리스 회장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2008년 오라스콤은 북한 체신성 산하 조선체신회사와 합작으로 체오(Cheo)사를 세워, ‘고려링크’라는 이름으로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당시 합작회사의 지분은 오라스콤 75%, 조선체신회사 25%이다.
 
  사위리스 회장은 《유로머니》 인터뷰에서 북한에 투자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남북통일이 되면 북한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하고 있을 회사는 오라스콤뿐인데, 그렇게 되면 오라스콤의 가치는 한국의 SK텔레콤이나 KT에 맞먹게 될 거예요.”
 
2011년 1월 24일 사위리스 오라스콤 회장이 김정일·장성택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이러한 낙관론은 《유로머니》 인터뷰뿐이 아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2008년 5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를 보면 사위리스 회장의 일관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누구도 그러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통일이 되었어요. 북한 지도자들이 공산주의 경제체제에서 개방적인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어요.”
 
  이렇듯 세계 무선시장에서 무명(無名)에 가까웠던, 오라스콤은 북한 투자로 유명세(有名稅)를 치르기 시작했다.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 240만 돌파
 
오라스콤 2013년 실적발표 자료.(김연호 기자 보고서 인용.)
  특히 지난 9월 9일 북한 전문매체 《노스코리아테크》가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240만명이 넘었다’고 보도하면서, 북한에 투자한 오라스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었다. 오라스콤은 2013년 5월 고려링크 가입자 수가 20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으나 그 이후의 상황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었다. 《노스코리아테크》 보도는 오라스콤 핵심 관계자의 확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사의 신뢰가 높은 상황이다.
 
  사실 고려링크의 성장은 놀랍다. 2008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해, 약 5년 반 만에 가입자 수 200만명 이상을 확보했다. 2008년 말 1700명에 그쳤던 가입자는 1년 만에 10만명으로 증가했고, 2012년 2월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속도로 나가면 300만명 돌파도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왜 투자를 결정했나? 북한과는 무슨 관계인가? 투자금은 회수하였나? 고려링크는 수익이 나고 있나? ‘북한과 오라스콤 간의 커넥션’은 2008년 이후 끝없는 미스터리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 오라스콤 커넥션’에 대한 의문을 풀어 줄 의미 있는 보고서가 9월 초 발간됐다. 의혹을 추적해 온 김연호 미국 연방 방송위원회 산하 미국의소리(Voice of America·VOA) 기자는 9월 초 <북한의 휴대전화 실태, 북한의 통신혁명은 시작됐는가?>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와 김 기자로부터 넘겨 받은 오라스콤 회계자료, 실적보고서, 홍보자료 등을 바탕으로 북한과 오라스콤의 풀리지 않은 의혹을 추적했다.
 
■ 북한 이동통신 발전史

 
  북한의 이동통신 서비스는 2002년 11월 태국의 록슬리 퍼시픽이 평양과 라진-선봉 경제특구에서 상용 이동통신 서비스를 개시할 때까지 군과 노동당 고위간부에게만 허용됐다. 록슬리 퍼시픽은 핀란드의 록슬리 텔테크(태국의 통신 대기업 록슬리 퍼블릭의 자회사)와 대만의 차룽타이 간의 합작회사였다. 록슬리 퍼시픽과 북한 체신성 산하 조선체신회사의 합작회사인 동북아전화통신회사(NEAT&T)는 30년 사업허가를 받고 2세대(G) 서비스를 시작했다. NEAT&T는 남포와 개성, 도청소재지, 평양-향산, 평양-개성, 원산-함흥을 잇는 주요 고속도로를 포함해 주요 도시들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가입자는 2003년 말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2004년 4월 평안북도 용천 기차역에서 대규모 폭발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전국에 걸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단말기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김정일을 태운 기차를 겨냥해 누군가 원격조종 무선기기를 기폭장치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년간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북한은 2008년 12월 서비스를 재개했다. 이집트 통신 오라스콤(지분75%)과 북한 체신성 산하 조선체신회사(지분 25%)의 합작회사인 체오(CHEO)사가 고려링크라는 이름으로 3세대(G)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8년 말 1694명에 그쳤던 가입자 수는 2009년 말 9만1000명으로 증가했다. 2011년 3분기 말 현재 고려링크의 기지국 수는 453개로 평양과 그 밖의 14개 주요 도시와 86개 소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록 북한 국토의 14%에 불과하지만 북한은 대부분의 지역이 산악지형으로 이들 지역의 인구는 희소하다. 이런 이유에서 북한 전체 인구의 94%가 휴대전화 서비스 전화망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2010년 10월 오라스콤 모회사인 윈드텔레콤은 빔텔레콤과 함께 가입자 수 기준 세계 6위의 이동통신회사 설립에 합의했다. 인수합병 이후 고려링크를 운영하던 합작회사 체오 테크놀러지 지분 75%는 오라스콤 텔레콤에서 오라스콤 텔레콤 미디어 테크놀러지(OTMT)로 넘어갔다.
 
  (《북한의 휴대전화 실태, 북한의 통신혁명은 시작됐는가?》, 김연호著 참조)
 
  오라스콤은 돈을 벌고 있는가?
 
  회계 매출은 꾸준히 상승
 
  오라스콤이 공개한 회계자료를 보면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서비스 개시 후 2년도 안 된 2010년 2분기 매출이 1000만 달러를 넘었다. 마지막으로 공개한 2013년 3분기 매출은 8100만 달러에 달했다.
 
  기업의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역시 전체적으로 상승세이다. EBITDA는 2009년 1분기에 31만2000달러에서 2013년 3분기 들어 6200만 달러로 급격히 상승했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특히 회계전문가들은 EBITDA 마진(Margin)이 높게 나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EBITDA 마진은 기업 영업이익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2011년 1~3분기 북한은 오라스콤이 운영하는 휴대전화 운영 국가 가운데 최고의 EBITDA 마진을 기록했다.
 
  오라스콤은 전세계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북한을 비롯해 알제리·파키스탄·방글라데시·아프리카 등에 진출했다. 오라스콤의 2011년 3분기 진출 국가별 실적을 보면 북한의 가치가 작지 않게 느껴진다. (2011년 3분기 실적표 참조)
 

 
  장부상 매출의 함정
 
  그러나 장부상에 나타난 장밋빛 전망에는 함정이 있다. 오라스콤은 달러로 환산된 실적만 공개하고 있다. 북한 돈(원화)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얻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북한 돈을 달러로 환산한 ‘환율’도 밝히지 않고 있다.
 
  우선 내막을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휴대전화 이용요금 체계를 이해해야 한다. 북한에서 휴대전화 단말기 자체는 비싸지만 기본요금은 싸다. 보통 분기당 북한 돈으로 3000원 정도만 내면 매달 200분의 무료통화를 할 수 있다. 또 문자메시지 20개 역시 가능하다. 200분을 소진하고 나면 외화로 충전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충전카드의 가격은 기본요금의 10~20배이다.
 
 
  대부분 기본요금만 사용
 
  다만 요금제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기본요금은 2600~3000원으로 변동이 있다. 또 충전카드 역시 구입 시기와 장소에 따라 차이가 있다. 10달러(미국)에 600분, 11달러에 800분, 16달러에 335분 등 차이가 있다.
 
  오라스콤의 장부상 실적을 믿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보통의 북한 주민들은 기본요금 이상으로 통화하는 일이 거의 없다. 기본통화 시간을 넘기고 달러로 추가통화 시간을 사는 것보다, 핸드폰을 2~3개 보유하면서 기본통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공식자료를 통해 나타난다. 고려링크의 고객 1인당 월평균 통화량은 정체되어 있다. 월평균 통화량은 2008년 이후 2010년 1분기 가입자 12만명을 넘은 이후 300분 전후를 맴돌고 있다. 대부분 기본시간만 사용한다는 증거이다.
 
 
  북한 공식 환율로 계산한 장부는 빛 좋은 개살구
 
2008년 이집트의 오라스콤 텔레콤이 투자해 서비스를 개시한 ‘3세대 이동통신’ 선전 포스터. 조선신보.
  그렇다면 고려링크의 수익은 대부분이 기본료이다. 따라서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이 ‘북한 돈’이 되는데, 북한의 공식 환율은 1달러당 135원이다. 오라스콤의 장부상 실적은 이런 공식 환율을 기초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환율은 극단적으로 차이가 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2012년 말 평양, 신의주, 혜산의 암시장 환율은 1달러당 8000원이었다. 이렇듯 북한에서 달러의 가치는 북한 돈과 비교할 바 못 된다.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벌어들인 돈의 가치는 형편없이 낮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오라스콤은 벌어들인 북한 돈을 달러 혹은 유로화로 환전할 수도 없고, 나아가 해외로 송금할 수도 없다.
 
  오라스콤 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부가 (고려링크가 벌어들인) 현금잔고를 북한원화의 형태로 특정한 영업, 자본 비용에만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유로화 환전과 해외 송금은 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2013년 9월 현재 고려링크의 자산 미화 4억2200만 달러(실제로는 북한 원화로 가지고 있으며, 회계를 위해 1달러당 135원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임. 따라서 현실가치는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측)는 오라스콤에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오라스콤은 왜 북한에 투자를 했나?
 
  송금문제 해결 못해
 
  상황이 이렇다면, ‘오라스콤은 벌어들인 돈을 가지고 갈 수도 없는 북한에 왜 투자를 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 해답은 2010 3월 실적보고 콘퍼런스에서 오라스콤 최고경영자(CEO) 칼레르 비차가 “북한에서 해외로 송금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됐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데, 그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사업 초기에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 매출금은 영업에 다시 쓰인다. 초과매출을 달성하면 그때 가서 우리가 일부 송금할 권리를 갖는다는 게 북한 정부와의 합의사항이다. (북한과의) 합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 정부와 협력할 계획이다.”
 
  즉 북한과 오라스콤은 계약을 시작할 때, 목표액을 정해 그 액수(북한 원화)가 넘으면 오라스콤이 (해외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이다. 목표액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벌어들인 돈을 가져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수익을 가져가지 못한 오라스콤에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북한과 오라스콤의 계약에 따르면, 고려링크는 2008년 투자 시작일부터 2013년 12월 15일까지 5년간 세금면제 해택을 받지만, 그 뒤로는 외국인 투자에 관한 북한의 세금 규정에 따라 과세대상이 되도록 되어 있다. 돈을 본국에 가져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세금까지 내야 하는 어려운 처지가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3년 3월 공개한 오라스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대북투자와 관련한 910만 달러의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금융자산을 감액 처리했다.
 
 
  ‘고위험 지역 진출’은 오라스콤의 전략
 
2011년 1월 김정일이 사위리스 오라스콤 회장을 접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이렇듯 오라스콤이 북한에 투자한 것은 목표액이 넘으면, 해외로 송금할 수 있다는 계약 때문이다. 그러나 합의한 목표액 달성은 실패했다. 과연 오라스콤은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표면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 투자 목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2008년 12월 사위리스 오라스콤 회장의 미국 경제전문 통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진출에 대해) 인구가 많으면서 휴대전화 보급률이 낮은 나라에 처음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공략한다는 오라스콤의 전략과 맞아떨어져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언급한 ‘오라스콤의 전략’은 쉽게 이야기해 고위험 고소득 시장 진출이다. 오라스콤은 알제리, 파키스탄, 이라크, 방글라데시 등 시장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고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 진출해 큰 수익을 거두었다. 오라스콤 입장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전략에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다른 개발도상국과 많이 다르다.
 
 
  휴대전화 가입자 200만은 사실인가?
 
  오라스콤, “북한 통신권 확대에 자부심”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2013년 5월 공식 확인으로 200만명이다. 북한 전문매체는 오라스콤 관계자의 확인을 바탕으로 240만이 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정말 북한에 200만명이 넘는 사람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오라스콤 측은 이런 실적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2013년 5월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가 북한에 처음 사업권을 따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소수 특권층에게만 휴대전화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북한의 가입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더불어 북한 주민들의 통신권(通信權)이 나아지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홍보하고 있다.
 
  오라스콤의 홍보와 같이,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용자가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유선전화를 보면 휴대전화 증가가 가지는 의미를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북한의 유선전화는 110만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정용은 이 중 10%에 불과하다. 유선전화 자체가 특권신분을 나타낸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전화 수가 200만대를 넘었다고 하니, 북한 입장에서는 ‘통신혁명’이라고 불러도 좋은 상황이다.
 
■ 김연호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VOA) 기자 인터뷰

 
  김연호 기자는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 관련 취재를 10년 넘게 계속했다. 김 기자는 특히 북한의 통신 능력에 대한 취재에 집중해 왔다. 인터뷰는 9월초 국제전화를 통해 진행했다.
 
  —오라스콤은 수익을 내고 있나요.
 
  “돈을 번다는 것은 여러 경비를 제외하고 남는 돈이 있느냐의 문제죠. 아직까지 오라스콤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다만 매출만을 공개했죠. 더욱 큰 문제는 돈을 벌어서 본국에 송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오라스콤 회장이 김정일, 장성택 등을 만나서 기념촬영을 하는 등 최고 지도자의 축복을 받으면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변했어요. 최근 인터뷰에서 ‘일당독재 국가에는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죠. 벌어들인 돈을 송금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입니다.”
 
  —오라스콤이 북한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라스콤 입장에서는 ‘알박기’를 한 것이죠. 원래 오라스콤은 (위험이 높은) 불모지에 들어가서 높은 수익을 올려 왔어요. 북한 입장에서는 강성대국임을 선전하기 좋은 것이죠. 서로의 이해가 맞았죠. 그러나 오라스콤이 북한에 처음 약속한 것만큼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북한과 오라스콤의 ‘합의이혼’까지 전망되는 상황입니다. 2012년에 오라스콤의 북한 사업 독점기간이 연장되었어요. 오라스콤 입장에서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리는 등 홍보를 해야 하는데, 조용히 지나가는 것으로 볼 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북한이 오라스콤 측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사실 오라스콤이 초기 북한에 약속한 투자가 모두 이뤄지지 않았어요. 여기에 북한 측의 불만이 있는 것 같아요. 원래 약속한 통신투자를 하고, 독점권을 받으면서 약속한 다른 투자도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 부분에서 이해가 잘 되지 않아요. 벌어 들인 돈을 본국에 가져가지 못하고 있는 오라스콤 측에서 불만을 제기해야 하는데, 오히려 북한 측이 불만을 제기하니, 양측 사이에 무슨 비밀협상이 있지 않았냐는 의심이 드는 것이죠.”
 
  —비밀협상이라면 어떤 것인가요.
 
  “여러 추측이 있습니다. ‘오라스콤이 북한의 비자금을 관리한다’는 주장, ‘수익을 북한 광물로 가져가기로 했다’, ‘이집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주지 않고, 그 돈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등등의 추측이 있습니다. 북한과 오라스콤의 관계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추측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휴대전화 보급이 ‘북한의 봄’을 가능하게 할까요.
 
  “탈북자들의 증언을 보면, 문자 메시지는 물론이고 통화내용·내역까지 감시하고 있어요. 통화를 문자로 자동으로 변환하는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런 기술은 사실 대단한 기술도 아니에요. 북한은 이런 기술이 체제 안전에 직결되죠.”
 
  휴대전화 열풍은 체면 중시 때문
 
2012년 2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방북 중인 사위리스 오라스콤 회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2011년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 보도에 따르면, “20~50세 평양시민의 약 60%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고, 20~30대 젊은 세대와 상인들에게는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목격은 탈북자, 북한 방문 외국인 등을 통해서도 동일하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숫자를 곰곰이 생각하면,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 인구는 2400만명 정도이다. 여기서 휴대전화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이 많다. 우선 10세 미만 어린이 300만명을 제외하고, 군인 등을 제외하고 나면 결국 북한에서 10명당 1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북한의 경우 평양의 경제력이 압도적이다. 결국 평양의 경우 5명당 1명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추측이 나온다. 과연 1인당 국내총생산 1800달러의 북한에서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일단 북한에 휴대전화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 주민 입장에서 휴대전화는 한국의 자동차와 비슷하다. 사치품이지만,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휴대전화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비싼 손전화를 살 수 있다는 것은 집에서 고기를 먹고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체면 때문에 휴대전화를 구입한다는 증언이 많다.
 
  다만 200만대의 휴대전화 모두가 일반 가입자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 함흥컴퓨터기술대학 교수 출신의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에서 등록된 휴대전화 가운데 최대 25%가 중앙당과 행정기관, 특수임무를 맡은 국가기관, 보안원, 군, 법원 등에 지급된 공무용이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봄’은 가능한가?
 
  통신의 발전은 민주주의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1986년 2001년 필리핀의 피플 파워(People Power·민중의 힘)로 불리는 시민혁명에서 휴대전화는 큰 역할을 했다. 2010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일기 시작한 ‘아랍의 봄’ 역시 휴대전화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가 큰 힘이었다. 그렇다면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 증가가 북한 민주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회의적이다. 우선 북한에서 휴대전화 요금 때문에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 기본 200분에 맞추기 위해, 웬만한 통화는 1분에 끝난다. 또한 한국과 같은 데이터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통화, 문자 이상의 기능은 없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오랜 기간 통신검열을 받은 경험 때문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자기 검열을 하는 것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아직까지 정치적 의견을 통신을 통해 배출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외의 방법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관의 무선인터넷(WI-FI)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북한 주민이 늘어나, 북한에서 대사관에 무선인터넷 감도를 낮추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북한이 통제하기 힘든 의외의 구멍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막으려는 북한 당국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민주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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